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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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불가리아라고 하면, 세 가지가 떠올라요. 바로 장수 마을, 요구르트(Yogurt), 니나 도브레브(Nina Dobrev)예요. 불가리아의 스몰랸(Smolyan)1에는 오래 사시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또 불가리아를 생각하게 하는 요구르트 '불가리스'가 우리나라에 있잖아요.2 불가리아가 요구르트의 나라3이기에 그래요. 그리고 '뱀파이어 다이어리(The Vampire Diaries, 2009~2017)'에서 엘레나 길버트 역의 매력적인 여배우, 니나 도브레브. 불가리아에서 태어났다고 해요. 두 살 때부터는 캐나다에서 살았다고 하지만요.4 니나 도브레브는 불가리아의 얼굴을 갖고 있어요. 그 불가리아로 여행하는 할머니 비밀 요원의 이야기가 있네요. 그 할머니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기로 해요.


 폴리팩스 부인! 비밀 요원이에요. 아마 최고령 비밀 요원일 거예요. CIA의 소속 폴리팩스 부인이 부장 카스테어스에게서 새로운 임무를 받아요. 불가리아의 지하조직에 여덟 개의 여권을 전달하는 일이에요. 폴리팩스 부인의 화려한 모자로 여권을 감추어 간다는 거예요. 그렇게 지하조직을 이끄는 찬코를 만나는 임무를 위해 떠나지요. 그런데, 경유지에서 만난 젊은이 필립. 그가 불가리아에서 간첩 혐의로 수용소에 갇혔다고 들어요. 결국, 폴리팩스 부인, 필립의 친구인 데비와 지하조직이 함께 수용소를 습격하기로 해요. 그리고 폴리팩스 부인의 모험담이 펼쳐지지요.


 '곧 비행기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폴리팩스 부인은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는 이때 종이에 인쇄된 글자들이 박제된 동물처럼 무기력하게 보였다. 부인은 미련 없이 잡지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번 임무가 끝나면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하는 생각에 잠겼다. 하나의 임무가 끝날 때마다 자신이 조금씩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또 한 번 그녀는 친구들을, 정체성을, 아이들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안전하게-등 뒤에 남겨두고 작은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나이에 말이다. 하지만 부인은 생각했다. 이 나이야말로 인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편안한 삶에 안주하던 시간은 충분히 겪었고, 무사안일한 인생이라는 것은 헛된 꿈에 지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은 바꿀 수 있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 50~51쪽.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꾸 수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최소한 자기 자신은 바꿀 수 있지'라고 말하는 폴리팩스 부인. 임무를 통해 조금씩 변하는 비밀 요원 할머니. 그렇게 자기 자신을 바꿔 나가는 할머니. 이 폴리팩스 부인은 제가 불가리아를 그리며, 떠올린 것을 모두 갖고 있어요. 장수 마을! 그건 바람직한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요. 폴리팩스 부인의 바탕도 그렇지요. 또, 요구르트! 온몸에 기운이 다시 차오르게 하지요. 폴리팩스 부인도 여러 사람에게 그렇고요. 그리고 니나 도브레브! 매력의 마력이 있는 여성이에요. 물론, 귀여운 폴리팩스 부인도 그렇고요. 이 세 가지로 폴리팩스 부인은 자신을 바꿔 나가고 있어요.

  

 

 '이국적인 센슈얼한 향기가 폐로 스며들면 나는 저절로 감기는 눈을 느낀다. 확실히 아내의 체취의 파편이다.'

- 이상, <날개> 중에서



 불가리아에는 제가 떠올린 세 가지뿐만 아니라, 온천5과 장미유6가 좋다고 해요. 온천은 개운하지요. '불가리스'의 CF 중에 해우소(解憂所)가 나오는 게 있었어요.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도 온천과 해우소처럼 개운해요. 부인의 재치와 유쾌가 시원하지요. 또, 장미유는 황홀하고 달콤해요. 사랑도 황홀하고 달콤하고요. 그 황홀과 달콤함으로 치유하지요.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을 만나면 장미유와 사랑처럼 치유가 돼요. 

 '폴리팩스 부인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예요. 1971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이야기예요. 그때는 냉전 시대였지요. 그래서 냉전 시대의 얼굴을 갖고 있어요. 이 책의 폴리팩스 부인이 간 곳, 불가리아는 그때 공산주의 국가였어요. 지금과는 다르지요. 그런데, 지금의 북한이 그려져요. 북한에서 억류되었다가 의식 불명 상태로 송환된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7이 얼마 전에 있었지요. 폴리팩스 부인이었다면, 습격해서 구출했을 거예요. 그의 사망에 안타까운 심정! 그나마 폴리팩스 부인의 이야기로 온천과 해우소처럼 개운해지고, 장미유와 사랑처럼 치유되네요.





