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아직 교정지였던 책 '호모 데우스'를 처음 본 순간, 어떤 영화가 떠올랐어요. 그 영화는 '아마데우스(Amadeus, 1984)'였어요. 아무래도 '데우스'라는 이름으로 이 책과 그 영화가 이어졌지요. ‘호모 데우스Homo Deus’의 ‘호모Homo’는 ‘사람 속을 뜻하는 학명’이며, ‘데우스Deus’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신god’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즉,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고 하고요. '아마데우스Amadeus'는 모차르트의 중간 이름으로 '신에게 사랑받는 자'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저는 천재 서양 음악가인 모차르트를 생각하며, '신이 된 인간'을 만나러 들어갔어요.

 

 (사진 출처: 김영사 페이스북)

 

 '성공은 야망을 낳는다. 인류는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딛고 더 과감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극도의 비참함에서 구한 다음에 할 일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이다.' -교정지 39쪽.

 

 '인간을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인조인간 만들기) 그리고 비유기체 합성이다' -교정지 69쪽.

 

  1장인 총론에서 이렇게 말해요. 경제성장 덕분에 굶주림, 질병, 폭력을 정복한 인간! 이제 불멸과 행복, 신성으로 나아가 신이 되려고 한다고요. 그리고 그 방법은 생명공학, 사이보그 공학, 비유기체 합성이라고 하고요.

 

 '1부에서는 무엇이 우리 종을 이처럼 특별하게 만드는지 이해하기 위해 호모 사피엔스와 여타 동물들의 관계를 살펴볼 것이다. (중략)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미래에 전개될 초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예측하는 데 가장 좋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교정지 100쪽~101쪽.

 

 '2부에서는 1부의 결론을 토대로 호모 사피엔스가 지난 천 년 동안 창조한 기이한 세계와 우리를 현재의 교차로로 데려온 길을 살펴볼 것이다.' -교정지 101쪽.

 

 '마지막 3부에서는 다시 21세기 초로 돌아와 인류와 인본주의에 대한 훨씬 더 깊어진 이해를 바탕으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곤경과 우리에게 가능한 미래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교정지 101쪽~102쪽.

 

 각론인 1부에서 3부까지 이렇게 이야기하고요.

  

 (사진 출처: 김영사 페이스북)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천재로, 살리에르는 범재로 그려져요. 모차르트는 초인간인 '호모 데우스'이고, 살리에르는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겠지요. 영화에서 살리에르는 모차르트가 될 수 없기에 시기, 질투를 했어요. 그리고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았지요. 그런데, 만약 살리에르가 모차르트가 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또, 바둑의 입문자가 9단인 입신(入神)이 될 수 있다면, 어떨가요? 그리고 무협 세계에서 백면서생이 금강불괴가 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을 통해 통찰로 나아가야겠지요.

 

 유발 하라리는 초인간의 도래와 인본주의의 퇴색, 데이터교의 지배 등을 예측해요. 매우 설득력이 있어요. 이 책의 작은 이름이 '미래의 역사'잖아요. 역사는 지난날의 기록인데, 미래의 역사라고 했어요. 앞날을 지난날인 것처럼 굉장히 설득력 있게 이야기했기에 그렇게 말할 수 있었어요.

 

 비록 교정지로 만났지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작품! '호모 데우스'는요. 놀라움이에요. 깊은 질문을 통해, 깊은 통찰로 나아간 이야기였어요. 박학다식한 유발 하라리! 앎의 향연! 앞날을 비추는 거울로 이어졌어요.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길을 찾게 하고 있어요.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우리! 밝은 눈으로 그 물길이 올바르게 가도록 보여주네요.   

 

 

 

 

 

김영사 서포터즈 7기로서 읽고 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허설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밖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싶고 춤도 추고, 휘파람도 불고, 세상을 보고 싶어.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고 싶고 자유라는 것도 느끼고 싶어.”'

-'안네의 일기' 중에서

 

 사춘기 소녀인 안네. 마음의 소리를 남겼어요. 나치를 피해 숨어 살아야 했던 안네. 밖에 나가 자전거, 춤, 휘파람, 뛰어놀기, 자유를 느끼고 싶었던 안네. 그런데, 다른 사춘기 소녀의 이야기를 만났어요. 이 소녀는 더 날카롭고, 더 불안하네요. 이 이야기의 이름은 '리허설'이네요.

