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292호에 그림책 특집이 실려 있더라구요. 

읽고 싶은 책 16권 건졌습니다. 


목록만 리스트업합니다. 

도서관 가서 다 챙겨봐야겠어요^^


<눈>(창비)

<마음의 집>(창비)

<달려>(보림)

<마이볼>(문학동네어린이)

<영이의 비닐우산>(창비)

<감기 걸린 날>(보림)

<백만 년 동안 절대 말 안 해>(웅진주니어)

<넉 점 반>(창비)

<꽃할머니>(사계절출판사)

<엄마 마중>(한길사)

<장수탕 선녀님>(책읽는곰)

<거짓말 같은 이야기>(시공주니어)

<어젯밤에 뭐했니?>(비룡소)

<마법에 걸린 병>(재미마주)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보림)

<지하철은 달려온다>(초방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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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책이 나옵니다!!

그 동안 이거 쓰면서 많은 부모님들 만나고 아이들을 만났는데, 

책이 나오면 더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아요. 


아직 표지는 고르지 못했어요 

출판사에서 표지 추천 이벤트 진행하는데 주소는 아래 붙일게요.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반가운 인사로 대신합니다. 

저는 알라디너입니다^^


https://www.facebook.com/photo.php?fbid=495372110524999&set=a.229521550443391.57394.225218404207039&type=1&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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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3-2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이 예쁘네요. 축하드립니다. 책 출간하게 된 것...

승주나무 2013-03-27 09:49   좋아요 0 | URL
saint236 님//오랜만에 인사하네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숲노래 2013-03-27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이라는 걸 안 써서 그곳에 댓글을 못 남기지만,
'놀이'와 '오래된 장난감'을 말하려 한다면,
아무래도,
차분한 느낌 1번보다는
재미난 느낌 2번이
한결 어울리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놀이와 장난감을 내세우려 한다면
더 재미나고 더 놀이다운
표지가 나오면 더 재미나리라 생각해요.

승주나무 2013-03-27 09:50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반갑습니다. 페이스북을 안 하시는 분들도 인사를 하고 싶었답니다.
자세하게 의견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차분한 것보다 재미난 것.. 멋진 말씀 잘 배웠습니다. 출판사 쪽에 전달해드릴게요^^

마노아 2013-03-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축하해요. 책 표지가 예쁘네요. 1번이 더 세련되어 보이는데 2번의 색도 이 봄날과 '놀이'에 잘 어울려 보여요. 어제 영화 지슬을 보았더니 승주나무님이 생각나더라구요. 반가워요!

승주나무 2013-03-28 19:15   좋아요 0 | URL
마노아 님, 감사합니다. 지슬 보셨군요. 저도 제주도 날아가서 봤어요. 봄날의 재미난 놀이로 인사드릴게요^^

울보 2013-03-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2번에 한표를,,참 고운 책이네요,"어떤책일지 궁금합니다.....

승주나무 2013-03-28 19:15   좋아요 0 | URL
울보 님//오랜만입니다. 얼굴처럼 마음도 고운 책이 되려고 노력했는데,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어요^^
 

안철수의 새정치가 무엇일까?


제가 정치에 참여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제 욕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ㅡ <안철수의 생각> 30쪽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매년 제기한 화두는 '새정치'였다. 새정치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익은 용어다. 하지만 그 의미는 모호하거나 이상적이거나 사사로운 이익에 부합되는 미사여구라는 아름답지 못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후보직을 사퇴했으므로 이름만 표기)가 이 단어를 사용한 까닭은 무엇일까? 안철수가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할 때부터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할 때까지 나름대로 분석을 했는데, 이제야 의미를 알게 되었다. 안철수는 자신의 지지자들이 문재인 후보에게 고스란히 안길 때까지, 대선이 마감될 대까지 달려갈 것이다. 


공자는 정치인의 기본 덕목으로 "어눌한 말과 민첩한 실천"을 꼽았다. (군자는 말은 어눌하게 하면서도 실천은 민첩하게 하려고 한다(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실제로 공자는 눌변이었고, 공자를 사숙한 맹자는 달변이었다. <논어>와 <맹자>를 다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논어>는 감정적 공감을 더 일으키는 반면, <맹자>는 논리적으로 납득이 더 잘 된다. 어눌하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안철수가 지금까지 사용한 말을 잘 분석하면 기존 정치권에서 사용하는 말과 달리 일반 국민의 언어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 : 사랑합니다 등) 눌변이 중요한 까닭은 뇌과학에서도 증명이 되었다. 


