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디테일 - 고객의 감각을 깨우는 아주 작은 차이에 대하여
생각노트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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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우리나라에는 둘 다 통에 들어있는 껌을 판다. 하지만 일본의 껌 통에는 들어있고, 우리나라 껌 통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껌을 싸서 버리는 종이다. 종이로 포장해서 파는 납작한 껌과 달리 통에 낱개로 들어있는 껌은 씹다가 버리고 싶을 때 싸서 버릴 종이가 없으면 정말 낭패다. 길 가다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껌을 밟았을 때의 그 더러운 기분을 안다면 대충 바닥에 훅 하고 뱉어버릴 생각만큼은 제발하지 말자.

그깟 껌 통의 껌종이 몇 장이 뭐가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껌종이 따위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배려한다는 것 자체에서 살짝 충격이 온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디테일이란 아마도 그런 것일 것이다.

도쿄 디테일은 저자가 일본 도쿄를 여행하면서 느낀 일본 특유의 디테일한 문화에 대해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해 담은 책이다. 도쿄에 다녀온 감성을 나열해 놓은 단순한 에세이나 여행기가 아닌, 머릿속에서 별사탕이 톡톡 터지는 느낌의 마케팅 #인사이트 가 담긴 책이다. #일본 문화를 단순히 구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느낀 것을 메모하고 그것들을 통해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흥미롭게 담고 있다. 재밌는 건 저자가 처음부터 책 내용을 기획하고 #도쿄로 떠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휴식차 갔던 여행이었는데 도쿄 일정 막바지에 갑자기 프로젝트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는 저자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돌아다니며 느낀 감상과 아이디어들이 톡톡 거리며 살아있다. 바로 메모의 힘일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분을 보면 여행 중에 갑작스럽게 퍼블릭 측에서 SNS를 통해 도쿄 여행기의 프로젝트화 제안을 받게 되지만, 그 자리에서 이미 준비됐다는 듯이 바로 전체적인 책의 콘셉트와 목차, 대략적인 내용까지 술술 읊어될 수 있었던 걸로 보아 그는 이미 여러 면에서 준비가 되어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책 내용이 도쿄에서 본 다양한 디테일에 대한 찬양인 만큼 책의 구성도 꽤 꼼꼼하게 신경 쓴 것 같다. 일단 책 겉모습부터가 누드 제본으로 되어있어 책을 360도로 쫙 펴서 볼 수 있게 만들었고, 앞부분엔 일반적인 목차 외에도 필요한 부분을 따로 찾아서 보기 쉽도록 콘텐츠 종류에 따라 분류를 따로 하고 있다. 책 뒷부분엔 저자가 이동한 경로를 일정과 함께 지도에 꼼꼼하게 표시해주거나, 마케터나 기획자,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각각의 책 속 문장을 따로 정리해서 수록해 뒀다. 그만큼 "이 책도 디테일에 엄청나게 신경 썼다고요" 하며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문구덕후 답게 초반에 나오는 문구점 탐방에서 온 마음을 빼앗기며 봤다. 언젠가 도쿄에 가면 꼭 방문해보리라 마음먹은 #이토야 문구점이다. 1층부터 12층까지 없는 것이 없고 층마다 다른 테마로 꾸며진 다양한 인테리어까지, 이쯤 되면 문구점이 아니라 백화점 수준 아닐는지. 아마 이곳에서만 하루 종일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 듯하다. 그중 요즘 유행하는 일명 떡메라 불리는 접착식 메모지에 대한 아이디어도 좋았다. 운동이나 영화, 책등 자신이 원하는 주제에 따라 원하는 메모지를 사서 기록할 수 있다.


개인의 취향이 갈수록 다양해지면서 하나의 상품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제품 구성은 대부분 모듈화가 진행될 것이며, 개인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모듈을 조립하여 완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제품을 스스로 만드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도쿄의 디테일> p.80~81



이미 각 분야의 #모듈화, #커스터마이징 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중 정말 괜찮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 바로 #와이어드 호텔의 #커스터마이징 가이드북에 관한 이야기다.


호텔 투숙객들은 체크인 후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1마일 가이드북이라는 벽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호텔을 중심으로 1마일, 약 4km 내에 위치한 가볼 만한 장소들을 1페이지 단위로 정리하며 벽에 걸어두었습니다. 벽을 살펴보며 내가 관심 있는 곳, 가보고 싶은 곳의 페이지를 뺀 뒤 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수 있죠. 이렇게 만들어진 가이드북을 보며 호텔 주변을 탐색해볼 수 있는데요. 아마 '1마일 가이드북'이라고 이름 붙인 까닭도 걸어 다니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한정하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쿄의 디테일> 82~83



천편일률적인 가이드북이 아니라 내가 가고 싶은 곳만 한 페이지씩 모아서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든다. 이거 참 괜찮은 아이디어 같다. 책을 읽다 보면 다양한 사업기획에 접목해볼 수 있을만한 아이디어가 툭툭 튀어나와서 머릿속이 즐거운 책이다. 무엇보다 작가의 이런 여행이 부럽다. 마냥 휴식하고 놀고 돌아온 여행이 아니라, 여행하며 느꼈던 다양한 감성과 아이디어가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 책이 되는 것. 이런 걸 보고 진정한 1타 2 피라고 하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지 못한 디테일로 머릿속을 반짝반짝하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1타 2피의 여행이 가능할까 궁금하다면,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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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0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구덕후! 저두저두~ㅎ

다림냥 2018-12-20 23:15   좋아요 1 | URL
ㅋㅋ 카알벨루치님도 문구덕후시군요~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문구덕후일 가능성도 높은거 같아요~ ㅋ
저도 문구류 넘넘 좋아한답니다 ㅋㅋ

카알벨루치 2018-12-20 23:16   좋아요 1 | URL
나중에 펜자랑 좀 해주시죠? ㅎㅎ

다림냥 2018-12-20 23:18   좋아요 1 | URL
대단한 덕후님들만큼은 아니지만 꽤 두둑하게 가지고 있습죠ㅋㅋ
담에 자랑 좀 해야겠네요 ㅋㅋ

카알벨루치 2018-12-20 23:59   좋아요 1 | URL
기대합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