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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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1'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마침, 요즘이 음력으로 오뉴월이네요. 이 물쿤2 날에 서리가 내린다니요! 여자의 한(恨)은 기상 이변도 일으킬 수 있을 만큼 무서운가 봐요. 그 여자의 한(恨)이 서린 책이 있네요. 이름하여,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예요. 일본에서 온 이 책! 그 이름부터 확실히 각인되고 있어요.


 2012년 2월 24일자 <마이니치 신문>에 ’남편‘으로 검색’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고 해요.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남편’을 입력하면 첫 번째 연관 검색어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와서요.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다고 해요.


 '"출산 후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사과할 일밖에 없어요.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그렇게 잘못인가요?" (중략) 육아를 이해해 주지 않는 직장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빨리 퇴근했고, 늦게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보육 교사에게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외로워서 우는 아이에게도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해"라고 말했다.' -「2장.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 1화. 경력이 단절된 아내의 한」 중에서 -76~78쪽.


'"좀 도와줘요!"라고 남편에게 신경질을 부려도 "당신이 원해서 전업주부가 된 거니까 당신이 해야지. 난 돈 버느라 피곤해"라고 할 뿐이었다. 게다가 집에서는 혼자 맥주를 마시며 푹 쉬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자는 척했다.' -2장.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면 지옥의 문이 열린다 / 4화. 2세대 주택이라는 감옥」 중에서 -116쪽.


 '한 면접관이 "자네 말이야, 육아휴직이라니 무슨 여자들이나 하는 소리를 하는 건가? 남자가 느긋하게 육아휴직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여름휴가도 고작 일주일인데. 자네, 일할 마음이 있기나 한가? 우리 회사는 전근도 가야 하네"라며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우연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는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싶다'고 말한 기업에서 모조리 떨어졌다.' -4장. 남편이 살아갈 길?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의 현실과 이상」 중에서 -217~218쪽.


 '아내가 남편에게 살의를 느끼지 않으려면 애초에 사회보장과 같은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친정이라는 존재가 사회보장 역할을 하는 데 불과하다.' -5장. 이혼하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아내는 남편이 죽기를 바란다」 중에서 -240쪽.


 지은이가 취재한 14명의 기혼 여성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여자의 한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고요. 이 책의 작은 이름인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보여지고요.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양심지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연리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두 마음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칠월 칠일 장생전에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
높은 하늘도 드넓은 땅도 다할 때가 있으련만 
 이 슬픈 사랑의 한은 끊길 때가 없으리.


- 백거이(白居易:772~846) '장한가(長恨歌)' 중에서


 '장한가(長恨歌)'의 한(恨)은 슬픈 사랑의 한이지요. 그런데, 이 책의 한(恨)은 곪은 상처의 한이에요. 아내들의 은결들은3 한(恨)이지요. 이 한을 어떻게 끊고, 풀어야 할까요? 장한가에서 말하는 것처럼 비익조4가 되고, 연리지5가 되어야 해요.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하는 거예요. 남편과 아내가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하고요. 일과 가정도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해요. 또, 인식과 제도도 올바르게 함께 해야 하고요. 독박 육아와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 아름다운 비익조, 연리지가 되어 그 한을 끊기를 바랄게요.

 결혼을 하지 않은 저는 육아와 가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아이는 없고요. 부모님께서 계시니까요. 그런데, 아내 혼자 육아와 가사를 한다면요. 한이 서릴 것 같아요. 아주 지독한 한이 서릴 것 같아요. 이 책,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요. 그 한이 잘 담겨 있어요. 농축이 돼서요.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할 한이지요. 그리고 그 한풀이를 위한 도움말도 잊지 않고 있고요. 한이 서린 아내들을 위해 세상을 올바르게 변하게 할 디딤돌의 하나가 될 책이에요.








북폴리오 2017 하반기 서포터즈로서 읽고 씁니다. 



 

  1. 여자의 원한이나 복수심은 매우 무섭고 깊이 사무침을 이르는 말.
  2. 물쿠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워지다.
  3. 은결들다: 1. 상처가 내부에 생기다. 2. 원통한 일로 남모르게 속이 상하다.
  4. 1.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상의 새. 2. 남녀나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5. 1.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 2. 화목한 부부나 남녀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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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7-17 0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책 제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오해를 부르기 십상인 말이기도 하고요.