두뇌의 시상(변연계의 일부로, 정보의 많은 부분이 모이는 부위)은 두 개의 독립적인 신경 통로로 정보를 보낼 수 있는데, 정보가 전두엽을 통해서 편도체로 가는 '윗길'이 있고, 곧바로 편도체로 가는 '아랫길'이 있다. 윗길은 전두엽을 통해서 가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리고, 아랫길은 전두엽이 자극(정보)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판단하기 전에 곧바로 공격-도피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최성애, 조벽 교수의 <청소년 감정코칭>(해냄) 참조) 논리적으로 치밀하고 전략적인 메시지는 전두엽을 거쳐서 가기 때문에 달변은 국민들의 마음에 공감을 일으키는 데 한계가 있다. 즉 정치인, 언론인, 학자, 여론조사 전문가 등이 달변에 해당한다. 다만 엘리트 집단도 눌변의 메시지(예 : 우리가 남이가?)를 만들어 대중에게 퍼뜨리기도 하지만, 일상 그 자체가 눌변인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 



그 다음에는 안철수 새정치의 핵심중의 해심인 '민첩함'이다. 컴퓨터만큼은 아니지만, 대중의 반응에 대해 빠른 속도로 처리하면서 평소 가졌던 소신과 미래의 구상을 순식간에 융합해서 대중의 언어인 '눌변'으로 표현하는 것은 안철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안철수는 미래의 가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제안한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종합해본 후 정반합을 통해 현실안을 내놓는 것이다. 엘리트 달변가들은 <안철수의 생각>을 마치 공약집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안철수 본인이 스스로 이야기했듯 이 생각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을 들어보고 최종적인 입장을 정리한다는 취지가 보인다. 


기존의 정치인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메시아로 자신을 이미지화한다. 권력의 정점에 스스로 서 있으면서, 국민은 명예직으로 여긴다. 하지만 안철수 식 새정치에 따르면 새로운 세상은 국민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정치인은 다만 국민의 생각이 소외되지 않고 반영될 수 있도록 필터 역할을 한다. 정치학으로 보면 이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나마 이를 실천하려고 했던 사람은 안철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 <안철수의 생각>,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와 대통령후보 사퇴문 전문을 보면 '안철수 식 새정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 사퇴문로 본 '안철수 식 새정치'


안철수의 대통령직 사퇴는 남은 두 후보를 남루하게 만들어 버렸다. 


안철수는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 할 것을 선언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지방으로 내려갔다. 이로서 안철수는 두 번째 양보를 한 셈인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한 것과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게 양보한 것을 비슷하게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라는 말은 '백의종군'과 같이 안철수의 깊은 속내가 담겨 잇는 핵심 문장이다. '새 대통령=새 정치'라는 공식은 더 이상 없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새 정치의 압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 되었다. 새 정치의 의미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정치사를 볼 필요가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미래를 말하다>는 책에서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를 역설했다. 보수대통령, 진보대통령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보수의 시대, 진보의 시대라는 시대적 맥락이 중요하며, 미국의 정치사는 시대의 맥락이 이끌어왔다는 게 크루그먼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경제적인 이슈에서부터 복지와 세금에 이르기까지 분명 지미 카터뿐 아니라 리처드 닉슨보다 더 보수적인 정책을 펼쳤다. 클린턴은 보수의 시대의 진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진보의 시대 보수 대통령도 있다. 바로 루즈벨트 대통령이다. 뉴딜정책 이전까지 연방정부는 고용주들의 믿을 만한 조력자로서 노조조직자들을 탄압하고 노조를 짓밟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공화당 출신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가 들어서자 연방정부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할 수 있는 권리의 수호자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과 함께 대한민국에도 보수의 시대가 찾아왔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그 정점을 지났다. 세계금융의 불황은 보수의 시대가 뒤안길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들이 왠지 어울리지 않은 옷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도 이런 시대적 기류를 감안해 경제민주화 등의 개혁 의지를 표방했지만 다시금 보수의 대통령 후보로 되돌아갔다. 


