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여름, 내 책장 뽐내기!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삶의 위치는 먼저 그것을 상상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 도널드 커티스

무슨 진부한 자기계발서적의 상투적인 주장 같아서 선뜻 인용하기 싫었지만,
내가 '나의 서재'에 관한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으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위의 말이었다.

앤서니 라빈스가 좀 더 그럴듯하게 바꾼 걸 인용한다면
"생각을 관리하는 것이 인생을 관리하는 것이다."라는 말인데 둘 다 같은 내용이 아닐까 싶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 세계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으로 해서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후 아마도 15년 이상은 직장생활에 바쁘다는 핑계로 책과는 담을 쌓고 지냈고,
또 나름대로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느라(?) 책을 읽을 시간조차 별로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에겐 '서재'라고는 꿈도 꾸기 어려웠던 시절이 꽤나 오랫동안 있었고,
그 언젠가부터 막연하게나마 조금씩 '서재를 갖고 싶은 꿈'을 꾸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감히(?) 알라딘에서 서재에 관한 글을 쓸 용기도 내고,
그것도 모자라 수많은 사진까지 올리고 있다는 것이 그저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도 '책과 서재'에 관해서라면,
내노라하는 전문가들이 차고 넘치는 그 유명한 알라딘에서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더 미리 밝혀둘 부분이 더 있다면,
이 글에는 상당한 분량의 사진이 포함되어 있어서 '스크롤의 압박'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글은 마침 '내 책장 뽐내기' 이벤트에 참여하는 성격의 글이기도 하지만,
글 읽는 분들의 '구경꾼 심리'도 십분 헤아려(?) 가급적 '많은 사진들'을 올리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품었던 몇몇 이야기들은 '시각적 이미지'로 바꾸려고 별스럽게 애를 썼다.
(스티븐 핑커도 '시각적 이미지는 마음의 시뮬레이션을 특히 생생하게 만든다'고 했던 만큼)

 
대중의 반역이라는 책에서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역사'에 대해 말하기를,

...... 그래서 자신의 시대를 잘 보길 원한다면 멀리서 봐야 한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이 적당할까? 그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리면 족하다.


라고 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자기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위해서라면,
나는 내 방 서랍에서 몇 년에 한 번씩 열어보는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정도의 거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오늘'(1982.6.11)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그 당시는 '서재'는 한참이나 뒷전이었고, 무엇보다 민생고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던가 보다.
대학에 다니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 중이었던 당시의 곤궁한 처지가 새삼 느껴진다.
'난 지금 배가 고프다'

대학을 졸업하고 차츰 민생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는 어땠을까?



갑자기 원하는 게 무척이나 많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거창하게도 '서재'를 꿈꾸기 시작한다.
대략 지금으로부터 19년 쯤 전의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 당시엔 평소에 책도 별로 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마 서재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도 서가에 담을 책조차 없어서 무척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다시 7년 전쯤으로 돌아가 보자


(이미지 속의 내용이 잘 안보이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처음엔 이 글과 관련된 9번 항목만 오려 붙일까 하다가 '서재의 내용'과 연관되는 부분들이 많아서,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무려 11번까지 오려 붙였다.

'적어도 1,000권의 서적'내 방을 빙~ 둘러 쌓여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당시에도 아마 읽은 책이라고는 수레 한 대의 밑바닥이나 겨우 덮을까 말까한 분량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그랬던 것이 어찌어찌 하여 인터넷 서점(주로 이 곳 '알라딘')을 통해 책도 사고
또 서평글도 훔쳐 보면서 또 가끔씩은 내 스스로 직접 서평글을 쓰면서 오늘에 이르고 보니
(아직은 여러모로 턱없이 미흡하지만) 한 쪽 벽면이나마 책으로 쌓인 '서재'가 생긴 것 같다.

2003년에 목표로 했던 1,000권에 비춰보면 아직도 400권이 될까 말까 한 분량이고,
이마저도 책만 사두고 읽지 않은 책들이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부끄러운 수준임엔 틀립없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좀 더 부지런히 책을 가까이 한다면,
아직도 내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히 넉넉하지 않을까 싶다는 점일 것이다.
괴테도 '제대로 쓰기만 한다면, 시간은 언제나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2007년경 아들 녀석과 함께 백두산을 종주하기에 앞서,
느닷없이 DSLR을 덜컥 구입하기도 했지만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책꽂이 하나를 가지고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 올리게 되어 부끄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 9월의 '상세한 단면도' 하나쯤 남겨도 좋겠다 싶어 아끼지 않고 올려본다.