 덧붙이는 말

 

(사진 출처: 북로드 네이버 포스트)

 

'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띠지 날개 퀴즈 이벤트를 하고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1.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0&cid=43876&categoryId=43877
  2. '불가리스'와 '불가리아'의 상표권 분쟁이 있었어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6&aid=0000213499)
  3.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1&cid=48181&categoryId=48265
  4. https://ko.wikipedia.org/wiki/%EB%8B%88%EB%82%98_%EB%8F%84%EB%B8%8C%EB%A0%88%EB%B8%8C
  5.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0&cid=43876&categoryId=43877
  6.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522852&cid=43876&categoryId=43877
  7.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6/20/0200000000AKR20170620009352071.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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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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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fer not the witch to live.

마녀를 살려두지 말라.

- 킹 제임스 성경, 출애굽기 22장 18절.


너는 무당을 살려두지 말라.

- 우리말 성경, 출애굽기 22장 18절.


 몇 년 전, '타블로의 스탠퍼드 대학교 학력 위조 논란'1이 있었지요. '마녀 사냥'2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마녀 사냥'을 하는 사람들이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대적 '마녀 사냥'이 담긴 이야기가 있네요. '안개 속 소녀'라는 이야기예요. 범죄의 공포를 이용한 사업! 언론과 대중의 횡포! 그 안개가 마을에서 사라진 소녀 이야기를 감싸고 있어요.


 성탄전야. 한 소녀가 사라져요. 독실한 신앙을 가진 가정의 10대 소녀, 애나 루예요. 알프스의 고요한 산골마을에서 사라진 소녀. 유명한 형사 포겔이 이 사건을 맡게 되지요. 그는 과거에 증거 조작으로 무고한 사람을 연쇄살인범으로 몰았었는데요. 이 사건으로 재기하려고 하지요.


 '대중은 이미 애나 루를 잊어버렸다.
 이 모든 이야기의 말없는 여주인공은 벌써 무대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 여주인공의 침묵은 온갖 엑스트라들이 신나게 떠들고 여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짤막한 삶에 대해 아무렇게나 지껄일 구실만 제공해주었다. 언론이 하는 일이 그랬다.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슈퍼마켓에서, 그리고 바에 모여 앉은 대다수의 소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 사람들이 절대로 입 밖으로 내지 않는 말이 있다. 범죄는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인다는 사실. 제대로 된 스토리로 엮은 범죄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각종 스폰서와 광고를 몰아오는 법이다. 작은 마을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나 미궁에 빠진 실종사건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기간 동안 그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이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범죄사건 하나가 다른 모든 것들을 제치고 최고의 흥밋거리로 부각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규명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 85~86쪽.

 '"경찰 수사가 어떤 목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최근 여론 조사 결과를 아십니까?" 포겔은 침묵을 지키다 다시 입을 열었다.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범인 체포'라고 응답했습니다. 극소수만이 경찰 수사의 목적은 '진실 규명'이라 답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형사님은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왜냐하면 범인을 체포해야 우리가 조금은 더 안전하다고 그나마 '착각'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지고 보면 대중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범답안은 따로 있습니다. 그 이유는 말입니다, 진실을 알게 되면 우리도 사건에 연루가 되고 공범이 되기 때문이지요. 언론과 대중, 그러니까 모든 이들이 범죄자를 인간이 아니라고 여긴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범죄자들을 무슨 외계종족이나 남을 해하고 악을 행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그런 범죄자들을…… 대단한 인물로 만들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힘주어 말했다. "그 대단한 인물들의 대다수는 창의성도 부족하고 다수의 틀에서 벗어날 수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일개 개인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결국 범죄자들이 우리 자신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 129쪽.


 '"제가 해야 할 일은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 "우리 모두에겐 괴물이 필요했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모두는 다른 누군가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느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 "전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먹잇감을 던져줬을 뿐입니다."' - 132~133쪽.


 범죄의 공포로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 범죄가 있는 곳에 돈이 있다고 하네요. 언론에 노출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역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고 해요.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횡포! 사람들은 범죄자를 괴물로 만든다고 해요. 그래서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고 하고요. 포겔은 로리스 마티니를 지목하여 사람들과 함께 그를 괴물로 만들지요.

