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에 대전 둔산에 개관한 고암 이 응노 미술관엘 다녀왔다.


나즈막하고 복잡하지 않다, 대나무가 병풍처럼 외벽을 둘러 싸고 있다, 화려하다기 보다 고즈넉하고 단아해보인다;  건물의 그 모양새에 맘이 끌려 개관하기 전부터 바로 그 옆 수목원으로 종종 산책 갈 때 마다 저 곳에 언제쯤 들어가 볼 수 있을까 기다렸었다.

오늘이 바로 그날.

글자를 소재로 한 추상화를 보며 생겨나는 상상의 세계, 그리고 이응노 그림의 트레이드 마크 격인 군상. 한지에 수묵으로 그려져있어, 어딘지 따뜻하고 인간적인 느낌을 준다.



 

 

 

 

 

 

 

 

 

 

 

 

 

 

 

들어가는 입구에 쓰여진 말을 남편이 가리킨다.
"모든 천재를 노력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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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6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개 고맙습니다. 전각화가 정병례님과 호가 같네요.
모든 천재를 노력이 이긴다, 인상적인 경구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지요^^

hnine 2007-05-07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정병례님의 호도 고암이시군요.
천재를 이길수 있는 노력이란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일까요.
어린이날에 이어 조금은 피곤한 주말이었지만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섬사이님, 예, 분명히 붓으로 그린 수묵화임에도 그냥 잠자는 듯한 정지한 느낌이 아니라 무엇인가가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어요. '안하는 놈이 하는 놈 못이긴다.' 저도 많이 친숙한 말이네요 ^ ^

씩씩하니 2007-05-0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술작품을 잘 몰라서인지 몰라도...이 분 그림처럼 따스한 느낌이 좋아요~~
입구에 써있는 말도....참,,,멋지네요...'모든 천재를 노력이 이긴다"
아,,저에게는 노력만이 살길인걸요...ㅎㅎㅎ
님...잘 지내시지요???

hnine 2007-05-09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았던 무엇을 처음 시도해 보이는 것은 천재들의 특성이 아닌가 싶어요. 그들은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지 겵코 자신의 천재성을 거론하진 않는 것 같아요.
 
따뜻한 흙 문학과지성 시인선 280
조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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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인의 수필집 '벼랑에 살다'를 오래 동안 읽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려놓고 결국은 시집을 먼저 읽게 되었다. 선입견이었을까. 시의 여기 저기서 '벼랑'의 뉘앙스가 느껴진다. 더 이상 발길을 내디딜 수 없다고 여겨지는 상황.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할지를 결정할 수 없어서 못 내디디는 발걸음 말이다. 누가 옆에 있어 함께 생각을 주고 받고 동행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 시인은 차라리 외로움을 곱씹으며, 자의식으로 무장하며 고집스럽게 혼자 가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이 수십 편의 시들을 탄생시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이 시인의 혼자 서기는 대부분 시들의 바탕을 이루고 있고, 섣불리 짐작컨대 시 뿐 아니라 그녀의 모든 글들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냥 살아지는 삶이 아니라 믿음이 나를 썩지 않게 하여 살아내는 삶 ('믿음이 나를 썩지 않게 한다' 67쪽), 잠깐 본 세상은 가득 찬 밥그릇 같을까 라고 보는 회의적이고 허무적 시선 ('잠깐 본 세상' 66쪽), 포식하고 싶을 때 굶주리고, 행복을 생각할 때 불행했고 일해야 할 때 쉬어야 했던, 삶의 어긋남 ('어긋난 삶' 23쪽).
삶이 주는 무게라는 것의 정체가 무엇일까, 삶의 본질이 과연 무엇일까, 이런 류의 무겁고 쓸쓸하기 짝이 없는 시들을 읽게 되면 또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마음 먹기에 따라 다 떨치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가볍게 소풍나왔다는 마음 가짐으로 살다 간 다른 시인도 있지 않았던가? 그렇게 살다 갈 수 있는 사람은 보통의 내공을 넘어서거나, 천성을 그렇게 타고난 특별한 소수만 누릴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보통 사람들이 거쳐가는 길이란 오히려 이렇게 외롭고 처절하고 쓸쓸한 길이란 말인가. 벼랑을 걷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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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추둘란 지음 / 소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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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둘란. 그녀는 1969년에 통영에서 태어났다. 대학에 입학하며 서울로 올라와 농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편집회사에서 일하다가 취재차 찾아간 서산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다운증후군의 민서를 낳고 홍성으로 이사, 아이 키우고 농사도 짓고 글도 쓰며 지내고 있다. 스스로 시골 아낙이라고 칭했지만, 한때 집안에서는 서울에서 대학도 나오고, 제일 공부 많이 한, 기대 받던 둘째 딸이었으며, 한동안 압구정동의 사무실로 출근하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 모르게 그때 그녀 생애의 첫번째 눈물골짜기를 겪었다고 한다. 내 인생의 방향을 알 수 없고,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자신의 의지와 아무 상관없이 흘러만 가는 삶이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우연히 만나, 그녀의 표현대로 <콩깍지 사랑>을 하게 되어 결혼을 하게 된다. 두번째 콩깍지 사랑은 바로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정신지체아 민서를 낳고서 생긴 사랑이다. 양수 검사를 받으라는 의사의 권유를 마다하고 나은 아기. 츨산 후 한동안은 왜 나의 인생엔 이런 슬픔과 불행만 있는가 또 한차례 눈물골짜기를 겪은 후, 눈물이 다 마를 즈음, 민서는 그 어느 것에 비할 수 없는 사랑으로 다가왔다. 본문에도 나오듯이 사람은 일생동안 열번 된다고 하지만, 여자에게 있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여러 번 다시 되어가는 기회를 제공함에 틀림 없는 것 같다.


