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벼랑에서 살다
조은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발문에서 소설가 신경숙은 그녀를 차가운 불꽃나무 라고 일컬었다. 마음 속에 차가운 불을 지니며 모든 순간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녀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그녀의 집을 보면서였다. 어느 책에 소개된 그녀의 열 몇평 짜리 한옥 집, 혼자 먹고, 자고, 글을 쓰는 그 고즈넉하고 평온한 집은 작고도 충만해 보였다.
그리고서 그녀의 시집을 구해서 읽어보았다. 외로움을 딛고 그 힘으로 사는, 위에 말한 그 차가운 불꽃이 느껴졌다.
그녀의 산문도 읽어보자 하여 이 책 <벼랑에서 살다>를 읽게 되었다. 열네평 짜리 사직동 그녀의 집은 이 책에서도 역시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이다. 이 책 속의 어느 글도 집과 연관되지 않은 글이 없을 정도로. 사진가 김홍희의 사진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글에 과장이 없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시키려고 매달리지 않는다. 의무적으로 써댄 글이 아니라, 자신의 정성을 다해 한자 한자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받으며 끝까지 읽었다.
매순간을 벼랑에서 사는 것 같다는 것은 유감이다. 누구이던지간에 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는 벼랑이 아니라 평지의 안도감과 평안함을 느끼게 되길, 저자에게도 나에게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