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이제 막 독립을 한 후배 집에 놀러갔는데... 아주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책상겸 밥상겸 탁자겸 겸사겸사 여러노릇을 하던 큰 상에 상다리가 없었다. 그 아이는 상다리 대신... 과월호 잡지 핫뮤직을 탑처럼 쌓아서 마치 상다리처럼 상을 괴고 있었다. 책이 가구 노릇을 하는 모양...책에 대한 엄숙주의를 비웃는 재미난 풍경.... 잡지니까...그럴테니... 라고 생각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책을 다루고, 사랑하는 방식이 천차만별.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을 좇아가는 독서를 민망시럽게 만드는 경구는 참 많다. 대오각성을 위해 좀 읽어 줘야 할 책도 산처럼 쌓여 있는데.... 그런 따위나 읽으며 히히덕거릴래... 하고 정수리를 후려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글들......


그러나 아니 프랑수아도.... 나와 같은 부류인가보다. 그녀가 이런 말을 했그덩...


“나는 왜 걸작 고전을 읽지 않을까. 통과의례에 대한 내 거부감 때문에 하지만 또한 이론적이거나 실제적인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위대한 작품에 푹 빠질 수 있게 해 주는 그 마음의 평온, 그 순수함 혹은 완전한 가벼움이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고 보는 사람에게 내가 또 한없이 약하지...않겠나.

이 책은 책과 바람난 어떤 여자의 이야기이긴 한데...  바람난 그 대상(책)의 됨됨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차치해 둔다. 이 여자가 들려 주는 주요한 이야기는 그 대상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 그녀의 마음씀씀이와 광기어린 책에 대한 애정 공세의 향연, 그에 대한 아주 주변부의 이야기들이다.


p.85


향수나 기저귀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그렇지가 않다. 그 경우에도 바코드는 분명히 있지만 그것은 포장지에 있다. 그런데 책에는 직접 새겨져 있다. 생살에, 낙인처럼.



p.106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이제 더 이상 벌목을 하듯 책을 읽지는 않을 것이다. 병적인 허기증 환자가 먹은 것을 소화시키지 못하듯 책 마니아 역시 그 내용을 음미할 시간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p.157~158


독서광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저장할 수 있을까? 그는 저장하지 않는다. 그는 기억상실증 환자다. 새것이 옛것을 대신한다. (...)


더 이상 늘어놓을 필요가 없겠다. 쥐스킨트가 이 모든 것을 아주 기가 막힌 솜씨로 묘사해 놓았으니까.


주13_ 국내에는 "깊이에의 강요"라는 단편 모음집에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p.160~162


나는 사람들이 내가 읽고 있는 책 제목을 흘낏거리는 것을 참아내질 못한다.(...)


나는 누가 어깨 너머로 내 책을 읽는 것 역시 참지 못한다. 마치 목욕을 즐기고 있는데 누가 불쑥 들어오는 느낌이다. 무례한 시선에 기분이 상한 나는 아예 독서를 포기하고 만다.(...)


누가 내 책에 손대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이 모든 게 사납고 새침한데다 히스테리만 늘어나는 노처녀나 하는 짓 같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나는 이 허물없는 짓거리들을 역겨운 관음증과 연관시킨다. 그것은 섹스보다는 사생활 침해와 더 밀접하다.


그런데, 날 소름 돋게 하거나 모욕감을 주는 이 모든 행동들을 정작 나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한다. 거리낌 없음에 완벽한 위선까지 더해서(말하자면 근시인 내 눈이 허락해주는 만큼). 나는 다른 곳을 쳐다보며 태연히 안경을 꺼내 쓰고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보통 책 상단에 적혀 있는 제목을 곁눈질한다. 그러고는 천박한 추측에, 즉흥적인 분석에, 말도 안 되는 성찰에 빠져든다.



그녀의 직함은 편집자다. 본래 저 류의 직업을 갖다보면, 심심풀이를 위해 집어든 책에서 마저 오류나 탈자를 잡아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 주름도 얼룩도 뒤집힌 페이지도 없는, 오류가 전혀 없는 책이 나오기도 한다. 마치 실수라곤 모르는 변종이 편집을 한 것 같다. 그런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오류가 없었다기 보다는 자신이 못 잡아낸 것이다. 이럴 때는 되는 일도 하나 없다. 뜨거운 냄비에 데이고, 찔리고, 베이고, 부딪히고, 열쇠 약속 사람 이름을 까먹는다. 물건들도 -그들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 한몫을 하려고 끼어 든다. 식기 세척기, 컴퓨터, 자동차, 다리미, 배기 후드, 커피메이커 인터폰, 모든 것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장난다. 온 우주가 짜고 골탕에 빠뜨리는 것 같다. 

바로 이럴 때, 읽는 책이 있다면 좋겠지. 호어스트의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나 패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 성석제의 '재미나는 인생'. 이런 류의 책을 잡고 읽다보면, 경우에 따라 웃음도 울음도 터뜨린다. 그러면서 긴장도 풀린다.

 

 

보너스 팁...