1. 서재 소개 시작~
    (클래식 음악은 주로 아침 출근 시간에 자주 듣지만 TV로도 가끔씩은 본다)



2. 오른쪽 방향으로
   (서재 공개를 앞두고 밀린 숙제 하듯이 정리정돈을 깔끔하게 다시 했다. 덕분에 속이 개운하다)



3. 왼쪽 방향으로
   (왼쪽 상단에는 대학교재들과 노트가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4. 정면_오른쪽 방향으로



5. 정면_왼쪽 방향으로
   (좌측 상단에서 세번째 칸에는 대학시절 수강노트 말고도 '독서노트'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6. 가장 좋아하는 분야 ⓛ 고전,역사,과학



7. 가장 좋아하는 분야 ② 고전,역사,과학



8. 직업과 관련된 전공 분야 ③ 투자



9. 고전_01, 미처 읽지 못한 책도 많고, 읽고 나서도 '실물'이 없는 책도 더러 있고......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문학작품이지만 끝까지 읽는 데 꽤나 오래 붙들고 씨름했던 책)



10. 고전_02, 오래된 고전은 물론이고 20세기 이전 근대 고전도 많이 찾아 읽고 싶다
     (국부론은 아담 스미스가 필생을 바쳐 집필한 정치·경제학 분야의 '일리아드/오딧세이'라 할만하고,
      전쟁론도 저자가 평생을 바친 작품. 월든, 대중의 반역도 대단한 가치를 지닌 책들)



11. 고전_03, 역사책들은 무슨 책이든 대부분 가치있는 책들인 것 같다.
     (로마제국쇠망사는 언젠가 꼭 6권짜리로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이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명연설 뿐만 아니라 교훈적인 내용들이 너무나 많은 책)



12. 과학_01, 스티븐 핑커의 책들이 유난히 두껍지만 정말 읽는 데 '보람'이 있었던 책......
     (스티븐 제이굴드와 에드워드 윌슨의 책들도 '인간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싶다면' 크게 도움되는 책) 



13. 과학_02, 다윈과 도킨스의 책들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책들'이 아닐까 싶다.
     ('만들어진 신'은 좀 더 널리 두루 읽혀졌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는 책)



14. 과학_03, 프린키피아는 너무 어려워 도저히 읽기 힘들지만, 총,균,쇠와 문명의 붕괴는 흥미 만점~



15. 투자_01, 벤저민 그레이엄의《증권분석》과 《현명한 투자자》는 인류 역사를 바꾼 책!



16. 투자_02, 워렌 버핏 관련 책들은 내용은 비슷하지만 한 권 한 권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들



17. 투자_03, 워렌 버핏의 스승인 필립 피셔의 책도 훌륭하고, 피터 린치, 존 보글의 책도 모두 훌륭함.



18. 투자_04, 존 템플턴,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들과 금융투기의 역사도 Strong Buy 도서들



19. 투자_05, 비교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책들이지만 읽어볼 만한 책들



20. 투자_06, 기술적 분석 관련 책들은 참고로 읽어두면 좋을 듯(맹신은 절대 금물)



21. 투자_07, 1987년판 상장주식투자분석 책자는 명동의 증권사 객장에 처음 방문시 선물받은 책
     (1980년대 후반에 구입해서 읽어본 책들도 몇 권 있는듯)



22. 정치·경제_01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는 오래된 책인데 아직도 못읽어봄



23. 정치·경제_02 킨들버거의《경제강대국흥망사》는 다소 어렵지만 매우 유익한 책~
     (앨빈 토플러의 '부의미래'는 요란했던 광고에 비해서는 알맹이가 다소 부족한 책)



24. 정치·경제·교육_03《생각의 탄생》강추~
   (로버트 그린의《전쟁의 기술》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비하면 1/5에도 못미치는 책)



25. 심리학, 읽어보고 싶은 책들 가득~



26. 심리·철학·문화, 아직 못 읽어봤지만 호모 루덴스가 재미있을 듯~



27. 기업경영_01, 톰 피터스의《초우량기업의 조건》초강추~



28. 기업경영_02, 설득과 협상에 관한 책들도 유익, 공병호씨가 번역한《80/20 법칙》강추~



29. 기업경영_03, 잭 웰치 자서전은 사두기만 하고 여태껏 못 읽어봄



30. 황금의 지배
     (왼쪽의 두툼한 두 권의 책도 좋고, 특히《바빌론 부자들의 돈버는 지혜》강추~)



31. 자기계발_01,  책읽기에 관해서라면 모티머 에들러의《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강추!
     (자기계발서적은《네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강추! 템플턴 플랜도 매우 좋은 책)



32. 자기계발_02,《카네기 인간관계론》이 최고의 책



33. 자기계발_03,《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1981년에 구입후 30년 지났지만 아직도 보는 책.
     (정말 본받고 싶은 인물인 프랭클린이 쓴 《프랭클린 자서전》 강추)



34. 자기계발_04,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지혜》는 들고 다니며 읽기 좋은 책



35. 문학_01, 읽어본 책은 절반 정도(셰익스피어, 신곡, 호메로스, 적과흑, 파우스트)



36. 문학_02, 한국근대소설은 고교때 한국근대문학전집을 사서 읽었고, 태백산맥은 房外 대출중......



