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유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3
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년전에 읽었던 유리알 유희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을 전혀 읽지 않은 때도 나는 유리알 유희가 도대체 뭘까 궁금했었다. 10년전 읽었을 때 읽고 난 후에 뭐지? 싶었는데 세월이 흘러 그래도 이해력이 넓어졌는지(!) 그 전보다는 이해가 되었다. 단순하게도 민음사 책 표지그림에는 영롱한 빛의 파란 구슬을 그려놓았다. 그렇다면 유리알 유희가 무엇인지 직접 언급하는 부분을 적어볼까.

'음악 이론가 바스티안 페로트가 발명해 문자나 숫자, 음표, 다른 그린 부호대신 사용

페로트는 구슬들을 꿰어 늘어놓아 만든 아이들용 계산 기구를 본 떠 수십개의 철사줄이 쳐진 틀을 하나 짜고, 그 줄에 크기와 모양, 색깔이 각기 다른 유리알들을 나란히 꿰어 늘어놓았다. 철사줄은 악보의 오선, 유리알은 음표에 해당'한다고 되어있다. 말하자면 최초에는 음악과 관련된 유희를 지칭하였으나 세월이 흐른뒤에는 직접적으로 유리알과 관련이 없는 어떤 정신활동을 지칭하는 명사로 카스탈리엔에서 사용되었던 개념이다. 이 카스탈리엔 이라는 곳이 또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어렸을 때 소수정예로 선발된 아이들이 교육을 받는데 말하자면 영재학교다. 스물 다섯 정도에서 완료되어 수료를 하면 수도회에 입문한다. 수도회를 탈퇴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전문직에 종사할수 없고, 일생 동안 수도회의 규칙에 예속되며 재산 소유 금지, 독신 생활이 조건이다. 물론 나중에 공립학교나 대학의 전문 교사가 되어 카스탈리엔을 떠날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요제프 크네히트는 엘리트코스를 밟아 결국 유리알 유희의 명인이 되었으나 우려했던 것과 같이 마치 온실안에서 정신적인 활동만을 하며 살아온 자신의 생을 부정하고 유리알 유희의 명인직을 버리고 탈출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친구 데시뇨리이다. 마지막에 데시뇨리의 아들 티토의 교육을 시작하려 하지만 어이없게 죽음을 맞이 하게 된다. 헤세의 다른 작품들에서와 같이 이 책에는 두 가지의 세계에서 존재를 확인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뒷부분에 요제프 크네히트의 세가지 유고가 나오는데 이 이야기들이 더 재미있고 헤세의 뜻(?)을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는 카스탈리엔과 같은 곳에서 영원히 정신적인 세계 만을 추구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좋아하고 범생이 기질이 다분했던 나라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의 한계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래도 그런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똑똑한 아이들의 생활을 상상해보면 3월의 봄같은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다.

 

2권 176쪽에 단계라는 시가 나오는데.. 인생의 어느 때에든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는 힘이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되어 옮겨본다.

 

 

단계

 

꽃이 모두 시들듯이,

젊음이 나이에 굴복하듯이,

지혜도, 덕도, 인생의 모든 단계도

제철에 꽃피울 뿐, 영원하지 않네.

생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슬퍼하지 않고 용감하게

새로이 다른 인연으로 나아가도록

이별과 새 출발을 각오해야 하지.

그리고 모든 시작에는 이상한 힘이 깃들어 있어

우리를 지켜 주고 살아가도록 도와준다.

.

.

.

(중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