사과나비🍎 2017-07-17 12:42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책의 이름이 추리소설?에 나올 듯한 무서운 이름이에요...^^; 저도 처음 책을 처음 만나고 놀랐었어요~^^;
아무튼 五車書님~ 댓글 감사하고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 아, 점심 식사도 맛있게 하시고요~^^*

알콩달콩맘 2017-07-17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책 제목이 너무 살벌하네요.그런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사과나비🍎 2017-07-17 12:42   좋아요 0 | URL
아, 예~^^* 책의 이름이 너무 그렇지요?...^^; 저도 그랬어요~^^; 그나저나 프로필의 나비! 예쁘네요~^^*
그럼, 알콩달콩맘님~ 댓글 감사하고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 아, 점심 식사도 맛있게 하시고요~^^*
 
법정 행복은 간장밥 -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 샘터 필사책 1
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 / 샘터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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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이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게 되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적잖이 마음이 쓰이게 된다. 그러니까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법정 '무소유' 중에서.


 법정 스님의 글을 학창 시절에 처음 읽었어요. 수필 '무소유'였지요. 소유가 얽매임이라는 깨달음.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었어요. 그리고 법정 스님의 글들을 계속 만났고요. 종교를 떠나서, 스님의 말씀들은 풍경(風磬) 소리 같았어요. 바람의 목소리인 풍경 소리. 물쿤1 날, 간들바람2이 불어 깊이 울리는 풍경 소리. 바람의 목소리였어요. 법정 스님이 들려주시는 바람의 목소리. 그 목소리로 귓맛3이 좋은 바람의 이야기가 그려졌어요.

 

(사진 출처: 샘터 네이버 포스트)

 

 

 여기, 법정 스님이 남기신 말씀들과 아껴 읽으신 경전, 불교 명언 등을 엮어서 필사(筆寫)하도록 한 책이 있어요. 이 책은 '01 그날 스님이 주신 씨앗과 모종만이 남아', '02 인간 법정 :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03 스님의 글쓰기', '04 스님이 아낀 말과 침묵'으로 엮어져 있어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필사를 이렇게 해보라고 해요. '01 마음을 비우고', '02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03 바다를 바라보듯', '04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해보라고 해요.  


 오두막에서 온 편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기적 같기만 하고

 둘레의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앓고 나면 철이 든다더니

 뒤늦게 그런 생각이 들어요….


 -2009년 무자년 입하절 강원도 수류산방에서 법정 스님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보낸 서신 중에서 -68쪽.


 

 저는 얼마 전에 아팠어요. 여름 고뿔이었지요. 그래서 이 글이 더욱 마음에 닿았어요. 그래서 필사를 했지요. 그랬더니, 행복해지더라고요. 저도 모든 것에 고마움을 느끼게 되니, 행복해진 거였어요. 이제는 간장밥의 행복한 맛도 알게 됐고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이 책의 작은 이름은 '그립고 그리운 법정 스님의 목소리'예요. 그립고 그리운 스님의 목소리는 저에게 풍경 소리가 되었어요. 즉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의 목소리가 되어 제게 다가왔어요.

 얼마 전, 어느 분의 풍경(風磬) 그림을 봤어요. 바람의 목소리로 다가오는 스님의 목소리. 그것을 필사하는 것은요. 풍경(風磬)을 그리는 것과 같을 거예요. 그리우니, 그리게 되니까요. 그렇게 바람(風)의 목소리는 바람(望)의 목소리가 되고요. 스님의 바람(望)이 저에게 바람(風)이 되어 지금도 다가오네요. 그 바람(風)은 저에게 또 바람(望)이 되고요.

 스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필사할 수 있는 소중한 이 책.  저의 그리움과 스님의 그리움이 만나 이 책으로 이어졌나 봐요. 스님을 그리워하는 다른 분들께도 스님의 그리움이 이 책으로 이어졌으면 하네요. 이 책은 그렇게 많은 그리움을 부르며 자랄 책이에요.