 

 '희생자들도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

 희생자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사건에 관한 진술을 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이 부분은 수사 초기부터 무시되곤 한다. 하지만 희생자들에게도 목소리가 있다. 그들의 과거가 대신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단지 누군가가 귀를 기울여주면 될 뿐이다.' - 244쪽.


 희생자들에게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요. 범죄자와 희생자! 그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을 들어서는 안 돼요. 희생자도 기억해야 해요. 균형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겠지요.


 '안개 속 소녀'에서 말하는 건 범죄의 공포를 이용한 사업, 그리고 언론과 대중의 횡포예요. 사업과 횡포는 '마녀 사냥'을 이루는 요소지요. 그런데, '마녀 사냥'의 출발은 호기심이에요. 타블로가 스탠퍼드 대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힙합가수로 활동한다는 사실이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그리고 호기심이 어긋나면, 두려움으로 자라고, 광기를 품게 되지요. 타블로라는 존재에서 자신은 그와 다르고 그처럼 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그것이 커져서 타블로가 분노, 증오, 타도의 대상이 된 것이에요. 그 광기를 이용해서 사업과 횡포를 이끌었고요. 즉, 언론은 의혹들의 자극적인 부분들만 보도해서 클릭수가 많아질수록 광고 수익이 많아지는 사업을 했어요. 또, 많은 사람들은 타블로를 학력 위조한 괴물로 만들었고요. 그렇게 사람들에게 깊은 아픔을 남기게 된 거예요. 그 아픈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여야겠어요.


 저는 도나토 카리시의 글은 처음이에요. '속삭이는 자', '이름 없는 자', '영혼의 심판'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제게 다가온 그의 첫인상이 좋네요. 범죄학자라는 그. 범죄를 생각하게 하는 그의 질문! 또, 두려움! 작가의 마지막 가속에 전율했어요. '마녀 사냥'이라는 안개가 소녀 이야기를 감싸고 있는 이 책! 띠지의 문구처럼 '고요한 산골마을에서 일어난 가장 현대적이고 교활한 범죄 서커스'예요. 그 서커스 구경! 잘했어요.






흑림귀인단 2기로서 읽고 씁니다. 


  


 

  1. https://ko.wikipedia.org/wiki/%ED%83%80%EB%B8%94%EB%A1%9C%EC%9D%98_%EC%8A%A4%ED%83%A0%ED%8D%BC%EB%93%9C_%EB%8C%80%ED%95%99%EA%B5%90_%ED%95%99%EB%A0%A5_%EC%9C%84%EC%A1%B0_%EB%85%BC%EB%9E%80
  2.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B%85%80%EC%82%AC%EB%83%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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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1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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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Colosseum)은 제게 놀라움이에요. 로마의 원형 경기장! 그곳에서 검투사들의 대결을 상상하고는 해요.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처럼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 막시무스는 장군이었지요. 결국, 검투사가 되지만요. 그도 로마의 옛 전쟁 영웅을 알고 있을 거예요. 바로, 카이사르지요. 그 카이사르의 이야기! 저도 자세히 듣게 됐어요.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5부 '카이사르' 1권! 가제본으로 만났어요. 1권은 기원전 54년 11월부터 기원전 52년 4월까지의 이야기예요.


 '나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 이것은 내 존엄이 시키는 일이다.' - 가제본 25쪽.

 

 '나는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노력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밖엔. 나는 이제 텅 비었지만, 내 안에서 자라나는 힘을 느낄 수 있어. 이 힘은 나를 좌절시키지 않으리라. 이 힘은 나를 해방시켜주었다. 나는 무엇이든 해야 할 일은 하고 말리라. 안 된다고 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남지 않았다.' - 가제본 92쪽.


 브리타니아와 갈리아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카이사르! 먼 곳에서 딸 율리아와 어머니 아우렐리아의 죽음을 듣게 돼요. 그 슬픔 안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영광을 이루게 되고요. 그렇지만, 빛에는 어둠이 있지요. 그래도 그 어둠을 향해서도 힘차게 나아가는 카이사르! 역시 모험가지요.


 '카이사르가 늘 이기는 비결 중 하나는 속도야. 다른 하나는 가능한 모든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고.' - 가제본 205쪽.


 '카이사르에 관한 한 술책은 습관이 되지 않아. 불가피한 것일 뿐. 폼페이우스는 누구를 속이려 할 때 스스로 거미줄 속에 뒤엉키네. 그래, 그가 거미줄들을 잘 다루기는 하지. 그래도 거미줄은 거미줄이야. 그에 반해 카이사르는 태피스트리를 짜지.' - 가제본 349~350쪽.