37. 문학_03



38. 문학_04, 이집트를 갔다온(2008년) 후《오시리스의 신비》구입
     (피렌체에 갔을 때,  단테가 살던 집도 가봤으나 그의《신곡》은 못읽었었는데, 뒤늦게 읽고는 다소 실망~)



39. 문학_05, 파리와 이태리 로마, 그리고 베니스를 꼭 다시 가고 싶다.



40. 문학_06, 이문열씨 작품은 많이 읽은 것 같은데 2권 밖에 안보이네......



41. 취미·여행_01, 1000 PLACES TO SEE BEFORE YOU DIE~
     (불세출의 암벽등반가이자 머메리즘을 탄생시킨 머메리의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도 좋은 책)



42. 취미·여행_02, 그 많던 골프책, 비디오테이프, 잡지들은 다 어디로갔을까?



43. 취미·여행_03,《인듀어런스》와 인류최초로 14좌를 완등한 매쓰너의《나는 살아서 돌아왔다》강추!


44. 책 읽는 데 거의 도움이 안되는 'TV'
    (구식 TV를 밀어내고 거실 한복판에 자리잡았던 55" LED 신제품이지만, 아이들 '학습방해죄'로 그만 여기로...)



45. 가끔씩 서평글을 쓰기 위해 약간은 필요하지만, 크게는 도움이 안되는 '컴퓨터
      (서재 정리하기 전, 페이스북用으로 찍어둔 사진, Shooting Date/Time 2010-07-23 21:02:29)



46. 책 읽는 데 가장 큰 방해꾼이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공생 관계를 모색중인 Golf
     (서재 정리하기 전, 페이스북用으로 찍어둔 사진, Shooting Date/Time 2010-07-23 21:10:44)



47. 끝으로, 그동안 'Golf'가 획득한 몇 개의 트로피




그동안,
별다른 깊이도 없이 이 분야와 저 분야에 두루 조금씩 관심을 가지다 보니,
(그나마 투자에 관계된 분야는 직업상 예외적으로 깊이를 가져보려 애썼을 수도......)
고대 로마 철학자의 표현대로 '밭이랑 마다 내려서 쉬는 꼴'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전자는 높고도 확고한 飛翔(비상)으로 날개를 활짝 펴서 날며
늘 자기의 방향을 잡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후자는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아 앉듯
이 이야기에서 저 이야기로 뛰어 돌아다니며
자기 날개에 자신이 없어서 짧은 거리 밖에는 날지 못하고
숨과 힘이 지탱못할까봐 밭이랑 마다 내려서 쉰다.

 - 플루타르코스 《소품집》

그나마,
40대에 접어들면서 노는 데에는 예전보다 정신이 좀 덜 팔리고,
알라딘이라는 좋은 곳을 알게 되면서부터 여러 유익한 책들과 가까워지려 애쓰다보니,
서두에 얘기했던 대로 '먼저 그것을 상상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들이 많았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미지 속의 내용이 잘 안보이면 사진 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끝으로,
벤저민 그레이엄이 그의 책 말미를 장식했던 방식을 그대로 옮기면서 글을 마친다.

이제 마지막 말을 할 차례입니다.
내가 늘 암송해왔던 테니슨의《율리시스》의 마지막 시행들보다 더 나은 말을 내가 고를 수 있을까요:


가자 친구여, 새 세계를 찾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배를 띄우고, 줄 맞춰 앉아, 힘차게 노를 젓자
뱃머리가 물살을 가른다; 나의 목적을 위해
황혼과 서쪽 하늘의 별들의 바다를 너머, 내가 죽을 때까지
노를 저어라.
파도가 우리를 삼킬 수도 있으리라:
행복의 섬을 만날 수도 있으리라,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아킬레스를 만날 수도 있으리라.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많은 사람이 남았지만; 우리에게 비록
땅과 하늘을 움직이던 예전의 강인함은 이제 없지만;
그것이 바로 지금의 우리지만;
시간과 운명에 의해 약해졌으나, 강인한 의지의,
영웅적인 용사의 침착함으로,
노력하고, 구하며, 찾고, 포기하지 않으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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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9-02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 전 이 페이퍼 보고 깔끔하게 이번 서재 이벤트 포기합니다. ^^


oren 2010-09-02 23:49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께서 제 서재까지 오셔서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영광입니다.
제가 쓴 페이퍼 때문에 하이드님께서 서재 이벤트를 포기하신다니 정말 너무 서운합니다.

