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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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아침, 우연히 라디오를 들었어요. 지난 6월 24일이었지요. 차 안이었고요. 부산의 '추리문학관' 이야기였어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저. 귀가 라디오 소리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Arthur Conan Doyle의 Sherlock Holmes라는 설레는 이름이 제 마음까지 들렸지요.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의 저자 윤정인 작가가 제 아침을 열었어요. 그리고 곧 낭랑한 목소리로 저에게 파고들었고요. 6월 17일부터 토요일마다 3회에 걸쳐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1 저는 그 두 번째 시간에 우연히 만났네요. 이미 만난 책이지만, 대화를 미룬 책을 라디오에서 듣는다는 것.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유럽의 아름다운 서점 같다." "미국 도서관과 비슷하다." 서점에 들어서면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서점은 두 개의 층을 터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볼 수 있는 높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걸려 있었다. 벽에는 단이 열 개 정도 있는 책장이 천장 끝까지 이어져 있다. 한쪽에는 음악회가 열릴 때 사용할 법한 그랜드피아노가 있고, 분위기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이 서점 안에 잔잔하게 흘렀다. 창이 크게 나 있어 빛이 가득 들어왔는데, 자연광이 책을 더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 '인생의 물음에 책으로 답하다, 최인아 책방' 중에서, 120쪽.


 '영국의 헤이온와이 마을처럼 책마을 언덕이 되길 꿈꾸며 시작한 추리문학관이다. 이 달맞이 언덕이 헌책방, 갤러리, 고서 전문점으로 가득한 문학의 언덕이 되기를 꿈꾸는 것은 한 사람만의 바람은 아닐 테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바다색과 비슷한 푸른빛 안개가 서리는 언덕길을 오르며 책을 찾아 헤맬 수 있는 서점 거리는 얼마나 낭만적일까.' - '추리소설에 파묻히고 싶을 때, 추리문학관' 중에서, 158쪽.


 '"어떤 분이 책을 찾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책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거였어요. '어제 그 책을 그냥 지나쳤는데, 갑자기 떠올라서 꼭 읽고 싶다'는 거였죠. 표지에 여자 일러스트가 있다는 것, 삽화가 많다는 것. 이게 우리가 아는 전부였어요. 결국 추리를 해가며 그 책을 찾아야 했고, 그분과 문자로 이 책이 맞는지 아닌지를 계속 주고받았죠. 나중에 그 책이 타샤 튜더의 《타샤의 정원》이라는 것을 알아냈어요. 굉장히 기뻐하시더라고요." -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살아 있는 마을 도서관, 느티나무 도서관' 중에서, 187쪽.


 지은이가 라디오 방송에서 자세히 알려준 곳들이에요. 물론, 책 안에도 있고요. 이 세 곳의 보물뿐만 아니라, 책에는 몇 곳의 보물이 더 있어요. 책은 '골목 속 반짝이는 책공간_헌책방 및 동네서점', '취향의 책방_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 서점 및 도서관', '집 앞 도서관으로 가자_진화하는 도서관', '한국의 헤이온와이를 꿈꾼다_우리나라의 책마을'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자세하게 다룬 23곳과 함께 모두 79곳의 보물을 알려주고 있어요. 헌책방, 동네 서점, 도서관을 바라본 지은이의 빛나는 눈길들이지요.  


 '집 앞 서점이 사라지는 것을 본 후 나는 살아 있는, 책이 있는 공간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책방을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거나, 책방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 '책마을 가는 길' 중에서, 9쪽.


 '팍팍한 세상살이에 책 읽을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렇지만 때론 책이 어려운 현실의 또 다른 돌파구가 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독서 가이드를 제시하는 책방도 늘어나고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자신만의 반짝이는 책방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 '책방이 자라나는 숲을 거닐다' 중에서, 273~274쪽.


 어릴 때, 저는 동네 서점의 단골이었어요. 방과 후에 서점 한구석에서 책을 살피고는 했지요. 친구와 함께 가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동네 서점이 사라졌어요. 안타까웠지요. 친구와 함께 모은 책의 추억이 담긴 동네 서점. 어린 단골로서 주인 부부의 귀여움을 받았던 추억이 깃든 동네 서점. 지은이도 동네 서점이 사라지는 것을 봤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작가의 이야기로 제가 갖고 있는 추억이 다시 힘차게 숨을 쉬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추억을 이루고 싶어지네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가 있어요. 이 광고를 보면 떠나고 싶어지더라고요. 떠난다면, 저는 책이 있는 곳으로 하고 싶어요. 책과의 추억을 다시 이루고 싶어서요. 광고에서처럼 '가는 곳마다 즐거움'일 거예요. 윤정인 작가의 안내로 그럴 거예요.


 '저 멀리 떠나는 여행의 경이로움은 출발하기도 전에 열광이 시작된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지도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나라며 고장의 지도를 바라보며 몽상에 잠긴다. 또 낯선 도시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어 본다.'


- 조제프 케셀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은 보물 지도예요.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요. 그들에게 좋은 책과의 추억이 보물 상자잖아요. 보물을 찾아나서는 첫걸음을 내딛기 전부터 열광이 시작되겠지요. 애서가의 보물 지도인 이 책을 펼쳐놓고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고 몽상에 잠길 거예요. 또 그 헌책방, 동네 서점, 도서관의 이름을 몇 번이고 되뇌이겠고요. 가는 곳마다 즐거움이 될 보물 지도,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은요. 이렇게 추억의 아침을 여는 찬란한 날개가 되어 언제나 빛나고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윤정인 작가의 블로그에 보니, 녹음 방송이었다고 해요. (http://mimilub23.blog.me/2210360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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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11 09: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헌책방에 가면 80년대 초중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나온 추리소설(저작권을 무시한 해적판)을 만납니다. 그런데 이런 책들은 알라딘 도서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번역의 질이 떨어지지만, 내용면에서 좋은 추리소설도 있습니다. 이 책들의 존재를 알려주는 기록이 없으면 잊히게 됩니다.

사과나비🍎 2017-07-11 23:53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헌책방에 가면 옛 책들이 있지요. 아, 알라딘 도서 데이터베이스에 없나 봐요... 그러게요. 이 책들의 존재도 기억해야 할 텐데요... 아무튼~ cyrus님~ 댓글 감사해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