 

 고등학교에서 선생과 학생의 성추문이 생겼어요. 학생은 빅토리아예요. 선생은 음악 담당인 살라딘이고요. 이런 성추문 가운데 어른들은 빅토리아가 아직 소녀라고 여기지요. 소녀들은 빅토리아에게 부러움과 샘을 느끼고요. 빅토리아의 동생 이솔드를 가르치는 섹소폰 선생은 이 이야기를 듣게 돼요. 이솔드와 빅토리아의 친구들에게서 듣게 되지요.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반인 스탠리. 명문 연기 학교의 오디션을 합격했지만요. 연기 수업을 계속하면서 평범하기만 한 자신을 느끼게 돼요. 그래서 관심을 끌기 위해, 이 성추문을 주제로 연극을 하기로 하지요.

 

 '“하지만 난 핵심을 말하려고 하는 거야. 그저 관객이 꽉 찬 객석 앞에서 무대에 서 있을 때 ‘진짜’라는 건 아무 쓸모도 없는 말이라는 얘기를 하려는 거지. ‘진짜’라는 말은 무대에선 아무 의미 없어. 무대에서는 진짜처럼 ‘보이는’ 데에만 신경을 쓰지. 진짜처럼 보이기만 하면 그게 진짜든 아니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상관없어. 그게 핵심이야.”' -205~206쪽.

 

 '“처녀성이라는 건 신화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스위치도 없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이라는 것도 없어. 그저 다른 모든 것과 똑같은 첫 번째 경험일 뿐이야. 그걸 둘러싼 모든 것, 모든 조명과 커튼과 특수효과들, 그것들은 그저 신화의 일부일 뿐이지.”' -479쪽.

 

 저는 어릴 적 연극을 해봤어요. 한 번이었지요. 배역을 맡아 연기를 했어요. 제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되는 것 같았어요. 그건 정말 '진짜'처럼 '보이는' 일이었지요. 그런데, 우리는 무대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연기해요. 이 소설. 우리의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를 현미경으로 보여줘요. 물론, 하얀 가짜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검은 가짜의 가면이 두꺼운 사람도 있겠지요. 또,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 그 욕망의 단짝인 권력! 그리고 가짜의 가면을 벗은 진짜! 이야기라는 무대 위의 훌륭한 연극이었어요.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훌쩍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간다.

 다 건너가더니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황순원의 '소나기' 중에서


 저는 황순원 '소나기'의 소년처럼 소녀의 마음을 잘 알지는 못해요. 물론, 어느 곳인지, 어느 때인지에 따라 사춘기 소녀의 얼굴도 다르겠지요. 그렇지만, 질풍노도의 시기!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때! 불안과 성(性)이 크게 다가오지요. 그런데, 이 소설은 마치 사춘기 소녀의 일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요.

 

 '루미너리스'로 맨부커상을 받은 엘리너 캐턴의 첫 작품이라고 하는 이 소설. '리허설'은요. 독창적이에요. 현실과 연극을 넘나드는 구성. 낯설지만, 관객이 되면 매료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 연극의 막이 내려가면 긴 박수가 이어질 거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7년 5월 10일, '지로 디탈리아(Giro d'Italia)'의 스테이지 5. 한 선수가 스테이지 우승을 확신하며, 마지막 선을 넘어 들어와요. 그런데, 다른 선수들이 속도를 줄이지 않네요. 그래요. 한 바퀴가 더 남은 거였어요. 착각이었지요. 큰 대회에서 한 실수. 많이 아쉬웠을 거예요. 자전거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낙차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착각은 좀 드문 일이에요. 그 선수에게 앞으로 기회는 있겠지만, 위로해주고 싶더라고요. 이 선수처럼, 살면서 누구나 위로를 받아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만화 '보노보노'에게 위로를 받은 이의 이야기가 여기 있네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지은이는요. 누군가의 트위터에서 처음으로 '보노보노'를 만났다고 해요. 그리고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에서 '보노보노'와 대화를 하며, 알게 됐다고 하고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 늘 뾰족하고 날 서 있던 마음 한구석에 보송한 잔디가 돋아난 기분이었다. 사람은 다 다르고 가끔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사람도 만나지만 다들 각자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사는 데 이유가 있듯이 누군가가 그렇게 사는 데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해하든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중에서(6~7쪽).

