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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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해하는 일이란 그렇게 함께 떨어져내리는 것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는 '이해'라는 단어가 있다. 
"그래, 니 말 이해해." 
우리는 이 말을 '무슨 말인지 안다'는 의미로 자주 쓰곤 한다. 하지만 정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고 있는걸까. 소설에는 두 주인공 경애와 상수의 마음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소설 첫 시작, 그들은 삼류 코미디 주인공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모자라고 엉뚱해 보이거나 다소 웃픈 모습이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어가면서 차차 그동안 그들의 삶을 괴롭혀왔던 모욕, 비참, 부끄러움, 슬픔, 상실감 같은 것들을 서서히 느낄 수 있다. 어떤 삶을 이해하려면 그만큼 알아야 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는 작가가 곳곳에 숨겨놓은, 마음을 표현한 멋진 문장들이 있다. 그래 딱 이거다, 싶은 표현들을 만나면 포스트잇으로 페이지를 표시하며 읽었다. 

「경애를 아예 견딜 수 없는 절망으로 몰아넣은 건 화재의 전말이었다. 발화지점은 건물 지하였고 불이 번지기까지 분명 시간이 있었는데도 그 많은 아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놀란 아이들이 출입문으로 나가려고 할 때 술값을 받지 못할까 걱정한 호프집 사장이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라고 신문에서 읽는 순간, 경애는 아주 차가운 무언가가 와서 자신을 꽉 끌어안은 것 같았다. 몸체가 아주 크고 체온이 아주 낮은 그것이 마치 등에 업히듯 자신에게 와서 붙은 것만 같았다. 그것이 팔을 벌려 경애의 머리와 눈과 입술과 마침내심장까지 완전히 장악했다. 이를테면 정말 누군가 잘못 만든 어떤 피조물 같은 것이. 」< 경애의 마음 p.69>

경애는 고등학생 시절, 지하호프집 화재사고로 소중한 친구 E를 잃었다. 경애도 그 자리에 있다가 잠시 전화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사이 화재가 났고 그 자리에 있었던 57명의 학생들이 단지 술값을 받기 위해 문을 잠가버린 주인 때문에 죽었다. 경애는 어쩌면 엄청나게 운이 좋은 단 한명이었던 것이다. 단 몇 푼의 술값이 아이들의 목숨과 맞바꿔야 할 정도로 중요한지, 거기다 그 많은 아이들의 죽음이 고등학생인데 술을 먹으러 간 날라리라는 이유로 애도 대신 '그럴만 했네' 라는 매도를 받았다.  자신의 소중한 친구가 죽은 이유가 고작 술값 때문이었다니,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경애가 느꼈을 충격과 소름이 저 문장에서 확 느껴져 함께 소름이 끼쳤다. 

소설은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슬픔의 접점이 좁혀가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떻게든 팀장으로써 팀을 잘 이끌어가보고 싶어 단 한명의 팀원 경애와 의도적으로 친해지려 노력하는 무능력한 팀장 상수와 겉으로 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무뚝뚝한 경애 사이에 조금씩 이해를 위한 따뜻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얼음이 점점 녹으며 쪼개지듯이. 
차가웠던 두 사람의 관계가 점점 따뜻해져가는 과정, 완전한 타인에서 조금은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경애 엄마는 그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즐겨 했다. 그러면 경애는 그 순간, "오두막이 무너진거야, 우리는 그 와중에도 그게 웃겨서 다친 줄도모르고 웃고" 라고 하는 순간을 기다렸다. '다친줄도 모르고 웃는다'는 그 이야기의 클라이맥스는 경애가 커가면서 엄마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경애가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었을 때는 다친줄도 모르고 웃을 수는 없었다. 」< 경애의 마음 p.218>

다친줄도 모르고 웃는다는건 아마도 누군가에게 완벽히 공감받고 이해받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 아닐까. 
소설 속 경애와 상수는 그런 순간이 올까. 
그렇게 웃을 수 있기를, 잠깐이라도 따뜻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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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레스트 잉 지음, 이미영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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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짝꿍씨와 즐겨 찾는 좋아하는 음식점이 있다. 밤늦게까지 음식을 팔기 때문에 야밤에 갑자기 출출해지는 경우, 천천히 마실을 나가서 볶음밥과 탕수육 같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고 오곤 하는 곳이다. 어느 날 그 음식점 앞을 지나가다가 매장에 불이 났었는지 시커멓게 타고 남은 재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운영하던 음식점이 새카맣게 탔으니 주인장은 얼마나 마음이 탔을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얼마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리모델링한 모습으로 같은 가게가 재오픈 했다. 예전엔 좀 올드 한 구조였다면, 새로 오픈한 가게는 훨씬 깔끔하고 밝아진 인테리어였다. 혹시 리모델링 하려고 일부러 불을 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활기차게 영업하는 가게를 보며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더랬다.