책을 읽으려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하면 아이들이 책을 읽으려 할 것이라네요. 부모의 서재에 아이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고 아니는 말하네요. “아직 고추에 털도 나지 않은 것들이 감히!” 라는 모욕적인 말로 그들을 쫓아내라고요. 그러나 이렇게 해도 책에 흠뻑 취하는 방식으로 반항하지 않는 아이는, 셋 중 하나랍니다. 진정한 반항아이거나 호기심도 없는 아둔한 녀석, 혹은 자극해봤자 씨도 안 먹히는 철학자이거나요.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5-04-2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2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예엡...! 역시 님도 편집자!!! ㅋㅋ 충성!

stella.K 2005-04-2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이 책 읽고 싶었는데...!

하이드 2005-04-22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죠! 근데, 제목 바꾼건 좀 마음에 안들어요. 근데, 원제를 우리 제목으로 바꾸면 어떻게 해야할까 괜히 혼자 고민했어요. 이 책이랑 저자가 또 죽고 못사는 '담배'에 관한 책이 있다지요? ( 담배를 안 펴서 별 공감은 안갈것 같긴 하지만)

2005-04-22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박한 추측에, 즉흥적인 분석에, 말도 안 되는 성찰에 빠져든다.
--> 이거 푹 찔리는 이야기입니다. 우짜스까...

2005-04-22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4-22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영이는 씨도 안 먹히는 철학자 타입인가봐요 ㅠㅠ

icaru 2005-04-22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 책 재미는 뭐, 보장할 수 있당게요...
미스 하이드 님... 헛...원제목이 어케 된데요? 그러게요...담배에 관한 책도 썼다지요~ 그 책도 이 책처럼...소소한 맛이 날까요?
잉크냄새 님...저도요...! 지하철 안에서 모르는 다른 사람이 내 책을 흘끔보는 건 좀 불쾌한데...저는 흘끔흘끔 다른 사람 책을 보다니... ! 뭔 지맘대로 심뽄지..

속삭이신 님... 님이...제 리뷰의 쏘스구먼요... 저도 궁금하당게요... 원제... 불어를 모릉게...

진주 님... 거렇죠!! 영이는 진정한 반항아(엄마 말을 을매나 잘 듣는뎅...)나~ 아둔한...는 결코 아니니까요...

2005-04-22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22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지붕 바뀐 거...알아채셨네 ^^ ㅋㅋㅋ ... 누가누가 알아봐 주나 했는데...!

비로그인 2005-04-2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겠는데요! 특히 인용하신 것 중 p.157~158과 p.160~162 부분은 꼭 저를 두고 하는 말 같아 엄청 찔립니다.
근데, 서방님, 저는 진정한 반항아이고 싶은데...ㅋㄷㅋㄷ
글고 서방님, 저도 지붕 바뀐 거 얘기하려고 했당께요.
페이퍼 보고 왔는데, 중대한 결심을 앞두고 있다구요? 호혹시, 우리덜 결혼 발표? 안 되는데, 그럼 나도 서방님도 우리 여보야(복돌이님)한테 죽지 않을 만큼 맞고 세 대 더 맞습니다. 허헉, 여보야, 내가 잘못해써! 살려줘, 살려달랑께. ㅜ.ㅜ

실비 2005-04-2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160~162 이부분을 절대동감합니다.ㅎㅎㅎ 한번 읽고싶어지네요 꾸욱^^

icaru 2005-04-23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파 님..그 부분에 찔려 하는 사람 많다우~ 나도 그렇고.. 결혼 발표...푸하하..난 아직 우리 옆지기 좋은데...우짜스까..ㅠ.ㅠ
실비 님...읽어보세요~ 님께 재밌는 책이 될꺼라고...믿어의심치 않아요..

2005-04-23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실비 2005-04-23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복순이언니님 믿고 책 바로 구매합니다.^^

실비 2005-04-24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계쏙 보던군여.. 기분이 참...그냥 바로 덥고 서있었땁니다.ㅎㅎ

icaru 2005-04-24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비 님..흐..믿고 구매하신다니...또...아주 쪼매만큼의 걱정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네요...에궁... 아냐요~ 흡족하실거외다..흐흐...
글케...흘끔거리는 사람이 있다니까요...은근히..불쾌하죠오?

비로그인 2005-04-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요...!!^^

icaru 2005-04-2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04-27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준식의 옥중서한에 이어서, 서씨 형제들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는 연장선상에서 책을 집어들지만, 이 책은 실은 이 쪽에 속하면서도 저 쪽에 속하는, 어쩌면... 양 쪽에 모두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인 재일조선인이 소년 시절에 읽었던 책을 통해 소년 시절을 추억하는 기록이다.

추억 속에는 기쁨도 아픔도 버무려지게 마련이다. 압박과 차별을 받는 일본 사회에서의 소수자로서 갖었던 소년의 의기소침하게 굴절된 심정들, --“조선은 만사가 공정하지 못한 것. 조잡한 것, 어딘지 뒤끝이 씁쓸한 것, 볼썽사나운 무엇을 가르키는 대명사였다.”, 조국을 향한 그 복잡다단한 애증의 추억들-- 이 담겨 있다.

 

성장의 기억을 더듬을 만한 구절 중 몇을 옮겨 본다.

 

재일 조선인인 시인 허남기의 시 등이 포함되어 있던 시집에서 스즈키 기로쿠라는 시인의 ‘용서’라는 시를 읽고,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 ‘주위의 일본인 학생들에게 절대로 내 마음을 허락하지 않겠다’ 결심하며 몸과 마음을 가다듬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 시의 마지막 행에는 ‘나는 사랑은 못 하겠다’고 씌어 있었다. 누군가를 좋아해버릴 것만 같은 그런 때에는, 나는 언제나 마음속으로 이 시구를 읊조렸다. 그만큼 마음이 약했던 것이다.

