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5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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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이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늦여름부터 이제 완연한 가을로 접어드는 이즈음에 5권을 다 읽었다. 게리 콕스의 <이기적 삶의 권유>라는 책의 서문에 이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삶과 우주, 모든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슈퍼컴퓨터는 42라고 대답한다. 허.. 참... 허무하기 짝이 없지 뭔가.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뒤로 갈수록 이제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아깝기까지 했다.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개연성 없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작은 에피소드 하나하나에서 철학적인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주를 여행하는 주인공 아서의 좌충우돌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어쩐지 이 시기에 지구라는 행성에서 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스케일 작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서처럼 이렇게 훌륭한 지구가 쥐들이 주문제작한 행성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삶의 스케일을 우리동네에서 우리나라, 전세계로 확장하다 못해 우주라는 공간으로 확장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아서가 그랬듯 어느 행성에 오두막에 정착하여 살면서 샌드위치의 명인이 되어 소소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안주하고 싶은 욕망이 우리에겐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넓은 무대에서 활약(?)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살면서 스케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설령 자기위안이라일지라도. 삶의 사소한 문제들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웬만한 것은 털어버릴 수 있는 유머를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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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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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처음의 <비상의 죄>와 <평지에서>를 읽었다. 그저 그런 사랑에 관한 에세이로군 했다. 그런데 마지막 <깊이의 상실>을 읽고 어제 밤 잠을 청하려던 것을 끝까지 다 읽고 잤다.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깊이를 상실 했다는 말이 작가가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는 말이었다는 것을. 책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평범한 우리들이 더할 나위없이 큰 행복을 느끼는 것은 사랑할 때이다. 그야말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비상 말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종교 또는 예술로 비상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 가장 평범한 방법이다. 작가가 말했듯 사랑은 마법과 진실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여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게 만들고, 어쨌든 결국 진실됨을 요구하기 때문에(진실이 없는 사랑은 곧 끝나게 되니까..) 높이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깊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의 초반이 한없는 비상이라면 오래된 사랑, 세월이 쌓인 사랑은 서로를 깊어지게 만든다. 세상에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은 참 많지만 용기의 댓가로 짧은 시간 안에 내면의 크기를 가장 확장시키는 것 또한 사랑일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사랑을 잃었다. 갑작스러운 병으로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말이다. 그것을 '비상의 죄' 다시 말해 '누군가를 사랑한 댓가'라고 표현한다면...  참으로 매정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비상의 죄 인지도 모르겠다. 그 비탄의 심정이야 제 삼자가 어찌 이해할까. 이 글을 읽으며 가슴 아팠다니보다는 차라리 비탄이란 것을 객관적으로 어떻게 그려내고 있는지 그 형식을 본 것만 같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최소한 그렇게 느꼈다. 원제는 Levels of Life이다. 수직의 척도로 지상 최고의 행복에서 비탄이라는 나락으로의 추락... 사랑의 매혹은 이런데서 우리를 이끌어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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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위로
앤터니 스토 지음, 이순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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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서문 제목은 '고요한 삶은 외롭지 않다'이다.

뭔가 제대로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다는 자의식은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민하게 만든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홀로 있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으로 인식되기까지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나는 조용한 안도의 마음을 가진다. 그렇지,, 잊고 있었던 것.

저마다의 기준은 다른 법이라는 것이다. 타인과의 사랑, 친밀한 관계보다 무언가 알고 싶은 지적욕구, 혼자 책을 읽는 것 등을 사랑해왔던 나였으니 말이다. 물론 외로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언제나 나를 편안하게 하고 진정한 기쁨을 주었던 것은 돌이켜보면 무엇을 깨달았을 때나 스스로의 강박적인 행동들이 주는 내 삶의 질서였다.

 

이 책은 고독함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천재들의 삶을 통해 고독한 시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힘으로 창작물을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들의 삶이 세상사람들의 눈에는 너무나 내향적인 인간이거나, 강박이나 편집증에 휘둘리고 있거나, 심하면 정신분열로 인식된다 할지라도 누군가의 삶이 성공적인가, 혹은 그 사람은 행복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해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칸트, 비트겐슈타인, 뉴턴의 일화가 재밌다. 칸트의 일화야 널리 알려진 것이지만 건강염려증이 심했다는 데서 조용한 폭소를 해본다. 

