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돼요>를 리뷰해주세요.
내가 조금 불편하면 세상은 초록이 돼요 - 지구를 지키는 어린이들의 환경 실천법 50
김소희 지음, 정은희 그림,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감수 / 토토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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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우리집앞 골목에 버려진 전단지들을 주워왔다. 종이쓰레기를 모아두는 상자에 차곡차곡 쌓으면서 며칠 전에 읽은 이 책을 떠올렸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환경파괴의 주범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환경을 지키는 습관을,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던 일을 일깨워준다. 분명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부모가 함께 실천해야 할 일들이다. 

요즘 가뭄 때문에 시간제 급수를 하는 곳에 대한 뉴스를 자주 들었다. 어쩌다 상수도관 교체와 같은 공사로 하루 정도 단수가 되어도 엄청 불편을 느끼면서도 물의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다. 생각없이 흘려보내는 수도물은 또 얼마나 많던가? 공장폐수가 흘러든 강물을 보면서 분노하면서도 정작 집에서 쓰는 세제에 대해서는 무감각하지는 않는가? 이 책에서는 집안에서 새는 물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양치물을 컵에 받아쓰고 욕조의 물을 재활용하거나, 물절약형 변기를 사용하는 등의 간단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지도 그리기와 환경일기쓰기를 통해 물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활동도 있다.  

쓰레기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일회용품 안쓰기는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지만 잠깐의 편리를 위해 잊어버리기 일쑤다. 음식물쓰레기는 또 얼마나 많은지. 쓰레기봉투값이 비싸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정작 쓰레기양을 줄이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길거리에 버려진 수많은 전단지들도 그 효과에 비해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나바다운동은, 그래도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는 제법 잘 운용되는 방법이다. 남이 쓰던 물건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한 것 같다. 며칠 전 어린이날 행사를 하고 있는 공원 한켠에서 아이들이 작은 벼룩시장을 연 것을 보았다. 행사주최측에서 자리르마련해준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 스스로 그런 자리를 만든 것 같았다. 대견해보였다. 

냉장고 문을 자주 열지 않는다든가 쓰지 않는 전원을 끄는 일, 그리고 내복을 입고, 입전 옷을 옷걸이에 걸어두는 방법 등은 아이들이 실천하기에 쉬운 일들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지겹고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에너지 잔소리꾼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되지 않을까? (^^)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가지 방법은, 초록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영어일기를 쓰는 아이는 많아도 환경을 지키고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환경일기를 쓰는 아이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공짜같은 자연환경도 영원하지는 않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아이들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니다. 바로 우리 어른들이 함께 해야 할 일들이다. 

함께 읽어볼 책으로는 [지구를 지키는 101가지 방법](거인,200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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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의 보물 의궤>를 리뷰해주세요.
조선왕실의 보물 의궤 - 정조 임금님 시대의 왕실 엿보기
유지현 지음, 이장미 그림, 신병주 감수.추천 / 토토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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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야, 사진은 물론이고 영상으로 남겨진 기록물들이 흔하지만, 그 옛날에는 그림이 가장 유용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왕실의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의궤는 좋은 자료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의궤에 대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된 기회가 되었고 더불어 의궤에 대한 관심-의궤로 남겨진 행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어린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나처럼 처음 접하는 어른에게도 좋은 자료이다) 금붕어와 토토라는 캐릭터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의궤에 대한 정보를 설명하고 있어서 그럴 것이다.  

왕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하나의 스토리를 이어간 점도 이해에 도움을 주었다. 의궤는 고려에는 없었고 조선왕조의 독특한 전통이었다고 한다. 특히 영정조시대에 가장 많은 의궤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분명 정치적 의도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이 책에 나오는 왕과 왕비 계보도는 영정조의 가계를 간단하게나마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유달리 못된 얼굴을 한 정순왕후의 얼굴이 거슬리긴 하지만. 의궤의 그림을 확대하여 보여주고 거기 나오는 사람들에게 말풍선을 달아놓음으로써 그 사람들이 하는 역할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왕이면 좀더 많은 부분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금붕어와 토토의 대화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딱딱하지 않고 술술 읽힌다. 그러나 그림에 대해 좀더 알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림에서 나온 [조선왕실의 보물](2008)이라는 책을 함께 보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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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11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좋더라고요

하양물감 2009-05-14 16:39   좋아요 0 | URL
내용은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는데, 아쉬움이 조금 더 컸어요.
 
<빼앗긴 내일>을 리뷰해주세요.
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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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간에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것이 전쟁이다. 그러나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전쟁은 인류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의 꿈을 빼앗아간다.  