 

마의산---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죽고 싶을 정도로 지루해져버려 곧바로 내팽개치고 말았다. 마의산은 본질적으로 끝나지 않을 그 무엇을 묘사하고 있었다.

---> 그와 같은 학교에 다니던 책을 꽤나 읽었다는 여학생이 “마의 산, 그 책만큼은 영 읽고 싶지 않아.” 라는 말에 “넌 이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지만, 여차여차하고 이러저러해서 난 재미있게 얽었단다‘ 라는 말을 꼭 그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었했던 경식. 그렇지만 그에게 마의산은 사춘기 콤플렉스의 상징이요, 끝까지 등정할 수 없었던 영원한 미답의 봉우리였다.

 

“양친의 학력을 기입할 때 결연하게 공란에 없음이라고 써넣고 나니, 부끄러움보다는 오히려 어머니를 위로해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끓어올랐고 어느덧 나 자신이 당당한 어른으로 성장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나의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만일 그곳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의식을 풍요롭게 하지 못할 양이면, 차라리 그 다리는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시민들은 예전처럼 헤엄을 쳐서 건너든가 아니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된다. 다리는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프란츠 파농”

 ---> 서경식은 형 준식의 친구 K를 통해서 프란츠 파농의 책들을 접한다. 위의 구절 속에는 각 인민이 어떻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가 화두이다. 프란츠 파농은“먼저 자신의 소외를 의식하지 않는 한 결연하게 전진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또, “민족주의 아닌 민족의식이야말로 우리에게 범세계적인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이 재일조선인이라는 사실, 바로 그 소외의 상황을 의식하는 일이야말로 전진을 가능하게 한다. 그 전진이란 다름 아닌 답답하고 옹색하게 굴절된 일상에서 광활한 보편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가 대학 3학년이 되던 1971년 봄, 한국에 유학 중이던 둘째형과 셋째형이 한국 정부에 체포되었다. 그는 그 사실을 “학원에 침투, 학생 데모를 배후에서 조종한 스파이 체포되다”라는 제하의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된다. 그 뒤부터 그는 두 형을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지만, 재판이 종결되고 두 형이 각각 무기형과 7년형을 언도받자 더 이상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마저 사라지게 됨을 느낀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중에도 형들이 어두컴컴한 독방에 갇혀 때때로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 순간도 잊을 수 없게 된다. 그럭저럭 1년 늦게 대학을 졸업하기는 했지만 재일조선인의 취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 즈음 그는 루쉰이 일생동안 부대꼈을 ‘암흑’에 그 역시 몸을 담고 있는 심정이 되고. 그리하여 루쉰의 <‘분’의 후기>, ‘꽃없는 장미’ ‘어떻게 쓸 것인가-밤의 기록1’ 등을 읽고 또 읽고 한다.

 

“루쉰이 “희망이란 본래 존재한다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말할 수 없다”고 할 때 그는 희망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거의 없다’라고...... 인간은 희망이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걸어가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희망이다. “


“한 순간 한 순간 삶의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엄숙한 자세로 반드시 읽어야 할 책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독서. 타협 없는 자기연찬으로서의 독서. 인류사에 공헌할 수 있는 정신적 투쟁으로서의 독서”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5-04-07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겟어요. 보관함에 찜해놨다는...^^

icaru 2005-04-0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에~ ^^ , 예민하면서도 담담한 필치가 좋고 아무튼 읽는 재미가 좋아요~

울보 2005-04-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관함에 넣을래요..

2005-04-07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08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08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준식의 옥중서한....아마 " 사람다운 삶은 얼마나 어려운가" 라는 제목의 리뷰로 올라왔죠? 구랍도서관에서 경건하게 읽으셨다는 그 책... 제가 서재 초기에 읽은 가장 감명깊은 리뷰였는데...여기서 서씨 집안의 글을 또 보내요.

icaru 2005-04-08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흐으 ^^

속삭이신 님~ 이리도 좋은 책을... 어기야 ... 어강도리..아흐아 다롱디리...
그 아래 속삭인 님.. 제가 그랬어요~ 읽어보고 싶은데...그 정도의 내력을 갖었다고 해서 찾아 읽을거면...참...여러책 봤겠네~! 싶었던 거요... 각설하고~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었던 담담한 아름다움을 주는 책이었던듯 하단 생각..... 서양순례 흠... 저 이 책도 아직이거든요...이 것도 읽고프고...저것도 읽고프고... 이거 무슨 걸신병인지...흐흐..

잉크냄새 님...아따...구립도서관에 앉아서 이 책 읽었다고 쓴 것까지 기억허시네... 감동먹었어요 ㅠ.ㅠ....

비로그인 2005-04-0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의 좋은 리뷰 보면서 이건 읽어봐야지 저건 꼭 구입하리라, 했다가도 책이고 나발이고 멍청하게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해 죽겠습니다..으흐..저도 삘 받았응게 쫌 땡겨봐야쥬..

icaru 2005-04-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천천히 하시얍~* 지금은 다른 일들로 무척이나 바쁘시니깐두루요...
저도 제가 책을 통 못 읽을 땐... 다른 분들...읽어낸 성과물들을 들여다보기가 두려워지곤 하죠...

