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개발도상국가들은 지상 통신선 단계를 건더뛰고 곧바로 무선통신 시대로 집입하고 있다. 그와 같은 개념은 환경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발전을 이룰 수 있지만 우리가 지나왔던 가파른 산길을 헤쳐 올 필요는 없는 것이다. 더 넓고 편안하고 좋은 길이 있기 때문이다." (470)

 

 

주홍 마코앵무새(아라 마카오 사이아놉테라)를 지키고자 했던 한 여인, 샤론 마톨라의 끈질긴 투쟁의 이야기가 이 책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속에 담겨 있다. 미국인 샤론은 남다른 이력(호랑이조련사, 서커스댄서 등등)의 소유자로 우연히 '벨리즈'라는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에 정착하게 된다. 벨리즈의 야생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벨리즈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는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힘겨운 과제가 떨어진다. 바로 200여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마코 앵무새의 주서식지에 '차릴로댐(6메가와트 전력 생산)' 건설이 추진되는 것이다.  벨리즈 정부와 외국 투자 회사 '포티스'에 맞서 싸우는 샤론과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고, 호기심을 자아낸다.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은 1·2부로 나뉘어져 있다. 제1부는 '위기에 처한 낙원'으로 벨리즈, 동물원 아줌마 샤론, 마야문명, 강과 댐의 진실, 마코앵무새 이야기, 그리고 댐 건설 반대에 따른 정치적 보복성인 짙은 벨리즈 동물원 근처 '쓰레기 매립지' 건설 등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2부 '주홍 마코앵무새 소송'에선 차릴로댐 건설의 진실공방 그리고 소송과 추밀원 소송 그리고 차릴로댐 건설 그 이후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이야기가 방대하였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멸종위기종인 새를 보호하기 위해 댐건설을 반대하는 과정 속, '벨리즈'란 나라의 역사, 문화 정치적 이해관계-'영국령 온두라스'라는 이름으로 영국의 식민지였으며, 1981년에 비로소 독립하였지만 현재도 영국군의 주둔하고, 영국의 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 주변국 '과테말라'와는 분쟁이 있는 나라, 또한 부패한 정부와 PUP, UDP 양당의 역사 그리고 권력의 집중과 부패-, 마야문명, 멸종위기의 동물들과 '멸종'의 역사(다섯 차례의 대규모 멸종)와 의미(멸종의 속도), '종'에 대한 이야기(종의 개념과 함께 '종' 개념 정의의 모호성과 논란 소개), 캐나다의 역사(뉴펀들랜드와 퀘벡 주의 갈등의 역사는 포티스란 회사의 이력을 설명한다) 댐의 역사 -가장 오래된 댐의 흔적은 기원전 2600년경에 축조된 '사드 엘 카파라댐(파간스댐) 유적지'을 시작으로 로마인의 댐 축조,오늘날의 여러 나라 댐까지-와 댐의 폐해를 역설하기도 한다.

 

"바람이나 조류처럼 강이 물을 흐르게 하는 것은 스스로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변화의 에너지라는 것이다."(139)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끝없이 반복되는 동그란 화살표의 연결고리를 그릴 수 있다. 말하자면 거침없이 흐르는 강 하나가 수백만 개이ㅡ 먹이사슬 속에서 에너지를 운반해주는 것이다."(140)

"2006년, UN의 기후변화위원회(IPCC)는 댐 저수지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처음으로 온실가스로 인정하면서 각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산정에 포함시켰다"(144)

 

'차릴로 댐'건설 반대의 6년간의 투쟁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그간의 끈질긴 노력을 본 나로선 실패로 끝났다는 것에 크게 실망하였다. 하지만 저자 '브루스 바콧'은 미국 헤치헤치 계곡의 댐 건설과 이에 반대한 '존 뮤어'의 이야기(결국 댐은 건설됨)를 들려주면서, 위로해준다.  그리고 좌절을 딛고 일어선 '샤론'의 또다른 이야기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젠 동물원 아줌마에서 '새 아줌마'로 변신한 그녀는 하피독수리 프로젝트를 추진하였고, '런어웨이크릭 생태보존지구' 등의 더 많은 환경 보전을 위해 힘쓴다.

 

"벨리즈 정부에서 하피 프로젝트를 막을 수도 있어요."

"아뇨. 그럴 리 없어요. 만약에 그런다고 해도 다른 무언가를 찾을 거예요. 난 절대 멈추지 않아요. 싸움에서 진다고 해서 멈추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계속 싸우는 거죠. 다른 일을 찾으면 돼요. 남아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절대 작심하고 좌절하면 안 돼요. 멈출 수 없으면 옆으로 비켜서서 수레바퀴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케 내버려둘 수밖에요."(463)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단연, 벨리즈 정부의 부패였다. 또한 소수 집권층의 탐욕의 끝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댐 건설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의 왜곡(1500페이지의 보고서는 정부측의 논리로 편집되어 요약되고, 그 요약본이 최종 보고서로 제출되는가 하면, 정책에 맞지 않은 보고서 자체가 은폐되기도 하고,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살해 등의 정치적 보복이 일상처럼 행해진다)과 법 절차를 무시(외국 투자 회사는 벨리즈 법 위에 군림한다)한 채 강행되는 건설, 정부가 국민을 협박하는 상황 등등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파해쳐지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의 작은 나라의 '벨리즈'의 이야기인데, 왠지 낯설지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차릴로댐 건설의 실체 역시 실패였다.

 

<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을 통해 환경보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개발과 보전의 갈등과 대립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는 우리들의 과제로 남겨주었다. 벨리즈란 작은 나라의 이야기는 바로 지금의 우리의 현재이기에, 많은 것을 두루두루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방대함으로 다소 어려웠던 이야기는 어느 한 순간, 법정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긴장감있고 생생하게 전개되고, 감동까지 안겨 주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꿈꿔본다.

 

"고대 마야인들은 21세기의 우리에게 이 유적지를 통해 말하고 있다. '우리는 이곳에 위대한 문명을 창조했다'라고.

우리 후손들은 차릴로댐을 보고 무어라고 말할 것인가? 이 계단식 건물에서 겹겹이 쌓인 먼지를 걷어내면서, 강아지 뒷다리 모양의 설계, 중국 계기판, 오래전에 멈춘 터빈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오래전에 멸종된 새들의 화석과 유골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이 과연 그 두 가지를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 있을까?"(44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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