샘터 네이버 공식 포스트 URL http://post.naver.com/isamtoh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1. 물쿠다: 날씨가 찌는 듯이 더워지다.
  2. 간들바람: 부드럽고 가볍게 살랑살랑 부는 바람.
  3. 귓맛: 이야기를 듣고 느끼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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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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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아침, 우연히 라디오를 들었어요. 지난 6월 24일이었지요. 차 안이었고요. 부산의 '추리문학관' 이야기였어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 귀가 라디오 소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Arthur Conan Doyle의 Sherlock Holmes라는 설레는 이름이 제 마음까지 들렸지요.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의 저자 윤정인 작가가 제 아침을 열었어요. 그리고 곧 낭랑한 목소리로 저에게 파고들었고요. 6월 17일부터 토요일마다 3회에 걸쳐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1 저는 그 두 번째 시간에 우연히 만났네요. 이미 만난 책이지만, 대화를 미룬 책을 라디오에서 듣는다는 것.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유럽의 아름다운 서점 같다." "미국 도서관과 비슷하다." 서점에 들어서면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점은 두 개의 층을 터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볼 수 있는 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벽에는 단이 열 개 정도 있는 책장이 천장 끝까지 이어져 있다. 한쪽에는 음악회가 열릴 때 사용할 법한 그랜드피아노가 있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서점 안에 잔잔하게 흘렀다. 창이 크게 나 있어 빛이 가득 들어왔는데, 자연광이 책을 더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 '인생의 물음에 책으로 답하다, 최인아 책방' 중에서, 120쪽.


 '영국의 헤이온와이 마을처럼 책마을 언덕이 되길 꿈꾸며 시작한 추리문학관이다. 이 달맞이 언덕이 헌책방, 갤러리, 고서 전문점으로 가득한 문학의 언덕이 되기를 꿈꾸는 것은 한 사람만의 바람은 아닐 테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바다색과 비슷한 푸른빛 안개가 서리는 언덕길을 오르며 책을 찾아 헤맬 수 있는 서점 거리는 얼마나 낭만적일까.' - '추리소설에 파묻히고 싶을 때, 추리문학관' 중에서, 158쪽.


 '"어떤 분이 책을 찾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책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거였어요. '어제 그 책을 그냥 지나쳤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꼭 읽고 싶다'는 거였죠. 표지에 여자 일러스트가 있다는 것, 삽화가 많다는 것. 이게 우리가 아는 전부였어요. 결국 추리를 해가며 그 책을 찾아야 했고, 그분과 문자로 이 책이 맞는지 아닌지를 계속 주고받았죠. 나중에 그 책이 타샤 튜더의 《타샤의 정원》이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굉장히 기뻐하시더라고요." -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살아 있는 마을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 중에서, 187쪽.


 지은이가 라디오 방송에서 자세히 알려준 곳들이에요. 물론, 책 안에도 있고요. 이 세 곳의 보물뿐만 아니라, 책에는 몇 곳의 보물이 더 있어요. 책은 '골목 속 반짝이는 책공간_헌책방 및 동네서점', '취향의 책방_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서점 및 도서관', '집 앞 도서관으로 가자_진화하는 도서관', '한국의 헤이온와이를 꿈꾼다_우리나라의 책마을'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자세하게 다룬 23곳과 함께 모두 79곳의 보물을 알려주고 있어요. 헌책방, 동네 서점, 도서관을 바라본 지은이의 빛나는 눈길들이지요.  


 '집 앞 서점이 사라지는 것을 본 후 나는 살아 있는,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책방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거나,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 '책마을 가는 길' 중에서, 9쪽.


 '팍팍한 세상살이에 책 읽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때론 책이 어려운 현실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독서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방도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자신만의 반짝이는 책방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 '책방이 자라나는 숲을 거닐다' 중에서, 273~274쪽.


