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반기에는 일주일에 한번 서울에 갈일이 있어서 오가는 버스, 그리고 지하철 속에서 책 읽을 시간이 많았었다. 올 여름엔, 아이가 집을 비운 기간에 나는 아이대신 거의 책을 끼고 지냈었지. 지금은, 책 읽을 시간이 좀처럼 나질 않는다. 아직도 람세스 2권 붙들고 고전. 아마 연말까지 계속 이렇게 지내지 않을까 싶다. 난 별로 안 행복해 흑 흑...
-어제 밤 9시가 넘은 시간 집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하여 걷고 있었다. 가파른 경사길, 그 시간에 엄마 손에 이끌려 집으로 가는 어린 아이. 등에는 xx어린이집 가방이 매어져 있는 것을 보니 그 시간까지 집이 아닌 다른 곳에 맡겨져 있다가 늦게 퇴근하는 엄마와 만나 집으로 가고 있는 모양. 그래도 뭐라 뭐라 계속 엄마에게 말을 시키며 걷고 있다.
높은 경사길을 따라 줄지어 있는 2층에서 5층 높이의 낡은 아파트. 길 건너로 보이는, 잔뜩 널려진 빨래. 짜장면 1500원이라고 써붙인 중국음식점, 편의점에 밀려 보기 힘들었던 구멍가게. 혼자 걷고 있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집에 들어오니 아이가 자려고 양치질을 하고 있다. 엄마 빨리 옷 갈아입고 와서 재워주세요~ 하면서 엄마 칫솔 무슨 색이냐고 묻는다. 옷 갈아입고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니 치약이 짜여진 내 칫솔이 세면대위에 놓여져 있다. 물컵에 물도 받아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나를 위해 아이가 해놓고 나온 것.
오랜만에 아이 재우고 다시 일어나지 않은채 오늘 새벽까지 계속, 푸욱~ 잤다. 오늘은 금요일, 주신 일주일, 오늘까지 열심히 잘 살겠습니다, 대상은 없지만 기도하고 싶은 마음. 새벽엔 종종 이런 마음이 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