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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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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이런 책을 읽게 되었고 리뷰까지 쓰게 된다. 2020년 한해동안 우리들을 힘들게 했고 현재 진행중이기도 한 코로나19 때문이다. 관심도 없었던 집단면역과 같은 용어들이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걸 보면 통제할 수 없는 감염병이 주는 공포, 공포를 넘어선 무기력감이 일상화 된 듯하다. 어제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이 대역병을 뚫고 병원에 다녀왔는데... 이비인후과 의사의 중무장에 놀라움을 넘어서 어떤 슬픔이 느껴졌다. (머리에는 수술할 때 쓰는 모자 같은 것, 마스크는 당연 기본, 페이스 쉴드에... 환자와 의사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지도록 배치되어 있는 의자의 위치 등)

우리집에 아기가 생기기 전에 나는 한번도 독감예방백신을 맞아본 적이 없다. 백신을 불신한다거나 건강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관심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기와 함께 살게되니 이 백신이란 것이 엄청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선 그 양에 놀라게 된다. 태어나면서부터 쭈욱 맞히게 되는 백신 스케줄에 와 이렇게 많은 주사를 이렇게 작은 아기에게 맞혀도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도 그럴것이 아기는 주사를 맞을 때마다 약간의 열이 나서 내가 밤새 아기를 감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를 온갖 질병으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띤 어떤 중요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저자 역시 아기를 키우게 되면서 백신, 면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자는 백신접종을 찬성하는 입장이다. 집단면역이란 것은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종의 공공보건의 개념이라고 한다. 한때 백신에 유해한 물질(과학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이 들어있고 자폐 등을 일으킬수도 있다는 주장 때문에(나중에는 허위사실로 밝혀졌지만) 백신접종을 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이 건강한 아이들이 본인은 괜찮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자신의 면역은 자신만의 책임이 아니라 몸이라는 외피에 둘러싸인 우리 모두는 서로 의존적으로 이어진 하나의 생물체, 공동체 같은 운명이었던 것이다.

하루에 수건씩 받고 있는 코로나 확진 문자에 집단감염, 가족간 감염 몇 명이라는 말은 우리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이어져있는가 놀라게 한다. 인간이 이토록 사회적인 동물이었는가 절절히 느끼게 한다. 이 책에는 면역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가 시종일관 흐른다. 의사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의 영향아래 이 책이 태어났을까. 사년전 나온 책이지만 2020년에 읽는 너무나도 시의적절한 독서에 귀와 코가 막힐 따름이다. 

아무쪼록 무사히... 이 힘든 시간들을 다같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회적 몸을 무엇으로 여기기로 선택하든,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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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글.사진 / 목수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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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초입에 나무들은 하나둘 제 이파리를 떨군다. 잎이 없는 나무는 가지만으로 추운 겨울에 홀로 맞서야 한다. 이 책을 읽고 요즘 나무들을 둘러보니 이 나무는 벚나무 였나, 역시 몸뚱아리만 가지고 나무의 이름을 생각해내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 겨울이야말로 나무에 대해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꽃도 열매도 잎도 없는 나무를 알아맞힌다면 그건 제대로 실력있는 사람일 수 있겠다.

책의 사진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이런 식물을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사진이나 그림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림만으로는 실제로 어떤 색인지 전체적인 모습을 담아 내기 어렵고, 사진이라도 너무 멀리 찍으면 자세한 부분을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개나리가 우수수 떨어져있는 바닥을 하늘에서 떨어진 별들이라고 생각하는 저자의 감수성도 마음에 든다. 궁궐 사는 나무 부분을 참 재밌게 읽었다. 단순히 역사 유적지라고만 생각했던 궁궐에는 많은 나무가 살고 그 나무들의 생명을 기리기리 이어나가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다. 다음에 궁궐에 가면 어떤 나무가 있는지 유심히 관찰해봐야겠다. 서울 사는 나무들이 환경오염때문에 더 고생하지 않도록, 사람과 함께 대대손손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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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의 공간 - 나의 마음을 읽다 나의 삶을 그리다
김현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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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떠올려보면 사람에게는 확실히 공간에 적응하는 능력이 있다. 사회 초년생때 머물렀던 원룸, 아주 작은 방에서도 필요한 세간살이들이 다 들어가있었고 그 좁은 방에 책이며 물건들이 나름의 질서를 이루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좀더 큰 집으로 여러번 이사를 하면서 공간에 적응하는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곤 한다. 책의 제목처럼 건축은 건물 그 자체이기 보다는 그 건축물과 사람과의 관계, '공간'에 대한 학문이며 기술이다. 어떻게 보면 예술의 영역이기도 한 건축은 우리의 삶, 생활과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다. 문, 계단, 창, 지붕, 대문, 책장, 탁자, 부엌, 방이라는 단어에서는 너무나도 생활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매일 여닫는 문을 자세히 관찰한 적은 없지 않은가. 그 안에는 무게의 분배라든지, 경첩이나 회전과 같은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으며 그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들의 마음에 하나의 심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방과 죽음이라는 꼭지가 인상적이었다. 어디에서 사는가가 우리에게 중요하듯, 어디에서 죽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오늘날 죽음은 우리의 삶과는 확연히 분리되어진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질 뿐이다.