 

 이 책의 지은이는 '보노보노'를 알고 나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됐다고 하네요. 그만큼 작가에게 '보노보노'와의 만남은 특별했고요. 또, 소중했어요.

 

'보노보노: 아빠, 봄이 왔네.
아빠: 응. 그러네.
보노보노: 겨울 다음에는 꼭 봄이 오네.
아빠: 응. 세상에는 정해진 게 있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일이 있어야 하지.
보노보노: 그렇다면 그건 누가 지키고 있는 걸까.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도 어느새 봄은 온다는 것.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밤이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줄 아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얼마나 잊은 채 살아왔는지가 느껴져 멋쩍어지는 밤이다.' -'변하지 않는 것을 지키는 사람' 중에서(112쪽).

 

 네 컷 만화 안의 정문일침(頂門一鍼)! '보노보노'는 짧은 이야기 속에 깊은 가르침을 품고 있네요. 가르침은 물음으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물음에서 가르침으로 나아가고요.

 

 '우리 주변에도 보노보노와 친구들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중략)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이다. 서로에 대해 실컷 투덜대다가 결국엔 좋아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노보노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이상한 사람은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나처럼, 당신처럼, 그리고 보노보노처럼, 우리는 이상할지는 몰라도 나쁜 사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우리는 모두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 중에서(7쪽).

 

 처음 만나는 아기 해달 '보노보노'였어요. 그리고 처음 만나는 작가 '김신회'였고요. 그래도 제가 이 둘을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서로를 알아볼 것 같아요. 또, 좋아하게 될 것 같고요. '보노보노', '김신회'와 같은 주파수로 저와 이어진 것 같거든요.

 

 이 책! 위로해줘요. 지은이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 느낌이지만, '보노보노'에게 받은 위로를 우리에게도 줘요. 아파서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에게 위로를 줘요. 우리의 흔들림을 손 잡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이야기 같아요. 삶의 좋은 길라잡이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세계 사건부 - 조선총독부 토막살인
정명섭 지음 / 시공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의 얼굴이 호랑이 그림이에요. 포효하는 호랑이. 우리나라의 호랑이예요. 단군 신화에도 등장하는 우리 호랑이. 이제는 우리 곁에서 떠난 호랑이. 이 책의 얼굴인 호랑이를 지그시 바라보네요. 다큐멘터리 하나가 겹쳐져요. KBS1 TV에서 한 'KBS 스페셜-조선 호랑이 왕국, 왜 사라졌는가'를 본 적이 있어요. 찾아 보니, 2016년 4월 7일 오후 10시에 방영됐었네요. 그 방송에서 말하기를 일제 강점기 때, 호랑이 사냥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여, 호랑이 얼굴에 손을 가져가네요.

  

 광화문을 옮기고 만든 '조선총독부' (사진 출처: 시공사 네이버 포스트)

 

 완공을 앞둔 조선총독부에서 토막살인이 일어났어요. 살해된 사람은 조선인 건축기수인 이인도. 그 시신은 대(大)자로 흩뿌려졌지요. 대한제국을 상징하는 거였어요. 10여 년을 공사하여, 낙성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조선총독부. 일본은 조용히 넘어가려고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죄를 의열단에게 떠넘기려고 해요. 조선인들은 죄 없이 탄압을 당하게 되지요. 그래서 육당 최남선은 류경호에게 조사를 부탁해요. 류경호는 일본 명문대 게이오 대학을 졸업한 수재지만, 통속잡지 '별세계'의 기자예요. 그 부탁을 수락한 류경호. 살해된 이인도의 하숙집에서 지내게 되지요. 그곳에서 이상한 시선을 느끼게 되고요. 이인도의 직장 동료인 박길룡에게서 이야기를 듣게 돼요. 조선총독부를 설계할 때, 조선인 건축사들이 배제된 공간이 있다고요.  

