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꿈결 클래식 5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박민수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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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현재의 것보다 더 좋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있어 그레고르의 변신은 충격 그 자체의 것일 수 밖에 없었다. 사람에서 곤충으로 변신이라니. 그의 갑작스런 변신에 무언가 전조 현상이라도 있었더라면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조금이나마 가벼웠겠지만 가벼운 감기를 앓는 것처럼 너무 쉽게 다가온 그의 갑작스런 변화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무겁게만 다가왔다.

그레고르는 머뭇거리는 사람을 어떻게든 들어오게 하려고, 혹은 적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거실을 통하는 문 옆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문이 더는 열리지 않았기에 그의 기다림도 허사로 끝났다. 아침에 문이 잠겨 있을 때는 모두 그렇게 들어오려고 성화더니, 이제는 자기가 한쪽 문을 열어 놓았고 다른 문도 낮 동안 분명 열어 두었을 텐데 들어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열쇠도 바깥에서 꽂혀 있었다. –본문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위해 일어난 그레고르가 이제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가족들이 알게 되었을 때, 초반에는 갑자기 변한 그의 모습에 대해 당혹감과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제 가족들에게 있어 그레고르는 인간 그레고르가 아닌 곤충 그레고르로만 남게 된다. 서로의 소통 따윈 없이 한 공간 안에 자리하고 있는 그들은 점차 서로의 모습을 외면하며 그들만의 세계에 자리하고 있고 경제적인 부담만을 더하는 그레고르는 결국 그들 사이에 필요치 않은, 사라져야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

자아, 이제 하느님께 감사드려야겠구나.” 잠자 씨가 말했다. 잠자 씨가 성호를 긋자 세 여자도 그가 하는 대로 따라했다. 그레테가 시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좀 보세요. 얼마나 말랐는지. 벌써 오래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음식은 들여 놓은 그대로 다시 나왔죠.” 실제로 그레고르의 몸통은 아주 납작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제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문

<변신>이라는 작품이 장편인줄만 알았는데 이 안에는 다양한 단편 소설이 담겨 있다. 그다지 길이가 길지 않지만 읽고 나서는 계속 되뇌게 되는데 <법 안에서>의 한 남자는 법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문지기 곁에서 수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결국 쓸쓸하게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채 말이다. 왠지 모르게 나의 일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기에 처연해지는데 <팽이>를 넘어 <포세이돈> 역시도 짧지만 그 안의 이야기를 계속 곱씹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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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 아멜리 노통브저

독서 기간 : 2015.05.2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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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 시인 장석주가 고른 삶과 죽음, 인생의 시 30 시인의 시 읽기
장석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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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과연 이 책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들어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밀려들게 된다. 과연 이 책이 나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할지, 그 울림이 나에게 어떻게 전해질지에 대한 호기심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면, 이미 어떠한 내용인지 알고 있는 책, 예를 들어서 연재물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라면 기대감을 넘어 기분 좋은 설렘이 밀려들게 된다.

 얼마 전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이 시에 관한 편견을 모두 벗어 던지게 했던 책이기에 이 <누구나 가슴에 벼랑 하나쯤 품고 산다> 도 너무나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펼쳐보게 되었는데, 그 기분 좋은 설렘은 계속해서 기운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고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참 즐거운 여정이었다.

어린 아들이 있다면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시를 읽게 하라.
허무에 쉬이 감염되는 나약한 아들 따위는 키울 필요 없다.
선승에 좌선 하듯 시를 읽어라.
시와 좌선은 다 같이 본래 자기를 여미고, 여린 마음을 단련하도록 이끈다. –본문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 안의 담겨 있는 의미들을 생각해볼 여유도 없이 바삐 흘러가는 우리에게 시는 한 템포 쉬어가며 새로운 것들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고 같은 풍경 안에 있어도 발견하지 못한 그 무엇을 시인들은 집약된 이야기 안에 담아내고 있고 그 응축되어 있는 이야기는 다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끊임없이 시를 읽으라, 라고 주문하고 있고 그 주문은 나로 하여금 그가 전해주는 시를 계속해서 바라보게 한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이 말하는 피투적 기투, 즉 세계에 내동댕이쳐짐이 바로 그것이다. 바다에서 포획된 생선들에게 어판장 바닥은 그야말로 낯선 세계다. 생존의 영도, 즉 바닥이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추락도 있다. 바닥을 치고 난 뒤의 바닥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실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다. 육탁은 온몸으로 바닥을 쳐서 제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일이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몸짓이다. 그렇게 힘껏 바닥을 치다 보면 온몸은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본문