 어릴 때, 저는 동네 서점의 단골이었어요. 방과 후에 서점 한구석에서 책을 살피고는 했지요. 친구와 함께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동네 서점이 사라졌어요. 안타까웠지요. 친구와 함께 모은 책의 추억이 담긴 동네 서점. 어린 단골로서 주인 부부의 귀여움을 받았던 추억이 깃든 동네 서점. 지은이도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작가의 이야기로 제가 갖고 있는 추억이 다시 힘차게 숨을 쉬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추억을 이루고 싶어지네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있어요. 이 광고를 보면 떠나고 싶어지더라고요. 떠난다면, 저는 책이 있는 곳으로 하고 싶어요. 책과의 추억을 다시 이루고 싶어서요. 광고에서처럼 '가는 곳마다 즐거움'일 거예요. 윤정인 작가의 안내로 그럴 거예요.


 '저 멀리 떠나는 여행의 경이로움은 출발하기도 전에 열광이 시작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지도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나라며 고장의 지도를 바라보며 몽상에 잠긴다. 또 낯선 도시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어 본다.'


- 조제프 케셀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은 보물 지도예요.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요. 그들에게 좋은 책과의 추억이 보물 상자잖아요. 보물을 찾아나서는 첫걸음을 내딛기 전부터 열광이 시작되겠지요. 애서가의 보물 지도인 이 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고 몽상에 잠길 거예요. 또 그 헌책방, 동네 서점, 도서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이겠고요. 가는 곳마다 즐거움이 될 보물 지도,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은요. 이렇게 추억의 아침을 여는 찬란한 날개가 되어 언제나 빛나고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윤정인 작가의 블로그에 보니, 녹음 방송이었다고 해요. (http://mimilub23.blog.me/221036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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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1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 가면 80년대 초중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나온 추리소설(저작권을 무시한 해적판)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알라딘 도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번역의 질이 떨어지지만, 내용면에서 좋은 추리소설도 있습니다. 이 책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기록이 없으면 잊히게 됩니다.

사과나비🍎 2017-07-11 23:53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헌책방에 가면 옛 책들이 있지요. 아, 알라딘 도서 데이터베이스에 없나 봐요... 그러게요. 이 책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할 텐데요... 아무튼~ cyrus님~ 댓글 감사해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
 
모래바람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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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요. 바람돌이. 모래의 요정. 이리와서 들어봐요. 우리의 요정.'으로 시작하는 노래! '모래요정 바람돌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시작하는 노래'지요. 하루에 하나씩 소원을 들어주는 바람돌이. 그 소원은 하늘에 해가 있는 동안에만 이루워지지요. 그렇게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들어주는 소원으로 온갖 소동이 일어나고요. 그 모험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더 자라게 되지요. 저에게 모래와 바람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고리예요. 그래서 '모래바람'이라는 책을 만났을 때,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생각났어요. 그렇게 '모래바람' 속으로 들어갔지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진구와 해미. 둘은 연인이에요. 사설 탐정인 김진구. 그 건물 안에서 나오던 연부를 만나지요. 진구의 어릴 적 친구예요. 아버지 친구의 딸로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지요. 맞수이기도 하고요. 10년이 넘게 흘러 만나게 됐어요. 유연부와 헤어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진구와 해미. 대형 벤처투자회사 '제이디애셋'에 가요. 그곳에서 회장, 상준동을 만나고요. 그가 의뢰인이에요. 의뢰는 회장의 아들이 만나는 여인을 뒷조사하는 거예요. 그 여인은 회장의 비서예요. 그런데 그 여성, 유연부예요. 진구는 그 의뢰를 거절하지요. 해미는 연부와 진구의 관계를 추궁하는데요. 진구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와 실크로드 탐사단에 함께했어요. 연부도 아버지와 함께했지요. 진구와 아버지 김민준과 연부의 아버지 유상호는 둘 다 역사학 교수였던 거예요. 맞수지요. 그런데, 진구의 아버지는 사막의 풍토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연부의 아버지는 실종되어 사망 처리되었다고 하지요. 그 이후, 진구는 연부와 연락이 끊겼고요. 진구의 아버지 이야기에 미안함을 느낀 해미는 그 탐사를 다룬 책을 읽으며, 진구의 과거에 다가가게 되지요.


 '도덕이 뭔지는 알겠지만, 왜 도덕을 따라야 하는지는 끝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수학에는 그런 억지가 없다. (중략) 오로지 논리와 이성. 밤하늘의 별처럼 고고히 떠서 차갑게 빛나는 그것을 진구는 사랑했다.' - 28쪽.


