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놀기 - 스노우캣 드로잉북
스노우캣(권윤주)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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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 그리는데 재미 붙였다. 여전히 잘 못 그리긴 하지만,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이 있으면 스스로 잘 그리는거 같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래도 여전히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는게 함정. 그럴 땐 고민없이 따라그리면서 놀 수 있는 그림놀기 책은 어떨까? 스노우캣은 귀여우면서도 엄청 단순하게 생겨서 그림 초보도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는 캐릭터다. 그것도 자신 없다는 사람을 위해 귀여운 그림 위에 예쁜 노란색 트레이싱지까지 붙여서 따라그릴 수 있는 친절한 드로잉북이 출시됐다.

스노우캣 드로잉북 / 그림놀기

왼쪽에는 작은 에피소드 만화가 있고, 오른쪽에 커다란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그림 마다 앞쪽에  노란 트레이싱지가 붙어 있어서 비치는 그림을 보면서 따라그릴 수 있다. 어릴 때 얇은 기름종이를 대서 따라그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즐거워졌다.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에 TV에 나오는 스머프를 비디오에 녹화해서 보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멈춰놓고 TV 위에 트레이싱지를 올려 따라그렸다고 한다. 어릴때 부터 그런 열정이라니, 그래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 대박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던 거구나.

공감가는 그림들을 몇개 골라서 따라그려봤다. 시그노 펜의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며 종이에 그림을 그리니 기분이 좋다. 별 생각 없이 따라그리기만 해도 예쁜 그림이 완성되니까 뿌듯하다. 스토리도 너무 귀엽다. 혼자 기타 연습을 하고 싶어 몰래 숲으로 들어간 스노우캣은 기타를 치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무들이 내 기타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ㅋㅋ 
춤추는 나무도 귀엽고, 기타치는 스노우캣도 귀엽다. 요즘 나도 조금씩 기타를 다시 꺼내서 치고 있는데 실력이 소음 수준이라 이웃을 위해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쳐야만 할 것 같다.  



ㅋㅋ 도와줘요, 커피파워!!ㅋㅋ 나도 매일 커피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곤 한다. 어쩌다 하루종일 커피를 못 마신 날은 하루종일 잠이 덜 깬 기분이다. 스노우캣 너도 그렇구나!ㅋㅋ



친구가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고민하니까 스노우캣이 기가 막힌 답을 내놓았다. 
“카페가서 해. 집에선 안돼!”
같이 나란히 카페에 가서 그림 그리는 모습이 넘 귀엽다. 카페 놀이는 언제나 신나는 것!



스노우캣 그림놀기를 보면서 다양한 포즈의 스노우캣을 아이패드로 따라그려봤다. 넘나 쉬운데 다양한 포즈가 가능한 캐릭터라 그리면서 놀기 딱이다. 나도 요런 쉽고 귀여운 캐릭터 만들어보고 싶다. 스노우캣을 열심히 연구해봐야 할 듯!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뒷 부분에는 독자가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미션을 주기도 한다. 스노우캣의 옷이나 눈썹을 그려보라는 미션을 주기도 하고, 다양한 면발을 그려보도록 하기도 한다. 면발 그리는거 어렵던데, 책을 보면 면발 그리는게 일케 단순한 거였다니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 장에 있던 꽃길 그리기, 스노우캣이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예쁜 꽃들을 가득 그려줘야 겠다. 펜 한자루만 있으면 즐겁고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그림놀기! 성인은 물론 아이들도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이 많으니 가족이 함께 즐겨도 좋을 듯 하다. 

열심히 그림 그리며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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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 - 동영상으로 배우는 통단기의 단기 완성 기타 레슨 꽤 그럴듯한 통기타
통단기 지음 / 책밥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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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가고 있는 통기타를 다시 꺼내들었다. 줄을 감아서 다시 음을 맞추고 다시 쳐볼 엄두를 낸 건 좋은 통기타 연주 교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내가 연주해보고 싶었던 최신 음악들의 코드와 연주법이 다 나와있다. 오예~ 하지만 문제는 오랜만에 집어 든 기타는 또다시 처음처럼 새롭다는 게 문제. 기본 코드부터 하나하나 다시 익힌다. 예전에도 기타를 배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코드를 잡는 손끝이 너무 아프다는 거였는데, 몇 번 물집이 생겼다 아물고 나면 아프지 않다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또 손끝에 물집이 생겨버렸다.