2005-04-17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5 범우 한국 문예 신서 55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본래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그러니까 타고난 책벌레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쟤는 책만 끼고 살아. 밥 먹듯 책만 읽어. 어렸을 적부터 그랬어.”의 주인공이 결코 아님.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고는 싶었다. 직장이라는 데를 다니기 시작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일이 마뜩치 않고, 이 일이 내 길이 아닌 듯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당장의 수입원 때문에 돈벌이를 하고 있구나 하는 한탄조의 체념에 사로잡힐 때는 책보다 더 나를 위무해 줄 꺼리는 없는거다. 그 때부터 비로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그러나 가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다. 일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저자) 중엔 그런 사람도 있었다. 책을 좀 그러니까 책깨나 읽었다는 사람들..... 요렇게 조렇게  굴비 엮듯 단어들을 주워 꿰며, 찬탄을 금치 못하게 말 잘하는 사람들....그러나 지식은 산처럼 쌓았지만 그것이 인격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부류의 사람들.... 보았다.... 그들은 무릇 책 좀 안 읽은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는 일도 더러 서슴치 않고 범한다. 음, 책을 많이 읽는다는사실 하나만, 부러울 뿐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 살면서 남보다 몇 권의 책을 더 읽는다고 해서, 내 인성이 더 빛나지는 것도 아니고, 책 많이 읽는다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자랑할 일도 아닌 듯 하다.

 

이 즈음에 나를 보면, 양적으로 읽은 책의 가짓수를 높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작은 예로 나는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은 마치 예전에 걸었던 오솔길을 다시 걷는 것과 같다 하던데, 음,,,, 나는 그런 재미를 영 모른다. 시간이 없어서, 라고 말한다. .... 과연 그런가...
 
책의 내용과는 영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말을 풀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책이 주는 정보도 그러하지만,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자세랄까 하는 주변적인 것들에 생각이 흘러간다.

 

장정일은 참으로 지독하게 많은 책들을 읽었고, 비교적 경직되지 않은 사고의 궤를 보여 주는 통찰력 있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보수적이기 쉽지 싶다. 예전을 것들과 사고 방식을 고수하고 싶어지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날마다 자신을 새롭게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우냐의 반증일 것이다. 그러나 이이 장정일은 책에 대한 대단한 탐욕을 통해, 일신우일신을 하는 사람은 아닐까 생각을 해보면서... 그래서 그는 보수적인 것에 머물지 않을 사람인거 같다 라는 좀 오버스런 생각도 해 본다. 사실... <거짓말>과 <너에게 나를 보낸다>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 사람을 또 얼마나 깎아 보았던가. 확실히 평가 절하된 인물이다.

 

주로 외국계 소설 작품에 대해 서평 일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이런 글은 사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고, 그닥 잘 읽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재즈나 음악 관련 서적 읽기에 관한 서평은 참으로 쫀득하게 잘 읽혔다. 나는 또한 재즈에는 문외한임에도.... 

 

“대신 우리는 음악도 아니면서 음악만큼 아름다운 주제와 변주들을 만난다. 두 구절을 옮겨 적는다. “어떤 사람이 바로 그 사람으로 성장할 확률은 무한대 분의 1, ‘내가 나’일 확률은 무한대 분의 일. 내가 나인 것은 기적 그 자체인 것이다. 그 ‘기적적인 나’ 가 마찬가지로 기적적인 너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독서 읽기를 통해서, 읽고 싶은 책들을 꽤 많이 소개 받았다. 그 중에 하나가  앙드레 드리쇼의 <고통>이다.
 


카뮈가 알제리 대학에서 문과 수업을 받던 때, 그의 스승이었던 쟝 그르니에 교수가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권했던 일화를 옮긴이의 해설 가운데서 재인용한다.

 

"쟝 그르니에 교수를 만났다. 그 역시 나에게 책 한 권을 읽어 보라고 내밀었다. 처음 듣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한 권의 훌륭한 책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책은 내가 경험해서 아는 것들, 즉 어머니라든가 가난이라든가 아름다운 저녁 하늘이라든가 하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나에게 이야기해 준 책이었다. 습관대로 하룻밤 새에 그 책을 다 읽어 치웠다. 다음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설고 새로운 자유가 용솟음쳐, 머뭇거리며 미지의 영역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책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망각과 위안만이 아니라는 교훈을 터득한 것이다. 나의 집요한 침묵, 지독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고통, 그리고 기묘한 이 세상, 내 가족들의 그 고결성과 불행. 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등 이 모든 것이 이야기될 수 있는 것이었다. <고통>이라는 책으로부터 나는 앙드레 지드가 나를 유인한 창작의 세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터득할 수 있었다. 김화영 편 알베르트 까뮈 문학과 지성사.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5-04-01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개*^^*

잉크냄새 2005-04-01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음 날 잠에서 깨었을 때, 낯설고 새로운 자유가 용솟음쳐 " 아직 이런 경험은 못해본것 같아요.
위에서 님이 말한 작가들을 보니 문득 여우님의 서재 대문에 걸린 " 내면성이 없는 책읽기는 황구라다 " 라는 글이 떠오릅니다.

플레져 2005-04-0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있어요.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알게 되었지요. 고통, 접수!!