그렇다면 지금은 무슨 시대일까? 보수의 시대가 아니라면 진보의 시대일까? 안철수에 따르면 상식의 시대, 달리 표현하면 국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후보직 사퇴 연설문에는 '국민'이라는 표현이 아홉 번 등장한다. 그 중에서 의미심장한 부분만 모아보면 아래와 같다.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닙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에게 상처를 드렸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 변화 갈망 풀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준 시대와 역사의 국면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안철수 후보 사퇴문 일부


'국민의 시대'라는 안철수 식 새정치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강조하는 의미는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더 이상 정치인이나 여론조사 전문가, 교수, 저널리스트 같은 달변가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국민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판단하라는 취지다.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이 관철될 수 있도록 뜻을 모으고 행동하라는 메시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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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도서관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독서방법 강좌 <행복한 독서클럽>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2회차부터는 MP3 파일을 첨부합니다. 1시간 내외의 오디오 파일을 들으시면 텍스트의 내용이 더 잘 이해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강좌는 격주 간격으로 진행되므로 연재도 이 흐름을 따라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음 강의는 4월 18일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오디오파일을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강의에 소질이 없는 운영자라서 스킬을 보지 마시고, 마음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http://ge.tt/2Kl0oah
 

행복한 독서클럽

2장 전체읽기 연습

1. 책을 손에 잡는다는 것

※ 전체읽기는 책 전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 전체"를 말한다. 도전적으로 사용한 단어다.  
 



100명의 사람이 똑같은 1권의 책을 한날한시에 읽고 있는 모습을 떠올려보자. 100명이 책에서 가져가는 것은 1가지 가르침이 아니라 100가지 가르침이다. 읽는 이에 따라서 가르침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사정을 이외수 작가는 단 한줄에 간명하게 표현했다.

"배움이 절실하지 않을 때는 배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한 가르침도 지나가는 개소리로 흘려듣기 마련이다"(이외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176쪽)

지난 장에서는 세 가지 단계를 통해 보는 책과 나의 관계를 설명했다. 결국 책을 통해 나를 읽겠다는 것이 독서를 하는 까닭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독서를 하는 과정에는 어떤 단계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겠다.

시집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만한 사례를 들자면, 맨 처음 시를 읽을 때는 시어 단위로 읽게 된다. 그러다가 회가 거듭되면 자연스럽게 시 작품 전체를 단위로 읽게 된다. 그 다음은 시집 단위로 읽는다. 그 다음은? 시인 단위로 읽게 된다. 시를 쓴 시인의 상황과 마음, 성장의 과정을 시집들을 통해서 알아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시인들을 여럿 알게 된다면 시대흐름을 중심으로 시를 읽게 된다. 시인이 그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과 이 시를 읽고 있는 내가 안고 있는 시대적 상황이 중첩되는 순간 시를 통한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요컨대 궁극적으로 당대인과 당대인, 당대와 당대의 온전한 만남이 진정한 시 읽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에서 “시” 대신 “독서”를 집어넣으면 뜻이 그대로 통할 수 있다. 시어를 대신할 수 있는 키워드나 단락 등만 바뀔 뿐이다. 나는 김유정, 김수영, 백석, 도스토예프스키, 조지 오웰, 에리히 프롬 등을 이렇게 읽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전작주의”라고 하는데, 모든 작가에게 전작주의를 적용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인생에서 한 작가 정도는 전작주의를 해볼 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조지 오웰의 작품을 읽으며 그의 영혼을 만난 듯했고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에세이를 찾아서 읽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조지 오웰의 작품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대상을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의 시대상과 나의 시대상을 비춰보면서 내가 가져갈 것을 가져가면 된다.

이러한 생각을 맹자는 간명한 말로 잘 표현했다.

작은 선비는 이웃 마을의 선비와 교유하고, 큰 선비는 이웃 나라의 선비와 교유한다.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고 동시대의 선비뿐만 아니라 수백, 수천년 전의 선배들의 생각을 책을 통해 만나야 큰선비가 될 수 있다(맹자)


2. 전체 읽기 연습

책을 이제 읽기 시작한 사람에게 당대와 당대의 만남 같은 고차원적인 이야기는 별 의미가 없다. 여기서는 책 한권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고자 한다. 바로 일람표 만들기이다.

