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름답고 산뜻한 문장과 관찰하는 소녀의 시점에서의 튼튼한 전개가 아름다웠다.

이런 구성을 지닌 책의 특성상, 인물군상이 출현하고, 불운을 겪는 이들, 어른스런 아이이야기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작품이 쓰여진 지가 꽤 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또 생각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겠지.

내가 정말로 특이한 이야기라고 다들 깜짝 놀랄 것이라고 생각해도

큰 틀에서 구조적으로 생각해보면 모두 있어왔던 이야기들이다.

 

문지에서 나온 이 책에는 누구누구하는 평론가들의 글이 없다.

깔끔하게 시작하고 또 그렇게 새가 되고 싶었던 아이 우일이의 아픔과 함께 끝이 난다.

그냥 어쩐지 나는 이름있는 평론가들의 글이 책의 앞이나 뒤에 떡 버티고 있는 게 슬픈 느낌이다.

차라리 아주 친한 사람이 너 책 낸 거 축하한다는 글이 낫다.

그네들의 이름이 작품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는 듯한 그 느낌이 싫은 것같다.

 

오정희선생의 팔짱을 한번 끼어본 적이 있다.

강연회에 왔을 때, 찻길까지 걸어가면서 아주 작고 여려 보이는 그녀...

춘천의 안개와 새벽과 바람이 이 작은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들어내나보다고 생각했다.

 

 
아름답다.

새의 심장을 가지고 날개가 없다면, 그런 아이의 꿈이 스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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