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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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공쿠르 수상작 《달콤한 노래》로 작년에 레일라 슬리마니의 작품을 처음 만났다. 113년 공쿠르 역사상 12번째 여성 수상작가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쥔 그녀는 심지어 나이도 젊었다.  '아이가 죽었다'라는 문장으로 처음부터 강렬한 한방을 날리고 시작하는 스릴러 장르의 소설로 프랑스 문단에서 문학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달콤한 노래》를 읽었을 때 느낀 점은 쉽고 재밌게 잘 읽히는데 전체적인 줄거리의 관점에서 주제가 뭘까 하는 부분이 모호하다는 점이었다. 책을 다읽고 한참을 생각해도 중심이 잡히지가 않아서 찝찝한 기분을 안고 독서를 마무리했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 우연히 이동진의 빨간 책방 팟캐스트에서 《달콤한 노래》 작품에 대해 다루는 것을 듣고 깨달았다. 내가 너무 전체적인 줄거리 위주로 생각했구나, 레일라 슬리마니 소설의 힘은 어쩌면 디테일한 장면 하나하나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말이다. 

《그녀, 아델》은 레일라 슬리마니의 데뷔작이다. 그녀는 데뷔작 이후 2번째로 출간한 소설로 무려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그래서 데뷔작이 더욱 궁금했다. 《달콤한 노래》를 읽고 한참 헤맨 기억이 있어서 다른 작품은 어떨까 궁금했기에 더욱 그랬을지 모른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녀의 소설은 부드럽게 잘 읽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진짜 이야기를 찾아내는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다 읽고 나서도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아델이 끝없이 남편 외 다른 남자와의 쾌락을 추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누구보다 자기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서도 그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책을 다읽고 옮긴이의 말에서 비로소 아델이 님포매니악 환자라는 것을 알았다.(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던 것인가.) 아델은 여자 색정증 환자인 것이다. 아델은 돈많고 다정한 남편 리샤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불륜을 저지른다. 그녀는 리샤르가 자신의 곁에 있음을 감사하고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도 불륜을 멈출 수 없다. 절대로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차라리 모든 비밀이 드러나 마음편히 살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아델은 자신이 접근하는 남자들에게 어떤 욕망도 느끼지 않았다. 그녀가 갈망했던 건 그들의 살갗이 아니라 상황 자체였다. 장악당하는 것. 쾌락에 빠진 남자들의 얼굴을 관찰하는 것. 스스로를 꽉 채우는 것. 타액을 맛보는 것. 간질처럼 휘몰아치는 오르가슴을, 관능적 쾌락을, 동물적 유희를 흉내 내는 것. 손톱을 피와 정액으로 물들인 채 떠나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
에로티시즘은 모든것을 위장해주었다. 사물의 평범함, 덧없음을 에로티시즘이 가려주었다. 」 <p.166~167>  

얼마전에 신문기사에서 섹스중독자들에 대한 기사를 본적이 있다. 여성의 경우, 정서적인 이유로 중독에 이르게 되기도 하는데, 어릴적 성폭행 관련 피해를 당한 여성이 그 충격으로 이후 자신은 성관계시에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며 그런 관계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여성이 동시에 다수의 남성들과 병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은 일종의 자학에 가깝다는 글을 보고는 아델을 떠올렸다. 그녀는 도대체 왜 님포매니악이 된 것일까. 

《그녀, 아델》의 원제는 《식인귀의 정원》이라고 한다. 무절제한 성욕이라는 무서운 식인귀에 잠식당한 아델의 모습은 처절하고 안타까우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모습 투성이었다. 그렇지만 그 고독한 속내를 누가알까. 레일라 슬리마니는 그런 아델의 모습을 소설 속 곳곳에 미묘하게 녹여놓았다. 

여성의 성욕과 쾌락은 대부분 남성에 비해 가려지는 편이다. 더군다나 그것이 중독에 이르는 질병과도 같은 수준이라면 더더욱 사회에서 안보이는 곳으로 숨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을 여성의 입장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설이기에 더 새로웠고 도발적이었던 것 같다. 

작가의 다음 소설은 어떤 이야기일지 또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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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8-10-0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더 읽어보고 싶어요 ㅎ~

다림냥 2018-10-06 18:28   좋아요 0 | URL
서평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용ㅋ 공장쟝님도 얼른 읽어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