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젊다는 것이다. 어느덧 그의 나이가 6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지만 글의 어느 구석에서도 늙은이의 자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글은 하루키의 글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오롯이 서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하루키에게 직업이라는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글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나와있다.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그냥 하루키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어떤 일을 몇십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루키는 소설을 꾸준히 쓰기 위해 달리기도 꾸준히 해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매일 같이 복닥거리는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에 비하며 뛰고 싶을 때 한 시간쯤 뛰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대답한다. 이렇게 직업으로서의 일조차도 힘들이고 하지 않는 것 같아(실제로 그가 얼마나 힘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좋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가 어느 누구보다도 성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실하되 여유가 있는 사람이랄까.

 

소설가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하루키가 부럽다. 나도 나의 일을 안달복달하지 않으며, 너무 애쓰지 않으며 설렁설렁 하고 싶은데 자꾸 마음을 쓰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쓰는 동안, 육체의 노화와 함께 마음도 늙어가는 것 같다. 만사가 재미없는 요즘, 하루키의 글에서 조금 자극을 받는다.

 

하루키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본다. '청춘의 나날을 즐길'여유 같은 건 거의 없었던 때에도 틈만나면 책을 읽었다는 것! (물론 나는 청춘의 나날에 엄청나게 여유로웠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p.43

저도 그렇습니다. 하루키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항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고 사람을 평가한다. 돈 많은 손님이 식당 종업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상사가 부하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본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성 시험의 종착지는 아니다. 모욕을 받은 종업원은 손님의 수프에 침을 뱉거나 더한 일을 할 수도 있다. 부하 직원은 일을 엉망으로 처리해서 상사가 그 위의 상사에게 혼나도록 할 수도 있다.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 힘이 약한 무력한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거의 다 파악할 수 있다. 쿤데라가 말했듯이 가장 무력한 존재는 바로 동물이다. 마크 롤랜즈, <철학자와 늑대> p.328

 

이 책은 편지 형식으로 쓰여있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 꿀벌이 호랑이에게 등.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동물이면서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거나 혹은 멸종되어 더 이상 볼 수 없는 동물들이다. 박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닭둘기라 불리는 비둘기, 공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를 좋아하는 어린이?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 사라진 의문의 네안데르탈인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알게 되어 재밌었다. 그리고 내가 동물들에 대해 대단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농작물을 헤치는 까치는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고 이유없이 삼분의 일정도가 사라진 꿀벌들의 소식은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하물며 호랑이라는 동물은 이제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등을 돌린 채 거의가 다 자고 있지만...)

고등한 동물 인류로 태어나 온갖 권리를 다 누리면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부끄러웠다. 마크 롤랜즈의 말처럼 자신보다 약하고 무력한 것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사라지는 상상, 도시가 황폐화 되고 그 속에서 멸종되던 동물들이 제2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상상을 해본다. 언젠가 우리 인류도 사라지게 된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보이지 않는가. 이 책을 많은 어린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여덟 명의 인물의 삶을 통해 품격있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덟 명의 인물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는데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다른 자기계발서들과는 달리 자신, 자아를 중시하는 오늘날의 능력주의 사회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드러내고 (big me), 나는 가치로운 사람이며, 칭찬받아야 마땅하고, 남들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믿어지는 오늘날의 어찌보면 절대적인 것 같은 삶의 노하우(?)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불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절제나 금욕, 겸양과 같은 기존의 가치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한다. 성공적인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닌 외부에 있기 때문에 그 기준이 달라지면 나약하게도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물들은 결함을 갖고 있지만 그 결함을 극복함으로써 자신을 뛰어넘고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똑같은 도덕적 환경이 주어져도 인생의 길을 헤쳐가는 방법과 경로는 모두 다르다. 내게 주어진 것, 천직, 소명에 순응함으로써 불필요한 방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글쎄 조금 인생의 경험이 쌓인 후라면 모를까 아주 젊었을 때 부터 이렇게 하기란 쉬운 일 같지는 않다.

