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운명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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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때 배운 동요 하나. 혜은이의 '파란 나라'가 생각났어요. 그 노랫말 가운데, '난 치르치르의 파랑새를 알아요'가 있지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 동요를 들었지만, 저는 '치르치르의 파랑새'를 알지 못했어요. 안데르센만 알았지요. 치르치르의 파랑새는 제게 물음표였어요. 그 물음표가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느낌표가 됐지요. 소년 치르치르는 여동생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다녔대요. 헤매다가요. 결국 집에서 파랑새를 찾았대요. 파랑새는 가까이에 있었어요. 그런데, 새장을 여는 순간 날아갔다고 하네요. 제가 조금 더 자라서 그렇게 알게 됐지요. 그리고 지금, 그 '파랑새'의 지은이가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걸 알게 됐네요. 치르치르의 원래 이름은 틸틸이었고, 그 여동생 미치르의 원래 이름도 미텔이었다는 걸 알게 됐고요1. '파랑새'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준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산문집을 만나면서요. 그래서 혜은이의 '파란 나라'가 생각난 거예요.

 

(사진 출처: 아르테 네이버 포스트)


 '세상 누군가는 행복을 생각하고,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행동해야 합니다.' -19쪽.


 '조금 더 많은 생각과 조금 더 많은 용기, 조금 더 많은 사랑과 호기심, 조금 더 많은 삶의 열정으로 언젠가는 진실과 기쁨의 문이 활짝 열리리라 믿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리고 좋은 일에 대한 상상은 절대로 허상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하고 현명해지기를 얼마든지 희망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해도 희망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20~21쪽.

  

 '당신은 행복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행복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됩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가장 잘 인지하는 사람이며, 자신의 행복을 가장 잘 인지하는 사람은 인간적인 용기와 지칠 줄 모르는 자긍심으로 비탄에서조차 행복을 추출해낼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1쪽.


 '사람은 지혜로워지는 딱 그만큼 본능적인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불행을 극복한 사람의 영혼을 괴롭힐 수 있는 운명이란 없습니다.' -36~37쪽.


 '사랑의 힘을 갖지 못한 지혜는 진정한 지혜가 아닙니다.' -39쪽.


 '사랑하십시오. 당신은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지혜로워지십시오. 당신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사랑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기를 멈출 수 없기에 끊임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64쪽.


 '사실 우리 삶에 모자란 것은 행복이 아니라 '행복의 깨달음'입니다.' -102쪽.


 '지혜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도 덜도 말고 인생에서 행복의 고정점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108쪽.


 모리스 마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 시인, 극작가, 수필가, 1862~1949)의 산문집 '지혜와 운명(1898)'. 사랑을 품은 지혜가 운명을 넘어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그의 글들. 역시 탁월하네요. 오랫동안 넓고 깊은 생각에서 움튼 그의 글들이에요! '벨기에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에 어울려요. 그렇기에 191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겠지요. 옮긴이 서문에서도 ''영적인 경지', '신비스런 힘', '심오함' 등의 평가는 마테를링크의 대표적인 희곡들은 물론 후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산문들을 보아도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10쪽)'고 하고요. 또, '체계적인 논리를 초극한 직관적 깨달음을 담아냈기에, 그는 한 편의 글에서도 모순된 언술을 피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 그는 모순되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12쪽)'고 해요. 시인이기에 시적 언어로 담아낸 그의 생각. 역설법으로도 담겼겠지요.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동요 '파란 나라'에 이런 노랫말도 있지요.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이라고요. 이제 우리에게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하는 동의어가 되었으니, 파란 나라도 행복을 상징할 거예요. '꿈과 사랑이 가득한' 행복. 사랑이 깃든 지혜로 운명을 넘어 행복에 이른다는 '지혜와 운명'의 생각과 이어지네요. 또, 동요 '파란 나라'에 노랫말에 이런 것도 있지요. '동화책 속에 있고 텔레비전에 있고, 아빠의 꿈에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나라,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누구나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나라'라는 노랫말이요. 동화책, 텔레비전, 아빠의 꿈, 엄마의 눈 속에 언제나 있는 행복이지만요. 아무리 봐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누구나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생각만 하는 행복이지요. 동화 같은 희곡 '파랑새'에서도 그래요. 가까이에 있지만, 깨닫기 어려운 행복이지요. 물론, 산문집 '지혜와 운명'에서도 '행복의 깨달음'을 이야기하고요. 그리고 동요 '파란 나라'의 마지막에 이런 노랫말이 있지요. '어린이 손에 주세요. 손'이라는 노랫말이에요. 어린이 손에 행복을 달라는 뜻이에요. 어찌하여 어린이일까요? 어린이는 자라나는 꿈나무잖아요. 그렇기에 행복이 손에 닿을 수 있을 거예요. 꿈꾸지 않는 사람은 행복에 닿을 수 없지요. 역시, '파랑새'에서도 파랑새를 새장에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행복은 가둘 수 없지요. 날개를 펼쳐 날아올라야 해요. '지혜와 운명'에서도 '행복을 생각하고,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행동해야 한다'고 하고요.


