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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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아우구스투스의 그 무엇도 아닌 '건강'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작년 7월 더운 여름날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박이소라는 설치미술가의 전시회를 보았다. 이미 돌아가신 분인데... 일부러 찾아간 것은 아니었고 그 장소에 가고 싶었는데 하고 있었던 전시랄까...

 

그런데 생각보다 좋았다. 인상적인 인터뷰가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자신은 항상 피곤하고(특히 사람을 만나는 것), 건강에 대한 염려가 늘 있다고 했다. 그분이 언젠가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하며 건강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했다. 건강이 좋지 못하더라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건강과는 무관하게 많은 일을 할수도 있다고 생각했단다. 작년에 나는 질병휴직을 했기 때문에 몸의 한곳에서 무너지는 건강이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는 어떻게 살았나, 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시작부터 거창하게도....

 

선천적으로 소화기관이 약함, 그러나 건강유지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음, 식사도 배가 고프면 하고 간식만 하다가 정작 식사할 때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함, 배가 고프면 물에 적신 빵 한 조각과 수박 한 쪽, 피곤하면 언제 어디서나 드러누움, 수면도 불규칙하고, 더위와 추위에 약함.. 이것이 책에서 읽은 아우구스투스의 건강상태이다. 맘에 드는 것은 타고난 약골이었음에도 그다지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그런데 또 77세까지 살았다. 물론 그래서 가까운 이들의 죽음도 많이 봐야했다.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신체건장한 아그리파의 죽음부터 혈통을 잇기 위해 양자로 삼은 외손자들의 죽음들도 모두 아우구수투스의 죽음을 앞섰던 것이다. 카이사르처럼 주변에 늘 사람이 많으며 유쾌하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깊은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아그리파, 마이케나스)을 곁에 두고 자신의 능력 안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놀란 것은 책의 맨 뒤쪽에 있는 가계도였는데 혈통을 잇기 위해 행해지는 친인척끼리의 결혼이다. 특히 딸인 율리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혼을 여러 번 했으니 인권이란 것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 7권도 기대된다. 다른 책들때문에 엉금엉금 읽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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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알 유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3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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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읽었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때도 나는 유리알 유희가 도대체 뭘까 궁금했었다. 10년전 읽었을 때 읽고 난 후에 뭐지? 싶었는데 세월이 흘러 그래도 이해력이 넓어졌는지(!) 그 전보다는 이해가 되었다. 단순하게도 민음사 책 표지그림에는 영롱한 빛의 파란 구슬을 그려놓았다. 그렇다면 유리알 유희가 무엇인지 직접 언급하는 부분을 적어볼까.

'음악 이론가 바스티안 페로트가 발명해 문자나 숫자, 음표, 다른 그린 부호대신 사용

페로트는 구슬들을 꿰어 늘어놓아 만든 아이들용 계산 기구를 본 떠 수십개의 철사줄이 쳐진 틀을 하나 짜고, 그 줄에 크기와 모양, 색깔이 각기 다른 유리알들을 나란히 꿰어 늘어놓았다. 철사줄은 악보의 오선, 유리알은 음표에 해당'한다고 되어있다. 말하자면 최초에는 음악과 관련된 유희를 지칭하였으나 세월이 흐른뒤에는 직접적으로 유리알과 관련이 없는 어떤 정신활동을 지칭하는 명사로 카스탈리엔에서 사용되었던 개념이다. 이 카스탈리엔 이라는 곳이 또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 소수정예로 선발된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데 말하자면 영재학교다. 스물 다섯 정도에서 완료되어 수료를 하면 수도회에 입문한다. 수도회를 탈퇴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전문직에 종사할수 없고, 일생 동안 수도회의 규칙에 예속되며 재산 소유 금지, 독신 생활이 조건이다. 물론 나중에 공립학교나 대학의 전문 교사가 되어 카스탈리엔을 떠날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제프 크네히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결국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되었으나 우려했던 것과 같이 마치 온실안에서 정신적인 활동만을 하며 살아온 자신의 생을 부정하고 유리알 유희의 명인직을 버리고 탈출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친구 데시뇨리이다. 마지막에 데시뇨리의 아들 티토의 교육을 시작하려 하지만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헤세의 다른 작품들에서와 같이 이 책에는 두 가지의 세계에서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뒷부분에 요제프 크네히트의 세가지 유고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헤세의 뜻(?)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카스탈리엔과 같은 곳에서 영원히 정신적인 세계 만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좋아하고 범생이 기질이 다분했던 나라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런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똑똑한 아이들의 생활을 상상해보면 3월의 봄같은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2권 176쪽에 단계라는 시가 나오는데.. 인생의 어느 때에든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힘이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되어 옮겨본다.

 

 

단계

 

꽃이 모두 시들듯이,

젊음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지혜도, 덕도, 인생의 모든 단계도

제철에 꽃피울 뿐, 영원하지 않네.

