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어때서 - 프로싱글러 언니의 솔직상쾌 공감 에세이
아가와 사와코 지음, 고고핑크 그림, 권영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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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노라고 결심한 건 아니지만,

혹시나 그런 운명이 확실해진다면 내 처지를 한탄하기 보다 즐거운 일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싶다. 18쪽

[혼자가 어때서]의 저자 약력을 책을 다 읽고서야 보고 흠칫 놀랐다. 53년생이시라니. 그런데 어쩜 저자가 30-40대 혼자서 사는 삶과 무려 30년 가까이 차이나는 지금의 내가 혼자살면서 느끼는 에피소드가 거의 흡사할 수 있을까. 다른점이 있다면 저의 아버지도 엄청 유명한 소설가이신데 놀랍게도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특히 딸을 혼내실 때 언급한 단어들을 웃으며 이야기하는 저자가 정말 성인처럼 느껴질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 세대니까 그당시 부모의 역할이 지금처럼 어마무시하지 않고 먹는 것을 해결해주면 기본, 거기에 공부까지 시켜주면 최고의 부모라고 여겨지던 시대라서 그런가 싶다. 유일하게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이었는데 저자의 생년을 보고 단박에 납득할 수 있었던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말한 것처럼 우리 엄마세대의 분이신데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고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 산다는 것은 책<선택하지 않을 자유>리뷰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결혼을 안해서 느끼는 외로움이나 불편함을 본인이 아니라 지인들과 가족들이 안겨주는 것 같다. 정작 본인은 편안하고 좋은데 말이다. 저자가 언급한 혼자라서 좋은 이유 열 가지에는 그다지 공감하지 않지만 아마 저마다 혼자 인사람들은 이점이 서너가지 정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매 끼니 밥을 안해서 좋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매 끼니를 걱정한다. 혼자서도 잘 먹어야 하니까 요리도 내가 직접하지 않으면 누가 해주질 않으니 걱정아닌 걱정을 할 수 밖에. 그런가하면 혼자사는 것과 별개로 엄청 웃었던, 사실 유사한 경험이 있어서 웃을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웃고야 말았던 술 먹은 후에 속이 좋지 않아 벌어진 일들도 재밌다. 왠만해서는 그렇게 무방비상태로 마시진 않는데 정말 일이 벌어질려고 하면 멀쩡하다가 갑자기 확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 역시 술은 즐길 때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든다. 술과 겨뤄보겠다는 생각은 애초에 버려야한다. 저자의 직업이 에세이를 쓰고 컬럼을 쓰는 업이라 언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자주 등장한다. 말줄임이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심각한 것처럼 '버카충'과 같은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면서 어릴 적 추억이 담긴 말줄임 단어는 또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나 당황스러운 것은 저자도 나도, 괜히 젊은 친구들을 이해한다고 어설프게 단어를 줄여서 말했다가는 오히려 망신만 당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 자주 쓰는 말줄임 단어중에는 '스카충'이 있는데 버카충에서 확장된 것으로 '스타벅스 카드 충천'을 줄여서 스카충이라고 한다.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은 공감해줄까 싶어서 겸사겸사 리뷰에 슬쩍 적어본다. 혼자사는 이야기다 보니 당연히 등장하는 '이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웃으면서, 그리고 참 서글퍼하면서 읽었다. 남자들만 젊은 여자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여자들도 나이들수록 건강하고 젊은 '청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예전에 중년여성들이 청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불쾌하게 생각했었는데 낼모레 중년이 되고보니 그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특히 저자의 지인이 말한 것처럼 그들과 무엇을 해보겠다는 생각자체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라는 말에는 뜨끔하기도 했다. TV연예인들과 마찬가지로 이제 청년들은 내게는 그저 '활동사진' 속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재미있지만 씁쓸해지는 이야기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저자가 꺼내놓은 '혼자사는 이야기'는 매 에피소피마다 코멘트를 다 달고 싶을 만큼 공감도 되고, 남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도, 결혼에 목숨을 건 것은 아니지만 결코 혼자살게 될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실들도 남얘기가 아니라 꼭 내 얘기였다. 내가 혼자사는 것에 대해서 글을 써도 이런 내용으로밖에 적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글발이 약해서 이정도로 공감을 끌어내진 못할테지만 누구도 혼자이고 싶어서 혼자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비단 혼자사는 것 뿐 아니라 나이들어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내가 살고 있는 도시, 나라에 대해서, 그리고 친구와 직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들도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으로 쓰여있었다. 결국 사람이 산다는 것은 홀로 가정을 꾸리든, 누구와 함께 꾸리든 나이들며 가지는 공통적인 고민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혼자'인 사람들에게 '넌 왜 혼자니?'하고 묻지말아달라. 살다보니 혼자가 편하고, 살다보니 혼자가 되었으니 그 상태를 기왕이면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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