 '지혜와 운명'을 읽으며, 같은 작가의 작품인 '파랑새'뿐만 아니라, 우리 동요 '파란 나라'까지 생각의 고리가 이어지더라고요. 그 담긴 뜻이 다르지 않았어요. 깊은 숲 속의 오랜 샘에서 길어 올린 맑은 물 같은 글과 노래인 거예요. 사실, 어릴 적에 동요 '파란 나라'를 배울 때는 가볍게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모리스 마테를링크'의 생각을 담았더라고요. 그의 '파랑새'가 '파란 나라'에 날아간 것이겠지요? 그곳에서 지혜로 운명을 넘으라고 노래하고 있겠고요. 그 지혜는 사랑이 담겼고, 운명을 넘으면 행복이 있다고 또 이어서 노래하겠지요. 그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1. 일본에서 '파랑새'를 번역할 때 주인공 이름을 바꾸었고 일본어 번역본을 우리말로 중역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굳어진 것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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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3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과나비🍎 2017-09-14 22:00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늦어서 죄송해요~ AgalmA 님~^^; 댓글 남겨 주셔서 무한 감사입니다~^^*
예~ 검색하니, 예쁜 파랑새가 있더라고요~^^; 그럼, AgalmA 님~ 좋은 밤되시기 바랄게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 LL 시리즈
다카도노 마도카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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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삼국지연의'의 인물들을 여성화1한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진삼국무쌍 4'라는 게임의 인물 일러스트를 여성으로 바꾸어 그린 그림이었어요. '十月天宮'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중국 동인 작가(同人作家)의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원작 일러스트의 분위기를 이어서 잘 그렸다고 느겼지요. 또 그런 작품으로 평가가 좋지는 못하지만, 연희무쌍2이라는 성인 게임, 일기당천3이라는 성인 만화도 있다고 해요. 이렇게 '삼국지연의' 인물들의 여성화! 처음에 봤을 때, 정말 놀라움에 이은 호기심이 저를 강하게 이끌었지요. 학창 시절, '삼국지연의'를 즐겨 읽었던 저. 제가 상상했던 인물들과 그 다름에 호기심을 느꼈었던 거예요.

 그런데, '셜록 홈즈'를 여성화한 이야기가 있네요. 셜로키언인 저이지만, 여성화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놀라움에 이은 호기심이 저를 지배하기 시작했더랬지요. '삼국지연의' 인물들의 여성화 그림을 처음으로 봤던 것처럼요. 그리고 그 책을 손에 들었어요. 책의 이름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에요.

 

 '"셜리, 살해 방법이 뭔데!?"

 나와 레스트레이드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등을 돌린 채 말했다.

 "우울한 '그날'!"' -92쪽.