 읽는 것만으로도 묵직함과 왠지 모를 아득함이 느껴지는 <육탁>을 보면서 살아가는 동안에 한 번쯤은 마주하게 되는 나락의 끝자락에서, 그럼에도 다시 살아보겠노라 몸부림 치는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이면서 애잔함이 느껴진다. 물론 이 안에서는 고기들로 하여금 육탁치는 모습을 표현하고 그들이 살았던 바다가 이제는 더 이상 제 세상이 아니고 어판장이 현재 그들이 놓여있지만 그 모습을 그려보면 번잡한 어판장이 아닌 우리네 삶의 모습이 뒷 배경으로 그려지게 된다. 고단한 삶은 어찌하여 가혹함만을 던져주는지 그 누구를 붙잡고 물어야 할지 모를 막막함이지만 그럼에도 살아봐야 한다, 라고 말하는 저자의 나지막한 이야기는 육탁을 보며 무거운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 있는 나에게 다시금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한번이라고 꽉 짜인 살과 살 사이의 틈에 제 몸을 끼워맞추고
누군가를 단숨에 관통해본 자들은 알리라
나무는 저를 짜갠 도끼날에 향을 묻힌다본문

 손택수 시인의 <녹슨 도끼의 시>는 녹이 슬어 이제는 둔하게 무뎌져 버린 도끼가 가지고 있는 지난 날의 위엄을 전해주며 그 모습을 통해 파란했던 시간을 보낸 중년에게 그들의 과거에 대한 찬사를 보내며 현재 그들에게 남겨진 녹슬어버린 모습은 시간을 담은 자연스러운 것임을, 그것을 우리 모두가 인정하고 존경해야 함을 전해주고 있다. 늙어버린 그들이 아닌 찬란하게 빛났던 그들이 품었던 치열했던 향기를, 아직 그것을 품어보지도 못한 젊은이들에게 그들에 대한 전상서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생활 속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전해주는 한미영 시인의 <밀가루 반죽>에서부터 삶의 묵직함을 느낄 수 있는 시들까지, 그야말로 시에 대한 한상 차림이 이 안에 그득히 담겨 있다. 하루 한 편, 짧은 시간을 내어 시를 읽는 것이 나의 하루를 얼마나 풍족하게 해주는지를 알게 해준 시간이었기에 이 책을 덮는 마지막이 내내 아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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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청춘에게 / 장석주저


  

 

독서 기간 : 2015.05.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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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담은 글씨 -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캘리그라피 책, 박병철의 멋글씨 가이드북
박병철 지음 / 샘터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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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인가부터 예쁜 글자들이 눈에 들에오곤 한다. '캘리그라피'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요즘, 나도 예쁘게 글씨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곤 하지만 워낙 악필인터라 늘 그것은 내가 가질 수 없는 세상일 것만 같았다.

 글씨는 말과 같습니다.
 
따스한 말 한 마디가 용서와 위로, 희망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
 
말로 못하는 것들, 다 전달할 수 없는 감정을 글씨로 대신할 수도 있습니다
.
 
글씨는 표정을 담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깊숙한 곳 마음의 말들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본문

  <마음 담은 글씨>는 캘러그라피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나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인데, 글씨를 잘써야만 아름다운 작품이 아니라 그 안의 정성을 담은 글씨라면 그 무엇이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저자의 따스한 이야기에 조심스레 책을 펼쳐 읽어보기 시작했다.

 어린아이의 삐뚤빼뚤한 글씨가 웃음을 만들고, 어르신의 꾸불꾸불한 글씨가 가슴 저미게 하고 눈물을 만듭니다. 
 
이렇듯 순수한 글씨가 '좋은 글씨'라 생각합니다. -본문

 그저 글씨의 모양을 예쁘게만 쓰는 것이 캘리그라프의 전부라 생각했던 내게 저자는 그저 글씨가 전부가 아닌 점 하나, 획 하나의 위치를 생각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금 쓰고자 하는 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며 완성해 나가는 것을 보며 아름다운 글자가 그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펜이나 붓 등 익히 알고 있는 도구에서부터 나뭇가지나 면봉 등 다양한 것들이 캘리그라피의 도구가 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날쌘 힘이 느껴지는 마커펜으로의 글씨를 꼭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일기를 쓰듯 한 줄의 이야기를 써 본다든가 쓰고자 하는 글자를 다양한 글꼴로 필채를 연습해가며 스케치하듯 글을 써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글자가 아닌 그 안에는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 한 줄의 멋글씨가 완성되어 간다.  

 하루하루 조금씩 연습해서 마음이 담긴 글을 누군가에든 써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한 글자 한 글자 세심하게 그린 글자가 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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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 쉽게 배우기 / 박효지저


 

 

독서 기간 :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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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무지개 - 언어학 고종석 선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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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민족의 고유 언어가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언어로 기록을 남기고 그들의 이야기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한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되는 고유의 언어를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찬찬히 찾아 보게 되면서 그 안에서 한글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얼마나 큰 복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글을 뒤안길로 놓을 수 밖에 없었던 36년의 시간을 넘어 그것을 되찾기 위해, 다시 우리의 얼을 되찾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땀이 필요했었는지를 알면 알수록 우리의 한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 더 깊어지기만 한다.