 兵者, 詭道也.

전쟁이란 속이는 도(道)이다.


- 손자병법(孫子兵法) '시계편(始計篇)' 중에서


 손자병법에서 전쟁은 속임수라고 하지요. 카이사르도 그것을 알고 있어요. 게다가 카이사르는 전쟁에서 속임수를 태피스트리를 짜듯이 해요. 속도와 대비(對備)로 씨줄과 날줄을 이루지요.


'인간은 모험을 통해서만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발견할 수 있다.'

-앙드레 지드​

 카이사르는 모험가예요. 그 모험을 하며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았고, 무엇이든 해야 할 일은 하고 말았지요. 속도와 대비(對備)로 전쟁에서 속임수를 그렸어요.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이야기도 모험가예요. 5부인 '카이사르'의 1권에서도 로마에 대해, 카이사르에 대해 깨닫고 발견할 수 있어요. 또, 이야기에 강하게 끌리게 돼요. 작가가 들인 많은 시간의 흔적도 느낄 수 있고요. 7부가 완결인 이 '마스터스 오브 로마' 이야기. 그동안 놀라웠고요. 역시 놀라워요. 앞으로도 놀라울 것 같아요.





   카이사르 독자원정단으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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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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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와 이파리


'불교의 소위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 이양하의 '나무' 중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어요. 퇴계 이황 할아버지께서 아끼신 매화, '어린 왕자'가 사랑한 장미. 나무에는 덕(德)과 미(美)가 있어요. 그러니, 나무가 되고 싶어요. 예부터 아치고절(雅致高節)1, 빙자옥질(氷姿玉質)2인 매화. '그 꽃은 나를 향기롭게 해주고 내 마음을 밝게 해주었어'라고 한 '어린 왕자'의 장미. 정말 되고 싶어요.


 나무와 옹이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을 사람의 이야기예요. 그 사람은 식물학자예요. 여성이고요. 이름은 호프 자런이에요. 이 이야기는 '랩' 안의 '걸'로 시작해요. 호프의 아버지는 과학자예요. 그래서 호프는 아버지의 실험실에 있고는 했지요. 어머니의 정원에 있기도 했지만요.


 '대학 생활은 문학 전공으로 시작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나는 과학이야말로 진정으로 내가 속한 분야라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도 대조적인 두 분야를 비교해보면 내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사람인지가 한층 분명해졌다.' -32쪽.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33쪽.


 '내가 확실히 안 유일한 사실은 언젠가 내 실험실을 갖게 된다는 것뿐이었다.' -34쪽.

 

 '내 실험실은 대학 청사진에 표시된 'T309'호실이 아니라 '자런 실험실'이고, 어디에 자리하든 언제나 그렇게 불릴 것이다. 내 집이기 때문에 내 이름을 담을 것이다.' -34쪽.


 호프 자런은 자신만의 실험실을 갖고자 했어요. '불이 항상 켜진 곳',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해내고 있는 일들로 대체되는 곳', '교회와 같고', '내가 글을 쓰는 곳'인 실험실. 그런 실험실을 갖고자 나아가는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아요. 대학을 다니며 부족한 돈을 벌기 위해 여러 일을 해야 했고요. 실험실을 갖게 된 후에도 연구비를 지원받기 위해 노력해야 했어요. 그러다가, 호프는 학회에 가기 위해 무리한 일정으로 몇 명과 자동차로 장거리를 가게 돼요. 그런데, 전복 사고가 났지요. 그래도 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왔어요. 고투(苦鬪) 안에서 빛나는 열정이네요.


 '모두의 얼굴에는 이제 내게 익숙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저 여자가? 그럴 리가. 뭔가 실수가 있었겠지.” 전 세계 공공기관 및 사립 기구들에서는 과학계 내 성차별의 역학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이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결론지었다. 내 제한된 경험에 따르면 성차별은 굉장히 단순하다. 지금 네가 절대 진짜 너일 리가 없다는 말을 끊임없이 듣고, 그 경험이 축적되어 나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는 것이 바로 성차별이다.' -262쪽.


 그리고 과학계에서 여성이기에 받는 차별을 이야기해요. '유리천장', '새는 파이프라인',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그 차별. 호프 자런은 담담하게 들려줘요. 영화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가 떠오르네요. 나사에서 근무한 흑인 여성 수학자, 과학자로서 받은 차별을 이야기하지요. 그렇게 차별 받은 여성 수학자, 과학자의 이야기를 더 찾아봤어요3.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네요.


