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뉴요커는 되지 못했지만 -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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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아람 기자의 책들을 작년에 두어권 읽고 괜찮아서 이 책도 읽게 되었다. 외국 체류기야 짧게는 한달만 살고도 책을 내는 경우가 많아 비슷한 책이려니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1년간 뉴욕에서 연수를 하면서 단기 이민자 같은 생활 이야기가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읽기 편하면서도 여러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나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1년을 살고도 결국 뉴요커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나 자신만을 더 확인하고 왔다고 말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것이 일인줄 알았던 기자생활은 생각과는 달랐는데 낯선 사람과 만나 임기응변의 능력을 발휘해야하는 직업에서 내향적인 성격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또 생활인으로서 적응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더욱 날카롭게 갈고 닦았으리라..

 미국 동화작가 E.L.커닉스버그의 <클로디아의 비밀>은 나도 매우 좋아하는 책이다. 집으로 떠나는 오누이의 모험. 그것도 미술관으로 말이다! 실제로 메트로미술관에서 유물 투어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니 참여는 못하겠지만 생각만으로 설레는구나.

 나답게 살아보자는 말이 마흔이 넘은 이 나이에야 비로소 어떤 의미인지 다가오고 절절하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다.

 

인종차별이 무서운 것은 인종차별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교양을 통한 의식적인 자기 교화가 끊임없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백인과 흑인과 히스패닉이 나와 같은 인간이라 느껴지지 않았다. 인종적 우열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동종이 아니라는 이질감에 대한 것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른 인종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인종적 편견을 갖지 않는다는 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이다.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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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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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안 쓴지 오래되었다. 가장 치열하게 일기를 쓰던 때는 중고등학생때였다. 초등학교 숙제 일기에서 벗어나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기를 쓰던 그런 때가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일기라기에는 뭐한 것을 끄적거리고는 했는데.. 유별난 자의식 때문인지 정기적으로 쓰던 것들을 없애곤 해서 남아있는 것이 없다. 요즘은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그렇게 치열하게 쓰고 싶은 것을 못 느껴 쓰지 못하고 있다. 아주 큰 걱정거리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없어서 인지 오늘이 어제같고 내일도 오늘같은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나도 치밀하게 기록하고 픈 욕구가 일었다. 내 섬세한 감정선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는... 간만에 재밌는 에세이를 만났다. 이름이 남자로 오해할 만하다.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직업의 특성인지는 몰라도 글이 생글생글 살아있는 것 같다. 적당히 내 취향인 것들이 나와 더 공감하며 읽었다. 도서관에서 우선 빌려있는 독서 습관하며.. 비닐에 책을 싸서 다녔던 경험까지 나와 같다. 지금은 나도 저자처럼 책을 사서 읽는 편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 책을 깨끗히 읽는 버릇은 여전하여 약간 책을 신성시여기는 면도 있다. 방목 스타일인 엄마의 양육태도를 읽곤 울엄마를 떠올렸다. 정말 우리엄마는 TV를 그렇게 사랑했는데도.. 나에게 책 한번 읽어 준적이 없는데도 나는 일탈한번(?) 못해보고 책벌레로 컸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꾸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했는데, 잘 쓴다는 것을 잘 산다는 것으로 바꾸어도 괜찮을 듯하다. 어떤 일이 나에게 닥쳐도 잘 살아가기 위해 지금 현재에서 나는 좋은 토양을 가꾸어 나간다. 책을 읽고, 미술관에 가고, 여행을 가고, ...

새로 주어진 365일 2017 한해동안 좋은 토양을 가꾸어 나가는 부지런한 내가 되고 싶다.

 

결국 잘 쓰기 위해 좋은 토양을 가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 살아야 잘 쓸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인간인 것이다. '쓰다'와 '살다'는 내게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나는 이 문장 속에서도 언제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라고 쓸 수 있어 진실로 다행이다.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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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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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젊다는 것이다. 어느덧 그의 나이가 60대 중반을 지나가고 있지만 글의 어느 구석에서도 늙은이의 자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그의 글은 하루키의 글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오롯이 서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하루키에게 직업이라는 글쓰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글을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나와있다.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물론, 그냥 하루키라면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준다.

