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하찮은 인연이 끝까지 따라다니며 알게 모르게 그 사람의 인생을
잠식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우연한 순간의 일이 그 사람 인생의
한 상징이 되어버리는 일도 적지않다. -(중략)-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
생안에서 서열을 매기고 역할을 맡기고 죄과를 묻느라 수선을 떨었다. -(중
략)- 내 인생만은 좀 다른 것이리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167쪽) 

  ■ 은희경(1959~ , 소설가)

  - 데뷔 : 1995년 동아일보 '이중주' 등단.
  - 최신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창비, 2007/04/05)
  - 그외 작품 다수.





 

 

 서열을 매기고 역할을 맡기고 죄과를 묻느라...
남들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진지하게 돌아보면 사실은 나부터도 그랬던 것이다.
예전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언제나 내면에 관심을 쏟았는데 과연 제대로 들여다
보았을까.
마이너와 메이저란 무엇인가.
하찮은 인연이나, 일들로도 삶은 이루어지기에 간과할 수 없다. 그 삶을 돌아보는 밤이다. 눈이 아파온다.

 

-4340.12.15.흙의 날로 넘어가는 자정. (07131-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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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하게 써라. 글쓰기에는 무엇보다도 진실이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재담
가라도 자신이 감동받지 않은 소재로 타인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먼저 닫혀
있는 그대의 가슴부터 열어라. 진실은 머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 속에
있는 것이다. 감동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
이다.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써라.

 (130쪽. 글쓰기의 공중부양어떻게 쓸 것인가) 


일 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 참 간단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펴들었다. 지속적인 글쓰기도 좋지만 효과 없는 과묵한 글쓰기만 하는 나를
본다.
 
 예전에 글을 쓸 때는 그저 마음에 담은 것을 토했다. 그래서 감성적이었던 면이 강했는데 그것
을 지인들은 좋아했다. 그러나 나는 이성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논리적으로 따분하게 말이
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은 이도 저도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의 많은 내용에서 위에 언급한 문장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진실하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문맥의 흐름만 돌아보지 말고 중요한 알맹이인 가슴으로 쓰는
글. 서평이건, 메모이건, 끄적임이건...

  속성의 파악, 연습, 조화…. 그리고 창조.
젠장 맞게도 늘 별거 아닌 것을 소홀히 해서 후회하게 되는 법임을 기억하자!!


 

 

 

-4340.12.09.해의 날.(0625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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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12-09 13:57   좋아요 0 | URL
삶도, 사랑도,,,,그렇죠.

은비뫼 2007-12-09 16:16   좋아요 0 | URL
네, 언제나... 그렇네요.
 


  
고통을 거치지않고 방황을 거치지 않고 보다 큰 것에 복종하는 겸허함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보다 큰 자유, 보다 큰
진리에 순종하는 자만이 가짜 자유와 가짜 진리에 진정으로 불복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167쪽)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을 만나려고
 내가 이 길을 떠났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250쪽)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248쪽. 책 속에 인용된 장 루슬로)




 
 ■ 공지영(1963~ , 소설가)
  - 데뷔 : 1988년 창작과비평 '동트는 새벽' 등단.
  - 최신작:『 즐거운 나의 집 』(푸른숲, 2007/11/23)
  - 그외 작품 다수.

 

 

 

 

 수도원 기행을 떠난 그녀가 만난 수도원의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작가의 말처럼
세상 모두가 수도자일지 모른다. 나 역시도 한때 생각해본 적이 있는 문제인데 다만, 수도자란 말
대신 수행자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 달랐다.  금욕을 강요할 필요없이 어딘가로 은둔할 필요없이
바로 여기에서 한평생을 기꺼이 살아가는 자체가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세 번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처음은 성당, 수도원, 수도자라는 환상에 갇힌 호기심에서,
다음은 작가 공지영의 문체와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책장에서 내
눈과 마주쳐 꺼내 읽었었다. 그녀처럼 절실한 마음과는 다르지만 결국은 똑같이 편안하고 차분해졌
다. 무언가 안심이 되는 그런 기분이다.