 또, 호프 자런의 아픔도 이야기해요. 긴 가시인 조울증, 출산으로 실험실을 떠났을 때의 절망, 엄마로서 아들에게 부족함에 대한 불안. 그 아픔을 보듬은 것은 믿음과 교감(交感)이에요. 자신과 일에 대한 믿음과 교감. 또 실험실의 지기(知己)인 빌과 남편인 클린트의 믿음과 교감. 그리고 아들의 믿음과 교감이에요.    


 꽃과 열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거대한 돌풍을 일으킨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우리는 모두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난다. 우리는 모두 한 사람 한 사람 불가능하면서도 필연적인 존재들이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었다.' -52쪽.


 '씨방 하나를 수정시켜 씨로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은 꽃가루 단 한 톨이다. 씨 하나가 나무 한 그루로 자랄 수 있다. 나무 하나는 매년 수십만 송이의 꽃을 피운다. 꽃 한 송이는 수십만 개의 꽃가루를 만들어낸다. 성공적인 식물의 생식은 드문 일이긴 하지만, 한번 일어나면 초신성에 버금가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290쪽.


 가장 널리 알려진 식물학자는 소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일 거예요. 그런데,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 가장 사랑스러운 식물학자는 호프 자런일 거예요. 나무와 과학을 사랑한 호프 자런. 저에게 그 사랑이 이어졌어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었지만, 저에게까지 이어진 거예요. 하나의 씨앗이 기다림의 끝에서 시작하고, 한 톨의 꽃가루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거예요.

 

  영화 '러브 레터'의 한 장면.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그 시작으로 저도 나무를 심고 싶어졌어요. 영화 '러브 레터(Love Letter, 1995)'에서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할아버지는 이사를 가지 않으려고 하지요. 그 이유는 그 집과 이어온 추억 때문이었어요. 그 추억 가운데 하나는 여자 '이츠키'가 태어났을 때 '이츠키'라는 이름으로 심었다던 나무예요. '어린 왕자'의 장미를 그토록 소중하게 만든 것도 '어린 왕자'가 '어린 왕자'의 장미에게 소비한 시간 때문이잖아요. 저도 그렇게 나무와 추억을 잇고 싶어졌어요.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저. 먼저 나무와 추억을 담고 싶어졌어요.


梧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月到千虧餘本質

柳經百別又新枝


오동은 천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매화는 일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대로이고,

버들은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온다.


상촌 신흠의 수필집 '야언(野言)' 중에서


 오동, 매화, 버들. 이 나무들과 추억을 남기고 싶어요. 나무들에게 배워서,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고,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고, 꺾여도 새 가지가 올라오고 싶어요. 신흠 할아버지의 이 글을 이황 할아버지께서도 좋아하셨다고 해요. 나무들과 오래 추억을 나누신 분이시라, 그 뜻을 온전히 아신 거겠지요. 또, 그렇게 되시려고 하셨고요. 저 또한, 나무들에게 배워 제 마음에 나이테를 남기며 자라고 싶네요.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랩걸'을 '나누어진 세계'라고 말해요4. '그녀의 삶은 그 자체로 명확한 경계를 그리며 나눠지는 것들 중 그 무엇도 배척하지 않는다. (중략) 그녀의 삶에서는 분명한 구별과 그로 인한 경계들이 어떤 한계로 작동하지 않는다.'라고 해요. 그 말처럼 호프 자런은 나무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대등한 자리에 놓아요. 서로 배척하지도, 한계가 되지도 않지요. 그런데, 김나영은 '오히려 그 분명함으로 인해 단호한 경계 이면에 모호하게 처리된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고 말해요. 호프는 과학을 선택했지만, 문장 사이에서 세상을 문학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호프는 학부 시절, 영문과 담당 교수님께 학기말 논문의 주제가 <데이비드 코퍼필드>(찰스 디킨스의 소설)에서 '마음'이라는 단어의 사용과 의미'라고 말하는데요. 그 후, 병원 약국에서 임시로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그 소설의 구절들로 이어서 생각해요. 그리고 김나영은 '지금 읽고 있는 이 부분이 나무에 관한 이야기인지 그녀 자신에 관한 비유적 고백인지 명확하게 구별할 자신이 없어진다'고도 해요. '랩걸'은 호프 자런이 만든 미궁(迷宮) 같아요.