2005-04-0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1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 님...히힛...별 다섯 개!!! 반짝 반짝 반짝 반짝 반짝 *^^*
잉크냄새 님..저도 파란여우 님의 그 글...생각했었는데... 후후..
플레져 님.. 옮긴이의 재인용한 해설을 보고 있노라니...저 책 검색을 안 해볼 수가 없드랍지요... 님도 접수하셨어요? ^^

속삭이신 님~ 앗...저...춘아춘아 옥단춘아 에서...강유원 참 좋게 봤는데요...그리고...씨네21에서의 글들도 잼나게 봤고...그런 말을 했더란 말인가요? 지식으로 체계화...어째 먹물 냄새만 피우고 정말이지 누구말 마따나 내면성이 안 보이는게...
근데...님의 반박글이 막강한 포스~ 를 뿜어내는 글이었던가 봅니다~ 그저그런 비판 글이었음...홈피에 올리기까지 했을까 싶은...(앗 저 이거 님에 대한 칭찬이라고 하고 있는 걸까요~ㅋㅋ) 흐흐...그런 에피소드를 가진 님이 부럽다는...
전에 하늘연못에서 나온 그의 독서일기 3권을 읽었었어요...그런데...기억은 하나도 안 나네요...^^ 다시 읽어얄가봐요... ㅋㅋ 암턴...님...즐거운 주말 보내세요오~ !

!^^

2005-04-02 0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yonara 2005-04-0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당함이 없이.. 영 아닌 책에 관해서는 아무리 유명한 베스트셀러라도 사정없이 난도질하던 그의 터프함이 좋았습니다. 대략 3권까지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새 5권까지 나왔군요. 그것도 2002년도에.. 지금은 더 나왔겠지요..

icaru 2005-04-02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6권까지 나온 것 같더라고요...
저는 책을 사면 꼭...소장해야 한다는 주의는 아니거든요...더러는 팔기도 하고 더러는 다른 사람에게 주기도 하고, 물론 책의 가치를 떠나 소유 욕심을 부리려하는 책이 더 많기는 하지만요... 각설하고... 이 책은...아는 후배 것을 빌려 읽은 것인데... 안되겠다 싶어... 장만해 소장하기로 했다지요~
두고두고 들춰보게 될 거 같더라고요... 책도 참고할 겸사겸사...

내가없는 이 안 2005-04-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오래 전 1권 나왔을 때 얼른 사서 달게 읽은 기억밖에 없네요. 그 후로도 나올 때마다 마음이 동했는데 정작 2권부터는 보지 못했어요. 이 책도 나오자마자 손을 뻗칠까 하다가 쌓아둔 책들 때문에 부담스러워 못 샀더랬죠... 예전에 제 주위에는 어려운 책만 들입다 보는 사람들이 몇 있었어요. 그 사람들, 함께 이야기하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갈 수 있는 재미있는 사람들인데 전 왠지 그들 내면 속의 에고가 느껴지더군요. 지금은... 한번 만났음 좋겠는데 많이 멀어져서... ^^ 님 리뷰는 늘 담백해요. 책 읽은 이야기를 이렇게 술술, 진솔하게, 할 수 있는 님의 리뷰가 그래서 매력 있는 것 같아요. ^^

2005-04-04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4-0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님은 1권을 읽으셨군요... 저는 예전에 3권을 읽을 때는 책에 대한 부분은 건성건성 보고 주로 일상에 관한 짦다리한 글들만 휙휙 보았었거든요... 이번에 5권을 읽으면서는... 책들에 대한 평을 하는 방식이 좀 눈여겨 보아지더라고요...
히히... 맞아요... 책 많이 읽는 사람들...중에 알고 보면 무지 재미난 사람이 많지요~ 제가 책 많이 읽은 사람들 부류를 그닥 좋게 보지 않으며 말했던 것은...다시 읽어보니 어떤 사람 하나를 염두에 두고 쓴 거 있죠..

속삭이신 님... 아효...참.. 님...왜...자꾸...내가 님께 해야 할 말씀을 하시어욧!!
사실과 달라요 님..
식목일엔 뭐 하셨어요? 저는 그냥...빈둥빈둥...
텔레비전에서 들리는 산불 소식은 너무 마음이 아팠답니다..ㅠ.ㅡ;;




요즘엔 뭘 쓰기가 영 거추장스럽네요~

하루살이 2005-04-13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열흘이 지난 글에 댓글을 올리려니 조금 쑥스럽네요. 편지를 읽고 답장을 쓰는 것이라면 열흘정도면 늦지 않은 것일텐데... 인터넷이 재촉하는 시간의 강박을 느낍니다. 어~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네요.
암튼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무엇보다도 내가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정보찾기용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3권까지 읽은 기억이 나는데, 매 권 읽을때마다 장정일의 내공에 놀라곤했습니다. 철사장 한방으로 상대방의 내장을 터쳐버리듯 절대무공의 소유로 타인의 책의 행간을 독파하는 그를 부러워하며 그래, 나도 한번 읽어보자 하며 꼬불쳐뒀던 책들이 꼭 5,6 권씩 나왔던 걸로 기억됩니다.
이번에도 신선한 충격을 전해주리라 생각되는군요. 곶감 꺼내먹듯 조심스레 한권 두권 읽어가다보면 장정일이 느꼈던 맛과 다른 맛에 당황해하던 모습이 떠오를때도 있습니다. 님이 읽은 암퇘지마냥 말이죠... 그래서 님은 장정일이 아니고 복순이 언니이지 않겠습니까? ^^

