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늘 경계하여 마지 않는 일본의 얼굴이 있다.

쉽게 가자, 그냥 가자, 그냥 가다보면 뭔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건 그냥 소품에 불과해. 그러니까 받아들여 받아들여 받아들여...그들의 말은 유혹적이다.

소품같은 책이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으며, 일본식 가정의 모습이나 그들의 무심함이나 혹은 그들의 신화들마저도 한없이 그 가벼움으로 인하여 붕붕 떠있다.

그냥 한번 읽기에는 흥미롭다. 쉽게 읽히고, 쉽게 끝이 나버린다. 독자들로 하여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뱀을 밟았는데, 뱀이 되어서 내 곁에 머무르게 되었네...우리 집은 사라지는 습성이 있어, 우리집은 작아지는 습성이 있어. 그래서...어쩌라고

일본이라는 나라를 알 수가 없다.

일본의 이 가벼움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덜 된것일까. 혹은 소세키식의 담박한 맛 혹은 금각사류의 치명적인 묘사들에게 익숙해진 것일까.

아니다, 현대인들이 열광하는 일본의 소설들은 이런 식이다. 무심하게 먼 데를 가리키지만 그곳에는 결국 일본이 있다. 일본의 본질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 기운빠질 따름이다.

너네들은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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