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르바나 2005-01-21
처음으로 방문인사 드립니다. 바람, 머리칼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날리고 있었을 때 왜
나는 자꾸 왼쪽으로 왼쪽으로만 가고 있었을까. 기우는 달빛
때문이었을까. 나무는 나무들은 바람 따라 따라서 가 주고 있
었는데, 세상의 물이란 물들이 흐르는 소릴 들어 보아도 그렇
게 그렇게 가 주고 있었는데 나는 왜 그게 아니 되었을까. 진
실이란 어떤 것일까. 있는대로 있는대로만 따라가 주는 것
일까.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바람 바람이여 그 동
안 나는 꽃을 돌멩이라 하였으며,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바다의
깊이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믿지 못할 일들이었다는 생각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와서 어둡게 어둡게 나를 흔
든다. 가슴을 친다. 알 수 없어라. 길 가의 풀잎에게 물어 보
았을 때 그는 바삭거리는 소리만, 바삭거리는 소리만 세상 가
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그가 왔다. 먼 길을 걸어온 사람, 그
런 모습으로 그는 거기에 있었다. 그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의 가슴 깊이로부터 한 두레박의 물, 물을 길어 내게
건넸다. 나를 씻었다. 한 두레박의 차고 시원한 물, 이것이 바
로 영원이라 하였다. 빛이라 하였다. 늘 차고 넘쳐서 그는 하
루를 하루로 끝낼 수 없다 하였다. 늘 차고 넘쳐서 그는 하
루를 하루로 끝낼 수 없다 하였다. 하루가 모자란다 하였다.
잠들 수 없다 하였다.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의 꿈, 그곳
에 이르고자 하는 자의 아픔, 열리지 않은 문, 그가 나의 문
을 열고 당도한 것이라 나는 믿었다. 그는 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하느님의 체온이 거기 머물고 있었다. 알
수 없어라. 내 가는 곳까지 아무도 바래다 줄 수 없다고 모두
들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알 수 없어
라. 그가 내게 당도하였다는 것은,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
의 꿈, 그런 꿈의 깊이에 우리는 함께 이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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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수선님께 첫인사드립니다.
제가 애송하는 정진규 시인의 시를 선물로 드립니다.
제가 수선님의 글을 조금 읽고 느낀 생각을 적으면 그냥 충실한 독자로
남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수선님보다도 아버님을 글속에서 뵙고 싶다는 생각이 더 절실합니다.
공자의 위편삼절 고사처럼 남회근 선생의 금강경강의를 세번이나 읽으시고
하드커버를 고쳐서 애독하신다는 말씀이 마음에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수선님의 솜씨좋은 페이퍼는 로드무비님을 비롯한 서재인들의 입말로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로 아버님의 소식이 수선님의 페이퍼로 빛나시길
기대하면서 첫 인사로 드립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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