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 때문에 지난 한 달간 거의 친정에서 쭉 눌러있다 지난 주말에 집으로 돌아왔다.
민이는 집에서 엄마와 단 둘이 있는 것이 심심해 죽으려고 한다.
친정에 있는 동안 친정엄니가 민이를 데리고 나의 초등학교 동창네 집으로, 마을회관으로 마실을 댕기셨다.
친정은 반시골인지라 초등학교 동창들 집은 거의 다 이사를 안가고 그집이 그집이다.
특히 남자아이들은 장가를 가도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있는데...우리동네 유일한 청일점이었던 이친구도 장가가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다.
내친구는 장가들어 딸을 낳았다...나이는 세 살!
헌데 친구의 형들도 결혼하여 조카들을 낳았는데...큰형네랑도 함께 사는지? 초등학교를 다니는 여자아이 둘과 두 살짜리 남자아이도 있는데 친구 어머님이 직장 다니는 며느리들 때문에 손주 넷을 돌보고 계셨다.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손주는 아무래도 나이가 제일 어린 두 살짜리 손주와 내친구 딸인 세 살짜리 손녀이지 싶은데....성민이는 외할머니 손잡고 매번 이아이들과 노는 재미에 빠졌었다.
한 번 가서 놀면 저녁이 안되었다고 집에 오지 않으려고 한단다.
손주들이 낮잠이 들어 놀수 없을땐 마을회관 옆에 있는 경로당에 들어가 할머니들하고 놀기도 했다는데...할머니들과의 놀이는 매번 거기서 거기였던지...마을회관에는 가지 않으려 하고 매번 친구네 집으로 엄마손을 끌고 갔었나보다.
그렇게 한 달여를 또래 아이들과 놀고...하긴 그전에는 고종사촌누나들이 방학이라고 시댁에 내려와 있을때도 거의 한 달여를 누나들과 같이 논 경력도 있긴 했다.
암튼....민이는 그렇게 또래 아이들과 노는 재미에 흠뻑 빠져버려 집에 있는 것이 영 갑갑했나보다.
나 또한 쌍둥이라서 그런지? 배가 빨리 불러져오고 아직 입덧이 가시지 않고 하니 몸이 무겁고 힘에 겨워 성민이를 데리고 매번 밖에 나가서 놀아주지도 못하는 형편인지라 안되겠다 싶어 우리집에 오자마자 이번주 월요일에 집근처에 있는 미술학원을 알아보았었다.
유치원은 아직 나이가 너무 어린 것 같고...미술학원은 세 살부터 받아준다고 적혀 있었고...녀석도 그림 그리고 색종이 오리고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 놀 수 있기엔 안성맞춤이 아닐까? 싶어 미술학원쪽으로 알아보았다...되도록 아이들 수가 적은 곳으로 하는 것이 민이가 낯설어하지 않을 것 같아 이리 기웃,저리 기웃거리다 집근처의 공원에 산책하다 눈여겨 봐두었던 곳으로 무작정 들어가보았다.
원장샘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아이들 수가 무척 적었다..거기다 성민이가 그곳서 청일점이다..이왕이면 남자친구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성민이를 포함하여 다섯 명!.(적다 적다 해도 넘 적은 것 아닐까?)..암튼....선생님은 반색을 하며 이것 저것 자신의 교육방침을 설명하면서 곧바로 학원 가방을 안겨주시는 것이었다...학원 가방에 뿅~~ 눈이 멀어버린 심성민!
바로 그학원을 다니겠다고 큰소리를 친다.
그래서 화요일부터 민이는 아끼고 아끼는 학원가방을 메고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였다.
보통 엄마와 떨어져 그런 곳에 다닐때는 첫날부터 기본 일주일은 안다니겠다고 울고 버티며..심할땐 한 달여를 버티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그래서 아이도 부모도 모두 힘이 들어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헌데 민이 이녀석은 얼마나 친구들과 놀고 싶었으면 학원을 나간 첫날부터 바로 적응!
오히려 마치고 오후에 데리러 가는 순간이 힘들다.
집에 오지 않겠단다...더 놀고 오겠단다...ㅠ.ㅠ
그동안 내가 그렇게 못놀아주었던가?....반성 많이 했다......ㅡ.ㅡ;;
첫날 아침에 데려다주었을땐 녀석은 엄마와 함께 미술놀이를 하는 줄 알고 나보고 어딜 가느냐고 쫓아왔다...그래도 선생님이 "달팽이 보여줄께..달팽이 보러가자!"이 한 마디에 바로 등을 돌리고 선생님을 따라갔다...안심을 하면서도 못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오늘로서 사일째!
오늘 아침엔 이런말을 했다.
학원 앞에 데려다주고 신발을 벗기니 "엄마 또 어디 가?"
"엄마 집에 가서 청소 하고 두 시에 데리러 올께^^"
그랬더니 녀석은 "엄마는 청소를 왜 그렇게 오래 해?"
어제 오후에도 데리러 갔더니 녀석 하는 말 "엄마는 왜 이렇게 늦게 왔어?..어디 갔다 온거야?".ㅡ.ㅡ;;
재미가 있긴 해도 내심 엄마가 왜 이렇게 안오나? 기다리긴 했나보다.
앞전에 문화센터를 삼 개월 다닌적이 있었는데 그땐 엄마와 함께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으니 녀석은 계속 그것과 동일한 수업이라고 착각을 하나보다.
"엄마랑 같이 미술놀이하면 좋을텐데~~"라고 내뱉긴 한다.
미술놀이도 미술놀이지만....나는 녀석에게 친구들과 많이 놀라고 학원에 보내준건데...ㅡ.ㅡ;;
내가 집에 줄곧 있기 때문에 나는 녀석을 오랫동안 옆에 끼고 있다가 늦게 늦게 유치원에 보내려고 마음을 먹었었다...여섯 살이나 일곱 살쯤에 유치원을 보내려고 생각했었는데...막상 아이가 자라니 엄마인 내가 미처 못해주는 영역이 자꾸 늘어남을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엄마는 동생을 가지게 되어 몸이 힘들어지게 되고...내년에 동생들이 태어나면 더욱더 저한테 신경을 못써줄터인데...그렇게 되면 아이는 더욱더 외로움을 타게 될 것 같은 걱정에 지금 이상황에서의 최선의 방책은 아이를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결정을 내렸다.
민이가 미술학원에 적응을 잘하니 다행스럽다.
더군다나 원장선생님도 살뜰하게 신경을 써주시니 더욱더 안심이 된다.
매일 매일 민이 도시락통에 노란쪽지에 긴 글을 남겨주신다.
오늘은 무슨 놀이를 했으며 점심메뉴는 어떤 것을 먹였으며..민이가 많이 먹은 반찬과 먹지 않은 반찬까지 체크해서 적어주신다.
아직 다닌지 얼마 안되어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내심 안심이다.
가끔은 나 스스로 몸이 힘들어져 아이를 밖으로 몰아내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일기도 하지만 학원에서 다녀오면 그 죄책감으로 인해 아이에게 살을 부비게 되니 어쩌면 지금 이상황이 더 다행스러운지도 모를 일이다...내몸이 힘들어 아이에게 많이 짜증을 냈었는데....이번주일은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 보다 미안하고 안쓰러워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예뻐해준 것 같다.
민이가 학원에서의 네 시간동안 많이 즐겁고 기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