 

사람마다 충족감을 주는 타인과의 친밀감의 정도는 다르다. 직장에서의 피상적 관계만으로도 자아감을 형성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부담스러워하는 애착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적정 수위가 달라 사람들은 서로들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참 재밌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나약한 것이 인간이다.

살 수록 더욱더 느낀다. 요즘말로 정신줄을 부여잡고 있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다.

하지만 너무 긴장하거나 자책은 말자. 여유를 가지고 나란 인간이 마음가는 대로 살아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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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존 암스트롱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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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고통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연이어 일어나는 사고들에 인간이 겪는 고통과 생과 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타인의 고통, 그리고 나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맞서야 하는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많은 효용중에 나는 결국 우리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나보다. 이렇게 보편적으로 생각하면 그 고통의 영향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인간 경험의 한 기본적 특징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내면으로부터 알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반면, 타인은 단지 외적으로 만난다. 누군가를 가깝게 느끼고 잘 알게 될 수도 있지만, 간극은 항상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성을 인식함에 있어 우리는 자신이 남과 구별되는 다른 존재라는 생각을 조금은 하게 된다.눈앞에서 다른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이 반드시 자신에게도 일어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은, 우리 마음이 그렇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며, 우리는 인간 공통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우리는 삶의 공통된, 불가피한 특징들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강조해줄 문화적 대상과 관습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지만, 삶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p.146

 

늙은 사람의 초상화에서 나의 미래의 모습을 발견하고, 앙상한 가지만 빽빽한 나무 그림에서 우리 자신의 죽음을 상상해 보도록 하는 것. 제 3자의 시선에서 나를 인간이라는 종으로 놓고 바라보게 만드는 것. 이 책에서 찾은 미술작품의 효용이었다. 삶에 대해 냉소하거나 냉담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용기를 갖도록 만드는 것.

 

저자가 말미에서 말했듯이 종국에 예술에 대한 진정한 열망은 그 필요성을 줄이는데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이든 그 진정한 가치를 삶 속에서 발견해야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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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삶 - 배우고 익히는 사람에게 필요한 모든 지식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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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의 소개를 보면 무려 ‘세상에서 공부를 가장 좋아한 사람’이라고 나와 있다.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의 사람의 글인지라 제목처럼 문장도 약간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다. 사실 이 책이 나같은 직장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공부를 업으로 삼는 학자나 대학원생, 대학생에게는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그런데 하루 9시간의 노동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와 이 책대로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대다수의 성인은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공부를 하며 취업이 성공(?)하면 동시에 공부와는 안녕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 때까지의 시간은 대학까지의 시기로 봐야하겠다.

 역시 사회적으로 인문교양을 강조하여 도서관이나 대학 등에서 강의들이 개설되기는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그런 것들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나기란 개인의 굳은 의지가 없이는 실현되기가 힘들다.

물론 나같이 지적 목마름에 이 책 저 책을 주구장창 읽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유용한 측면이 있는 책이다. 고로 이 작은 책은 독자를 제대로 만난다면 한없이 빛나는 책이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따분해서 바로 덮어버릴 책이 되고 말 것이다. 

 

 하여튼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부에 도움되는 것들을 조금 옮겨보자면,

1. 사유하며 읽을 것

2. 많은 책을 남독하기 보다는 적은 책을 읽을 것

3. 읽기는 그저 사소한 자극에 지나지 않으니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든지 하는 자신만의 생산물을 만들어낼 것.

이렇게 세 가지가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때 내가 관심있는 것만 보이듯이 책을 읽을 때도 내가 집중하는 것만 보인다. 사실 진리라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나 있으며 그 어떤 책에서도 도움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나에게 독서생활이 허락되는 그 날까지 새겨 두어야 할 말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의 가치는 어느 정도 당신 자신의 가치, 당신이 그 책에서 끌어내는 것의 가치이기도 하다. 라이프니츠는 무엇이든 이용했다. 아퀴나스는 동시대 이단자와 이교도에게서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유를 받아들였지만 그 가운데 어떤 것도 그에게 해롭지 않았다. 지적인 사람은 어디에서나 지성을 발견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어떤 벽에나 자신의 편협하고 무기력한 정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최선을 다해서 무엇을 읽을지 고르되, 훌륭하고, 폭넓고, 진리에 대응하고, 신중하고, 진취적인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노력하라. 이런 특성들은 당신 자신의 특성이기도 하다.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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