이것이 이른바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정신이 고양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전에는 신경 조차 쓰지 않았던 문제들, 역사, 정치, 경제 등에 점점 관심을 보이게 되고 한글이 변형되는 것을 넘어 파괴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과연 현재의 이 모습이 맞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도리질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가며 점차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나를 바라보며 애국심이 높아지는 대한 지표는 없다만 이전의 것을 지키려는 것은 강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물론 읽고 싶은 책 중 번역되지 않은 원본의 것을 마주했을 때의 그 막막함과 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한글의 아름다운 색채를 번역했을 때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영어를 국제어로 선택하기 보다는 한글을 추구하는 것을 놓지 않으려는 나에게 있어서 저자는 15세기의 한글과 현재 21세기에 쓰는 한글이 과연 같은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한글어자체도 이미 수 많은 타인과 타국의 흔적들이 담겨 현재의 것이 만들어진 것이기에 이미 고유하다는 의미는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전의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의 것으로 자신들만을 언어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독일어로 변모시키려 했던 독일인의 집념이 아닌 유연하게 프렁스어도 자국어로 받아들여 흡수시킨 영국의 모습으로 변화해가야 하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산을 못 보게 하는 나무와 같이 때문이다. 그러나 복거일의 영어공영어화론에 대해선 지지를 유보한다. 중세 유럽 지식인들이 학문과 문명화를 위해 지방어를 버리고 라틴어를 공용어로 택한 것은 현명한 일이며 또한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 우리 사정은 그와 똑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공영화가 바람직하다고 해도 그것은 몇 세기 후 영어가 널리 자연적으로 보급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인다. –본문

<언어의 무지개>에서는 국제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시각을 넘어 표준어와 사투리에 대한 이해와 ()별에 따른 언어 차이, 한글의 위대함과 한자체계를 뛰어 넘지 못한 한글의 모아쓰기에 대한 아쉬움 등 다양한 것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표준 프랑스를 넘은 NAP만의 언어가 그들이 계층을 또 한 번 구분하게 만드는 언어가 되어가는 것과 같이 언어는 그저 하나의 언어가 아닌 그 안에 수 많은 사회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이 안의 모든 것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언어에 대해 이토록 다양하게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꽤나 즐거운 생각들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언어의 다양한 세계를 맛본 이후 알게 되는 더 넓은 세상과 그 안에 던져지는 물음들을 계속해서 찾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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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언어학 강의 / 페르디낭 드 소쉬르저

독서 기간 : 2015.05.1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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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타이쿤 환상의 숲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임근희 옮김 / 이모션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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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소감을 서두에 먼저 밝히자면 왜 하필 일요일 밤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나, 라는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 밀려 들었고 월요일 새벽 2시 반을 넘어가는 시계를 보면서 내일을 위해 100페이지 가량 남겨둔 채 책을 덮어야 했을때는 너무도 빨리 지나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했다. 또한 이 안의 이야기는 <위대한 개츠비>와 몹시 닮아있으며 마치 일란성 쌍둥이를 마주하는 듯 하면서도 위대한 개츠비보다는 더 쉽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이것이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앓았던 몸살이 한 번 면역이 되어있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이전보다는 더 쉽고 빠르게 전해지는 라스트 타이쿤은 피츠제럴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마지막 유작이며 그의 유작이 마무리되지 못한 것은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2시 반과 6시 반, 2회에 걸쳐 스타는 여기에 않자 그날 촬영한 필름을 주의해 본다. 이따금 그 자리엔 대단한 긴장감이 감돌기도 한다ㅡ 스타는 '기정 사실'과 씨름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몇 개월에 걸친 투자, 계획, 집필과 퇴고, 배역, 구성, 조명, 리허설, 촬영의 결과물이다. 멋진 영감이 번뜩인 성과, 또한 자포자기와 무기력과 음모와 땀의 산물. 우여곡절을 다한 부대 배치도 이미 완료되었고 승패가 어느 쪽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으며 여기에 당도하는 것은 모두 전선으로부터의 전황 보고이다. -본문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먼로 스타와 캐슬린이지만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 스스로가 아닌 세실리아를 통해 전해지는 것은 <위대한 개츠비>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모든 것을 이끌어가는 것과 동일하다. 하기야, 스타 역시도 개츠비와 같이 사랑하는 여인을 끝끝내 자신의 곁에 두지 못하고 떠나보내야했고, 그에게 허락된 시간마저도 길지 않았기에, 이 모든 이야기는 제 3자에 의해서만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닉은 조금 더 객관적인 입장에서 개츠비와 데이지를 바라보았을 것이며 스타를 마음에 품고 있던 세실리아는 스타와 캐슬린의 이야기를 자신의 사심을 담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상 그들이 함께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들이 함께 보낸 시간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기엔 충분한 것이었고 미나를 넘어 캐슬린을 곁에 두려했던 스타의 꿈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그라들고 만다. 모든 것이 달달한 꿈인 듯 캐슬린은 '그 미국인'을 따라 날아가버렸고 데이지처럼 사라진 그녀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는 스타는 점점 파국의 모습으로 빠져들게 되며 개츠비가 되어가는 것이다.

개츠비와 비슷하지만 또 개츠비와는 다른 스타의 결말은 더 이상 변화될 수 없다. 이미 세상을 떠난 피츠제럴드는 스타의 마지막에 무엇을 담길 바랐을지. 그가 놓아버린 이야기의 뒷 부분을 그려보며 그가 제 2의 개츠비를 넘어서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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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피 / F. 스콧 피츠제럴드저

독서 기간 : 2015.05.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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