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선물이에요 - 영화로 기억하는 여행의 순간
김서영 지음 / 꿈의지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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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선물이에요.'


표지도, 타이틀도 정말 예쁘다. 하지만 결코 친절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라고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책을 다 읽은 뒤 에필로그를 읽고서야 이 책이 왜 그렇게 '불친절'한 상태로 출간되었는지 이해할 순 있었지만 에필로그 대신 프롤로그로 알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마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주문 끝에 경고문이 나오는 것처럼 순서가 뒤바뀌지 않았나 싶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필름 카메라에 담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은 영화의 힘을 빌렸다.


책을 보며 떠오르는 사람들의 호중함을 잊지 않길 바란다. - 에필로그 중에서-



이 책은 저자가 소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이고, 독자는 그녀가 해주고 싶었던 말을 다시금 빌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라던가 최소한 그 사진을 어느 도시에서 찍었는지를 궁금해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 영화속 대사를 누가 했는지도, 영화 원문에서는 어떻게 쓰여있었는지조차 알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소중한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일상적인 말 대신, 좀 그럴듯하게 혹은 같이 보았던, 상대가 좋게 평가했던 영화라면 더할나위없이 완벽한 지원자가 되어줄 그런 책이었던 것을 책 표지에 '영화로 기억하는 여행의 순간'이라길래 여행의 순간이라면 그 장소에 대한 간략한 정보, 대략 사진 아래 도시이름이라도 적어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나의 불평 자체가 민망한 노릇이었다. 이미 책은 다 읽은 뒤였고, 읽는 내내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고!'를 연발했던 나는 정말 배려심 없는 독자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친절하지 않아도 예쁜 책인 것은 분명하다. 책 속에 어딘지 몰라서 차마 따라갈 수 없는 그곳의 풍경이 멋졌고, 다소 영화 장면과 어울리지 않는 듯 하지만 어쨌든 작가가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큐레이션 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장면을, 이 대사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을 넓혀준 것도 사실이다. 사진을 찍은 후 영화의 힘을 빌렸다던 저자의 말처럼 약간의 어긋남이 매력이라면 매력인 것이다. 물론 오베라는 남자라는 영화 속 대사 '당신이 없으니까 모든 것이 엉망이야'와 함께 실린 공항에서 대기중인 한 남자가 담긴 사진을 보면, 당사자는 결코 '엉망'인 상태는 아니었을텐데 혼자 앉아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페이지에 실렸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 서운해하진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 '한여름의 판타지아'속 대사 '오래 사는 것보다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와 함께 실린 사진은 백발의 부인과 반쯤 버리가 벗겨진 남자분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뒷모습을 담았다. 설마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오래사는 것 보다 행복하게 사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겠지 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물론 이렇게 어긋남이 매력인 페이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배트맨 비긴즈>의 ' 우리가 넘어지는 이유는, 일어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거란다.'란 대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어두운 구석에 앉아있는 청년 혹은 소년의 모습이 담겨있다. 지쳐앉아있는 듯 어두운 표정의 그에게, 혹은 그런 상황에 놓인 지인에게 전해주기 알맞은 대사와 사진이다. 영화 <국화꽃 향기>의 '나무는 한 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아요.'라는 대사와 함께 실린 사진은 일렬로 빽빽하게 자리잡은 나무들로 가득한 정원을 거니는 연인의 사진이 실려있다. 나무의 마음도, 연인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도 동시에 전해지는 사진이다.


책을 읽을 때 저자에 대한 애정으로 무조건 좋게 볼 때도 있고, 아쉬운 부분 혹은 오탈자만 신경쓰다가 내용을 놓치는 경우도 있다. 보시다시피 이 책은 안타깝게도 후자에 속한다. 공감하는 대사, 찍어서 SNS에 공유하고 싶은 사진도 더러 있었지만 애초에 '여행'과 '영화'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와서 이토록 답답한 마음을 들게 했다는 점이 내내 머릿속에서 버려지지 않았다. 저자의 말을 읽고 이해는 했지만 역시나 후련하지 못했던 맘, 미련맞게 페이지를 순서대로 읽느라 미처 에필로그를 먼저 읽을 생각을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저자의 다음 작품은 좀 더 친절하길,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다음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칭찬해주고픈 마음을 가득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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