 '"내가 미쳤었다. 모래바람이 날 미치게 했다. 진구 너도 기억나지? 그 악마와도 같은 모래바람…….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지금 생각해도 실제로 일어난 일 같지 않아. 아니, 다른 변명 않으련다. 모두 내 잘못이야. 그저 보통 사람도 못 된……. 난 네 아버지, 그리고 네 꿈을 잘라버렸다. 미안하다, 진구야."' - 338쪽.


 '"그 친구한텐 제가 큰 잘못을 한걸요."' - 339쪽.


 수학을 사랑한 진구. 그러나 실크로드 탐사 때의 깊은 상처로 수학을 떠난 진구. 

 그리고 모래바람 속에서 한 잘못의 깊은 뉘우침.


對酒 대주


술을 앞에 놓고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癡人 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로 싸우는가?

찰나 중에 이 몸을 기탁하고서.

부유한 대로, 가난한 대로 또한 즐거우니

입을 벌려 웃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 백거이(白居易:772~846) '대주(對酒)' 5수 중 제2수


 호승지심(好勝之心)이 강한 사람이 있지요. 더욱이​ 호적수(好敵手)가 있다면, 호승지심이 더 강해지지요. 메시와 호날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서로 호적수지요. 용호상박(龍虎相搏)으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그 선수들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긋나면요. 비극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사이클의 랜스 암스트롱. 그는 얀 율리히와 경쟁하지요. 그런데, 랜스 암스트롱은 도핑을 했어요. 결국,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사이클계에서 영구 추방되었고요. 

 '모래바람'의 어떤 이도 호승지심이 강했지요. 그는 모래바람 속에서 큰 잘못을 하고 말아요. 애니메이션 '모래 요정 바람돌이'의 모래 바람은 꿈, 모험의 바람이었어요. 그런데, 책 '모래바람'의 모래바람은 탐욕, 죽음의 바람이었어요.

 백거이는 달팽이 뿔 위의 싸움에서 벗어나, 웃으라고 하네요. 무궁 속에서, 우리의 일그러진 싸움은 작은 일이잖아요. 탐욕과 죽음으로 나아가지 말고, 웃어야겠지요. 옛말에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전직 판사, 현직 변호사(2017년 3월 변호사 개업)인 도진기 작가의 작품! '모래바람'은 진구의 네 번째 이야기라고 해요. 고진 이야기는 그 가운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로 한 번 만났었는데요. 진구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처음이에요. 그와 첫 만남. 좋은 느낌이네요. 수수께끼 풀이도 좋고요. 인간의 속마음도 잘 그리고 있어요. 특히 지나친 경쟁 의식에서 생긴 비극을 잘 그리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잘 쌓여진 좋은 이야기예요. 사이사이에 작은 틈도 없이 잘 쌓여져 있어요. 척박한 우리나라 추리 소설에 꿈과 모험의 모래바람이 될 이야기네요. 역시 우리 추리 소설의 모래 요정 바람돌이는 도진기 작가예요.






흑림귀인단 2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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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반양장) - 자본주의 속에 숨겨진 부의 비밀
롭 무어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20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는 행사가 있었어요. 저는 그즈음의 복권 당첨 번호를 말해준다고 적었고요. 또, 투자할 곳도 알려준다고 했어요. 20년 전이면 IMF 외환 위기가 있던 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때였지요. 게다가 작년부터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으세요. 그런데, 20년 전부터 큰 돈이 있다면, 아버지께 해드릴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더라고요. 선물, 여행 등을 드리고 싶어요. 돈, 필요해요. 그런데, 부(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 있네요. 관심이 가요.


 레버리지(leverage)를 두산백과에서 '차입금, 사채 등의 고정적 지출과 기계, 설비 등의 고정비용이 기업경영에서 지렛대(lever)와 같은 중심적 작용을 하는 일'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제가 만난 책은 레버리지를 '당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는 기술(14쪽)'이라고 해요. 아무튼 누군가를, 무엇을 지렛대처럼 사용한다는 것이 레버리지인가 봐요.


