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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의 독서일기 -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들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16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쓰려면 겸손해야 합니다. 책을 못내는 흔한 이유는 완벽한 책을 내겠다는 욕심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책은 없습니다. 136쪽
한 해 200여권을 읽고, 그 중 80%의 리뷰를 작성하며 때때로 독서지도도 하는 내게도 존경해마지 않는 '애서가'분들이 계시는데 다름아닌 독서를 통해 전공을 바꾸거나 이직에 성공하신 분들, 뿐만아니라 절망의 시기를 굳건하게 견뎌내고 다시금 삶을 되찾은 분들이시다. <한근태의 독서일기>의 저자도 이 중 한 사람이다. 독서를 통해 이미 어느정도 삶의 안정적인 선에 도달한 이후에도 결코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을 끊임없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런경우 성공을 하든 말든, 타인의 인정을 받았던 아니었던 결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삶의 주인은 '나'여야 하고 등떠밀리듯 변화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문을 열고 틀에서 뛰쳐나왔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동안 책을 통해 자기개발을 이뤘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자기개발서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1인1서 출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예전에는 저자나 성공한 사람들의 독서일기가 주였다면 이제는 쉽게 말해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김대리'나 한달 이상의 해외여행 중 만났던 책을 소재로 한 '학생 박모씨'의 책이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분들을 폄하하고자 쓴 것이 아니라 이렇게나 활발해지고 방대하게 쏟아지는 독서기 중에서도 이 책이 맘에 쏙 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살아가면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원한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어떨 때는 반대의 경험도 합니다. 어떻게 내게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48쪽
이츠키 히로유키의 [타력]의 책을 소개하면서 시작한 저자의 이야기로 내게도 저런 경험이 물론 있다. 그냥 숨쉬는 지금 이순간을 떠올려도 아니, 내가 뭘 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아무런 통증없이 멀쩡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원초적인 생명력에서부터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내이름이 명시되어 있을 때라던가 하는 순간이다. '타력'을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한근태 저자의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론다 번의 <시크릿>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삶에 있어서 겸손한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저자말처럼 '진인사대천명'이라는 것이다. 시크릿의 사람들이 열광할 때 부정한다기 보다는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싶었는데 <타력>은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의 중심이 '나'인 것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있다는 운명과는 다른 '순응'하는 부분이 두드러져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 그야말로 삶이 내맘같지 않을 때 이런 책을 통해 다시금 겸손해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약력만 봐서는 저자가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약력은 과정은 생략되고 시작과 결과만 있을뿐이니 말이다. 최근 접하는 종교서와 자기개발서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깊게 다가오는 키워드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유연함'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일상에서도 그 두려움이 모든 것에 뿌리내려 최선을 다할 수도, 무모하게 보일만한 도전도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타인의 도전까지 부정적으로 보게 되는 안좋은 악순환을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저자는 최인호의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란 작품을 언급하면서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작품은 출간 당시 바로 읽었지만 크게 기억에 남지는 않았다. 그때만해도 죽음이라는 것이 내 생애 아직은 먼이야기, 낯선 이야기라고 오만하게 생각했던 탓이다. 이제 나이를 먹고, 위에 언급한것처럼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을 인식하게 되니 죽음이 바로 코앞에, 혹은 내옆에 바짝 붙어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그저 숨만 쉬고 있다는 것, 이렇다할 통증이 없다는 그 사실을 느끼는 순간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보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확고해지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68쪽
책과의 인연이 분명 존재한다고 믿는 내게 <한근태의 독서일기>는 내가 아주 작게나마 느끼고 있었던 부분, 혹은 놓치고 있었던 부분, 다시금 상기시켜가며 새겨야 하는 내용들을 다 담아놓았다. 어느정도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것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이가 되어서 그럴수도 있다. 이 책이 당장은 대단하게, 큰 공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음 해에 혹은 또 그 다음 해에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렇듯 공감하는 나조차도 내년에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인생선배로서 어떤 책을 반드시 추천한다기 보다 책을 대할 때, 삶을 대할 때 어떤 자세를 가져야하는지를 그야말로 독서를 통해 깨달아간 저자의 안내가 담겨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