 문학평론가 김나영의 글처럼, '랩걸'은 '나누어진 세계'예요. 그 나뉨이 분명하지만, 서로 배척하거나 한계가 되지는 않아요. 과학과 문학, 나무와 사람, 객관과 주관. 서로 나누어졌지만, 서로 어우러져요. 마치 하늘과 땅처럼요. 서로 비유로 말하고요. 그 비유가 뒤집어져 있기도 해요. 즉, 여행자에 비유해 나무를 말하지만요. 사실은 호프 자런의 이야기인 거예요. 이렇게 나뉨의 어우러짐! 앞으로도 이어질 거예요. 그 길이 미로(迷路)지만, 밝게 걸어가며, 영롱할 것 같아요.




덧붙이는 말.

 

 

 표지를 펼치면 ‘참나무겨우살이’ 세밀화가 그려져 있어요. 2,000부 한정이라고 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우아한 풍치와 고고한 절개.
  2. 얼음 같이 맑고 깨끗한 살결과 옥 같이 아름다운 자질.
  3. 임수연, '히든 피겨스'처럼 가려졌던 여성 수학·과학자들의 역사', 아이즈(ize) (2017. 4. 4.)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7040400257257268)
  4. 김나영, '나누어진 것들의 세계', 악스트 AXT no. 12 (2017. 05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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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2 - 월드 뉴스로 다양한 표현을 마스터하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윤희영 지음 / 샘터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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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오는 신문을, 잠에서 깨어 천천히 읽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은 인터넷으로 주요 기사를 읽을 때가 많지만요. 아침의 신문 읽기는 하루의 시작이었지요. 그러다가 영자 신문을 몇 부 읽기도 했어요. 그런데, 관용구 등 그들만의 표현이 있더라고요. 영자 신문에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그 표현들을 알아야겠더라고요. 영자 신문으로 영문을 익힘에 도움이 되는 책으로 '윤희영의 News English'가 있었지요. 그 두 번째 책이 빛을 보았더라고요. 조선일보에 연재된 글에서 고르고 또 고른 글이겠지요.

 

(사진 출처: 알라딘 책 소개)

 

 이 책은 '1st NEWS 세상에서 가장 뭉클한 감동', '2nd NEWS 지구촌은 뜨거운 용광로', '3rd NEWS 이토록 위대한 삶', '4th NEWS 아는 것이 힘', '5th NEWS 세상에 이런 일이!'로 나뉘어져 있어요. 또, 이 책에 수록된 원문 뉴스는 《BBC》, 《Daily Mail》, 《we are change》, 《POLITICO Magazine》, 《Fox news》, 《Daily Good》, 《LYBIO》, 《Evoke》, 《Reader's digest》, 《The Sunday Times》, 《the blaze》, 《Us Weekly》 등 다양한 해외 언론사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하고요. 각 뉴스의 한글 번역은 저자가 정리, 요약, 재구성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책의 구성은 사진에서처럼 알차게 되어 있고요.


 '2011년에 출간한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는 과거 블로그에 썼던 것들을 선정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는 실용회화와 직독직해에 중점을 뒀다. 신문에 나온 것들을 선별한 이번 책에선 외신들에 등장하는 영어 표현 학습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 단어와 예문을 설명하고, 관용구와 동의어를 별도 페이지로 구성해 머릿속에서 잊힌 영어 표현들을 자연스레 되살릴 수 있도록 했다.' -<머리말에서>(7쪽.)

 

 'QR코드를 통해 《조선일보》에 게재된 '윤희영의 News English' DB를 연결해 보고, 해외 언론사 사이트에서 기사와 동영상도 찾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머리말에서>(7쪽.)

 

 첫 책과 다른 점은 영어 표현 학습에 초점을 맞춘 거라고 하네요. 또, 이 책은 QR코드를 잘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요.

 

 기사는 육하원칙의 정확성과 깔끔한 표현이 생명이잖아요. 저자는 영문 기사에서 영문 익힘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머리말에서 말해요. 제 학창 시절, 국어 선생님께서는 신문 사설을 읽으면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지요. 사설은 논리가 살아있는 글이잖아요. 이렇듯 신문은 글의 성찬(盛饌)이에요. 영자 신문에서 배우는 영문 표현들! 곱씹을수록 더 고소한 맛을 가진 음식이지요. 차려 놓은 이 음식! 감사하네요.     




 

<윤희영의 뉴스 잉글리시2> 책 미리보기  http://goo.gl/P4E52W

뉴스 잉글리시 조선일보 연재 중 http://goo.gl/K4L8s5



 

 

 

 

물방울 9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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