 

 '"이 땅에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만 있는 줄 아십니까? 99퍼센트는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대체 무슨 명목으로 그들의 삶을 파괴하려는 겁니까?" -277쪽. 


'"이 땅에 친일파와 독립운동가만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348쪽.

 

'"어차피 이번 일에서 가장 하찮은 취급을 받은 건 죽음과 진실입니다." -359쪽.

 

 누군가의 욕망으로 살인이 있고, 그 죽음은 누군가의 이익으로 이용하려고 하지요. 류경호는 코난 도일의 '빨강 머리 연맹'에서 암시를 받아 사건을 해결하고요. 1926년 9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하루하루 진실을 향해 달려가는 류경호와 배경이 되는 그 당시의 경성! 그곳에서 육당 최남선, 박길룡 건축사, 도쿠토미 소호 등 실제 인물들이 각자 역할에 충실해요. 그렇게 그때의 사람들! 잘 어우러져 있어요.

 

'"언젠가 새벽이 오겠지. 동이 트는 새벽이......"' -366쪽.

 

 조선총독부의 낙성식이 있는 1926년 10월 1일에 단성사에서는 영화 '아리랑'이 상영돼요. 류경호는 희망의 말을 중얼거리지요. 어뭄 안에서 빛을 보았어요.

 

 잡지 '별건곤' (사진 출처: 시공사 네이버 포스트)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호랑이 머리 부분 세부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새로 영화가 걸리면 으레 장안의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이 몰려오곤 했지만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다 치마저고리 차림의 여인들부터 갓과 도포 차림의 노인들까지 섞여 있었다. 단성사 앞에는 극장에서 고용한 광대가 북을 치면서 열심히 떠드는 중이었다.' -364쪽. 


 작가 후기에서 가상 인물 류경호가 기자로 있는 잡지 '별세계'는요. 잡지 '별건곤'을 바탕으로 했다고 해요. '별건곤'에는 청년, 노숙자, 인력거꾼, 인부 등의 그 시대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고 하고요. '별세계 사건부'에도 그들의 이야기가 쌍둥이처럼 그려져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얼굴이 그 '별건곤'의 어느 얼굴과 닮았어요. 그리고 단원 김홍도의 송하맹호도가 떠오르네요. 우리의 호랑이! 그 터럭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그렸지요. 가느다란 얇은 붓의 선! 수천 번 반복해서 그린 그림! 저 한 올, 한 올이 단원이 본 우리 백성이에요. 우리 백성의 얼굴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는 호랑이 그림을 낳았지요. '별세계 사건부'도 일제 강점기의 우리 백성을 섬세하게 담았어요. 그렇게 생동감 있는 이야기가 됐지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듣고요. 작가 후기에서 말한 '고민과 성찰을 거쳐 일제 강점기라는 암흑 속에서 사람이라는 빛'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에 '역사 추리의 신풍조 정명섭의 경성 정탐소설'이라고 적혀 있네요. 예! 이 책은 역사에 추리를 얹은 소설이에요. 일제 강점기의 경성! 그때의 백성 이야기예요. 추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살짝 거들고 있고요. 영화 '밀정'이나 '암살' 등은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는 백성의 이야기예요. 채만식의 '치숙', '레디메이드 인생', 염상섭의 '삼대' 등의 이야기처럼요. 이상화의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구절이 있지요! 예! 빼앗긴 들도 되찾고, 봄이 왔어요. 비록 남과 북으로 나뉘기는 했지만요. 이 이야기에서 영화 '아리랑'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희망이 된 것처럼 어둠 안에 빛이 있어요. 그렇게 희망은 언제나, 어디서나 있어요.

 

 일제 강점기 우리 백성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여 주고 있는 이 책! 그 당시, 그 곳의 이모저모를 볼 수 있는 이 이야기. 여러 정성이 깃든 이야기예요.