 

 셜록 홈즈도, 존 왓슨도 여자! 그래서 이름이 셜리 홈즈, 조 왓슨이에요. 게다가 허드슨 부인은 인공 지능(AI)이고요. 때는 2012년이에요. 장소는 영국 런던! 올림픽이 한창이었지요. 아프가니스탄에서 돌아온 군의관 조 왓슨은 셜리 홈즈를 만나 함께 살게 돼요. 베이커 가 221B번지에서요. 셜리 홈즈는 인공 심장을 단 승마 선수이자, 고문탐정이지요. 레스트레이드는 이 작품에서 유부녀로 나오네요. 모리어티는 여자로서 버지니아 모리어티. '거미 여왕'으로 불리고요. 셜리 홈즈의 언니는 정부 관료로 권력과 돈이 있지요. 동성애자로 나오네요. 이제, 언니와 레스트레이드 덕분에 언제나 사건이 다가오는 셜리 홈즈에게 조 왓슨이 함께 하네요. 살인 현장에 함께 가게 돼요. 네 명의 여성 살인.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한 사망이고요. 사건의 단서는 탐폰(Tampon, 원통형으로 되어 있어 질에 삽입하는 생리대)이에요. 단서도 지극히 여성적이네요.

 

 셜록 홈즈가 현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BBC의 드라마 '셜록', 여성 왓슨이 나오는 CBS의 드라마 '엘리멘트리'를 이은 작품!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에요. 두 작품이 담겨 있는데요. 책의 이름과 같은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과 '셜리 홈즈와 디오게네스 클럽'이에요.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이 대부분이지요. '셜록 홈즈'의 패스티시(pastiche) 작품으로 각각 '주홍색 연구(A Study in Scarlet)'와 '그리스어 통역관(그리스인 통역사, The Adventure of the Greek Interpreter)'을 패스티시했어요. 특히, 여성화에 그 의미가 있네요. 그런데, 작고 얇은 책만큼이나 가벼운 이야기예요. 10대 소녀들의 수다 같은 이야기예요.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약간 거칠어요. 망치 자국이 남은 석조 작품 같아요. 읽다가 억지로 멈추게 되지요. 추리 과정, 범인의 검거 과정이 다소 불친절하고요. 그래도 여성화에 따른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심심풀이로 읽기에 알맞아요.

 이 책! 라이트(Light)와 리터러처(Literature)의 머리글자를 딴 황금가지의 LL 시리즈인데요. 가볍고 신선하면서도 재미와 깊이를 놓치지 않는 작품들을 소개한다고 해요. 그런데, 이 '셜리 홈즈와 핏빛 우울'은 가볍고 신선함에 더 무게가 기울은 작품이네요. 그래서 셜로키언이고, 심심하신 분들! 이 책이 가볍고, 거칠지만요. 인물 여성화의 호기심으로 잠시 따분함을 잊을 수 있을 거예요. 읽으셔도 돼요.  

 

  

   


 

  1. https://namu.wiki/w/%EC%97%AC%EC%84%B1%ED%99%94
  2. https://namu.wiki/w/%EC%97%B0%ED%9D%AC%EB%AC%B4%EC%8C%8D
  3. https://namu.wiki/w/%EC%9D%BC%EA%B8%B0%EB%8B%B9%EC%B2%9C(%EB%A7%8C%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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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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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때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후배가 있었지요. 이성이었어요. 착하고, 대화가 즐거운 길벗이었지요. 마침 가는 길도 비슷해서 하굣길에 자주 함께 다녔어요. 같이 듣는 수업이 여럿이어서 끝나면 함께 하교하고는 했지요. 걸으면서, 또 전철에서 함께 대화를 나눴어요. 그런데, 그 후배에게는 연인이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어느 정도 선은 지켰지요. 어느 날 전철역 앞에서 그 후배가 눈물을 글썽이고 있더라고요. 애인과 함께 있었는데요. 아마 다툰 것 같았어요. 그 후배의 애인은 저도 아는 후배였어요. 연인끼리 같은 학번인데, 나이가 달랐지요. 선배인 저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같이 듣는 수업도 거의 없었고요. 그래도 안면은 있었지요. 그 후배가 부탁을 하더라고요. 함께 하교하면서 달래 주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달래 주었지요. 그런 후, 아쉽게도 그 연인 관계는 회복이 안 됐던 것 같았어요. 점점 멀어지던 그 연인 관계에서 화살은 저에게 날아왔지요. 제가 그 후배와 가까이 지냈기 때문에 연인 관계가 멀어졌다고 생각한 듯해요. 그래서 그 애인이었던 후배가 소문을 낸 듯하고요. 저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제가 친하게 지낸 건 사실이기에 참았지요. 그런데 주위의 비난이 계속되기에 뒤에서 그러지 말고 저에게 와서 말하라고 했지요. 그 뒤로 잠잠했어요. 저도 길벗이었던 그 후배와 거리를 두게 됐고요. 그래도 그 후배는 새로운 연인이 생겨서 이 일은 마무리가 됐지요. 그때 깨달았어요. 사람 관계, 특히 연인 관계에 다른 사람이 잘못 이어지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요.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어, 루이즈. 모두가 비밀을 가질 자격이 있어야 하고. 사람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어. 그러려고 하면 미쳐 버릴걸."' -25쪽.