자신의 감정, 사생활의 공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읽는 것도 재밌었다. 프랜시스 퍼킨스나 아이젠하워 같은 사람이 사생활에 대해 거의 공개하지 않는 반면 빈민의 어머니 도러시 데이는 자신의 내적인 삶을 공개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녀의 고해에 깔린 전제는 단순한 자기표출이 아니라, 길게 보면 우리의 문제가 모두 같다는 생각에 기초한 것이었다.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일, 나로서는 좀처럼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프랜시스 퍼킨스의 삶의 철학에 가장 매료되었던 것 같다.

결함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결함이 나를 성숙할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그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만 비교할 것,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이다.

 

성숙함은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더 나아서 얻는 게 아니라 이전의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고, 유혹을 받았을 때 굽히지 않는 사람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성숙함은 빛나지 않는다. 성숙함은 사람들을 유명하게 만드는 성향들로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람은 안정되고 통합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사람은 내면이 조각난 상태에서 중심이 잡힌 상태로 변화한 사람이고, 마음의 불안과 동요에서 벗어난 사람이며, 삶의 의미와 목적에 관한 혼돈이 가라앉은 사람이다. 성숙한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에 따라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무엇이 옳은지를 결정하는 견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p.4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블로모프 1 대산세계문학총서 10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지음, 최윤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떤 사건을 다룬 소설보다는 확실히 인물의 성격, 특징을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성격이 확연히 다른 서너명의 인물이 나온다. 제목이기도 한 오블로모프. 그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땅을 가진 지주이지만 부자는 아니다. 다소 쇠락해가는 집안의 오블로모프는 무척 게으르고 행동력이라고는 없는, 특별한 목표의식도, 이루어야할 꿈도 없는 인물이다. 이에 반해 그의 친구 슈톨츠는 늘 바쁘고 재산을 모으고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인물이다. 슈톨츠와 올가는 현실에 안주해있는 오블로모프를 늪(?)같은 그의 일상에서 구원하고자 조언하고 행동을 하도록 종용하기에 이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느 쪽인가, 어떤 삶이 옳은 삶인가.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것이 바른 삶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올가와의 사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의 기질 차이였다. 올가는 오블로모프의 나태함을 고쳐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블로모프는 갖은 핑계를 대어 결혼을 미룬다. 올가가 생각하는 남편상은 지금 그대로의 상대가 아니라 미래에 자신이 그리는 이상형이었다. 처음에는 게으른 오블로모프가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으나.. 바쁘게는 살지만 텅빈 영혼을 갖을 바에는 오블로모프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삶도 자기 자신만 좋으면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블로모프가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사랑하게 된 연인은 자신을 위해 헌신한 아가피야 마트베이브나였다. 소설에서 아가피야가 집안 살림을 분주히 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되곤 했는데,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헌신할 수 도 있구나, 하며 재밌게 읽었다.

1권은 앞부분은 조금 지루하지만 뒷부분과 2권은 정말 후루룩 읽혔다.

2016년이 밝았다.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이지만(마치 오블로모프의 인생처럼), 일상의 작은 일들 하나하나가 허망한 것이 아닌 그것들이 쌓여 내 인생, 내 기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새삼 깨닫게 된다. 많이 기록하고 많이 행동하고 좋은 책들을 더 많이 만나는 2016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정말 자기결정대로 살고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큰 일까지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나의 결정대로 살고는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결정하는 삶을 위해 이 책에서 세가지 키워드를 꼽으라면 나는 타인, 기억, 감정을 들겠다. 무인도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항상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게 마련이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친구,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문화라는 것까지 나의 결정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결국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바로 라브뤼예르가 꼬집었던 것으로,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결정적 삶은 이러한 낯섦도 견뎌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p.36

또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머리속에 자리잡은 어떤 기억의 노예로 평생을 살아가거나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일이다. 어떤 사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사건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자기말로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기억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가 될 수 있다.

감정이라는 것 역시 억눌러야만하는 간사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감정을 자신의 긍정적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성공과 경쟁이 최대 목표가 되어버린 오늘날, 소신있게 자기 결정으로 사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다음의 것들을 주기적으로 생각하며 내가 없는 내 인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 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 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