 

 

 

 

 

흑림귀인단 2기로서 읽고 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약용의 여인들
최문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실학 사상을 집대성한 그! 그가 그린 매조도는 매화쌍조도(또는 매화병제도) 하나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또 다른 매조도가 있네요. 바로, 매화독조도1예요. 아내인 홍혜완이 보내 준 노을빛 비단치마의 일부로 하피첩을 만들었고요. 남은 것으로 매조도를 그렸어요. 딸을 위해 그린 매조도. 그런데 두 개였네요. 소실(小室)에게서 얻은 딸을 위해서도 매조도를 그린 거예요. 그 딸은 홍임이라고 하네요. 그 홍임 모녀의 이야기는 '남당사(南塘詞) 16수2'에 새겨져 있어요.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만났어요. 그 소설에 들어갔어요.

 

 매화독조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나는 피와 살을 가진 보통의 사내에 불과했소' -10쪽.


 이 이야기는 유배에서 풀린 약용이 마재의 집 대문을 넘으며 기뻐하는 것으로 시작해요. 약용이 유배 생활을 하다가 만난 진솔이라는 여인. 약용의 딸인 홍임의 모(母)라고 알려진 이 여인에게 소설에서는 진솔이라는 이름이 새겨졌어요. 그 여인은 유배지에서 추운 약용에게 따뜻함을 주었지요. 그도 피와 살을 가진 사내였어요.

 묵은 가지 다 썩은 그루터기 되려더니 / 푸른 가지 뻗어 나와 꽃을 피웠구려
 어디선가 날아온 채색 깃의 작은 새는 / 한 마리만 혼자 남아 하늘가를 떠도네

계유년 팔월 열아흐레


 1813년. 약용이 딸인 홍임을 위해 그린 그림. 매화독조도에 쓴 시예요. 묵은 가지(나이 든 정약용)가 꽃(사랑)을 피웠고, 작은 새(홍임)가 날아왔어요. 어린 딸의 앞날을 생각하는 마음이 애처롭네요.

 

 하피첩3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약용에게는 조강지처(糟糠之妻)가 있어요. 홍혜완이지요. 슬하에 6남 3녀의 자녀가 있었는데요. 2남 1녀만 남았어요. 마음과 몸이 어려운 가족을 이끈 아내. 약용은 그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과 애틋함이 깊이 서려 있어요. 혜완은 유배 생활을 하는 약용에게 노을빛 치마를 보내요. 


 '빛바랜 다홍치마를 내려보낸 것은 안방마님의 건재를 각인시키려는 날 벼린 일침일 것이다' -218쪽.


 1810년, 다산은 그 노을빛 비단치마의 일부로 하피첩을 만들어요. 두 아들인 학연, 학유에게 교훈을 남긴 서첩이에요.

 

매화쌍조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813년, 다산은 혼인하는 딸인 홍연에게 그림을 그려 줘요. 아내가 보내 준 노을빛 비단치마의 한 부분으로요.


 펄펄 나는 저 새가 내 뜰 매화에 쉬네 / 꽃다운 향기 강렬해 기꺼이 찾아왔지

 머물러 지내면서 집안을 즐겁게 하네 / 꽃이 활짝 피었으니 열매도 많겠구나

가경 십팔 년 칠월 열나흘 동암에서


 아버지로서, 혼인하는 딸을 위한 그림과 시! 많은 열매를 바라는 그의 부정(父情)이 전해지네요.


 이렇게 이 이야기는요. 약용의 사랑이 나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 나뉜 사랑의 존재에 깊이 베이는 혜완. 약용의 나누어진 사랑을 받아 아이까지 낳은 진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는 두 아들, 학연과 학유. 그리고 혜완에게서 난 딸 홍연. 진솔에게서 난 딸 홍임. 또, 약용을 사모하지만, 이루지 못한 초순. 그리고 약용을 후원해준 정조. 유배지에서 만난 혜장 선사와 초의 선사. 또, 제자 황상 등. 그 조각 조각이 이어져, 약용의 삶을 자세히 그리고 있어요.


 '유배지 강진에서 홀연 나타난 진솔이라는 여인이 안겨준 평온, 나른한 휴지(休止)를 그는 탐욕스럽게 껴안았다. 깊고 따스하고 청결했다.' -311쪽.


 '진솔의 치맛자락에서 풍기는 녹향은 너무 순하고 맑아 그 청정함이 시든 것을 일으키고, 더께진 녹을 닦아내는 치유의 향이지요.' -326쪽.