생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

.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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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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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력이 흥미롭다. 동아시아 최초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이기도 하고, 사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서강대에서 라틴어 강의를 맡아 수업했던 강의록을 책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라틴어라고 했을 때 나는 수레바퀴 밑에서나 나오는 유럽아이들이 어렸을 때 어렵게 배우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언어라는게 떠오른다. 19쪽에 나오는 라틴어 do동사의 활용표만 보더라도 엄청난 표 한장으로 요약되어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불어나 독일어를 공부하는 것은 라틴어에 비하면 껌이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행에 옮기기는 만무하지만... 어쨌든 어려워서 아름답게 느껴지는 라틴어가 조금이라도 궁금한 사람에게는 아, 이런 것이 라틴어구나하는 걸 알게 해준다. 저자가 사제라고 생각해서인지 글에 때가 뭍지 않고 순수하다고 느껴진다. 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편지를 읽다가 나도 모르게 목이 메인다. 내 젊은 청춘이 기억나서였을까... 뿐만 아니라 로마의 문화, 사회, 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상식도 간간히 전하고 있다.

 

Hodie mihi, cras tibi

호디에 미기, 크라스 티비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p.151

 

로마의 공동묘지 입구에 새겨진 문장이라고 한다. 오늘은 내가 관이 되어 들어왔고, 내일은 네가 관이 되어 들어올 것이니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뜻의 문구라고 한다. 인간은 죽음으로써 타인에게 기억이라는 것을 물려준다. 어떤 기억이냐에 따라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기억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또 물어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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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글.사진 / 목수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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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에 나무들은 하나둘 제 이파리를 떨군다. 잎이 없는 나무는 가지만으로 추운 겨울에 홀로 맞서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요즘 나무들을 둘러보니 이 나무는 벚나무 였나, 역시 몸뚱아리만 가지고 나무의 이름을 생각해내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 겨울이야말로 나무에 대해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꽃도 열매도 잎도 없는 나무를 알아맞힌다면 그건 제대로 실력있는 사람일 수 있겠다.

책의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런 식물을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사진이나 그림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림만으로는 실제로 어떤 색인지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 내기 어렵고, 사진이라도 너무 멀리 찍으면 자세한 부분을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개나리가 우수수 떨어져있는 바닥을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감수성도 마음에 든다. 궁궐 사는 나무 부분을 참 재밌게 읽었다. 단순히 역사 유적지라고만 생각했던 궁궐에는 많은 나무가 살고 그 나무들의 생명을 기리기리 이어나가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다음에 궁궐에 가면 어떤 나무가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봐야겠다. 서울 사는 나무들이 환경오염때문에 더 고생하지 않도록, 사람과 함께 대대손손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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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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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주사위는 던져졌다

브루투스, 너마저

 

모두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말이다. 이 유명한 말을 어떤 상황에서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로마인 이야기의 율리우스 카이사르편인 4,5권을 읽으면 된다. 한 사람의 전 생애를 이토록 천천히 두껍게 읽고나니 이를데없는 충만함이 밀려온다. 더구나 이토록 매력적인 인물이라니. 책의 뒷부분 참고문헌에 저자는 이렇게 밝혀두고 있다. "제4권과 제5권을 쓰기 위한 공부는 대부분 키케로와 카이사르가 남긴 글과 말을 그야말로 핥듯이 읽고, 읽으면서 생각하는 작업에 바쳐졌다." 사실 이렇게 자세하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기원전 1세기의 기록이 너무나도 잘 남겨져있기 때문이다. 카이사르가 직접 쓴 <갈리아 원정기>나 <내전기>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쓴 기록, 후대에 쓰인 기록물까지 잘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무려 기원전 1세기에 말이다.

카이사르의 정신이라면 '관용'이다. 카이사르는 전쟁에서 이겼어도 포로를 허투루 죽여버리는 일은 드물었다. 망명한 사람도 원하면 귀국을 기꺼이 허락했다. 4권의 말미에 나오는 13년을 동료로 함께한 라비에누스가 폼페이우스에게 갔을 때도 못가져간 짐을 보내줬을 뿐이다.

사생활에 있어서도 자신의 매력을 한없이 이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진짜인지 모르겠으나 원로원 아내의 1/3정도는 카이사르의 애인이었다고 하며 헤어져서도 잘 지내고(!), 애인의 자식들의 뒤까지 돌봐주었다고 한다. 대단히 많은 빚을 지고도 태연했고, 거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했으며, 그렇게 민주적인 것도 아닌데 항상 지지자들이 주변에 넘쳐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는 다음의 카이사르의 발언에 놀란다.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한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는 않소. 내가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오. 따라서 남들도 자기 생각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오."

남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관용의 가장 기본정신이 아닐까.

카이사르의 죽음은 참으로 터무니 없다. 키케로의 말대로 도대체 암살을 하고 나서 로마는 무엇이 바뀌었단 말인가. 카이사르가 살았더라면 로마는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었을까.

 

카이사르가 진홍색 망토를 휘날리며 진두지휘했던 모습이 눈앞에 상상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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