 대중에게 기억되는 작가들의 특징이 있는데 공지영의 경우는 무엇일까. 쉽게 읽힌다는 장점 그러니
까 대중적이라는 사실,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 감성적인 그녀의 문체. 그 속의 반짝임. 어떤 경우에
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가 될수도 있다. 꾸준한 작품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도 계속 성장
중이다. 아직은 공지영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켜보고 싶은 작가임은 분명하다. 
 

-4340.12.07.쇠의 날. (07125_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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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램 수필선

찰스 램 지음 / 범우사
나의 점수 : ★★★☆(1991)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따끈한 간식 같은 찰스 램의 수필을 잡았다. 예전에도 수필 모음집에서 만났던
작가인데 그때 눈에 익혀서 범우사의 문고본으로 다시 읽은 것이다. 그래서 <굴뚝 청소부 예찬>이나
<돼지구이에 관한 이야기>가 겹쳤지만 다시 읽어도 따뜻하고 재미있었다. 특히나 돼지구이에 관한 수
필은 육류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줄거리를 이야기해주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를 해보자면 <두 가지 인종(人種)>에서 그는 책을 빌려 아니 약탈해가는 이야기
를 들려준다. 찰스 램이 말하는 가장 무서운 약탈자는 '책을 빌려가는 사람'이다. 서가의 균형을 깨
뜨리고 책장의 틈을 이가 빠진 듯 벌여두며, 전집의 하나를 가져가고, 꽉 찬 듯 보여도 자신은 그 자리
에 존재했던 애착이 가는 책의 모습을 정확하게 기억한다. 더구나 다른 나라로 가져간 일도 있어서 그
의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출처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집에 두고 간 책들
인데 그 책들(고아들이라 부른다.)을 수용하고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램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예전의 나도 그랬으니까. 책을 빌려주는 것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
았고 책을 접거나, 줄을 긋지도 않았던 것이다. 조금은 병적이라 할 만큼 책의 유지에 신경을 썼던 것이
다. 그러나 지금은 줄도 긋고, 책장에 수용할 범위를 넘기지 않게 책을 선물하거나 책나눔한다. 자꾸만
덜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늘 어느 정도를 유지하는 것 같다.

 그만큼 받고(책나눔, 선물, 이벤트 책), 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럼에도 나도 이 빠진 책이
꽤 있다. 빌려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책들이 있어서인데 빌려주는 것은 좋지만 낱권이 아닌 전집이나
시리즈물의 한두 권만 없는 것은 속상한 일이다. 아예 다 가져갔으면 차라리 이런 마음이 없을 텐데 말
이다. 그러나 너무 야박하게 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크게 마음쓰지 않는 것이 책에 대한 내 철학이
다. 그리고 사실을 말하자면 난 그리 대단한 장서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책이 생활이 되다 보면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얼마 전에 읽은 <와인의 철학>처럼 책
에 대해 나만의 철학이 생기는 것이리라. 그 생각은 유동적일 수 있다. 누군가 말했던 판타레이(모든 것
은 변한다, 아마도 헤라클레이토스?)라는 말이 떠오른다. 무엇이든 넘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한다. 따지
고 보면 이 세상의 모든 책이 다 내 책이 될수도 있지 않은가. 서점에서 만나거나 도서관에서 혹은 지인
의 작은 서재에서 만나는 책들 말이다. 물론 나만의 서재는 소중한 공간이며 각자의 개성에 맞게 꾸려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나는 램의 이야기에서 그의 안타까움을 십분 이해했으며 과거의 내 모습을 돌아
본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생각과 앞으로의 생각까지 차곡차곡 접어 넣었다. 때때로 꺼내 읽기 위해서
다. 그리고 주의하기로 한다. 내가 누군가의 책 약탈자가 되지 않기를!