짐작되듯이 이 책은 특별한 사건이 펼쳐지는 내용이 아님에도 그냥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시골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 늘 보고 겪던 동네 풍경에 대한 기억을 다시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사람의 마음의 짐은 누가 갖다가 떠 넘겨 주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지고는 너나 할 것 없이 참 많이 괴로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저자의 20대 얘기를 읽으며 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바로 장애 어린이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생각이다. 예전보다 사람들의 사고가 많이 열려 있고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나의 마음 어딘가에 남아있는 벽이 있다면 허물을 일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함께 몸담고 부대끼며 사는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의 배려이다. 민서 같은 아이는 그래도 넘치는 사랑을 줄수 있는 부모와 이웃이라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지만 언제까지 그것으로 만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민서도 자라서 꿈과 목표가 있는 성인이 될 것이고 부모가 언제까지나 옆에서 보호막이 되어 줄수는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이 쓰여진 2003년에 민서가 네살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여덟살이 되었을 텐데,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을까? 지금도 여전히 동네 사람들의 귀염속에서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크고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부제처럼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이면서 동시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책이기도 하다.

아 참, 이 책에 저자의 이웃 중의 한명으로 나오는 '쌍둥엄마'라는 분. 정말 한번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아무 생각 없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어느 누구를 만나도 "어! 그대에~" 하고 부른다는 이 분을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살유. 따지고 재고 하면 머리 아파서 버틸 수 있간?" 어릴 때 할머니께서 쓰시던 말투가 이 책 속에 대화체로 고대로 들어 있어, 읽으면서 킥킥거리기도 했다. "이래도 하루 가고, 저래도 하루 가는 거인디, 웃고 즐기며 살아보자고." 이 말이 한낱 느슨하고 한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로 들리는가. 아니면 고된 농사일과 사는 일에 지치지 않고 버텨 나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처세가 담긴 말로 들리는가.

(책을 선물해주신 마노아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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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5-0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쑥스러운 이름 등장^^ 이웃집 쌍둥 엄마 참 정겹죠. 저런 이웃이 곁에 있다면 참 힘이 될 것 같아요. 민서가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을 텐데, 씩씩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래봅니다. ^^

hnine 2007-05-05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했던 제 마음과 일치하는 책이었어요. 예, 저런 쌍둥엄마 같은 사람이 옆에 있다면 참 힘이 되겠지요.
 

결혼에 대하여

 

                                                                  정 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을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섬사이님의 '수선화에게'를 읽고서 정 호승님의 시집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특히 잘 읽히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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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5-03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사람과 결혼한다고 치자...결혼 후에도 계속 저런 사람일까, 전 요런 짖궂은 생각도 들었답니다 ㅋㅋ... 많이 닳고 닳은 부부라는 것도 알고 보면 소중한 사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계속 겉돌고 있는 부부도 있으니까요.
 

나의 혀

 

                                     정 호승

 

한때는 내 혀가
작설이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가난한 벗들의
침묵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우습도다
땀 흘리지 않은 나의 혀여
이제는 작살이 나기를
작살이 나 기어가다가
길 위에 눈물이나 있으면 몇 방울 찍어 먹기를
달팽이를 만나면 큰 절을 하고
쇠똥이나 있으면 핥아먹기를
저녁안개에 섞여 앞산에 어둠이 몰려오고
어머니가 허리 굽혀 군불을 땔 때
여물통에 들어가 죽음을 기다리기를
내 한때 내 혀가
진실의 향기가 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으나

 

(작설이 되지도 못하고, 침묵의 향기, 진실의 향기는 더더욱 되지 못하는 혀를 가진 사람으로서 위안이 되는 시라서 적어본다.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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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5-02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이 시 가져갈게요^^
땀 흘리지 않은 모든 것들은 겸손할 것!

hnine 2007-05-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저는 오늘도 땀 흘리지 않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왔습니다 흑 흑...
섬사이님, 하루를 정리하며 오늘 내 입에서 나간 말들을 돌이켜 보면, 솔직히 끔찍할 때가 많아요. 더구나, 아이 앞에서 한 말들 중에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