예전에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기타를 배우려고 한 적이 있는데 욕심에 비해 내 실력은 형편없고, 영상 속 선생님의 연주 속도는 너무 빠르고, 그래서 따라갈 수 없어 포기했던 적이 있다. <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는 이런 나 같은 기타 생초보를 위해 조금만 배우고도 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를 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책은 친절하게도 코드를 잡을 때 손가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고 해당 줄만 꼭 눌러서 맑고 청명한 소리를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이유는 그 작은 손으로도 야무지게 코드를 잡으면서 잘만 치던데 난 왜 이렇게 코드 잡는 게 어려운지ㅋ


기타는 코드만 알아도 거의 반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쉬운 코드부터 어려운 코드까지 하나하나 손가락 순서부터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혹시 자신이 내는 소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QR코드를 찍으면 저자가 미리 찍어둔 동영상으로 연결되니 직접 보면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최신 노래의 코드들을 정말 많이 실어놓았다는 점이다. 쉬운 코드부터 차근차근 알려준 다음 그 코드를 사용해 연주할 수 있는 음악 코드 악보를 실어놓았기 때문에 방금 배운 코드만 가지고도 바로 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원래 좀 더 어려운 코드로 진행되는 악보도 저자가 쉬운 코드로 변경 해놓았기 때문이다. 음의 높이와 느낌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연주를 들었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고 꽤 그럴 듯하다. 이 또한 QR코드를 연결하면 동영상으로 해당 음악의 풀 통기타 연주를 볼 수 있어 악보를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스트로크 주법 같은 경우는 악보만 보면 어려울 수 있는데 연주 영상을 보면 이해가 훨씬 쉽다.




아직 초보 단계라 책의 앞부분만 보면서 연습하는 중인데, 뒷부분을 넘겨보니 역시 아이유의 노래가 있다. 밤편지의 통기타 연주라니, 나도 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코드도 어려워지고, 알아야 하는 리듬도 점점 많아진다. 역시 모든 것에는 시간이 답이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한 곡쯤은 어렵지 않게 연주하고, 더불어 노래도 곁들일 수 있는 수준이 되는 날이 오겠지. 손가락 끝이 아직 아프지만, 이 손끝에 굳은살이 배기고, 기타에서 청명한 소리가  흘러나올 때까지 하루에 10분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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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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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학번보다는 85년생에 더 가까운 세대다. 그래서 그 시절 영수를 모른다. 군대 얘기는 더더욱 모른다. 80년대를 추억하기엔 난 너무 어렸고, 고작해야 <응답하라 1988> 시리즈를 보며 저 땐 저랬지 하며 어설픈 공감을 했었더랬다. 드라마에 나오는 80년대도 정치적 이야기보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그때의 촌스러웠던 패션이 더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속 덕선의 큰언니 보라만이 시대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 운동을 하다가 부모님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저자는 그때 그 시절, 변방의 군대 이야기를 주제에 올렸다. 시대의 중심에서 학생 운동을 했던 현장의 불타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땅굴을 파고, 끝없이 눈을 치워야 했던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 말이다.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저자의 말에서 작가 이정서는 그 중요했던 1987년, 절대 권력인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민주주의를 쟁취한 그 해에 역사적 현장에 함께 하지 못했던 자신의 부채감을 내려놓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변방에 있었지만, 거기서도 작은 역사는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이다. 

「대학생활 1년 하고도 한 학기를 끝내고 났을 때, 내게 남은 것은 5학점이 빵구 난 성적표와 급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뒤의 상실감이 전부였다. 일상화된 최루탄과 깨어진 보도블록의 시대. 도서관에 들어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시대를 비켜가려는 당사자나, 타인에게 모두 욕돼 보이던 시대에 나는 어느 순간 질려있기도 했다. 」
<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p.31>


그 시절은 그랬다.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만은 학교 도서관에서 시대에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길 바라고 있었겠지만, 그 시절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그렇지가 못했던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이 욕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주인공 이윤은 도피하는 심정으로 군에 입대한다. 

군대는 사회에서의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것이 공평하게 짬밥 순으로 진행되는 사회다. 그런 만큼 온갖 다양한 무리들이 한 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이다. 이윤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1980년대와 2000년대를 오가며, 현재 30대 중반의 출판사 사장이 된 이윤이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찾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윤과 같은 국문과 출신으로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 선임 하치우, 우락부락 무서운 외모를 지녔지만 정 많고 따뜻한 임 병장, 이윤의 같은 학교 후배지만, 어딘가 얼빠진 듯 보이는 고문관 85학번 김영수 등등 이들은 2000년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 소설은 2000년에 한번 출간되었다가, 2017년 우리 손으로 부패 대통령을 끌어내린 역사적인 사건을 맞아 수정을 통해 다시 출간된 듯하다.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그것도 벌써 약 20년 전이다. 벌써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고등학생인 것이다. 그만큼 시대는 또 많이 변했다. 소설 속에서 군대의 남자들이 씹어뱉듯 내뱉는 여성에 대한 표현이 좀 불편했다. 아무리 군대에서는 남자들끼리 별소리를 다 한다지만, 굳이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그런 표현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는 하다.  