 소설 '비하인드 허 아이즈'를 만났어요. 예전 후배와의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사람 관계의 긴장감이 느껴졌지요. 소설의 이야기는 이래요. 이혼 후 혼자 여섯 살 아들 애덤을 키우는 루이즈. 병원에서 일하지요. 시간제 비서로요. 그 루이즈가 술집에서 끌리는 남자를 만나요. 남자도 루이즈에게 끌리는 것 같았고요. 그는 데이비드. 그런데, 그 남자는 루이즈의 새 직장 상사예요. 정신과 의사이지요. 게다가 유부남인 거예요. 데이비드의 아내는 아델인데요. 루이즈와 우연히 만났어요. 아름답고, 우아하고, 기품 있는 아델. 루이즈와 친구가 되지요. 부부의 한 사람에게는 사랑을, 한 사람에게는 우정을 느끼게 된 루이즈. 그런데. 이 부부. 뭔가 이상해요. 비밀이 둘러싼 부부. 과연 무슨 비밀일까요?

 현재  


'"비밀은 셋 중 둘이 죽었을 때에만 지킬 수 있다."' -벤자민 프랭클린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 -522쪽.


 비밀과 함께 자각몽, 유체 이탈 등의 이야기도 함께 녹아 있는 이 소설.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요. 게다가 반전! 사실, 반전이 있는 소설은 반전이 있다는 걸 모른 채 읽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반전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반전에만 집중하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자칫, 다른 것들을 놓칠 수 있어요. 다행히 제가 잡은 이 소설의 내면은요. 우선, 좋은 짜임새예요. 그때, 그 후, 현재로 나누어진 그 짜임새. 그 짜임새가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고 있고요. 또, 섬세하게 그려진 감정의 선이에요. 루이즈의 눈길, 아델의 눈길로 그려진 감정이 읽는 이에게 잘 이어져요. 이런 두 밧줄로 이 소설이 사람 관계의 깊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반전까지 달려갈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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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9-03 1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본 영화 <너의 이름은> 남주가 알바이트하는 직장에서 만난 선배를 좋아하면서 말하지 못하다가 데이트 기회가 생기지만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고서 그 선배는 남주한테 여친이 생겼다라고 직감을 말하는 장면이 생각납니다. 글을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이 들었고, 대부분이 자신과 관련된 일이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원인을 자신이 아닌 타인한테 전가하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과나비🍎 2017-09-03 15:16   좋아요 0 | URL
아, 五車書님~ 휴일 잘 보내시고 계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아, 저도 ‘너의 이름은‘ 봤어요~^^* 저도 그 장면 생각나네요~^^* 예~ 아무래도 제 후배 연인들은 이미 사이가 많이 흔들리고 있었나 봐요... 그때는 마음이 많이 좋지 않았는데요~ 지금은 지난 일이니까요~^^* 아무튼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XO 모중석 스릴러 클럽 43
제프리 디버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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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폰 7 플러스'에 인물사진 모드가 있다고 해요. '피사체가 아닌 주변의 모든 사물과 배경을 아웃포커스(촬영대상 이외의 대상이 흐려 보이는 촬영기법) 시킬 수 있는 기능'이라고 해요. 이 기능을 부각시킨 광고! 상하이 한복판에서 연인이 서로 바라보고 있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아이폰 7 플러스' 인물사진 모드를 실행하는 순간! 인파가 사라지지요. 아무도 없는 도심에서 둘만의 낭만적인 시간을 즐기지요. 마지막에 다시 현실의 인파 속으로 돌아오는데요. 그때, 뜨는 글! '주관적 연애 시점'이라는 글! 정말 설레는 광고예요. 그런데요. 그 주관적 시점이 연애가 아니라 과잉 접근 행위가 된다면, 끔찍하네요.