icaru 2005-04-14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살이 님...언제 또...이런 글줄을 써 주시고 가셨더래요오?
무슨 책을 읽을까에 대한 정보찾기용... 제게도 그런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5권에 언급된 것들 중에서...앙드레 드리쇼..의 <고통>이라는 책하고...제가 최근에 읽은 ,암퇘지하고...꼭 읽어보겠다 했었어요...그런데...<고통>은 품절... 아무튼 구하기가 쉽질 않네요... 암퇘지는 가까스로 구해 읽었는데... 좀더 어릴적에 읽었음 좋았을껄 싶은거요~ 맞아요...님..하루살이 님이 하루살이 님이듯이...전 복순이언니였던거 있죠오~**
 
헌책방마을 헤이온와이
리처드 부스 지음, 이은선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웨일스의 헤이라는 시골 마을을 전세계적으로 자자한 헌책방만 있는 마을로 만드는 데 일조한(리처드 부스가 큰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만 일궈진 것이 아님.) 어느 괴짜 아저씨(? 할아버지) 리처드 부스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헌책방 마을 헤이온와이>는 책에 대한 책이야기이기 때문에, <서재 결혼시키기>와 <전작주의자의 꿈>에 비교할 수 있었다.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가 단순히 편집자로써, 어릴적부터의 책사랑을 편안한 방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데 비한다면, 이 책의 저자는 헌책으로 밥벌이에 신경을 써야 하는 사업가였다는 점에서 다르고, <전작주의자의 꿈>이 우리 나라에 보급된 우리말로 된 책 사정을 다루고 있어, 큰 공감대를 얻은 것에 비해 이 책에서 저자의 책 사랑은 영어권의 책들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얻기 힘들었다. 문화권에 익숙치 않아서인 듯 저자가 웃으라고 써놓은 부분에서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

하지만, 책은 자고로 이 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번역도 꼼꼼했고, (번역자는 중간중간 리처드부스가 착각하고 기술한 부분에 대해 각주로 다루어 바로잡아주는 성실함과 정확함을 보인다.)  우리 나라에서도 헤이온와이와 같은 헌책방마을이 가능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고 있는 편집자 후기도 좋았다. 편집자가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다.
현재 서울의 청계천가 헌책방들은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앞뒤 없이 우리도 헤이온와이나 일본의 간다 고서점가처럼 헌책방 서점의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자는 주장들도 있지만, 이렇게 무비판적으로 비교하는 사례는 그다지 옳지 못하다는 점.
성공 사례를 보기 전에 영국과 일본은 출판 시장 자체가 크고 또한 잘 정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헤이온와이가 영어로 된 서적을 전세계적인 독자를 상대로 보급하는 반면, 우리의 헌책방은 우리말을 읽는 우리 나라 사람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것. 즉. 비교의 대상이 다르다는 것.

그래도 헌책방이 활성화되는 길이 하나 있기는 하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 헌책방은 출판 시장의 그림자와도 같아서(부정적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고 출판 시장이 호황이면 헌책방의 시장도 활성화되니까.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면은 번영의 뒤에 숨어 있는 아픔이다. 책마을의 명성에 눈독들인 속물 사업가에게 헤이온와이를 잠식하게 만드는 일도 있었다. 헤이온와이가 책 마을로 명성을 얻었던 반면, 리처드부스의 헌책방 사업은 경영 악화로 인해 결국에 파산하고 말았다.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리처드 부스가 “무장경관이 순찰을 도는 대형 마트 한 개가 있는 거리보다는 천년의 전통을 이어온 상점들로 북적대는 거리가 사회 안정에 이바지 하는 부분이 더 크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다. 헌책방마을 책헤이온와이는 전통적인 경제체제의 붕괴와 토지 개발의 병폐에서 싹이 튼 것으로, 영국의 시골 마을인 이곳 헤이온와이는 ‘헌책’이라는 문화상품 아이템이 아니었으면 대형마트로 인해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이 붕괴 일로에 놓였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리처드부스는 또 이런 말도 한다. “자본주의는 마흔 살에 백만장자와 수상, 두 가지 목표를 이루려는 젊은 사람들에나 어울리는 체제”라는 것. 책 마을은 젊고 굶주린 자본주의자가 아니라 고향을 걱정하고 이웃사랑이 남아 있는 시골에서 자그마란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는 중년을 위한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는 이들을 황혼의 산업일꾼이라 불렀다. 그리고 그는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주로 책을 읽는데 유명 기업가를 찬양하는 책은 딱 질색으로 여긴다고. 전 세계 공항에 잇는 서점에는 그런 책들이 차고 넘친다. 이 보다더 저급한 문학은 없다는 게 그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에게 지옥의 맛을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 20권만 준비하면 된다고 한다.


사람들 중에 인쇄 종이로 된 책의 죽음을 예견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의 보급으로 말미암아 이런 진단을 하는데, 사실 둘은 경쟁 상대가 못되는 것 같다.  우리 인생에서는 정보의 단순한 습득으로 꾸려가는 것이 아닌, 인생에 대한 ‘이해’와 ‘통찰’이 아주 중요한 숙제이기 때문이고, 이런 통찰력과 이해력을 기르는 데는 책에 견줄 만한 것이 또 없기 때문이다. 


