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손들

                                         주 선미

잠 덜 깬 버스 한 대가
잠 덜 깬 사람들 앞에
눈치도 없이 다가와 덜커덩 멈춘다
해와 교대할 시간만 기다리는
출근길 새벽달이 지쳐 보인다

사람들이 다투어 올라타고
다투어 자리를 찾은 손들이
동그란 수갑에 벌서듯 매달린다

돋은 핏줄이 손등마다 얽히고
이를 악물고 있는 손톱들은
새벽달처럼 새하얗게 질려
잠 덜 깬 몸들을 매달고 있다

매달린 몸 뒤틀려도
생활의 중심을 찾아
삶의 무게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땀 젖은 손이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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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지에 적혀 수첩 표지 안쪽에 언제부터인가 끼워져 있는 시인데
어디서 보고 적어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기분으로 베껴 적었을지는 짐작이 가지만...
오늘 아침에도 일터를 향해 나갈 사람들, 혹은 이미 향하고 있는 사람들.
생활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
뭔가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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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쏘는 듯한 느낌, 씁쓸한 느낌..
에휴 어렵다.

hnine 2007-07-13 17:52   좋아요 0 | URL
덜 깬 잠 기운 속에 출근하는 것이 고역이기도 하겠지만, 저렇게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고...세상은 그런가봅니다.
 
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제 비만은 외모를 중요시하는 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성장이 끝난 성인이 되어서야 신경쓰기 시작하는 문제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 이 책은 이제 열여섯 살이 된 남자 아이 벵자멩의 이야기이다. 먹는 것에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벵자멩은 장래 희망도 요리사가 되어 자기만의 근사하고 고급스런 레스토랑을 갖는 것. 맛 있는 케이크를 직접 만들고 기쁨과 만족을 느낀다. 문제는 학교에서 실시한 간강진단에서 비만이라는 판정을 받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경고를 듣고서부터이다. 전문가들과의 상담, 다이어트 과정에 들어가면서 인생의 큰 즐거움을 박탈당한 것 같은 기분으로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같은 반의 여자 친구 클레르에게 빠져 들면서 다이어트 전선은 클레르와의 관계의 진행 상황에 바로 영향을 받게 된다.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가,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제어할 수 없는 식욕으로 해소하게 되어 100kg 체중을 눈 앞에 두기까지.
벵자멩과 상담을 해주던 한 심리학자가, 지금의 시기가 말할 수 없이 심각하게 여겨지겠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돌이켜보게 되면 오히려 즐거운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어줍잖은 조언을 하자 그에 대한 벵자멩의 대답은,
"마흔 여섯 살, 선생님께는 유년기, 사춘기, 그 시절들이 모두 지금의 선생님 나이로 오는 과정에 지나지 않겠군요...또 전 열여섯 살 밖에 안 됐으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심각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니죠 전 열여섯 살인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요! (...) 그건 추억이 아니고, 제 현실이에요! 선생님의 진짜 삶은 현재의 선생님 나이겠지요, 성년기 말이에요! 제게 있어서 진짜 삶은, 지금이에요..." (146쪽)

지나고 보면 다 아무것도 아닐 일로 심각해하지 말라는 충고를 우리는 무심결에 종종 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무심결에 던질 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벵자멩은 이혼한 아빠의 새로운 여자 친구인 소피에게 우연히 클레르와의 사연을 털어 놓으면서 그녀의 따끔한 충고에 마음을 잡게 된다.

청소년기에 겪는 외모에 대한 고민은 제목에서 처럼 자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짓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기 쉽다. 남자 아이 역시 여자 아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수 있었으며, 책의 후반으로 가면서 체중 자체보다는 이성 문제가 더 심각한 고민으로 부각되다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새로 정립되자 다이어트에도 다시 착수 하게 되는 것으로 끝난다. '의사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을 빼는 유일한 비결은 바로 사랑을 하는 건데.....' 이 책의 맨 마지막의 벵자멩의 독백이다. 사랑과 비만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
비만으로 고민하는 가족이 있다면 사랑을 듬뿍 주자. 사랑에 배고파 비만이 되는 일은 없도록.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프루스트 클럽' 등이 나온 바람의 아이들 출판사의 반올림 시리즈 중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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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13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다이어트를 하려면 사랑을 하라니

솔로는 결국 다이어트도 맘대로 못하는 OTL...

hnine 2007-07-13 10:52   좋아요 0 | URL
사랑을 하면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나, 어쩐다나...그러네요 ^ ^
 
