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아포리즘
이성복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복은 좋은 시인이다. 나는 그의 '여름의 끝'이라는 시집에서 '다시는 편지 드리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자를 읽고 울었다.

그래, 누군가가 나에게 그 시집을 주면서 앞장에 그 구절을 적어서 주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펐을까. 이 사람이 아픔이 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아픔에 우리는 민감할 수 없다. 타산지석,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분명. 그리고 이성복의 78년 사진을 보았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는 사람, 선이 참 고운 사람이라는 생각, 그의 성별은 분명히 남성이지만 굳이 그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포리즘은 매우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이 아프고 사람이 아프고,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사실이 아픈 사람들이 읽으면 울지도 모른다. 시를 쓰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시를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넘어져서 울고 있는 사람이 읽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추측이다. 당연하다. 타산지석은 거짓이니까...나의 돌이 되기 전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내가 그를 부르면 나에게 와서 나의 돌이 될까.

요즘 가방에 그냥이라도 넣어두고 다니는 책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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