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거치지않고 방황을 거치지 않고 보다 큰 것에 복종하는 겸허함없이
얻어지는 자유는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보다 큰 자유, 보다 큰
진리에 순종하는 자만이 가짜 자유와 가짜 진리에 진정으로 불복종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167쪽) 



 
  결국 이 세상 모두가 수도원이고 내가 길 위에서 만난 그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수도자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들을 만나려고
 내가 이 길을 떠났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250쪽)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248쪽. 책 속에 인용된 장 루슬로)




 
 ■ 공지영(1963~ , 소설가)
  - 데뷔 : 1988년 창작과비평 '동트는 새벽' 등단.
  - 최신작:『 즐거운 나의 집 』(푸른숲, 2007/11/23)
  - 그외 작품 다수.

 

 

 

 

 수도원 기행을 떠난 그녀가 만난 수도원의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작가의 말처럼
세상 모두가 수도자일지 모른다. 나 역시도 한때 생각해본 적이 있는 문제인데 다만, 수도자란 말
대신 수행자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 달랐다.  금욕을 강요할 필요없이 어딘가로 은둔할 필요없이
바로 여기에서 한평생을 기꺼이 살아가는 자체가 수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세 번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처음은 성당, 수도원, 수도자라는 환상에 갇힌 호기심에서,
다음은 작가 공지영의 문체와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그리고 한동안 잊고 있다가 책장에서 내
눈과 마주쳐 꺼내 읽었었다. 그녀처럼 절실한 마음과는 다르지만 결국은 똑같이 편안하고 차분해졌
다. 무언가 안심이 되는 그런 기분이다.

 대중에게 기억되는 작가들의 특징이 있는데 공지영의 경우는 무엇일까. 쉽게 읽힌다는 장점 그러니
까 대중적이라는 사실,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 감성적인 그녀의 문체. 그 속의 반짝임. 어떤 경우에
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고 반대가 될수도 있다. 꾸준한 작품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도 계속 성장
중이다. 아직은 공지영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켜보고 싶은 작가임은 분명하다. 
 

-4340.12.07.쇠의 날. (07125_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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