독자여, 웬만한 장서를 지닌 축복을 어쩌다 누리고 있다면 남에게 보이는 것을 삼가하라.
그래도 빌려 주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다면 빌려주되 S.T.C(영국의 시인, 비평가)
같은 사람에게 주라.ㅡ그는 책값을 세 배로 올리고 풍부한 주석을 단 이자(利子)를 붙여
(대체로 약속한 기일 안에) 되돌려 준다. ……(중략)……내 조언하거니와 S.T.C에 대해
서만은 그대의 마음과 서재의 문을 닫지마시라.

(133~134쪽. 두 가지 인종人種)




 누군가에게 받은 책에 주석을 달아 돌려준다는 건 정말로 즐거운 일이다. 서로 감상을 나누고 이야기하
거나 책을 소개하는 일의 기쁨을 누리려면 역시 책과 그 서재의 주인에게 예를 갖춰야 하겠다. 가장 좋
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도 해주는 것이리라.



■ 찰스 램(1775~1834)


: 영국의 수필가·비평가. 1807년 누이 메리와 함께 번안하여 출판한 『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 』을 발
표하면서부터 문필가로 인정받기 시작. 대표작으로는 엘리아라는 필명으로 잡지에 기고 했다가 후에
책으로 엮은『 엘리아 수필집 』과 『 엘리아 수필 후집 』등이 있음.

......................................................................................................................................

 찰스 램과 처음 만난 것은 수필 모음집에서였고 다음으로는 셰익스피어 다시 읽기를 하면서다. 셰익스
피어에 관한 책을 찾다가 누이 메리와 쓴 책을 보고 램과 메리가 썼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다.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램은 병약했으며 슬픈 가정사를 간직하고 있었다. 누이 메리가 정신
발작으로 모친을 칼로 찔러 돌아가셨던 것이다. 이후 치매인 부친도 돌아가시자 형은 메리를 국립정신
병원에 보내자고 했으나 램이 죽을 때까지 둘은 함께 살았다. 그것도 둘 다 독신으로. 메리는 발작이
없을 때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지적이며 문학적이어서 램과 같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슬픈 두 남매의
이야기는 참 놀라운 동시에 혈연의 끈끈함을 보여준다. 램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램도 발작이 있었던 경험이 있으며 몸도 약했으며 어쩌면 누구보다 메리를 이해했을지도 모르겠다. 하
늘 아래 고단하지 않은 삶은 없는 거 같다. 램 선생, 이제 편히 쉬시길.




-4340.12.4.불의 날. (07124_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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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12-05 13:01   좋아요 0 | URL
수필의 대가 찰스램에게 저런 숙명이 존재하고 있었군요.

은비뫼 2007-12-08 00:12   좋아요 0 | URL
<돼지구이에 관한 이야기>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찰스 램이 이런 아픔이 있을 줄 저도 몰랐습니다. 메리와 썼다는 책도 빨리 읽고 싶어집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최대의 신뢰는 충고를 해주는 신뢰이다. 

 (84쪽. 충고에 관하여)  


 

  실제적인 사람은 학문을 멸시하고,
 단순한 사람은 학문을 숭배하며,
 슬기로운 사람은 학문을 이용한다. 


 (137쪽. 학문에 관하여)  

 


  독서는 반대하거나 논박(論駁)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믿기 위해서나 동의(同意)하기 위해서도 아니며, 또 이야기와
 논설을 찾아내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경중(輕重)을 가리고 고찰하기 위해서 독서하라. 


 (137쪽. 학문에 관하여)




■ 베이컨(1561~1626)
: 영국의 철학자. 근대 철학, 특히 영국 고전 경험론의 창시자.
실험과 관찰에 기초를 둔 귀납적 방법을 중시했으며, 사랑에 의한 실천적 활동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


 그의 글에서 관찰력이 느껴진다. 일종의 처세술 같기도 하나 현실적이며 도를 논하기보다 구체적 방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베이컨은 현명했지만 세속적 성공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후 말년에야 학문에
정진하는데 진작 그러지 못했음을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4340년 11월에 만난 베이컨의 책. (07123_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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