(저는 제 성격상 무엇이든지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제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분량'을 채워야 어느 정도 제 마음이 만족스럽고, 또 그런 나쁜 습관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답니다. 제가 '지나치게' 많은 분량의 사진을 올려 혹시라도 다른 분들께 부담을 드렸다면 정말 죄송한 일입니다.)

모티머 J.애들러는 "답이 서로 다른 것은 '주제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한 것만큼 '질문에 대한 개념 차이'도 그 원인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문득 알라딘 도서팀의 이벤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네요.

* * * * * * * * * * * * * * *

자기 감정 나름 294

자, 그렇게 이상한 자극들 앞에서 왜 동물들은 우리에게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는 행동들을 할까? 예를 들어 왜 암탉은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이나 하듯이, 지독하게 흥미 없는 둥우리 속의 알들을 밤새 온몸으로 품을까? 유일한 대답은 자기 감정 나름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짐승들의 본능을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본능을 기준으로 해석한다. 왜 사람들은 가능하다면 딱딱한 바닥이 아니라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울까? 왜 사람들은 추운 날 난로 곁에 앉을까? 왜 방 안에서는 벽을 마주 보는 대신 얼굴을 중앙 쪽으로 향할까? 왜 딱딱한 비스킷과 개울물보다 양 등심과 샴페인을 좋아할까? 왜 젊은이는 아가씨에게 사로잡히고, 그래서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어느 것보다 더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게 보일까?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라는 것, 그리고 동물들은 저마다 각자의 방식을 좋아하고 그 방식을 따라 행동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외에는 달리 말할 것이 없다. 과학이 그 방식들을 신중히 고찰한다면 그것들 대부분이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신의 방식을 따르는 것은 유용함 때문이 아니라 그 방식을 따르는 순간 그것이 유일하게 적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수십억의 사람 중에서 단 한 명도 저녁을 먹으면서 유용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음식이 맛이 있고 그래서 더 먹고 싶기 때문에 먹는다. 만일 누군가가 왜 그런 맛의 음식을 더 먹고 싶어하느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존경스런 철학자가 아니라 바보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비웃음을 던질 것이다.

이와 같이 동물들은 특정한 물건이 있으면 특정한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알을 보면 품고 싶어하는 암탉은, 둥우리 속의 알이 너무나 매력적이고 소중해서 밤새 품고 있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생물이 지구상에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中에서

하이드 2010-09-03 11:37   좋아요 0 | URL
책정리 포기반 계획반 하면서, 이벤트 페이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잘 써 주셔서, 제가 더 새롭고 멋진 걸 할 자신이 없어서 말이지요. 전 거의 대부분의 경우, 순위권을 노리고 이벤트에 참가하거든요. ^^

오래전 독서노트, 일기들이 인상적입니다.
'무엇을 원하는가' 에 대해서 적어 보는 것은 '푸르스트 질문지'를 떠올리게 하네요. oren님의 책과 서재의 역사 잘 봤습니다.

스티븐 핀커의 <빈서판>을 재미있게 봤는데, 댓글에 인용해주신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oren 2010-09-03 15:52   좋아요 0 | URL
네..하이드님..
'푸르스트 질문지'가 어떤 내용인지 저는 처음 들어보는 내용인데, 제 경우에는 우연히 '어떤 책(아니면 신문이나 잡지?)에서 실천해보라고 하던 내용'을 그 즉시 따라 해봤는데 상당히 재미있고 효과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저는 일기장이나 독서노트 혹은 수첩(보고싶은 영화, 맛있는 음식점, 듣고 싶은 음악, 가고 싶은 여행지 등등에 대한 메모용 작은수첩)등등에 뭐든지 끄적거리는 게 취미인데, 일기장이나 독서노트의 맨 뒷부분 몇 쪽은 거의 습관적으로 [1. 지금 내가 가장 바라고 원하는 것은? 2. 지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3. 10년후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4. 내가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는? 5. 내가 가장 읽고 싶은 책은?] 등등에 대한 '페이지'를 할애해 두고, 심심할 때마다 혹은 필요할 때마다 적어보는데, 먼 훗날 가끔씩 '과거에 틈틈이 기록한 내용들'을 읽어 보면 이게 무슨 신비한 마력을 지닌 것처럼 이루어져 있는 걸 발견하곤 깜짝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마치 2002년에 '꿈*은 이루어진다'는 간절한 염원이 아뤄졌듯이 말이죠)

다른 분들께도 권유할 만한 아이디어라 생각되어, 다소 창피함을 무릅쓰고서 과거의 기록들을 카메라에 담아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밭이랑마다 더덕더덕 붙여본 것인데, 혹시라도 저를 따라 해보실 분이 있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하고 싶답니다.


