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이야기 2
권정생 지음, 이철지 엮음 / 한걸음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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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선생님,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수많은 방문객들이 외로운 그 방문 앞을 서성이는 탓에,

어쩌면 기억 속에 남지도 못했을 일이지만

그래도 인사를 건네봅니다.

한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그 편에 설 수 있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좋은 감정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써서 세상을 깜짝 놀래켜야겠다고 치기어린 생각을 하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 글을 쓸 수 있을까 조바심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날 보여주셨지요.

아무것도 아닌 모습, 어쩌면 그저 일상이었을지도 모를 선생님의 모습...

다른 이들이 상을 물리고 나서, 상에 남은 풀죽은 야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오물오물

씹으시던 선생님의 입술.




문학이 억지스럽게 과장하고 하하하하하, 소리내어 웃는 일이 얼마나 가식인가를

뼈가 저리게 느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것이 문학이란다, 말하지 않고 침묵하여도, 물론 그것으로 인하여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조차 못하지만

그렇게 버텨야 한다고 그렇게 바닥에서 살아야만 한다고 배웠습니다.

어쩌면 그날 당신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 크게 손을 저어 인사를 건네던

꽝 마른 당신의 손가락들이 가르쳐주었습니다.




권정생 이야기,라는 제목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책을 사고 돌아옵니다.

멍하니 읽고 울고, 좋은 사람에게 건네어주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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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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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재밌다.

소설이 재미있으면 끝이 아니냐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 책은 최고의 책이다.

재미있다. 얼마나 잘 읽히고 얼마나 술술 읽히는지...어디에서든 읽다보면 빠져들고, 단숨에 읽을 수 있으며 실은 이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 재미는 '하하, 호호' 웃게 되는 그런 재미는 아니다. 세심한 묘사와 관찰과 삶이 담겨 있음으로 인해서 나오는 재미,있다. 그러나 깊지는 않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아니다.

관음증에 빠진 이에게 매일 똑같은 장면이 반복된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상쾌하고 발랄하다. 재미있다.

하지만 그 이상의 평가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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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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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늘 경계하여 마지 않는 일본의 얼굴이 있다.

쉽게 가자, 그냥 가자, 그냥 가다보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건 그냥 소품에 불과해. 그러니까 받아들여 받아들여 받아들여...그들의 말은 유혹적이다.

소품같은 책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으며, 일본식 가정의 모습이나 그들의 무심함이나 혹은 그들의 신화들마저도 한없이 그 가벼움으로 인하여 붕붕 떠있다.

그냥 한번 읽기에는 흥미롭다. 쉽게 읽히고, 쉽게 끝이 나버린다. 독자들로 하여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뱀을 밟았는데, 뱀이 되어서 내 곁에 머무르게 되었네...우리 집은 사라지는 습성이 있어, 우리집은 작아지는 습성이 있어. 그래서...어쩌라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 수가 없다.

일본의 이 가벼움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덜 된것일까. 혹은 소세키식의 담박한 맛 혹은 금각사류의 치명적인 묘사들에게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다,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일본의 소설들은 이런 식이다. 무심하게 먼 데를 가리키지만 그곳에는 결국 일본이 있다. 일본의 본질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기운빠질 따름이다.

너네들은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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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대장 존 비룡소의 그림동화 6
존 버닝햄 지음, 박상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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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버닝햄은 어른일까.

아이일까.

어른과 아이 그 어디에도 닿지 못해서 방황하는 사람?

그의 소설은 재밌으면서도 섬뜩하다.

따뜻하면서도 깜짝 놀래키는 뭔가가 있다.

약간 어린 아동들에게는 무서울지도 모르는 존의 등교길이 펼쳐진다.

청각적으로 주의집중이 떨어지는 아동들의 경우,

이 책을 중간정도 읽어주고 퀴즈를 내보는 방식도 권장할만하다.

독서에 뭔가 과제를 부여하는 것은 아동들로 하여금 독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

게다가 아이들은 퀴즈, 라는 말에 거의 열광하는 경우도 많고.

나는 아이들을 얼마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을까.

또 그들의 말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있는가...반성하면서, 함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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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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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름빵은 워낙에 베스트셀러라서...

구름을 원료로 빵을 만드는 과정, 너무나 세세하다.

엄마도 아빠도 심지어는 거리를 걷는 사람조차도

하늘을 날으는 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다.

우리도 구름으로 빵 만들자,

왜  마지막엔 빵을 먹어도 하늘을 안날아?

자연스럽다.

붕붕 떠다니기는 언제나 아이들의 꿈에 있는 장면이다.

게다가...구름처럼 비가 온다고 밥을 못먹었다고, 아빠에게 날아가는 아이들 따뜻하다

상상력은 지극히 평범한 데에서 시작된다는 그 말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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