 

어떤 일을 몇십년 동안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하루키는 소설을 꾸준히 쓰기 위해 달리기도 꾸준히 해왔는데, 사람들이 너무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매일 같이 복닥거리는 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에 비하며 뛰고 싶을 때 한 시간쯤 뛰는 것이 뭐가 힘드냐고 대답한다. 이렇게 직업으로서의 일조차도 힘들이고 하지 않는 것 같아(실제로 그가 얼마나 힘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므로) 좋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가 어느 누구보다도 성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실하되 여유가 있는 사람이랄까.

 

소설가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하루키가 부럽다. 나도 나의 일을 안달복달하지 않으며, 너무 애쓰지 않으며 설렁설렁 하고 싶은데 자꾸 마음을 쓰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쓰는 동안, 육체의 노화와 함께 마음도 늙어가는 것 같다. 만사가 재미없는 요즘, 하루키의 글에서 조금 자극을 받는다.

 

하루키와의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본다. '청춘의 나날을 즐길'여유 같은 건 거의 없었던 때에도 틈만나면 책을 읽었다는 것! (물론 나는 청춘의 나날에 엄청나게 여유로웠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먹고사는 게 힘들어도, 책을 읽는 일은 음악을 듣는 것과 함께 나에게는 언제나 변함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기쁨만은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았습니다. p.43

저도 그렇습니다. 하루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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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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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귀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한번쯤은 해볼 일이다. 당나귀 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 갓 오븐에서 꺼낸 신선한 바게트 같다.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촘촘하게 짜인 직물이랄까, 잘 숙성된 밀가루로 만든 빵이랄까. 그리고 그 바게트가 회전하는 것을 보라!
p.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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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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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지하에 마련된 작은 식당에서 이미 식어버린 채소 수프 한 그릇에 빵 한 조각을 먹고 나와서는 불이 켜진 도서관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에서 나는 책 읽기가 노동인 인간의 슬픔 같은 것을 느낀다. 읽기와 쓰기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작은 항의 같은 것도 들어있겠다 싶다. 빠른 시간 내에 최대의 결과를 얻어내야만 하는 시대정신에 맞추어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의 우울도 분명 드리워져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 해치우지 못하는 일이 진득한 책 읽기이다. 한두 장에 지나지 않는 글을 일주일 이상이나 붙잡고 있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쩌랴. 저 별 같은 이름 모를 수많은 책들이 누군가 와서 읽어주기를 기다리는 도서관. 내가 발굴하지 않으면 도서관이라는 무덤 속에서 사라질 책들. 그리고 책 읽기가 끝나도 다시 열을 지어 기다리고 있는 책들. 책 노동자들이 자주 우울한 건 그들의 노동으로도 책 읽기는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는 예감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p.204

아호수를 바라보며, 이 시를 읽으며, 내 일생에 있었던 불가능한 사랑을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거의 죽을 것처럼 차오르던 열정과 실망 뒤의 아픔으로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았는지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사랑의 순간에, 또한 사랑이 떠나가고 난 뒤에 저절로 솟아오르던 시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나를 떠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마음이 내 속으로 들어와 거대한 물 흐름을 만든다는 것도 생각했다. 그러니 떠난 사랑들이여, 당신들이 남기고 간 물은 인공 호수가 되어 언제나 변함없이 내 마음에 머물고 있음을 아시라. 어떤 사랑도, 비참하게 배반된 사랑마저도 사랑이었으므로 그 사랑의 마음이 물처럼 흐르던 동안 우리는 얼마나 아름다웠고 삶은 살 만했는가. 물은 흐르고 사랑은 그 밑에 고여 흐르지 않는다.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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