불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무서운 존재다. 산이든 집이든, 어딘가에 불이 난다는 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말과 동의어다. 하지만 무서운 불도 타고나면 무언가를 남긴다.

들불을 본 적 있어?
세상이 끝날 듯 모두 타버리고 나면 
땅은 더 비옥해지고 새로운 것들이 자라지. 

그에 걸맞게 책은 시작부터 활활 불타는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깨끗하고 부유한 마을에 사는 완벽한 리처드슨 가족의 집이 활활 불타고 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세상이 끝난 듯 무섭게. 그걸 지켜보는 리처드슨 부인과 자식들은 분명 막내 이지가 꾸민 일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불타는 집을 바라볼 뿐이다. 도대체 왜 이런 난리가 일어난 걸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그리고 그 순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지만 리처드슨가의 집에 세 들어 사는 미아와 펄은 조용히 자동차를 타고 이 도시를 떠난다. 소설은 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처음 시작은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고 조용한 마을 셰이커 하이츠의 셋집에 미아와 펄 모녀가 이사 오면서 시작되었다. 사진을 찍어 예술을 행하는 미아는 자신의 딸 펄과 함께 언제든 원하면 간단하게 짐을 싸서 주거지를 옮겨 다니는 집시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지금껏 어디에도 정착하지 않았고, 무언가 불편해지거나 맘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즉시 그곳을 떠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셰이커 하이츠에서는 뿌리내리고 살아보고자 했다. 지금껏 엄마와 방랑하는 삶을 살아온 펄은 이번엔 정말로 한 곳에 정을 붙이고 살 수 있다는 것에, 언제 떠날지 몰라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도 못했던 것에서 벗어나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

리처드슨 가족과 미아 모녀는 지금껏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다. 셰이커하이츠에서 오랫동안 부유하고 안정적인 삶을 뿌리내리고 살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하려고 노력하는 이들 부부는 참으로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었다. 엄마와 함께 자유로운 삶을 살아온 펄과 리처드슨 가의 아이들은 너무도 다른 서로에게 매혹되었다. 렉시, 트립, 무디, 이지는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리처드슨 가의 아이들이다. 펄과 각각의 아이들이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변화시켜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작은 불씨는 어디에서나>에서는 일일이 줄거리를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책을 읽다 보면 인종, 모성애, 평등, 행복, 사랑,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에피소드들이 많다. 이야기들이 세밀하게 서로 연관되어 다음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라서 5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지겨울 틈 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또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에 대해 꽤 정성스럽게 많은 페이지를 들여 설명하고 있으므로 각 등장인물에 대해 잘 아는 상태에서 전체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을 볼 수 있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단연 미아다. 자신만의 색다른 시선으로 사진을 찍고 그것의 예술적 변형을 통해 마음과 메시지를 전할 줄 아는 진정한 예술가다. 그녀가 왜 남편도 없이 딸과 함께 전국을 떠돌면서 가난하게 방랑하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또한 비슷한 의미를 지닌 사건들이 소설 속에서 거미줄처럼 엮이면서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이야기 구조가 꽤 치밀하고 재밌다. 

「 "가끔은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때 길을 찾기도 하거든." 
미아는 마땅한 설명을 찾으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들불이 일어난 뒤처럼. 몇 년 전 네브래스카에 있었을 때 들불을 봤어.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보여. 땅이 전부 타서 까매지고 초록빛을 가진 모든 것은 사라지지. 하지만 그 뒤 토양은 더 비옥해져서 새로운 것들이 자라날 수 있게 돼."」 
<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p.436>