“헌책의 새로운 정의를 아십니까? 대형 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 그렇기 때문에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 그게 바로 헌책입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없는 이 안 2005-01-1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책방 마을이라는 어감마저도 정겹군요. 헌책방 마을로 문화의 특성을 살리는 것도 좋은 아이템이구요... 복순이언니님은 헌책방 자주 이용하시나요? 전 얼마전에 파주에 있는 헌책방을 다녀왔는데, 헌책보다는 기증을 주로 한 곳이라 새책이 많더군요. 두 번을 다녀왔는데 처음 찜해놓은 책이 두 번째 방문 때는 없어서 너무 실망도 했더랬어요. 마지막 코멘트 기억해둘 만하네요. 작은 마을의 희망이 되는 물건이 헌책이라구요... ^^

icaru 2005-01-1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 흙서점이라고 중고서점이 하나 있는데...나중에 알았는데요...중고서점계에서는 그래도 알아주는(?) 서점이었더라고요^^

파주요~ 아...님 두번씩이나 다녀오셨더래요오? 헤이온와이를 따서 헤이리라고 한다지요~ 가보지는 않았는데...올...앞으로 가봐야 할 코스 중 하나예요~! 근데..버스타고 갈 수 있나요?



이 책은 그다지 좋지 않다는 평이 주를 이루네요~



저도 리뷰로 먼저 보고....조금 겁먹었는데...그래도 궁금함이 앞서길래...ㅋㅋ

읽는 중에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저를 발견해야 했지만^^ 중간 부분 이후부터는 좋았어요~!




로드무비 2005-01-10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이 이번 독일 도서전 출장(영국 경유해서) 다녀와서요.

무지하게 실망했다고 하더군요.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튼 전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만.^^

kleinsusun 2005-01-10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흙서점 있는데면 서울대 입구에 사시나요?

전 사당동 책창고(대치동에 있다 이사왔어요)랑 신촌 숨책에 가끔 가는데요,

사당동 책창고는 집에서 가까우니깐 함 들려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거기 사장님도 회사원 오래하시다가 헌책방을 하시는데요,

가끔 들러서 얘기도 나누고 충고도 해주시고(제 홈피 자주 들어오시거든요) 갈 때 마다 좋은 책도 건지고 책추천도 받고 편안하고 좋은 공간이예요.담에 번개칠까요? ㅋㅋ

icaru 2005-01-1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부군 님~.. 우아...출장으로 그런델... 12세기에 지어진 성으로 되어 있다해서...옛날 느낌이 많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고즈넉하고 참,....좋겠다 싶은데 그죠??



클라인수선 님...엇...님도 흙서점을 아시네요...아는 분 만난 건 처음야요... 님의 페이퍼에서...책창고와 그리고 주인 아저씨와 관련된 글을 본 기억이 나네요~ 사당동이면...올...제 사정거리 안인데요~

진짜 번개칠까요?? ㅋㅋ

플레져 2005-01-11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복순이언니님 번개칠 때 저두............. ^^;;

어디서 보았는데, 이 책에 대한 평이 정말 좋지 않아서 서점에서 그냥 두께만 확인하고 나왔어요. 헌책도 새책도 많은 관계로 이 책은 나중에...^^;;

참, 전에 제가 헤이리 다녀온 사진 보시고 버스로 갈 수 있느냐고 물으신 적 있죠?

(어렴풋...) 버스 있어요. 헤이리 홈피 가보세요.

잉크냄새 2005-01-1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 헌책방에서 산 참고서의 밑줄을 하나하나 지우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지금은 책에 줄을 긋는 것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요즘에는 기억력의 비애를 느껴서인지 조금씩 밑줄을 긋고는 있지요. 괜찮은 헌책방 서점 추천좀 해주세요.^^

icaru 2005-01-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이리~ 버스타고 갈 수 있군요!! 전 뚜벅이족이라...그 왜 있잖아요....수유리나 일산 쪽 카페촌 같은 데요..그런 데는...저에게 그림에 떡이라는... 뭐...그닥 가보고 싶다는 맘도 많이 들지는 않지마는요~

수선님 번개칠때...플레져 님도 번개칠께요~!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ㅋㅋ



하하하... 저도 중학교 다닐 때는 헌책방에서 참고서 꽤 샀었는데... 생각나네요... 완전정복...이딴 거..ㅋㅋㅋ 고등학교 가서는 보충교재를 단체로 구하고 그래서...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던거 같고요.. 헌책에 밑줄 많이 그어져 있음 주인 아저씨도 알아서 일이백원 깎아주고 그랬던거 같아요...

최근에 친구에게서 책을 빌려 보는데...원래 밑줄치고 책보는 습관이 있어놔서요...연필로 그으면서 보고... 돌려 주기 직전에 열심히 지웠답니다...더러더러...안 지운 데도 남아 있었을거여요...워낙 맘씨 좋은 친구라...이해했을 듯 싶네요..

 
전작주의자의 꿈 -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조희봉 지음 / 함께읽는책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좋은 책이란 단순히 한 권의 완벽한 책보다는 한 권을 읽으면 다른 한권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다. 6년 직장 생활을 깨끗이 접고 책을 모으고 읽고 또 쓰면서 살아가기 시작한 저자의 독서 경험과 책 사랑을 보여 줌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적잖이 탄력을 받게 하고 있으니.......