다산 정약용의 일람표 만들기를 소개한다.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김영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다산 정약용이 고을을 다스리러 가면 항상 1장의 일람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표에는 마을의 재산, 인구 수, 가축 수, 부역 대상자, 범죄자 등을 기록해 놓았다. 다산은 표 하나로 마을의 정보를 넣을 수 없다면 절대로 제대로 다스릴 수 없을 거라고 경고했다. 여기서 “마을”을 “책”으로 바꿔 읽어보자. 다산의 비법을 독서에 적용하면 훌륭한 독서 일람표가 나온다.

일람표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A4 한 장을 접으면 웬만한 책에 쏙 들어간다. 책을 읽으면서 세 줄 미만의 구절은 파란색 볼펜으로 옮겨 쓰고, 비교적 긴 글은 검은볼펜 따위로 쪽수와 시작어절~끝어절을 써놓고 나서 빨간 볼펜으로 그 부분의 요지문을 써넣는다. 이런 방식으로 책 한권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일람표를 얻게 된다.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자신이 요지문과 인용문을 훑어보면 책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독서 일람표’를 왜 만드느냐 하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 일람표를 만드는 이유를 대지 못하면, 독서 일람표는 독서 방법으로 채택될 수 없다. 몇 번 하다가 시들해져버릴 것이다. 내가 독서일람표를 권장하는 까닭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책 한권의 내용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데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다듬기 위해서다.

“배우기만 하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 반면 스스로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극단적이 된다.”(논어 위정)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이와 비슷한 말로 “내용 없는 사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칸드)가 있지만 말이 복잡하니 공자의 말에 기대도 될 듯하다. 공자의 말 중에서 “배울 학學” 대신에 “읽을 독讀”을 붙여도 뜻이 통한다.

한마디로 독서일람표는 내가 책을 읽고 나타낸 ‘최초의 반응’이다.

3. 독서 일람표 응용하기

독서 일람표는 책의 내용을 간추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람표의 문장들과 요지문은 내가 선택한 대목이다. 그러니까 책에 대한 나의 입장이 표시된 표이기도 하다.

앞장에서는 책을 읽고 피드백을 남기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했다. 일람표를 얻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훨씬 다양해진다. 먼저 일람표를 활용해 서평을 쓴다면 서평의 품격이 달라진다. 거의 비평가 수준으로 글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단어와 인용문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떠도는 생각을 소재로 삼는 게 아니라, 정확한 기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글에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하다.

이어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은 확장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책을 읽는 단계의 깊은 차원으로 갈 수 있다. 일람표를 특징에 따라 정리하면 좀더 전문적인 글을 쓰거나 깊이 있는 분석을 할 때 도움이 된다. 한 작가의 작품을 일람표를 통해 보면 책을 여러 권 펼쳐놓고 보는 것보다 효율성이 있고,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일람표를 정리할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학에서 논문을 쓸 때 이러한 식으로 자료를 정리한다고 한다.

머릿속에 맴돌던 책의 구절과 내 생각을 종이에 옮겨놓고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독서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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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1년 소셜북스 운영자가 인천 서구도서관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하고 있는 <행복한 책읽기> 강좌의 원고입니다. (3월7일부터 시작) 경우에 따라 강의 MP3 파일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행복한 독서클럽


1장 나의 독서생활 돌아보기

1. 독서생활 자가진단표



책이 나의 생활에 의미가 되는 수준이 있다. 우리가 연극이나 공연을 보러 가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듯, 가물에 콩나듯 들여다보는 책이 나에게 의미가 있을 리가 없다. 어떤 일에 대해서 1만 시간 투자하면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고 8천 시간은 수준급 프로, 4천 시간은 교사수준이 된다는 말이 있다. 말콤 그래드웰의 이론이라고 한다. '비틀즈'는 '함부르크 클럽'에서 5년이상 하루 8시간 연주하고 특별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책 읽는 시간과 책에 대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독서강좌라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독서생활이라고 한다.