 '지금 침대에 누워서 네 노래를 듣고 있어. 말 그대로 나는 당신의 그림자가 된 것 같아…… 그리고 넌 내 것이고. (…) 

 다시 한 번 부탁할게. 머리카락을 좀 보내준다면 참 고맙겠어. 십 년 사 개월 동안 자르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래서 그렇게 아름다운 거지!!!) 혹시 빗에 붙은 머리카락이 있으면 보내줘. 베개에 붙은 거면 더 좋고. 영원히 간직할게.' -11쪽.


 애정에 집착, 그리고 더 나아가 광기가 들어가면 나타나는 형태가 여럿 있겠지요. 그 가운데 하나가 과잉 접근 행위겠고요. 그 과잉 접근 행위를 하는 자! 바로, 스토커예요. 그 스토커가 등장하는 소설. 'XO'를 만났어요. 누구에게나 있는 주관적 시점. 그런데, 그것에 과잉 접근 행위가 담겨 있다면요. 진정 두렵네요. 소설 'XO'에서는 에드윈 샤프라는 남자가 과잉 접근 행위자로 나와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음악가! 미국의 컨트리 음악가! 케일리 타운은 고향 프레즈노에서 대형 공연을 준비하는데요. 제작진 가운데 한 사람이 조명에 압사를 당하게 돼요. 이 사건이 시작이었어요. 케일리 타운의 새로운 곡 '유어 섀도'의 가사를 모방한 살인이 일어나요. 케일리 타운의 가까이에서요. 계속이요. 그래서 케일리 타운에게 과잉 접근 행위를 했던 에드윈 샤프가 강력한 용의자가 되지요. 케일리 타운의 친구이자 동작학 전문가 캐트린 댄스! 표정과 몸짓으로 상대를 읽는다고 해요. 그런 캐트린 댄스와 위선으로 둘러싸인 과잉 접근 행위자 에드윈 샤프의 대결!


 '댄스는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동작 분석이 무엇을 드러내는가? 에드윈 샤프는 사실대로 말하고 있는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댄스 자신이 며칠 전 브리핑에서 매디건과 다른 수사관들에게 말했듯이 스토커는 보통 정신병자이거나 경계성 장애, 또는 심한 신경증 환자이며 현실 감각에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그는 설령 완전히 틀린 것이라 해도 스스로 사실이라고 믿는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하고 있을 때도 사실을 말할 때와 행동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

 (…) 보디랭귀지 분석은 거짓말을 할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때에만 효과가 있다.' -327쪽.


 '"이 사건은 내내 그런 식이에요. 그가 범인이었다가, 아니었다가, 범인이었다가, 아니었다가."' -369쪽.


 '위선은 벗겨지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요. 위선으로 가득 찬 에드윈 샤프도 벗겨지지 않는 가면을 쓰고 있었어요. 벗겨지지 않는다면, 부숴야겠지요? 과연 그 가면을 캐트린 댄스는 어떻게 부술까요?


 제프리 디버! 역시 '반전의 마법사'예요. 그 마법으로 황홀했어요. 또, 그 '끝없는 반전, 끝없는 놀라움!(인디펜던트(영국))'의 평처럼 저도 끝없이 놀랐어요. 아마 반전이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건 높은 현실감1, 그리고 이야기의 매끄러운 흐름, 멈출 수 없는 몰입감 때문이었을 거예요. 정말 모든 것에 공을 많이 들였어요. 

