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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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요. 바람돌이. 모래의 요정. 이리와서 들어봐요. 우리의 요정.'으로 시작하는 노래! '모래요정 바람돌이'라는 애니메이션의 '시작하는 노래'지요. 하루에 하나씩 소원을 들어주는 바람돌이. 그 소원은 하늘에 해가 있는 동안에만 이루워지지요. 그렇게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들어주는 소원으로 온갖 소동이 일어나고요. 그 모험으로 아이들의 마음이 더 자라게 되지요. 저에게 모래와 바람은 이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고리예요. 그래서 '모래바람'이라는 책을 만났을 때, '모래요정 바람돌이'가 생각났어요. 그렇게 '모래바람' 속으로 들어갔지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진구와 해미. 둘은 연인이에요. 사설 탐정인 김진구. 그 건물 안에서 나오던 연부를 만나지요. 진구의 어릴 적 친구예요. 아버지 친구의 딸로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이지요. 맞수이기도 하고요. 10년이 넘게 흘러 만나게 됐어요. 유연부와 헤어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진구와 해미. 대형 벤처투자회사 '제이디애셋'에 가요. 그곳에서 회장, 상준동을 만나고요. 그가 의뢰인이에요. 의뢰는 회장의 아들이 만나는 여인을 뒷조사하는 거예요. 그 여인은 회장의 비서예요. 그런데 그 여성, 유연부예요. 진구는 그 의뢰를 거절하지요. 해미는 연부와 진구의 관계를 추궁하는데요. 진구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와 실크로드 탐사단에 함께했어요. 연부도 아버지와 함께했지요. 진구와 아버지 김민준과 연부의 아버지 유상호는 둘 다 역사학 교수였던 거예요. 맞수지요. 그런데, 진구의 아버지는 사막의 풍토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요. 연부의 아버지는 실종되어 사망 처리되었다고 하지요. 그 이후, 진구는 연부와 연락이 끊겼고요. 진구의 아버지 이야기에 미안함을 느낀 해미는 그 탐사를 다룬 책을 읽으며, 진구의 과거에 다가가게 되지요.


 '도덕이 뭔지는 알겠지만, 왜 도덕을 따라야 하는지는 끝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수학에는 그런 억지가 없다. (중략) 오로지 논리와 이성. 밤하늘의 별처럼 고고히 떠서 차갑게 빛나는 그것을 진구는 사랑했다.' - 28쪽.


 '"내가 미쳤었다. 모래바람이 날 미치게 했다. 진구 너도 기억나지? 그 악마와도 같은 모래바람…….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지금 생각해도 실제로 일어난 일 같지 않아. 아니, 다른 변명 않으련다. 모두 내 잘못이야. 그저 보통 사람도 못 된……. 난 네 아버지, 그리고 네 꿈을 잘라버렸다. 미안하다, 진구야."' - 338쪽.


 '"그 친구한텐 제가 큰 잘못을 한걸요."' - 339쪽.


 수학을 사랑한 진구. 그러나 실크로드 탐사 때의 깊은 상처로 수학을 떠난 진구. 

 그리고 모래바람 속에서 한 잘못의 깊은 뉘우침.


對酒 대주


술을 앞에 놓고


蝸牛角上爭何事 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 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 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癡人 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일로 싸우는가?

찰나 중에 이 몸을 기탁하고서.

부유한 대로, 가난한 대로 또한 즐거우니

입을 벌려 웃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다.


- 백거이(白居易:772~846) '대주(對酒)' 5수 중 제2수


 호승지심(好勝之心)이 강한 사람이 있지요. 더욱이​ 호적수(好敵手)가 있다면, 호승지심이 더 강해지지요. 메시와 호날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서로 호적수지요. 용호상박(龍虎相搏)으로 선의의 경쟁을 한다면, 그 선수들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어긋나면요. 비극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요. 사이클의 랜스 암스트롱. 그는 얀 율리히와 경쟁하지요. 그런데, 랜스 암스트롱은 도핑을 했어요. 결국, 모든 기록을 박탈당하고 사이클계에서 영구 추방되었고요. 

 '모래바람'의 어떤 이도 호승지심이 강했지요. 그는 모래바람 속에서 큰 잘못을 하고 말아요. 애니메이션 '모래 요정 바람돌이'의 모래 바람은 꿈, 모험의 바람이었어요. 그런데, 책 '모래바람'의 모래바람은 탐욕, 죽음의 바람이었어요.

 백거이는 달팽이 뿔 위의 싸움에서 벗어나, 웃으라고 하네요. 무궁 속에서, 우리의 일그러진 싸움은 작은 일이잖아요. 탐욕과 죽음으로 나아가지 말고, 웃어야겠지요. 옛말에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이제는 전직 판사, 현직 변호사(2017년 3월 변호사 개업)인 도진기 작가의 작품! '모래바람'은 진구의 네 번째 이야기라고 해요. 고진 이야기는 그 가운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로 한 번 만났었는데요. 진구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처음이에요. 그와 첫 만남. 좋은 느낌이네요. 수수께끼 풀이도 좋고요. 인간의 속마음도 잘 그리고 있어요. 특히 지나친 경쟁 의식에서 생긴 비극을 잘 그리고 있네요.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잘 쌓여진 좋은 이야기예요. 사이사이에 작은 틈도 없이 잘 쌓여져 있어요. 척박한 우리나라 추리 소설에 꿈과 모험의 모래바람이 될 이야기네요. 역시 우리 추리 소설의 모래 요정 바람돌이는 도진기 작가예요.






흑림귀인단 2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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