2. 마음의 바다에 흐르는 책의 밀물과 썰물

1~5까지의 문항은 수동적인 독서를 하는지 능동적인 독서를 하는지를 묻고 있다. 책을 바닷물에 비유한다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리고 다음 책이 다시 들어온다. 물이 들고나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다. 밀물이 밀려들어왔을 때는 헤엄을 치고, 물이 빠져나가면 조개를 잡으러 간다. 바다는 물이 들고 나갈 때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해초들이나 물고기, 소라가 다시 태어난다. 가끔 복어 새끼가 올라오기도 하고, 멸치떼가 해변까지 올라와 파닥거리기도 한다. 해변 전체에 멸치떼가 파닥거리는 것을 볼 때의 황홀함이란!

하지만 보트 관광이나 유람선관광 같은 패키지 관광을 하고 가는 관광객에게는 이런 광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다는 바다일 뿐이다. 바닷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명들의 꿈틀거림과 생업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애환을 절대 알지 못한다. 독서는 발견의 훈련법이며, 따뜻한 시선을 길러준다. 다만, 독서를 통해 이러한 것들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궁극적으로는 아래의 세 번째 단계가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3. 독서는 refresh를 향한 열정!

6~10까지의 문항은 독서에 대한 열망을 나타낸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심심풀이 독서를 위해서 쓰는 것은 아니다. 유의미한 독서, 그래도 읽고 나서 뭔가 남는 독서, 나에게 행복을 주는 독서생활을 목표로 쓰여졌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떠날 때까지 얼마나 바퀴를 굴려야 할까? 물오리가 물위에 편안하게 떠 있기 위해서 물속에서 부레질을 얼마나 해야 할까? 동양고전 <중용>에서 가장 중요한 네 글자를 고르라면 나는 단연 불성무물(不誠無物)이다. 성(誠)이란 중용의 핵심개념인데, 이것이 없으면 어떤 사물도 생겨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태양이 화초와 잡초, 그리고 뭇 생명들을 키워내는 것과 같다. 책도 역시 불성무물의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나에게 어떠한 변화도 생겨나지 않는다. 심심풀이 땅콩으로 가끔 읽는 책을 일컬어 독서라고 하지는 않는다.

6번과 9번의 문항은 독특하지만 중요하다. 책을 읽는 행위는 결국은 내 마음을 읽는 행위이기 때문에 억지로 한 권의 책을 보면 흥미를 잃게 되고 refresh가 안 생긴다. 여러 권을 갈마들며 읽는 방법을 “기분전환의 독서”, 또는 “환기의 독서”라고 부르자. 이것은 내 생각이 아니라 <팡세>를 쓴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의 말이다. 파스칼은 인간은 불행과 권태, 공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기분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권의 책을 억지로 붙잡는 것은 집착일 수 있다. 독서는 refresh다. 무슨 책을 읽을지 모르거나, 지금 읽는 책이 재미가 없다고? 그러면 과감히 F5(새로고침 키)를 눌러 보라.

9번은 “내가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것을 “기획 독서”라고 부르자. 나와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내가 책을 읽는 행위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게 옳다. 독서가 철저히 취미생활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세상의 일에 마음으로나마 참여하는 것, 이것은 독서를 살찌우는 동력이 된다. 그리고 독서생활의 매너리즘을 벗어나 refresh를 찾게 해준다.

4. 독서는 나를 읽는 행위

11~15까지의 문항은 독서에 대한 평소의 소신을 묻는 것이다. 책을 하나의 소비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문항들은 의미가 없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책도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들어가 한권의 책이 되어 수천 년 동안 잊히지 않고 생명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면 책이 달리 보인다.

12번만 잘 하면 연말 베스트셀러나 서울대 추천도서 같은 추천리스트의 허황됨을 알 수 있다. 세상에 나의 독서목록표는 단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refresh를 잃어버린 독서목록표는 시중에 나도는 추천도서 리스트와 다를 바가 없다.

인생은 한마디로 선택의 강요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태어났을 때뿐이다. 저마다 선택의 강요를 당하기 싫어 수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해 버린다. 선택을 주체적으로 할 때 적극적인 인생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데, 책을 읽는 작은 행동에서 "선택의 훈련"을 하면 자신의 생활에 변화가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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