공간을 떠올리고 그것을 직접 만드는 일을 통해서 인간의 진정한 사랑과 자유의 참 의미를 알게 된다. 가장 비참한 공간을 감옥이라 부르고, 끝을 알 수 없이 풍부하고 심오한 세계를 우주라고 부른다면, 자신의 환경을 비극으로 빠뜨리는데 있어서 공간은 절대적인 조건인 것 같다. 동시에 마치 하룻밤, 달고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나면 모든 세상이 달라지는 어떤 날처럼, 비천함과 숭고함이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도 일상의 공간이다. p.325

일상의 공간에서 자유를 찾으려면 공간에 대한 장악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공간이 나의 개성을,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줄 때 잘 살아낸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 집이 얼마나 큰 집인지, 사치스러운 세간살이들로 가득차있는지는 상관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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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산책 - 식물세밀화가가 식물을 보는 방법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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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 아트라고 문화센터에서 여는 프로그램인줄로만 알았던 나는 식물 세밀화라는 것의 바른 명칭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식물 세밀화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극사실주의적 그림이 아니라 식물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은 확대하고 강조하되, 식물 개체의 환경 변이와 같이 종의 특징이 아닌 면은 축소하는 해부도라고 한다. (p.89) 그래서 식물 세밀화에 대해 찾아보니 그 아름다움에 놀라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이 분야에 저자와 같은 원예학자가 많은지 미술을 전공한 화가들이 많은지 궁금해졌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식물세밀화라는 분야를 거의 개척한 듯하고 자부심 또한 매우 큰 것 같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일찍이 식물세밀화의 중요성을 알고 활발히 연구되어온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제서야 그 중요성을 인식한 초기인듯하다.

식물, 공원의 모습을 담은 도판이 아름다운 책이다. 외국의 다양한 식물원들이 소개되는데 그런 식물원에 자주 가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행에 따라 다양한 식물들이 우리들에게 왔다가 떠나기도 한다. 다육식물이 한때 유행하더니 어느 덧 나에게도 보인 공중에 매달아 헝클어진 머리털을 연상시키는 틸란드시아 역시 그런 예이다. 나이가 들수록 식물에 더 관심이 간다. 모야모라는 앱으로 꽃이름도 많이 찾아보고 외우고, 다른 사람에게 아는 척까지 한다. ㅎㅎ 나비와 벌이 식물 주위를 맴도는 것처럼 우리 사람도 식물 주위에서 귀엽게 행복을 나누며 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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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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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항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 돈 많은 손님이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상사가 부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본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성 시험의 종착지는 아니다. 모욕을 받은 종업원은 손님의 수프에 침을 뱉거나 더한 일을 할 수도 있다. 부하 직원은 일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상사가 그 위의 상사에게 혼나도록 할 수도 있다.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힘이 약한 무력한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다. 쿤데라가 말했듯이 가장 무력한 존재는 바로 동물이다.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p.328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 꿀벌이 호랑이에게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이면서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멸종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는 동물들이다. 박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 공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를 좋아하는 어린이?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사라진 의문의 네안데르탈인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알게 되어 재밌었다. 그리고 내가 동물들에 대해 대단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농작물을 헤치는 까치는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고 이유없이 삼분의 일정도가 사라진 꿀벌들의 소식은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하물며 호랑이라는 동물은 이제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등을 돌린 채 거의가 다 자고 있지만...)

고등한 동물 인류로 태어나 온갖 권리를 다 누리면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부끄러웠다. 마크 롤랜즈의 말처럼 자신보다 약하고 무력한 것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사라지는 상상, 도시가 황폐화 되고 그 속에서 멸종되던 동물들이 제2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언젠가 우리 인류도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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