2018년 지금은, 30년 뒤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훨씬 더 좋아진 세상에서 지금을 돌아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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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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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쯤 <잘가요 엄마>라는 작품으로 서미애 작가를 처음 알게됐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강렬한 한방이 있는 마무리, 그 소설 하나로 서미애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됐다. 한국의 미야베 미유키라는 별명을 가진 작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때는 미야베 미유키가 누군지 몰랐기에 나는 신기하게도 서미애 작가 덕분에 미미여사를 알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이라는 제목의 서미애 신작을 접하고는, 망설일 필요도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 때의 강렬함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훅 빨려들어가 이틀만에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최근 책읽기에 염증을 느끼고 살짝 슬럼프를 느끼던 차, '책의 재미란 이런거야'라며 나를 다시 책 앞으로 데려와 준 고마운 책이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시작하자마자 급박한 상황으로 사람을 몰아부친다. 카센터에서 일하고 있던 우진에게 아내가 지금 옥상에서 떨어지려 한다는 벼락같은 소식이 들려온다. 도대체 왜?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진은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집으로 정신없이 달려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떨어지는 아내를 자신의 몸으로 받아내려했지만 우진의 바로 앞에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내는 온몸의 뼈가 바스러진채로 피를 흘리며 죽었다. 딸 수정이에 대해 얘기하며 우진에게 원망스러운 눈빛을 남긴 채.
이들 부부의 딸 수정은 3년 전 살해당했다. 그것도 같은 또래인 16살 남자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딸 수정을 잃은 슬픔을 이 두 부부는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왔다. 우진은 일에 빠져서 잊는 방식으로, 아내는 모든 시간을 온전히 들여 수정이를 추억하는 방식으로.  

아내가 죽고 나서야 우진은 그동안 자신이 아내의 아픔에 얼마나 무심했는지, 또 자신이 얼마나 아내에게 의지했었는지 깨닫는다. 이제 딸도 죽고, 아내도 잃은 우진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다. 앞으로 더 살아갈 이유도 없는 것 같다. 우진은 아내의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자신도 뒤따르기로 마음 먹는다. 

「눈을 감았다. 이대로 소파 속으로 구겨 들어가 어둠속에 가만히 웅크리고 싶었다. 그곳에서 의식도 없이 며칠, 아니 몇 년 잠들고 싶었다. 지금이라면 몇 년이라도 깨어나지 않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몇 년 뒤 깨어난다고 해서 이 아픔이 가실까?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잠을 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p.53>

잠에서 깬 우진은 주머니에 낯선 쪽지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진범은 따로 있다." 
짧지만 온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문장. 진범이라면 수정을 죽인 범인이 그 아이들이 아니란 말인가. 그 의문과 함께 아내는 왜 갑자기 느닷없이 죽음을 택한 것일까. 우진은 그 쪽지와 함께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년동안 고이 숨겨져 있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되는데....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나와있는 작가의 말을 읽다가 마음이 서늘해졌다. 세월호로 떠나간 아이들의 빈방 사진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을 테마로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 서미애 작가가 실제로 가족을 잃은 것이다. 친오빠를 갑작스럽게 잃고 나서 저자는 오랫동안 마음을 추스리지 못했다고 한다. 작가는 일상을 함께 하던 가족을 갑작스럽게 잃는다는게 어떤건지, 그동안 자신이 상상해내고, 머릿속으로 만들어냈던 고통이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렇게 일년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후 그녀는 1년 동안 아프고 쓰라렸던 자신과 가족들의 마음을 조용히 관찰하여 이야기 속 우진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가는 잔인한 직업이다.
나는 오빠의 죽음 뒤 내가 겪었던 일상과 죽음에 대한 감정들, 가족들 곁을 지나는 슬픔의 풍경들을 낱낱이 지켜보며 기억했다가 이 작품속에 새겨넣었다. 어쩌면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오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작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
<작가의 말 중에서 p.385> 

