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 - 명화 속 철학 읽기
쑤잉 지음, 윤정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물 속에서 본 하늘이 세상의 전부인 듯 생각하지 않도록 견문을 계속 넓혀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는 있지만 미술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문외한이거니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내용들을 배워야 할지도 가늠이 서지 않는 나로서는 미술관에 가끔 가는 날이 있더라도 그저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고서는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 그러니까 이 그림이 나의 취향이다, 아니다 정도의 판단만을 하고서는 돌아서곤 했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을 때에만 겨우 그 내용을 가늠할 수 있었던 나에게 있어서 명화는 그저 한 점의 그림으로 전락해버렸고 그렇게 늘 한 장의 그림으로만 명화들을 바라봤기에 그림을 보고 이해하는 눈을 가질 수 있길 간절히 바라왔다. 그렇기에 이 <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는 오랜 염원을 풀어줄 책으로 비춰졌고 책을 받고서는 정신 없이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만약 명화를 수면 위에 떠오른 빙산의 일각에 비유한다면 해수면은 화가 본인과 그가 살던 사회를 가르키고 해수면 밑에 가려진 거대한 빙산은 사회와 예술에 소리 없이 스며든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성 아우구스티누스 등과 같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상일 것이다. 이 사상이야말로 내가 그토록 관심을 갖고 열심히 묘사하고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은 통상적인 의미의 미술 서적이 아니다. 나는 독자들에게 어떤 감동을 일으키려는 의도가 없으며 그저 이 책을 읽고 사고하기를 희망한다. 만약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면, 미술사에 관심이 있고 지혜로움을 사랑한다면 이 책이야말로 당신이 찾던 책이다. –본문

 죽은 이들의 영혼을 재고 있는 미카엘의 모습을 그린 다수의 그림들을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성서의 모습을 그려 놓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저울을 통해서 영혼의 무게를 재고 그 안에서 죄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이 그림을 보면서 나는 결단코 그 어떠한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영혼의 무게를 재고 있는 대천사의 모습이구나,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그림들을 통해서 어찌하여 당시의 사람들이 영혼에 무게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리고 그 영혼에 죄의 무게가 실려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파고 들게 된다. 그러니까 당시의 사람들은 영혼의 무게는 어린아이든 어른이든 상관 없이 동일한 것으로 보았으며 선과 악에 따라서 영혼의 무게가 달라지므로 미카엘의 저울로서 인간의 선악을 그리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경우에는 그 어떠한 옷도 걸치지 않고 있기에 죽은 이들의 영혼을 그릴 때면 늘 나체의 모습으로 그렸다는 것은 당시 그들이 안고 있던 영혼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성모 승천>에서 성모의 영혼은 왜 나체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모 마리아는 원죄가 없으므로 그 영혼은 순결무구하다. 하지만 그 어떤 작품에서도 성모의 나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 화가들은 자신의 신학적 소양이나 나체의 영혼에 대한 신념과 상관없이 성모 마리아를 묘사할 때에는 항상 적절한 의상을 그려 넣었다. 이는 성모를 향한 공경심을 표출하는 동시에 속세의 도덕적 신념과 기준에 부응하기 위함이었다. –본문

 특히나 고대의 사람들은 수와 기하는 하느님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들이기에 이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즉 숫자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 마귀의 예술이라 일컬었다고 한다.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그린 <마녀>라는 작품을 보노라면 그녀가 기하학의 부호가 가득한 책을 펼치고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제목을 모른 채, 혹은 이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을 모르고서 이 그림을 바라보았다면 그저 한 수학자를 그린 그림일까, 라고 오해했을 이 그림이 왜 마녀인지, 그리고 당시 사람들은 왜 그러한 생각들을 품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프란체스카는 이런 전통 회화기법에 대담한 혁명을 일으켰다. 수학자 특유의 예민함으로 숫자와 기하도형 간의 관계를 정밀히 계산했으며, 다른 화가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이성과 수학적 자질을 바탕으로 투시도법을 연구했다. 점에서 선을, 선에서 면을, 면에서 입체를, 입체에서 만물을 만든다는 이론처럼 그의 화폭에 등장하는 모든 요소는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수의 논리를 따른다. –본문

 그러나 고대의 이러한 생각은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고 마치 인간이 신이 된 것처럼 다양한 수학적인 이론이 접목된 그림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토록 이전에는 명화를 보면서 그저 스쳐 지나갔을 이야기들을 이 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마주하면서 왜? 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당시의 시대상과 이전의 시대상은 어떠했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생각해보게 한다. 이미 그려져 있는 그림이 완성된 것이라고 믿었던 나에게 한 작품 안에 담긴 의미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었기에 앞으로 하나의 작품을 마주할 때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는 물론이거니와 이 그림이 안고 있는 의미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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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화가들 / 박석근저


 

 

독서 기간 : 2015.03.18~03.2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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