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마음이 아프다.

이게 다만 책에만 있는 얘기가 아니란 말이다.

리얼리즘? 먼데서 찾을 것 없다, 어려운 말 쓸 것도 없다.

리뷰는 내일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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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데리고 외식을 할 일이 있을 때
어디로 갈까 결정권 제 1순위는 아이이다.
뭐 먹고 싶니?
아이가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을 때에는
예전에 갔던 장소들을 돌이켜 보다가
아이가 그 때 잘 안 먹었던 기억이 나면 그곳은 일단 후보에서 탈락

일단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시킬 때에도
1인분 혼자 다 못 먹는 아이,
음식 남기는 것을 못 보는 성질의 이 엄마,
자연히 나는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1인분 시켜 먹고
모자라면 나중에 세식구가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것을 더 시키는 식이다.

아이 없고 남편과 둘이서만 점심을 먹으러 나간 오늘
돌솥 비빔밥 집엘 갔다.
낙지가 들어간 매운 비빔밥을 시켰다.
밥 한 톨도 안 남기고 싹싹 긁어먹고서 남편에게 자랑했다 "이거 봐라~~"
남편이 놀란 눈치.
그동안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것을 시키느라
맵고 뜨거운 돌솥비빔밥을 정말 얼마만에 먹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먹으니 얼마나 맛이 있던지.
흠흠...지금까지 배가 부른 것 같다.

참, 이렇게 별 것 아닌 일로 만족, 흡족, 행복한 기분을 느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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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7-16 0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러면서도 아이때문에 먹고 싶은 것 못 먹는다는 생각은 안 하고 아이가 잘 먹나 하는 것에 신경쓰지요. 엄마 맘인가 봅니다. 제가 이날, 낙지 볶음이나 돌솥비빔밥 먹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낙지가 들어간 비빔밥이란 메뉴가 있었으니 제가 좋았을 수 밖에요 ^ ^

미설 2007-07-16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유치원 같이 보내는 엄마들과 얘기하는데 된장찌개에 풋고추 넣어서 칼칼하게 먹고 싶은데 그걸 못해먹는다 하면서 아쉬워했었네요. 정말 아이들 입맛 맞추느라 맵고 칼칼한거 제대로 일인분 시켜먹어본 적이 아득해요. 저도 군치이 고입니다^^

hnine 2007-07-16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 그러시지요? 엄마는 다 똑같아요 ^ ^

LovePhoto 2007-07-17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낙지 볶음으로부터 시작해서, 매운 음식, 이 곳에서 무지 잘 먹고 있습니다.
음식점 점원이 놀랄 정도로..... -_-a
 

 

x월 x일

아무거나 해도 되는, 아무거나 해야 하는 토요일이다.

아침 잠이 원래 없어 늦잠이라는 걸 누려보지 못하고 결국 학교 갈 때와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 네 군데 TV채널을 한번씩 돌려보고는, 옷차림새 한번 쓰윽 보고 -보기만 하고- 길 건너의 shop에 간다. 두께가 평일의 두 배나 되는 주말 판 신문을 사기 위해서. 값도 평일 신문의 거의 두 배이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shop이다. 물건이 많지 않아도 좀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을 수도 있었을 터인데, 손가락으로 훑어보면 뽀얗게 먼지가 묻어나올 것만 같은 식료품들이 진열대 위에 드문드문 놓여 있는, 아무리 좁은 구멍가게라도 물건이 빽빽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의 구멍가게와 너무나 대조적인 썰렁한 식료품점이다. The Times나 Independent, 혹은 Guardian중 한 부를 사가지고 방으로 돌아온다. 침대에 걸터 앉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면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정독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문득 내 나라 신문이 그리워진다. 죽죽 읽어 내려갈 수 있는, 내 나라 소식이 담겨 있는 그런 신문. 그 때부터 줄줄이 사탕처럼 두고 온 식구들이 생각나고, 친구들이 생각난다. 잠시 침대에 벌렁 누워 본다. 그리운 사람들을 실컷 그리워하다보면 배가 고파진단 말이다. 시간을 보면 정오 무렵. 아, 이제 뭔가를 먹어야 하는구나. 귀찮은데 커피나 마시고 건너뛸까, 아니지, 그래도 적절한 영양분을 먹어줘야지. 내 몸에 연료가 들어가줘야 하잖아. 무엇을 먹어야하나, 어디서 먹어야 하나. 우리 뭐 먹을까 하고 물어볼 사람이 옆에 있다면.

외로움. 이것으로부터 하루라도 자유로운 적이 있었던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이것을 자유라고 한다면 그 댓가는 바로 외로움이다. ‘혼자’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이 두 얼굴 (자유로움과 외로움)모두를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오로지 한 쪽 얼굴만 본다.

--- 10년 전 어느 토요일의 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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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7-1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자유의 반대말은 '관성'이란 표현을 보았는데, 외로움도 일리가 있어요. 전 외로워도 좋으니까 좀 자유로웠음 좋겠단 생각도 하고 있어요. ^^;