마녀고양이 2010-09-0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오렌님.
모르는 분 서재에 제가 먼저 댓글을 단적은 거의 없지만,
깔끔한 글과 서재 내용이 너무 멋져서 댓글을 달게 되네요......

인용해주신 플루타르코스의 글 역시 참 좋습니다. 좋은 밤 주셔서 감사합니다.

oren 2010-09-02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녀고양이님 반갑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셔서 좋은 댓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0-09-0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꿈을 계속 계획해 오셨네요.
모두 다는 아니어도 많은 걸 이루셨을 듯!
대단합니다!!!

oren 2010-09-03 15:58   좋아요 0 | URL
지금껏 이룬 건 별로 없다 싶지만 가끔씩은 '뭔가' 이뤄진 것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늘 꿈*을 꾸며 살고 싶은데(곁에서 보는 사람은 꿈*돌이라고 놀려댑니다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참으로 많지요..(곁에 있는 사람한테 가끔씩 꿈*같은 얘기를 자꾸 자꾸 더 하다가 구박받기 일수랍니다. ㅎㅎ)

라로 2010-09-03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대단하세요!!!!>.<

oren 2010-09-03 16:04   좋아요 0 | URL
실제로는 별 것도 아닌데, 카메라에 담아 놓고 모니터에 띄워 올리면, '실제'보다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는 면도 있답니다..ㅎㅎ

양철나무꾼 2010-09-08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yamoo님 서재 트랙백해서 왔는데,저도 요번 서재 자랑 이벤트 포기해야 할까봐여~
골프에 대한 애정도 애정이시지만,
독서기록장 글씨가 멋지구리한걸요~
(넘 꼼꼼하셔서 숨이 턱~하니 막혀오긴 하지만요~ㅠ.ㅠ)

oren 2010-09-09 10:54   좋아요 0 | URL
yamoo님 서재를 통해 제 페이퍼글까지 찾아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그런데 양철나무꾼님께서 '서재자랑 이벤트'를 포기하신다는 말씀을 들으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저는 알라딘에 가입한지는 제법 되었지만 가끔 몇 달씩이나 접속조차 않을 때도 있을 정도로 구경꾼에 가깝습니다. 그렇지만 양철나무꾼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서 알라딘을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해 주시고, 또 알라딘을 찾는 많은 분들께 책에 관한 유익한 글들(리뷰와 페이퍼 등)을 너무나 많이 아낌없이 올려 주시는데, 그런 분들의 서재가 이런 기회에 좀 더 많이 노출(?)되었으면 하는 게 저같은 사람의 솔직한 바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알라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은 굳이 서재자랑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시지 않더라도, 많은 훌륭한 독자분들께서 상상 속에서라도 얼마든지 '그 분들의 서재'를 그려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마음은 남는군요.(그 분들을 위해서라면 다음에 더 좋은 자리가 마련되리라 믿습니다.)

제가 올려둔 독서노우트를 보시고 '너무 꼼꼼하다'고 말씀해주신 데 대해서는 저도 완전 동감입니다. 저맘 때는 나이를 덜 먹어서 그랬는지 특히 더 꼼꼼했던 것 같은데, 점점 더 나이가 들면서 하나 둘 '나사가 풀리듯' 이젠 점점 더 헐거워져 가는 것 같습니다. ㅎㅎ

2010-09-10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0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11 0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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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2 18: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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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9-1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봤던 서재보다 좀 더 정리돼고 깔끔한 사진이 보기 좋아요^^

멋진 서재입니다!! 저하고 겹치는 책들이 꽤 많아 정말 반가운 서재에요~
정말 멋진 오렌님~

oren 2010-09-17 14:26   좋아요 0 | URL
yamoo님의 서재 사진과 댓글 때문에 결국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기왕지사 '새로 정리한 서재'이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더 정리된 모습이 되었답니다.

yamoo님에 비해 제 책들은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yamoo님과 겹치는 책들이 많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2017-01-12 02: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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