 '캐트린 댄스' 이야기들의 세 번째 이야기. 'XO' 이야기. 저는 '잠자는 인형'과 '도로변 십자가'를 아직 안 만났는데요. 그 이야기들도 만나고 싶어지네요. 'XO'의 뜻처럼 그 이야기들에도 입맞춤과 포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더 나아가 '제프리 디버'의 다른 이야기들인 '링컨 라임' 이야기들에도 입맞춤과 포옹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그에게 주관적 애정 시점을 오랫동안 갖게 될 것 같아요.


  


 

  1. 높은 현실감의 하나로 가상 음반인 '유어 섀도'를 실제로 녹음했다고 하네요. www.jefferydeaver.com 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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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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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중에서


 제가 대학교에 다닐 때는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그래도 운동권인 친구들은 있었지요. 야학 교사를 한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그 친구들 덕분에 집회에 한 번 참가한 적은 있었지만요. 저는 대체로 운동권과는 먼 학생이었지요. 그렇지만, 독재 시대에 민주화 운동을 했던 전설적인 선배들의 이야기는 간혹 들었어요. 민주화 투사(鬪士)! 그들은 사람들이 적게 간 그 길을 택했고요.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요.

 

 

최순실 씨가 2017년 1월 25일 오후 체포영장이 집행돼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며 소리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최순실 씨는 특검에 출두하는 그때, "억울하다. 자백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강제 소환에 항의하면서 "여기는 더 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라고 했다고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와 최순실 씨가 생각하는 민주주의는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때, 서명숙 씨는 천영초 씨를 생각했다고 해요. 천영초 씨의 후배로 민주화 운동을 함께 했던 서명숙 씨. 천영초 씨가 외치던 민주주의는 분명 최순실 씨가 외치던 민주주의와는 달랐을 거예요.


'뿌리 뽑힌 채 이식된 것 같은 낯설고 삭막한 서울에서의 삶, 철저하게 '기브 앤드 테이크'로 일관하는 듯한 도시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 붙일 곳 없어 서성대던 나였다. 그런 내게 언니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오랜만에 햇볕을 쪼인 화초처럼 쑥쑥 자랐다.' -53쪽.


 '영초언니'는 서명숙 씨의 눈으로 본 천영초 씨를 그려요. 서명숙 씨의 삶에 들어왔던 천영초 씨를 토막토막 보여 주는 거지요. 천영초 씨! 학보사 기자였던 서명숙 씨에게 그 선배는 '고대신문사 역사상 가장 뛰어난 미모에 훌륭한 문장가였다(46쪽)'는 전설적인 선배였지요. 그리고 큰 언론사에 가지 않고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한 사람이었고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72학번인 천영초 씨. 서명숙 씨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76학번이었지요. 그 둘은 첫 만남에 선후배로서 호감을 가졌고, 함께 자취를 하게 돼요. 그 둘이 사는 곳에 여학생들이 모이게 되고요. 그 여학생들의 모임. 그 이름이 가라열이었어요. 열 명이었거든요. 민주화를 외치던 천영초 씨는 결국, 서명숙 씨, 박종원 씨와 함께 일명 '산천초목' 사건으로 고문을 받고 실형을 살게 돼요. 한 명은 남학생인데, 지명 수배를 받았고요.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나눠준 대가였지요.  


 '언니는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했지만 후배들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자상한 선배였다. 역사의식과 대의명분망으로 후배의 선택을 강제하고 희생을 요구하는 선배가 아니었다. 그녀가 내게 가졌을 부채의식이 여실히 느껴졌다.' -182쪽. 


 '다시는 절대로 영초언니와 엮이지 말아야지' 결심했다. (중략)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더 가열하게 싸우겠노라'고 구치소 앞에서 선언했듯이 가파른 투쟁의 길로 걸어들어가는 영초언니와는 점점 멀어졌다.' -257쪽.


 독재와 폭력의 시대. 민주주의를 외치는 투사인 천영초 씨와 서명숙 씨. 둘 다 결혼을 하게 되지요. 천영초 씨는 정문화 씨와 서명숙 씨는 엄주웅 씨와 했어요. 남편들도 민주주의 투사예요. 결혼과 함께 서명숙 씨는 더 이상 투사로 살지는 않지만요. 다른 이들은 투사로의 삶을 이어가지요. '5.18 광주민중항쟁', '1987년 6월 항쟁' 등을 겪어요. 그리고 천영초 씨 부부는 생활고도 겪고요.