 '사회가 말하는 성공의 기본 법칙은 ‘열심히 일하는 것’과 ‘희생’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희생하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고,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깨어 있고, 더 열심히 움직인다면, 당신은 결국 성공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행복한 삶과 시간적인 자유를 원한다면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라는 성공의 법칙이 근거 없는 망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 15~16쪽.


 '당신이 타인의 계획 속에서 움직인다면, 아무도 당신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레버리지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으로부터 돈을 벌고 있다. 당신은 먹이 사슬 밑바닥에서 가장 적은 돈을 벌며 가장 많은 일을 한다. 자유와 통제력을 가장 적게 누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과 일과 돈이 정비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백만장자, 억만장자, 기업가 들은 그것이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 20쪽.


 '부(W) = [가치(V) + 교환(E)] x 레버리지(L)'


 롭 무어가 말하는 부의 법칙이에요. 그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더 빨리, 더 쉬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들은 이익을 얻고,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당신에게 돈을 지불할 것이다.'라고 해요. 또, '부를 얻기 위해서는 교환이나 거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환이 이루어지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정도의 가치가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하고요. 그리고 '레버리지를 풀어 말하면 '가치 창출을 위한 규모와 속도의 법칙'이다. 당신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수록 교환할 수 있는 재화의 양은 증가하며 교환의 기회는 늘어난다.'고 해요.


 나에게 충분히 긴 지렛대를 준다면,

나는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 아르키메데스


'레버리지는 다른 사람들의 시간, 경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 - 245쪽.


 저자인 롭 무어는 빚더미에서 부자가 됐다고 해요. 그의 자세한 성공기가 없어서 아쉽지만요. 그의 레버리지 이야기는 흥미롭네요.


 돈(錢)

김삿갓(김병연)


周遊天下皆歡迎 주유천하개환영
興國興家勢不輕 흥국흥가세불경

去復還來來復去 거복환래래복거
生能死捨死能生 생능사사사능생

 

천하를 두루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힘 가볍지 않네.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구나.


 방랑 시인 김삿갓의 시처럼 갔다고 오고 왔다가 가는 돈. 살리고 죽이는 것도 돈이지요. 그렇게 힘 있는 돈. 우리 속담에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하잖아요. 그 돈을 모아서 부자가 되고 싶어요. 최소의 노력, 최소의 시간으로 최대의 결과를 얻어 부자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 다른 것을 지렛대처럼 사용해서 부자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부자가 되어 아프신 아버지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구차하지 않게 살고 싶어요. 또 경주 최부자댁1의 이야기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싶고요. 계영배(戒盈杯)2처럼 가득 채움,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 되고 싶어요.


 제가 만난 책 '레버리지'는요. 무거운 것을 들 때, 적은 힘으로 들게 하는 지렛대 같은 책이에요. 물론 지렛대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각 상황에 맞게 사용할 줄 알아야겠지요. 저자인 롭 무어가 알려준 원리를 잘 이해하고, 제 상황에 따라 맞게 사용해야겠지요. 그렇게 레버리지를 하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겠어요. 제 삶의 곳곳에서 레버리지가 빛나게 해야겠어요. 이 책은 이렇게 저의 지렛대 사용 범위를 넓혀준 책이에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60529&cid=40942&categoryId=33080
  2.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19472&cid=40942&categoryId=3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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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27 0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돈이 간절히 필요한 사람은 돈이 들어오기는커녕 줄줄이 빠져나갑니다. 먹고 살아가는 데 충분한 사람들이 돈을 더 밝히는 것 같아요.

사과나비🍎 2017-06-27 21:33   좋아요 0 | URL
아, cyrus님~ 댓글 감사합니다~^^* 예~ 돈이 참... 그렇더라고요...ㅜㅜ 그럼, cyrus님 좋은 시간되시기 바랄게요~^^*

2017-06-27 0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27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7-07-28 2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렛대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각 상황에 맞게 사용할 줄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

사과나비🍎 2017-07-28 21:35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어려운 일 같아요~^^* 그나저나 댓글 감사해요~ 더위, 비 조심하시고요~ 좋은 금요일 밤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