모든 것이 불속에 사라진 리처드슨 가족은 과연 새롭게, 좀 더 비옥한 삶을 영위해 갈 수 있을까? 
우리 동네 음식점이 화재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환골탈퇴하여 더 멋진 음식점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서로 다른 것들이 부딪혀 조용히 스파크를 튀기는 불꽃같은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를 읽어보시길. 
차가운 것, 뜨거운 것, 타고 남은 재와 같은 것이 여기에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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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로 하여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
편혜영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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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공간이지만, 분명 돈을 벌기 위해 돌아가는 경제조직이다. 환자 한 명 한 명이 그들의 수익이며, 환자 수가 늘어갈수록 또 오랜 기간 입원할수록 그들은 돈을 번다. 병원은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재적 조직이면서, 동시에 차가운 자본주의적 존재다. 가족이 아파 병원을 찾아본 사람은 느낄 것이다. 한시가 급해 미칠 것 같은 환자의 가족과 별개로 그 모든 급박한 현실이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병원의 무서운 뒷모습은 차라리 알기가 무섭다. 


현대문학의 핀 pin 시리즈 첫 번째 주자 편혜영의 소설 <죽은 자로 하여금>은 이인 시에 위치한 선도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담았다.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의사들의 메디컬 드라마는 아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음울하고 소름 끼친다. 어떤 커다란 존재가 작은 존재에게 강요하는 순응, 그것을 지켜내려다 보니 어느새 타락하고 있는 작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인 시는 소설 속 가상의 도시다. 한참 조선업이 활개칠 시절 잘 나가던 이인 시는 조선업의 불황과 함께 도시 전체가 유령 도시화되었다. 가게들은 문을 닫고, 주변의 원룸촌들은 텅텅 비어버렸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도시를 빠져나갔고, 빠져나가지 못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매일 술독에 빠져살고 있다. 사람도 거의 남지 않은 유령도시에 덩그러니 남은 선도병원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소설 속 이석과 무주는 선도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원무과 직원이다. 

이석의 아들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몇 년째 의식도 없는 상태다. 이석은 사랑하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항상 병원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모범 직원이다. 이번에 선도병원으로 새로 옮겨온 무주를 살갑게 대해준 이석에게 무주는 고마운 마음을 지니고 있다. 어느 날 사무장의 업무 지시로 인해, 병원 내 비리 직원을 찾아내야 한다고 느낀 무주는 서류를 살펴보다가 이석의 오랜 횡령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사무장에게 알려야 할까, 말아야 할까. 무주는 갑자기 불타오르는 정의 의식에 사로잡혀 은밀한 방식으로 이석을 고발하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무주를 괴롭히기 시작하는데..... 

예수의 제자 중 한 사람이 예수에게 자신의 아버지 장례식에 가게 해달라고 하자, 예수가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죽은 자로 하여금 죽은 자를 장사하게 하라." 
영적 생명을 얻고자 한다면 예수 자신을 따르는 제자 됨의 상태에 완전히 투신하라는 의미로 쓰인 말이라 한다. 이 말을 작중 이석이 농담처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은 어쩌면 집단의 관행이라면 인의를 묻지 말고 순응해야 한다는 뜻으로 쓰인 말일 것이다. 

이석과 무주의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순응과 타락은 작품 전체에 걸쳐 서서히 숨을 조여드는 것 같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어쩔 수 없이 부딪히는 문제들, 관행을 따를 것이냐 혹은 나만의 정의를 따를 것이냐 하는 문제는 너무나 어렵다. 특히나 무주가 병원의 명령에 순응하여 몇 달째 입원비를 못 낸 나뭇잎처럼 비쩍 마른 환자를 쫓아내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환자는 입원실에서 매몰차게 쫓겨나면서도 무주에게 "미안합니다" 하고 말한다.  

「다 빼앗길게 분명한데도 이 사람은 왜 사과부터 할까. 뭐가 미안한 걸까. 이렇게까지 하면서 남고 싶은 걸까. 이렇게 악착같이 구는 이유는 뭘까. 왜 어떤 삶은 굴욕과 함께 지켜내야 하는 걸까.」 
< 죽은 자로 하여금 p.166>