우리 아이 외국인 학교 보내기
이경주 지음 / 황금가지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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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한민국 엄마들만큼 자식의 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들이 있을까. 요즘들어 특히 그 교육열의 상당 부분이 영어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 방법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전혀 무관심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내 아이의 상황과 성향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관건일 뿐.
이 책에 소개된 방법은 조금은 특수적 상황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국내 주재하는 외국인 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킬 경우 외국인 학교의 생활이나 학습 방법과 외국인 학교를 선택했을 경우 진로는 어떻게 정하고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미 두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내본 엄마의 입장에서 자세하게 일러주는 책이다.
우선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은, 외국인 학교에 입학하면서 신경써야 할 것은 영어보다는 우리말, 우리글이라는 것이다.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보낼 때 지향하는 것은 영어만 잘 하는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국어와 영어를 모두 잘 하는 바이링귀스트로서 능력을 갖추는 것인데, 상급 학교로 진학해 갈 수록 영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반면 우리 글과 말을 사용하는 비중은 국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떨어지므로 그 능력이 퇴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 글과 말에소원해지면 한글 세대인 부모와의 대화가 줄어들게 되고, 가족간의 친밀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하니, 우리 책을 꾸준히 읽고, 우리 글 쓰는 시간을 충분히 두어야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를 외국인 학교에서 마치고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또는 국내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의 주의할 점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국내 대학으로의 진학이 현재까지는 그리 자유롭지 못하여 검정고시를 치르어야 할 경우가 대부분이며, 미국의 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우리 나라 고등학교에서는 고등학교 전 과정이 대학 입시에 치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입시 위주인 것과 대조적으로 외국인 학교에서는 그렇지 않으므로 학생 개개인의 몫으로 추진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를 알아보고, 각 학교의 일정 별로 시기에 알맞게 각자가 준비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조기 유학을 보내는 대안으로 찾은 것이 외국인학교 였다는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이 되는 일반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성의있고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자 애쓴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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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예린은 내친구 반쪽이 시리즈 6
최정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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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가족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재미있게 꾸며진 이야기가 아니라, 이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솔직하게 그대로 그려져 있는데도 재미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건은 (주로 여행기) 따로 그런 제목으로 묶어 책으로 나와있다 (파리 여행기, 오지 여행기 등).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라면, 우리 가족 이야기를 써도 그렇게 재미있을까?  그럴 것이라고 확신 못 하겠는 것은, 아마도 하예린 가족은 평범해보이지만 사실은 평범하지 않다는 뜻?
우선, 하예린의 아빠이자 이 책의 저자인 최정현 (반쪽이라는 별명으로 알려져 있는)에게서는 대부분 대한민국의 남자, 가장이 갖는 권위 의식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여자는 이러해야 한다, 남자는 이러해야 한다, 딸은, 아들은...이런 틀에 박힌 의식 대신에, 가정과 일이라는 두 토끼를 쫓고 있는 아내를 대신해 딸의 친구가 되어 함께 놀아주고 자신의 작업에 딸을 참여시키며, 명절에 시댁가느라 고속도로에서 시간 버리고, 여자들은 부엌일에 매이는 풍습을 버리자고 주장하며, 명절과 상관없이 5월의 어느 한주 일요일을 잡아 온 가족이 집 밖의 어느 장소에서 다 모이는 처가의 전통을 주장한다. 학원 숙제에 대해 딸 하예린과 이 아빠가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자.
"아빠는 내가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가 안 좋아?"
"공부라는 것이 능동적인 것이 있고 수동적인 것이 있는데 학원숙제는 수동적인 공부잖아."
"그래서?"
"하고싶지 않은 것을 부모를 위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보기가 안좋아."
"호~"
"아빠가 원하는 것은 하예린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미친듯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형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곳에 몰두해서 온몸을 불 사르듯이 하라는 거지?"
"미쳐야 미친다는 말이 있어."
"미치다니?"
"남이 보기에 미친 듯이 노력해야 원하는 곳에 도달 할 수 있다는 뜻이야."
"어떤 것을 하든 간에 관계가 없어?"
"관계 없지. 오히려 그 누구도 안한 것을 하면 더 좋지." (본문 191쪽)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식에게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부모가 될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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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서 살다
조은 지음, 김홍희 사진 / 마음산책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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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문에서 소설가 신경숙은 그녀를 차가운 불꽃나무 라고 일컬었다. 마음 속에 차가운 불을 지니며 모든 순간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고.

내가 그녀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그녀의 집을 보면서였다. 어느 책에 소개된 그녀의 열 몇평 짜리 한옥 집, 혼자 먹고, 자고, 글을 쓰는 그 고즈넉하고 평온한 집은 작고도 충만해 보였다.

그리고서 그녀의 시집을 구해서 읽어보았다. 외로움을 딛고 그 힘으로 사는, 위에 말한 그 차가운 불꽃이 느껴졌다.

그녀의 산문도 읽어보자 하여 이 책 <벼랑에서 살다>를 읽게 되었다. 열네평 짜리 사직동 그녀의 집은 이 책에서도 역시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이다. 이 책 속의 어느 글도 집과 연관되지 않은 글이 없을 정도로. 사진가 김홍희의 사진은 또 얼마나 매력적인가.

글에 과장이 없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시키려고 매달리지 않는다. 의무적으로 써댄 글이 아니라, 자신의 정성을 다해 한자 한자 써내려갔다는 느낌을 받으며 끝까지 읽었다.

매순간을 벼랑에서 사는 것 같다는 것은 유감이다. 누구이던지간에 말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는 벼랑이 아니라 평지의 안도감과 평안함을 느끼게 되길, 저자에게도 나에게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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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7-10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은을 한번 만나야겠어요..벼랑 끝에 선 그녀를 말에요~
벼랑 위에서,,평지의 평온함을 가지려구 노력하는 삶이 우리들 삶인거 같애요...
님도 저도..그런 마음 안에서 살아보아요,,아자아자!!!

hnine 2007-07-10 18:20   좋아요 0 | URL
인정하기 싫어도, 대한민국에서 여자 혼자 살아내기란 쉽지가 않구나 하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대부분이랍니다. 하니님, 이사 무사히 마치시고, 서재에 자주 들러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