 '비록 내게 고통도, 실망도 안겨주었지만 찬란한 청춘의 봄날을 함께했던 내 인생의 첫 멘토 영초언니, 풀각시처럼 영롱했던 그녀가 서서히 부서지고 망가져가는 걸 눈뜨고 지켜보기가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터. 그녀가 떠나는 날 공항에 나가지는 못했지만 부디 새로운 땅에서 새롭게 출발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263쪽.


 2002년 영초언니, 천영초 씨는 이민을 가요. 캐나다로요. 정문화 씨와 이혼을 하고요. 아들의 따돌림 문제로 가는 거였지요. 그런데, 그곳에서 큰 사고를 당해 시력과 뇌의 많은 부분이 손상을 당해 단순한 말과 행동만을 한다고 해요. 지금은 경기도 양평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고요. 천영초 씨의 불운에 마음이 아프네요.


 '이 책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한 여성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그녀가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온전히 맞추어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10쪽).


  '그간 많은 것이 변했다. 촛불을 드는 평화적인 행위만으로도 우리나라 국민들은 부패한 최고권력자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박정희 정권을 향한 향수에 뿌리를 둔 박근혜 정권도 막을 내리고, 박근혜 본인도 구속되었다.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던 모든 것들이 달라지고 무너지고 무뎌진다. 정치적 입장도, 남녀 간의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변하고 바스러진다. 그러나 천영초, 그녀는 내 마음속에 늘 애틋한 풀각시처럼 남아 있다.' -'에필로그' 중에서 (283~284쪽).


 '영초언니'를 읽으며, 제게도 천영초 씨가 제 마음속에 들어오네요. 서명숙 씨가 천영초 씨에게 바치는 사랑 노래가 깊이, 길게 울리고요. 우리 나라의 민주화가 이런 민주화의 투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그렇지만 그들이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었을 거예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던 그들. 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지요. 그 아픔을, 그 슬픔을 기억해야겠어요. 그리고 이런 아픔과 슬픔으로 다시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하지 않아야겠고요.


 '망치의 두드림이 아닌 물결의 출렁임이 조약돌을 완전하게 만든다.' 

 

Not hammer strokes, but dance of the water,

sings the pebbles into perfection.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 '길 잃은 새(STRAY BIRDS) 중에서  


 독재 시절, 망치의 두드림인 폭력이 있었지요. 백성들에게요. 그렇지만 백성들을 완전하게 만드는 건 민주주의라는 물결의 출렁임이지요. 독재 시절, 민주주의라는 물결의 한 출렁임이었던 영초언니, 천영초 씨. 우리는 그 물결의 출렁임을 이어받아야 해요. 아직 곳곳에 적폐가 숨어 있는 우리나라. 옳은 뜻을 지닌 여러 사람에게 이어지는 물결의 출렁임이 결국에는 백성들을 올바르게 인도할 거예요. 


 서명숙 씨가 그린 '영초언니'는요. 서명숙 씨의 눈에 비친 천영초 씨예요. 또, 서명숙 씨의 삶에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천영초 씨고요. 그렇기에 그 한계가 있어요. 하지만, 그 독재 시대에 민주화를 외치는 여성 투사를 그려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어요. 그 의미 하나로도 천영초 씨와 서명숙 씨에게 감사하게 되네요. 이 이야기를 만난 우리에게 영롱하게 빛나는 '영초언니'. 그 민주화를 담은 힘찬 날개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네요. 그 날개가 오랫동안 펼쳐져 있기를 소망해요. 그리고 그 날개를 잇는 다른 날개들도 날아오르기를 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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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28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 모씨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리고 싶군요. ^^

사과나비🍎 2017-08-28 12:10   좋아요 0 | URL
아...^^; 최순실 씨의 얼굴은...^^; 아무튼~ cyrus님~ 좋은 월요일되시고요~ 점심 식사 맛있게 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