어쩌면 편혜영은 굴욕과 함께 지켜내는 삶에 대해 쓰고 싶어 이 긴 이야기를 풀어낸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를 둘러싼 큰 존재에 순응하며 살 수밖에 없는 타락한 삶, 그러면서도 자신은 나름의 정의를 위해 행동했다며 위안하는 굴욕적인 삶.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그렇게 답답했나 보다.
모든 삶은 어쩌면, 항상 굴욕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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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0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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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1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튜브의 신 - 1인 크리에이터들의 롤모델 대도서관이 들려주는 억대 연봉 유튜버 이야기
나동현(대도서관)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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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유튜브의 콘텐츠 질이 확연히 높아진 것을 느낀다. 공중파 예능 못지않은 편집 감각과 콘텐츠의 다양성까지 이제는 TV를 보다 잠드는 사람보다 유튜브를 보다 잠드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유튜브의 인기 비결은 뭘까. 그건 TV와는 달리 우리와 별다르지 않은 일반인의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1세대 유튜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대도서관은 유튜브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인사다. 2014년, TV에 출연해 유튜브 만으로 억대 연봉을 벌고 있다고 밝힌 후 그는 더욱더 잘 나가는 유튜버가 되었다. 지금은 구독자 171만 명을 거느리고, 1년에 17억을 버는 초특급 1인 크리에이터다. 

한동안 유튜브를 잘 안보다가 최근에 다시 가까이 접한 계기는 아이패드 프로를 살까 말까 고민하며 검색을 시작했을 때였다. 구글에서 아이패드 프로를 검색했더니 유튜버들이 직접 구입해서 사용해 본 제품 후기와 사용법 영상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콘텐츠가 나왔다. 화려한 광고 영상보다는 일반인 유튜버들이 솔직하게 장단을 짚어주며 말해주는 제품 후기가 훨씬 와닿았고, 영상 콘텐츠를 보다 보니 블로그의 정적인 사진은 눈에도 잘 안 들어오는 결과도 생기더라. 고민하던 아이패드 프로는 당연히 질렀고, 덤으로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유튜버들을 알게 되었다. 새삼 개인 영상 콘텐츠의 시대가 왔구나 실감했다. 이제는 정말 블로그보다 브이로그가 대세인 시대가 오고 있다.

대도서관은 게임 영상이 자신의 주요 콘텐츠다. 게임하다 죽어도 좋겠다고 말하는 그는 진정한 덕업 일치를 이룬 셈이다. 어릴 적부터 워낙 게임을 좋아했고, 그에 못지않게 게임하며 입으로 끊임없이 떠드는 걸 좋아했던 그는, 어쩌면 딱 엄마한테 등짝 스매싱 맞기 딱 좋은 타입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학창시절 최선을 다해 게임 끝판을 깨고 아이들에게 게임 공략집을 세세하게 적어 돌렸던 그 소년, 아이들 집에 돌아가며 초대받아 친구들의 최신 게임 끝판왕을 깨주었던 그 소년은 자라서 대도서관이 된다. 그렇다고 쉽게 지금의 자리에 온 건 아니었나 보다. 개인 방송의 가능성을 보고선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TV팟 방송을 시작했는데 1년 동안 한 푼 수입 없이 매일 방송을 하다 보니 나중엔 돈도 없고 쌀도 없어 쌀 몇 톨로 죽을 끓여 사흘을 버텼다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스토리도 가지고 있었다. 

유튜브의 세계는 누구나 진입할 수는 있지만, 실질적인 수익을 얻기엔 꽤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유행을 좇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시작해 보되, 당장의 수익을 바라지 말고 적어도 1년 이상은 꾸준히 일주일에 2편 정도의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때가 오길 기다려야 한단다. 일단 어느 정도의 반열에 오르고 나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신의 직업이기도 하다. 예전엔 유튜브를 보다 보면 시간 죽이기 같은 느낌이 들어 보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유튜브를 통해 꽤나 가치 있고 새로운 정보들도 많이 창출되는 편이다. 새로운 것이 배우고 싶을 때 고가의 학원보다 유튜브가 훨씬 고퀄리티의 정보를 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유튜버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점차 콘텐츠의 질이 많이 좋아진 것은 정말 환영할만한 일인 듯하다. 

