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이 지역에 주유소가 딱 하나 있는데, 갤런당 2달러 33센트를 받더라는 점이다. 이렇게 비싼 곳은 미국 와서 처음 봤다. 하버드 로스쿨 근처 주유소는 2달러 9센트를 받고 있었다. 백인 중산층 거주 지역 주유소보다 이곳의 기름값이 훨씬 비싼 이유가 무엇일까? 친지의 설명은 슈퍼마켓의 경우와 마찬가지라는 거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주유소에 온다는 것은 폐차 직전일지언정 차가 있다는 건데, 그렇다면 싼 주유소를 찾아가면 될 것 아니냐? 대답은, 이들은 가격을 비교해 싼 곳을 찾아가는 등의 생각도 별로 안 한다는 거다.
요지경 세상이다. 뉴저지에 근사한 식민지풍 저택을 짓고 숲도 소유하고 있는 어느 교민은 반짝 세일 정보를 주시하다가 단돈 299불에 7박 8일 카리브해 크루즈를 다녀왔다고 자랑하고, 나만 해도 책 하나 살 때도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최저가를 찾고 마일리지다 쿠폰이나 써가면서 호들갑을 떨고, 식료품도 보스턴 시내를 다 뒤져서 제일 저렴한 체인인 마켓배스킷까지 15분을 운전해 장을 보러 다니는데, 컴퓨터도 인터넷도 차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푼이라도 더 아끼고 벌어보려는 악착같은 의지조차도 없는 이들은 시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받는 하나밖에 없는 작은 가게에서 술, 담배, 싸구려 과자를 사서는 하염없이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어쩌면 새삼스럽지도 않은 세상의 이치인지도 모르겠다. 집창촌 아가씨들에게 싸구려 화장품이나 옷을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들은 떼어온 물건 값의 열 배 스무 배를 받아내고, 그녀들이 가는 미용실에서는 동네 일반 손님한테 받는 값보다 훨씬 비싼 값을 그녀들에게 받는다. 경제학적으로는 최적화된 가격차별화 정책이다.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시장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