 '깨알처럼 예민했고 흑단처럼 단단했던 그의 심장에 돌을 던진 남당의 여인, 진솔. 부서져 가루가 되어도, 그 외마디가 눈가에 물기를 자아올린다.' -작가의 말 중에서(444쪽).


 이 소설은 특히, 사랑을 도드라지게 그리고 있어요. 약용은 '서리처럼 희고 차가운' 혜완(50쪽)도 사랑했지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의 화석'인 진솔(309쪽)도 사랑했어요. 진솔은 유배지에서 그에게 평온이자 치유였어요. 그의 뜨거운 심장에 돌을 던진 여인이었고요. 


 '망설이면서 겨울 냇물을 건너는 것같이, 주저하면서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한다'는 노자의 말을 빌린 생가의 편액이자 호인 여유당. 또, '생각은 마땅히 맑게 하되 맑지 못함이 있으면 곧바로 맑게 해야 하며, 용모는 단정히 하되 단정치 못하면 더욱 단정히 하고, 말은 요점만 말하되 말이 많으면 더욱 줄이고, 행동은 조심스럽게 하되 조심스럽지 못하면 더욱 조심하라는 의미(198쪽)'의 사의재. 사의재는 강진 유배 생활 처음에 머문 곳이지요.

 

'어린 딸 총명함이 제 아비와 똑같아서 / 아비 찾아 울면서 왜 안 오나 묻는구나
한나라는 소통국도 속량하여 왔다는데 / 무슨 죄로 아이 지금 유배를 산단 말인가' -남당사 4수(430쪽).


 '결박, 그랬다. 평생 그를 옴짝달싹 못하게 여미고 있던 사슬이었다. 체면이라는 사슬, 살 속으로 파고든 그것은 뼈를 녹이고 살을 파먹고 갈기갈기 찢어 그를 부스러뜨렸다.' -440쪽.


 다산은 여유(與猶)와 사의(四宜)로 생활했지만, 진솔과 홍임에게 회한이 있어요. 혜완이 그 모녀를 품지 않았지요. 그래서 그 모녀에 대한 염려와 안타까움이 묻어나네요. 남당사 16수에 잘 그려져 있고요. 약용에게도, 글을 읽는 이에게도 눈가에 물기를 자아올리는 진솔과 홍임이에요.


 혜완은 목련이에요. 깨끗하고 하얀 목련. 강하고 품위 있는 목련이지요. 그리고 진솔은 청결하고 순함을 간직한 치자꽃이고요. 순연하고 여린 치자꽃. 헌신적인 치자꽃이지요. 초순은 국화예요. 유독 더운 날에 핀 국화. 그렇지만, 더위에 지쳐 시든 국화. 또, 다산은 딸에게 그려 준 그림처럼 매화예요. 뜨거운 가지를 가진 매화. 암향부동(暗香浮動)4해요. 이 이야기에서 여러 꽃의 향이 잘 어울려서 맑아요. 멀리, 깊게 나아가네요. 정약용이 이루어낸 것과 사상뿐만 아니라, 그가 품은 가슴의 깊은 사랑까지! 여러 향이 제 마음 깊숙이 들어오네요. 다산이 즐겼다는 차(茶)! 다산의 매화향에 여러 여인들의 향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함께 차에 녹아드네요.

 

  그리고 '자발나게, 시틋하니, 비긋이, 꺼당겼다. 허룩해지려는, 왁살스럽게, 나달거렸다, 여퉈둔 등'의 우리말이 하나하나 천천히 스며들어요. 글의 맛을 잘 살렸어요. 또, 글이 다산의 그림처럼 꼼꼼해요. 눈 앞에 다산이 살아 있는 것 같이 그려내요. 사무치게 하네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2009년 6월 서울 공화랑 전시를 통해 매화독조도가 처음으로 공개됐네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358904.html,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65819.html)
  2. 남당사는 1999년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고 해요. 서울 인사동 문우서림 김영복 사장이 건네준 남당사를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現 명예교수)가 처음으로 분석했다고 해요.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65819.html)
  3. 2015년 9월 하피첩이 서울옥션 경매에서 국립민속박물관에 7억5,000만 원에 낙찰되었다고 하네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11&aid=0002749295)
  4. 그윽한 향기가 은은히 떠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