<유튜브의 신>에서는 유튜브를 시작할 때 주의할 점과 콘텐츠 기획에 대한 다양한 팁도 전수하고 있어 실제 유튜브 방송을 준비하거나 기획 중인 사람들에게는 좋은 팁이 될만한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 전체에 있어 중복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책 끝부분에서는 좀 지루하기도 했다. 책 내용이 좀 줄어들더라도 여러 번 중복되는 부분은 통합하여 좀 더 깔끔한 카테고리로 분류해서 편집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앞으로 좋은 퀄리티로 승부하는 멋진 유튜버들이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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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수집 생활 - 밑줄 긋는 카피라이터의 일상적 글쓰기
이유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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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을 좋아해서 즐겨읽는 독자로서 난 왜 이런 생각을 안 해봤을까. 문장을 수집해서 광고 카피로 활용하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가. 소설은 작가들이 사람들을 관찰해서 새롭고 기발한 방식으로 맛있게 표현한 문장들의 종합선물세트다. 그 안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들을 수집해놓았다가 적재적소에 짠! 하고 내놓는다면 당연히 설렐 수밖에. 그동안 수많은 소설들을 읽어왔지만 이야기에 집중하느라 섬세한 문장 하나하나는 지나친 적이 많았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문장은 그 자체로 팔딱팔딱 살아있는 물고기와 같다. 어떻게 요리해서 활용하느냐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그동안 수많은 물고기들을 놓치고 살았다니 새삼 안타까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카피라이터는 아니지만, 신선한 카피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심지어 서평 쓸 때도 최대한 쌈박한(?) 제목을 붙이기 위해 글 쓰는 것 못지않게 고민할 때도 많다. 짝꿍씨가 가끔씩 나에게 일 때문에 카피 아이디어를 자문해 올 때가 있는데, 툭툭 던진 한마디가 정말 아이디어가 되어 광고매체에 실리고, 강남 한복판에 떡하니 설치돼있는 걸 봤을 땐 꽤나 짜릿했었다. 

문장 수집 생활에는 저자가 좋아하는 소설에 나오는 신선하면서도 공감되는 문장들이 많이 소개된다. 사실 별생각 없이 읽으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는 평범한 문장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촉을 세우고 읽으면 다른가 보다. 저자 이유미는 책을 읽다가 마음을 건드리는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거나 책 끝을 접어 표시를 해놨다가 워드 파일에 따로 정리를 해둔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카피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검색을 통해 보물찾기 하듯이 그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나는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저자 이유미의 브런치를 구독하던 독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반가워서 구독하기 시작한 건데 이번에 나온 책을 통해 자세한 문장 수집 노하우를 보다 보니 나도 얼른 실행에 옮겨보고 싶어 근질거린다. 다만 난 책에 밑줄 긋는 짓은 못하겠는데 어쩌지, 그게 좀 고민이다. 

29CM는 5만여 종의 다양한 물건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괜찮은 물건만을 셀렉트 하여 파는 콘셉트인 만큼 가격이나 이벤트로 소비자를 유혹하기보다는 감성 터치를 통해 소비자를 불러 세우는 마케팅을 하고 있는 곳 같다. 온라인 쇼핑몰에 카피만 담당하는 카피라이터가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쇼핑몰에 들어가 봤더니 정말 물건 하나하나마다 정성스럽게 뻔하지 않은 카피가 붙어있다. 매일 새로운 물건에 어떤 카피를 붙일까 고민하는 작업이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책을 읽다가 나를 꼭 붙드는 카피를 만났다. 평소, 쓸데는 없지만 예쁘다는 이유로 괜히 갖고 싶어서 구매하는 물건이 많다. 마스킹 테이프라던가 예쁜 수첩과 색색깔 펜들, 이것들을 사면서 즐겁긴 하지만 집안에 쌓여가는 물건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 물건들에 이런 카피가 붙어있다면 어떨까?

쓸데없는 스티커
창피해 마세요.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이 쓸데없는 걸 사고
행복해한답니다. 

윤성희의 <베개를 베다>라는 소설에 나오는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쓴 카피라고 한다. 팔아야 하는 물건에 '쓸데없는'이라는 단어를 대놓고 붙이다니 간이 크다 싶지만,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걸 사면서 행복해 한단 말이지? 하면서 웃음이 날 것 같다. 물건을 파는 입장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마음을 툭 건드려주는 귀여운 카피다. 이런 카피가 붙은 '쓸데없는 스티커'라면 마음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하나쯤 쓰윽 장바구니에 넣지 않을까 싶다. 

문장 수집 생활은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 외에도 책(특히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좋은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에게 소스가 되는 것들이 엄청 많은 책이다. 저자는 소설을 좋아하는 취미를 일과 결합시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어찌 보면 쓸데없어 보이는 소설 읽기가 이런 무한한 소스 창고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지금까지는 소설을 읽고 나면 마음에 남는 덩어리에 집중했었다면, 이제부터는 문장 하나하나의 디테일에도 집중해보고 싶다. 소설가들이 사람들을 관찰하는 예리한 눈, 그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닐 테니까. 

암튼 이 책 너무 좋다!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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