이 책에는 내가 아는 헌책 서점이 둘이나 나와서 반가웠다. 서울역 앞에 있는 뿌리 서점과 우리 동네 흙서점 이렇게.

내가 원하고 찾는 책들의 방대한 목록을 머릿속에 저장해 놓고 발품을 팔아 가면서 원하는 책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은 미지의 장소를 향해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과 맞닿아 있다. 혹은 싼 가격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을 찾은 흥분 때문에 사실 읽지도 않을 필요도 없는 책을 찾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헌책방에서는 세상의 속도를 일부러 거슬러 거꾸로 사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엔 특별히 밑줄 긋고 싶게 하는 문장들이 많다. 저자의 글이건 저자가 옮겨온 또 다른 저자의 글이건 말이다.

(저자가 좋아하는 작가) 안정효의 창작의 고독을 말한 다음과 같은 글이 내 마음 또한 두드린다.


기쁠 때보다는 슬플 때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외로우면 슬퍼진다.

괴로울 때의 형극(荊棘)이 더욱 첨예하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는 동안 그렇게 첨예한 외로움과 슬픔을 마음의 양식처럼 먹는다. 그래야 속이 잘 영글고 껍질도 단단한 작품이 태어난다.

고독은 영혼을 순수하게 만든다. 순수한 마음은 순수한 작품을 낳는다. 절대 고독은 영적인 수련이다......

나는 외로움을 사냥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다.

그러나

단절과 명상은 대화와 군중의 가능성이 있어야만 기쁨이 된다. 시한부 고독은 창작의 열매를 위해서라면 견딜 만한 형벌이었고, 형벌을 견디기 위해서는 대화와 군중의 가능성을 가끔은 확인해야 했고, 그래서 나는 날마다 편지를 썼다.

나는 날마다 편지를 쓰고

날마다 편지를 기다렸다.

그토록 편지가 그립기는 베트남에서 전쟁을 하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편지를 자주 쓰면 그만큼 더 답장을 많이 받으리라는 생각에 나는 날마다 편지를 써다. 그리고는 날마다 편지를 기다렸다.

아는 사람이라면 생각나는 대로 아무렇게나 편지를 썼고, 하다못해 대학 동창에게도 편지를 썼다.

그리고는 날마다 편지를 기다렸다.

                       안정효, <하늘에서의 명상>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04-04-08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리 서점이 어딨나 했더니, 서울역에 있었군요.^^

비로그인 2004-04-08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작주의까진 아니고요, 전집을 사서 읽어본 적은 쿤데라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만요. 아, 워낙 쿤데라가 소설을 재미나게 쓰는 바람에 뭐, 지루하지 않고 구냥 슬슬 넘어간 적 있습니다. 이젠 엄두도 안 나지만 말에요. 아! 글고요, 복순 언니님! 크크...봤어요, 봤어. 매력적인 쩜이 브랜든의 왼쪽 볼태기에 있더만요.덕분에 동영상까지 아주 잘 훔쳐봤슴돠. 이번달 초순쯔음에 한국공연 있답니다. 얼라덜이 꽤 얍상하게 노랠 하더만요. 큭-

icaru 2004-04-0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그러하지요...스텔라님...뿌리서점은 음...정확히 야그하면..서울역에서 남영동가는 중간지점 노상에 있다구 해얄까요...숙대쪽에 있다고 해얄까요...그래요~~

복시스터즈님...오오 인큐버스 보컬의 이름이 브랜든이로군요...그죠..쩜있져? ㅋㅋㅋ
한국공연이라....정말..얍상한 얼라들입니다...그나저나.. 이젠...오다가다, 어쩌다, 우연히, 혹은 텔레비전에서 눈에 쫌 들어온다 싶은 남자들은...거의 전부다 이다시피.. 나보다 나이들이 한참이나 어리더군요....

근데...쿤데라의 전작을 다 읽었군요...대단허십니다...진짜루요... 쿤데라꺼는 농담하고 불멸하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학교 다닐 때 숙제 땜에 헐수없이..읽었는데...넹...님 말씀처럼..개중에(평론계에서 호평하는 작가들의 것들?).지루하지가 않더군요,,,아...집에 쿤데라의 '사랑'이 굴러다니는데...아즉 안 읽어봤거든요? 이 책은 어떤가요???

비로그인 2004-04-09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마야, '사랑'이 뭐당가요? 저 지금 함 검색해 봤더니 언제 또 이렇게 줄줄이 많은 책들이 나온건지. '사랑'은 쿤데라 초기작이라는데. 음하하하하..제가 그렇죠, 뭘.. 이렇게 또 후까시 함 잡았다 된통 걸려 혼쭐나는 거이 제 개인기니깐요. 험..ㅡㅡa
전작주의, 취소! 에이고..나도 몰겄다, 휘리릭===3

2004-04-09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진 2004-05-20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란 단순히 한 권의 완벽한 책보다는 한 권을 읽으면 다른 한권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일 것이다.-공감입니다요..밑줄 많이 긋게 하는 책..^^

icaru 2004-05-20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해짐 님...안녕하세유. ....님도 이 책 읽으셨나봐요....^^& 이 책...제가 좋아하는 책 가운데 하나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