어쩐지, 우진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을 잃는다는건 진짜 저런 마음 이겠거니, 서늘한 마음이 들 정도로 진짜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서 그런거였다. 가까운 사람을 잃는 다는 것, 그걸로 인해 가족들이 받는 고통은 이렇게 큰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 소설의 재미를 넘어 가족의 소중함과 사람들의 이기심이 가져온 서늘한 결과를 동시에 보여준다.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페이지가 막 넘어가는 재미난 페이지 터너 소설인 동시에 인생의 끝자락에 몰린 한 사람의 진짜 고독을 보여주는 심리 소설이었다. 첫번째 읽은 소설에 이어 두번째 소설도 강렬하게 다가왔으니 이제 다음 소설도 마음놓고 기대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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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0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0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 떠나올 때 우리가 원했던 것
정은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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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엔 정해진 방식이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즐거웠으면 된거다. 최근들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꼭 가고싶다기 보다는 의무적으로 가야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도 많다. 다들 가니까 나도 그 핫한 장소에 가서 인증샷 정도는 남겨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을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게 싫어졌다. 심지어 유럽으로 떠나기로 한 신혼 여행도 계획없이 방치된 상태인데, 과연 실제로 떠날 수 있을지 조차 의문스럽다.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면 아마도 사람들이 갔던 좋은 여행지를 검색해 그 여행을 따라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겠지. 어디서 찍으면 사진이 예쁘다더라, 여기가면 맛있다더라. 
그동안 그렇게 다녀왔던 여행은 처음 가는 장소임에도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넘 많이 돌린터라 그 장소에 도착하면 이미 몇 번쯤 왔던 장소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이 여기구나, 신기한 기분이 들지언정 그 경험이 진정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엔 아무런 계획없는 여행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 완전 무계획으로 유럽여행 떠나볼까?" 
"그러자. 그런 여행이 진짜 여행이야." 
짝꿍씨는 속 편하게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에효, 그나저나 이 남자를 믿고 진짜 유럽으로 떠나도 괜찮으려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은 저자 정은우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그린 그림과 사진, 떠오른 생각들을 담은 여행 에세이다. 특이한 건 여행지에서 만년필로 그린 풍경그림들이 책 곳곳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다. 빠르게 찍고 이동할 수 있는 사진과 달리, 그림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는 느린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것, 현실을 벗어나 낯선 장소에 와 있는 사실 자체를 오롯이 즐기는 것, 그것이 그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었다. 그게 너무 좋았다.  




「그 여행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해끔한 햇살 아래를 걷고 싶은 만큼 걸었고
걸었던 만큼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평서문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충분히 만족스럽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p.51>

여행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고, 돌아오고, 만족감을 얻는 것, 그것만큼 사치스러운 여행이 있을까? 여행을 떠나면 볼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보고 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 생각 때문에 오히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이 귀찮고 부담스러워졌다. 즐거우려고 떠나는 여행이 일처럼 느껴졌다. 

「삶이 너절할수록 간절해지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하고 싶다는 바람도 한 꺼풀 벗겨보면 웃고 싶은 마음에 다름 없을 것이다.」 <p.84>

그렇다. 사실 여행을 떠나는 건 웃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곳에서 잠시 현실을 내려놓고 걱정따위 없는 사람 처럼 마음껏 웃고 싶기 때문이다.


「할 일을 빼곡하게 적힌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부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뭔가를 보고 남겨야 하는 여행과는 무관한 빈둥거림을 우리는 원하고 있었다. 확실히 그것은 빈둥거림이었고, 일종의 허송세월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내가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나는 캐나다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좋았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늙어 죽을 때까지 그러고싶었다. 자극적인 행복은 없었지만 그곳은 내게 꼭 맞는 옷 같았다. 」 <p.72>

여행지에서 꼭 강박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들을 필요는 없다고, 그냥 여기서 행복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러고보면 여행가서 싸우는 친구나 커플을 보면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차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짝꿍씨랑 여행 갔을 때, 난 하나라도 더 봐야 하는데 길가에 꽃 하나, 벌레 한마리 까지 관심을 가지느라 도저히 앞으로 갈 생각이 없는 짝꿍씨를 보면서 어찌나 속이 터졌던지, 소리를 꽥꽥 지르며 싸웠던 기억이 난다. 난 무엇이 그리 보고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마음 급해 했었을까.


「나는 여행 중에 딱히 쓰고 싶은 말이 없는 날, 특별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날에 더 악착같이 쓴다.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유서깊은 박물관쯤은 가줘야 여행이라고 여기는 선입견을 깨는 나만의 방식이다. 별스럽지 않은 것들, 사소한 것들을 기록하다보면 앞으로 이렇게 소소하게 쓰고 그리면서 살아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작은 순간을 멋지게 도려내 잊을 수 없는 글로 남겨두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사소한 긍정과 자신에 대한 상냥한 체념을 배운 덕분이다. 」 <p.170>

여행을 가면 열심히 사진은 찍어댔지만,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글로 남겨놓으려는 생각은 안해본 것 같다. '돌아가서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지만, 몇 일만 지나도 그 때의 그 감성은 다 사라지고 난 뒤다. 낯선 곳에 있는 짜릿한 그 순간, 꼭 근사하고 멋진 장소가 아니더라도 행복한 그 순간을 한 토막의 글로 남겨두는 것, 어설픈 그림으로 천천히 그려보는 것, 그것이 어쩌면 진짜 사치스럽고 멋진 여행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다시 여행갈 일이 설렌다. 일처럼 생각되던 계획 짜는 일이 조금은 재미있어 질 것 같다. 
다른 건 필요없다. 
많이 웃고 오자.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고 오자.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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