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트위스트 1 - 개정판
찰스 디킨스 지음, 윤혜준 옮김 / 창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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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어렸을 때 주말 아침에 일어나 TV에서 보았던 세계명작만화(?)들은 한결 같이 가난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당연히 부모는 없고 못된 사람들에게 핍박을 받지만 절대 좌절하지 않는 캐릭터들이다. 소공녀 세라, 빨강머리 앤 등에 얼마나 감정이입을 했던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들에게는 알고보면 엄청 큰 유산이 숨겨져있었고 마음 좋은 후견인까지 짜잔 나타나곤 했다. 불행에 대한 보상이기도 한 그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면서 착하게 산다고 해서 어떤 보상, 행운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오히려 손해를 볼때도 있었으니 착하게 사는 것은 거의가 자신의 양심의 문제이거나 나를 지키기 위한 것들이었다.

 구빈원에서 자란 올리버 트위스트는 이런 인물의 전형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복형이 등장하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사건의 전개는 옛날 작품이어서 그런지 급작스러운 점이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의 다양함과 통통 뒤는 캐릭터가 읽는 재미를 더하여 준다. 이야기처럼 우리 삶도 권선징악이면 좋으련만 대게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조금 쓸쓸한 여운이 남는다. 그래도 언제나 그랬듯 디킨스의 소설은 재밌다. 어린 시절의 나의 감수성을 떠올리게한 소설이었다.

 

우리는 주위 사람을 대하는 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모든 죽음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부주의하게 잃어버린 것들, 못해준 일들, 잊어버린 일들, 보상해줄 일들을 자꾸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이러한 회상은 우리에게 가장 뼈아픈 것이다. 속절없는 회한처럼 깊은 회한도 없다. 이러한 고통을 피하고 싶다면, 시간이 있을 때 이 사실을 기억하도록 하라. 2권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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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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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을 읽기 위해 오래전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을 다시 읽었다. <유령여단>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존 페리가 아니라 제인이 주인공이다. 전편에 아내를 닮아 깜짝놀랐다가 알고보니 죽은 아내의 DNA로 만들어졌던 제인 말이다. 이야기는 상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인류를 배신(?)한 샤를 부탱이란 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소설은 선택의 문제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정말 육체와 영혼(정신)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부탱의 의식을 이식시키기 위해 디랙이라는 육체가 만들어진다. 아무런 경험이 없이 태어나는 육체는 처음에는 뚜렷한 성격이 나오지 않지만 경험이 축적되고, 기억을 끌어내는 단서들을 조금씩 경험하자 부탱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게 된다. 디랙은 선택했다. 자신이 비록 인류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어났지만 그런 노예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선택이 실존주의자들이 말하는 적극적인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노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 노예의 삶을 기꺼이,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정도로 이해된다. 뒷 이야기는 이 재밌는 소설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마지막 3부에서 존, 제인, 조이가 어떻게 만나 해피엔딩이 될지는 읽어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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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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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그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았을 뿐인데 어떻게 잘못 살 수가 있지?' 그는 이렇게 스스로 반문했고, 삶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유일한 해답인 이 생각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히 결론지으며 그 자리에서 떨쳐 내고 말았다. p.131

이 소설에는 평범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그려져있다. 아니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점이 많은 사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명예를 얻었고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직장생활을 한다. 공과 사를 사려깊게 구분하고 예의바르며 명랑하고 철두철미하다. 그런 그에게 불행한 결혼생활이 찾아온다. 아마 이 불행도 누구나의 결혼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삐걱거림일 것이다.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이반은 일에 더 열의를 쏟는다. 그리고 병에 걸린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자존감 높은 이반은 자신의 병도 예상되는 죽음도 부정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자조한다. 절친했던 동료들 조차도 그의 죽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라는 저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잘못 산다는 것이 있을 때는 잘 산다는 것이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의 중간점검을 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우리 누구나의 죽음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생이라는 큰 범주안에 나라는 유일성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인생은 이 물음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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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2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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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을 세 달여에 걸쳐 읽었다는데 우선 후련함이 느껴진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늘 그렇듯이 읽고 싶은 신간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를 넘기지 않으려 했으나 2015년이 밝은지 삼일이 지났다. 숫자라는게 무어그리 작년과 올해라는 시간을 구분짓는 것인지..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한스 크리스토프라는 젊은이가 마의 산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 사촌을 만나기위해 우연히 들렀다가 우연히도 결핵을 발견하고 어찌어찌 머물다 보니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요양원에서의 무료한 시간들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산 아래 세상과 점점 단절하게 만든다. 요양원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 아픈 사람들의 일상이 집요하게도 묘사되는데 한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산 아래 살고 있는 나조차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양 현실 감각을 잃게 되는 묘함이 느껴진다. 하권까지 합해 사분의 일 정도를 남겨두고 사촌 요아힘도 세상을 뜨고 한스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자살등으로 떠나고.. 요양원의 사람들은 하나둘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데.. 그 와중에 전쟁이 나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한스의 운명이란.. 책의 말미에는 한스를 두고 인생의 걱정거리 녀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한스에게 발견된 새로운 병은 어찌 치료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 전쟁에 나간다고.. 그야말로 한스의 생사를 우리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공기가 희박한듯 설원이 펼쳐져있는 배경 속의 요양원을 떠올리며 나는 담요 하나만 덮고 한데에서 안정요양을 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실 끝까지 이해는 안되었지만 그저 가련한 우리 인간들, 내 한치 운명도 내다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든다. 새해벽두부터 조금 우울한 결론이겠으나 전쟁에 나간 한스가 흥얼거렸던 노래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수많은 사랑의 말을-

그저 읊조린 그의 노래에서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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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 자전거 타기에서 첫 키스까지, 학교에서 이사까지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남경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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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살면서 겪게 되는 20가지의 통과의례가 나온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20가지가 아니라 18가지가 될 수도 있다. 인상적으로 느껴진 것은 요즘 수능시험이 치러져서 그런지 시험이라는 꼭지와 이제 나도 중년에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중년의 위기 부분이었다. 재밌게 보았던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에서 윤여정씨가 나도 68세는 처음이라고 말한 부분이 생각난다. 보편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 예일 뿐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게는 비슷한 통과의례들을 거치며 죽음에 이른다. 다양한 감정에 휩쓸리면서도 중심을 잡고 소중한 의미들을 발견해내려는 노력들이 살면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 의미를 내가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철학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몸은 노화하여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그 반대로 얻어지는 소중한 것들이 더욱 많기를... 지혜로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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