hnine 2007-07-16 06:20   좋아요 0 | URL
자유의 반대말은 관성이라...
자유를 누리면 반드시 그 댓가가 있는 것은 사실언 것 같아요.
결혼한 사람들 중에 가끔 화려한 싱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저는 혼자 저렇게 몇 년을 보내보고는 가족없이 혼자 지내는 것,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내가 나인 것 사계절 아동문고 48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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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 히데카즈는 초등학교 6학년.  대학생, 고등학생 형이 하나씩 있고, 중학생 누나, 두살 아래 여동생이 있다. 그리고 잔소리꾼 엄마와 엄마말에 무조건 예스맨 아빠로 이루어진 가족 구성이다. 어디 하나 특출날 것도 없는 히데카즈는 엄마로부터 늘 못났다는 소리를 듣는 구박덩어리. 엄마한테 야단맞는 도중 무심결에 집을 나가버리겠다고 하고, 엄마는 나갈테면 나가라고 하며 다른 형제들에게도 히데카즈가 가출을 할 예정이라고 비웃듯이 알려준다. 쓸쓸해진 히데카즈는 정말로 목적지도 따로 없이 가출을 하고, 무작정 들어간 나츠요라는 동갑내기 여자애와 할아버지가 사는 어느 집에 신세지며 한동안 얹혀 지낸다. 짧지 않은 시간을 그 집에서 지내다가 큰맘 먹고 다시 들어간 집에서 엄마가 오랜만에 찾아들어온 히데카즈를 맞는 방식은, "너 누구니?, 뉘 집 자식인지 모르겠다만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오지 말아 줘!" 엄마가 어떻게 받아줄까 안그래도 두근두근하며 들어선 히데카즈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이 된다.

이 책은 물론 히데카즈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지만, 정작 문제가 있는 것은 히데카즈의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히데카즈는 평범한, 그저 보통의 소년일뿐. 그리 풍족치 않은 살림에 다섯 남매를 뒷바라지 하는 엄마는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다 너를 위해서 한 일이야." "네가 어떻게 엄마인 내게 이럴 수 있어!" 라는 히데카즈의 엄마의 말은 이 가정의 문제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엄마의 스스로 희생이라 생각하는 그 일방적인 희생을 식구들 아무도 희생으로 알아주지 않는 엄마의 인생, 또 그러한 불만이 가슴속에 늘 큰 덩어리로 존재하는 엄마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모든 비난과 구박을 받아내야하는 자식들.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끝까지 엄마의 이해를 포기하지 않고, 나는 엄마의 아들임을, 그리고 나는 나라는 것도 알려주겠다는 히데카즈의 용기에서 그래도 이 가정의 희망을 본다.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인 것 같은데, 지금 읽으면서도 전혀 시대 흐름을 못느끼겠는 것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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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15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인 것 같아요. ^^

hnine 2007-07-15 13:18   좋아요 0 | URL
혜경님, 글쎄 이 책이 1969년에 처음 나온 책이지 뭐에요. 이 정도까지 오래된 책일줄 몰랐어요. 그러니까, 혜경님이랑 제가 몇살때인거죠? ^ ^
 

예전에 적어 놓았던 시를 오늘 아침 페이퍼쓰기로 올리고
댓글을 달면서 한번씩 다시 읽어보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44년 직장 생활을 하신 엄마
고만고만한 우리 남매 셋을 떼어 놓고
매일 하는 출근이건만
엄마가 출근하실 시간이 되면
할머니는 미리 내 손을 붙잡고 나가서 마을 한바퀴를 돌다 들어오셨다
엄마가 출근하시는 모습만 보면 내가 거의 대성통곡을 해대었으므로.
대여섯살 때 일이니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중에 나도 똑같이 겪었다. 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놓고 돌아서 나오면
어린이집에서 아주 한참 멀어질때까지 아이가 소리소리 지르며 우는 소리가 들렸었더랬다.)
매일 우는 나를 뒤로 하고 출근하시던 엄마 맘이 어땠을까.

밑의 여동생은 어릴때 손가락을 입에 거의 물고 살았다.
손가락 빠는 버릇이었는데
의사가 애정결핍증세라고 말했다.
막내 남동생은 사춘기 시절을 여러가지 일로 힘들게 보냈다
직장을 포기하고 싶으신 적이 얼마나 많으셨을까

새벽에 아직 어둑어둑할때 집을 나가셔서
우리가 다 잠들었을 때야 들어오시던 아빠
무거운 가방을 드시고
꼭 양말을 한켤레씩 더 챙겨가지고 다니시던 아빠
힘들다, 피곤하다, 아예 말씀이 없으셨었다.

오늘 아침의 내가 올렸던 시는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이었다.
지금 내가 살아온 햇수보다 더 오랜 세월 출근길을 묵묵히 겪어오신.

갑자기 울컥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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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7-13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왜 나이가 들어야만 그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는 걸까요?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자식인 모양입니다.

hnine 2007-07-14 07:42   좋아요 0 | URL
물만두님, 제가 나이를 먹어간다는 증거이겠지요. 아직도 제 나이값 못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예전에 생각 못했던 것을 이렇게 깨달아 갈 때도 있네요.
편안한 주말 되세요 ^ ^

세실 2007-07-14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늘 엄마와 대화를 갈망하는 우리 아이들이 그려집니다...요즘 이런 저런 일들로 아이들에게 짜증만 안겨줍니다. 그래서 님은 가정을 지키시는군요.

hnine 2007-07-14 17:30   좋아요 0 | URL
언젠가 보림이와 규환이도 엄마를 이해할겁니다. 아니, 세실님은 지금도 아이들과 잘 소통하고 계시다고 생각되는데요 저는.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의 눈길, 손길을 여전히 고파하겠지만 말이지요.

비로그인 2007-07-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의 모습을 보며 우리를 대했을 어른을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애를 먼저 생각하는걸 보면 역시 내리사랑인가봐요.
부모님께 안부전화라도 해야겠네요.

hnine 2007-07-15 07:47   좋아요 0 | URL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때가 있었는데, 이제 아이 낳고 키우다 보니, 사람 마음을 참 잘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렇게 가끔 하는 부모님 생각이 어디 부모님이 자식들 생각하는 것에 미치기나 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