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에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는 학교 운동회 때면
편을 갈라서, 오재미를 던져 박을 터뜨리는 경기를 했다.
얼마 전에 오재미란 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려고
국어사전을 찾아봤는데 나오지 않아, 왜 그럴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게 “모래나 콩을 넣은 놀이주머니”를 가리키는 일본말이라고 한다.
음, 그래서 사전에 없었구나. 그래도 널리 쓰인 말인데,
사전에 실을 만하지 않나?
방금 치카님 댓글 보고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오자미 「명」헝겊 주머니에 콩 따위를 넣고 봉하여서 공 모양으로 만든 주머니. |
이번엔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이 틀렸나 보다!
2.
윤중로 벚꽃놀이라는 게 있다는 걸 서울에 와서야 처음 알았다.
그리고 여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빙 둘러싼,
벚나무가 죽 늘어선 길 이름이 그냥 윤중로인 줄 알았다.
그런데 윤중로는 윤중제(輪中堤)란 말에서 나왔고,
이 윤중제란 “강섬의 둘레를 둘러서 쌓은 제방”을 뜻하는
일본어 와주테이(わじゅうてい : 輪中堤)를
그냥 우리 식 한자음으로 읽은 것뿐이라고 한다.
1968년 서울시가 여의도를 개발하면서 섬 둘레에 방죽을 쌓고
거기에 윤중제란 이름을 붙였으며,
그래서 윤중제의 길(방죽길)을 윤중로라고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윤중제, 윤중로란 특정한 둑 이름이나 길 이름, 곧 고유명사가 아니라
그냥 일본어 보통명사였던 것.
1986년 서울시가 윤중제를
여의방죽으로 고쳤다는데,
내가 잘 못 본 탓인지
“여의방죽” “여의방죽길”이 공식적으로 쓰이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냥 쉽게 강둑이나 섬둑이라고 하면 될 것을 그 뜻도 알기 어려운 일본 한자말을
굳이 갖다 붙이다니, 1960년대의 공무원들 참 못 말린다.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에서 보고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