나는,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쟁의 휴유증은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있고, 나는 그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전쟁을 직접 겪은 아이들의 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이기는 전쟁이든 지는 전쟁이든 모든 전쟁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그들의 삶을 180도 달라지게 만든다.  

   
 

 몹쓸 전쟁을 일으킨 것도, 우리가 날마다 이 끔찍한 고통을 겪는 것도 전부 '정치;때문인 것 같아서, 이 지긋지긋한 정치에 대해 이해해 보려고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단다. 정치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이슬람을 갈라놓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들 팔, 다리, 머리가 있고 걷고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서로를 구분하려고 안달일까? 

우리 스스로 누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는데, 왜 정치가 나서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걸까? 다들 알아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는데 말야. 그리고 그 좋은 사람 중에는 세르비아인도, 크로아티아인도, 이슬람교도도 있어. p.164-165

 
   

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을 어른들은 모르는 것일까? 최근에는 어떤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 명분이 있니 없니 하며 말도 많다. 그러나 어떤 전쟁이든 명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옳다고 여긴다고 해서 남의 삶을 무력으로, 강제로 통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서 얻은 평화는 평화가 아니며, 전쟁을 통한 종교의 전파는 그 종교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신을 남긴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기라는 수단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그 순간을 글로 남기면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일기를 읽는 것은,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쟁이 남긴 물리적 상처들보다도 더 큰 상처, 바로 아이들의 삶과 희망이 어떻게 파괴되었는가를 보는 것이다.  

   
 

 독립국가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이 배불리 먹고 있는 그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킬 때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땅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퍼마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잠자는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허허벌판에서 헐벗고 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p.206

 
   

저 인용문의 '팔레스타인 사람'대신 당신의 이름을 넣어보라. 우리가 원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은 결코 전쟁을 통해서는 얻어질 수 없다. 전쟁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길 뿐이다.   

무기를 들고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다. 요즘같은 현실에서는 하루하루가 전쟁같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남을 중상모략하고 협박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진다. 돈이라는 무기, 권력이라는 무기앞에 날로 피폐해지는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나와 같은 세대의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아이들이 빼앗긴 내일은 바로 우리의 내일이라는 걸 알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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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브룩 농장의 레베카>를 리뷰해주세요.
서니브룩 농장의 레베카 1 작은책방 (가교) 2
케이트 더글라스 위긴 지음, 전은지 옮김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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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레베카'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사람들을 읽을 수 있었다. 두 이모가 그랬고, 코브 부부가 그랬고, 에마 제인이라는 친구가 그랬고, 알라딘 아저씨도 그랬고, 결정적으로 레베카 자신이 그랬다.

살면서 당신은 누구를 변화시켰는가? 또는,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변화시켜왔는가? 

레베카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은 인물이다. 물론 레베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을 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함몰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레베카 라는 아이가 가진 선천적인 성격에서도 기인한다. 

재잘대기 좋아하고, 상상을 즐기는 아이. 현대사회가 바라는 인간상은 바로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레베카가 처음 등장한 것은 분명 과거지만, 그녀가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현대가 원하는 인물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긍정적인 사고는 긍정적인 삶의 열매를 거둔다. 레베카의 조잘거림은 결코 시끄러운 수다에 머무르지 않았다. 레베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의 삶과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지쳐보여도 우리는 거기서 희망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어렸을 때 빨강머리 앤이나, 키다리아저씨의 주디에게 매력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레베카에 푹 빠져들 것이다. 그녀들의 (아, 그녀들이다~!!!) 공통점은 글쓰기를 좋아하고 상상이 뛰어난 아이들이었다. 남자아이들의 이야기가 모험과 도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는 글쓰기와 상상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그녀들에게도 인생은 도전이고 모험이었다. 

긍정적이고 희망이 넘치는 사람들 옆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때로는 애덤 래드와 같은 후원자가, 맥스웰 선생님같은 멘토가, 언제나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것은 바로 레베카가 가진 힘이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사람들의 희망이 점차 사그라 드는 요즘 레베카는 좋은 멘토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1,2권으로 나누어 져 있지만 책을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만큼 재미나다. 작가 특유의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물론, 가끔 발견하게 되는 오타들-열입곱살이 일곱살이 되는 등-이 거슬리긴 하지만)  

   
 

 사람이 나이가 들고 침체하면 그 영혼도 다시 일어서기에 너무 무거워진다. 이에 반해 젊은 영혼은 날개가 있어서 한번 숨을 들이마시면 언제든 날아오를 수 있다. 2권 p.71 

그런데 레베카, 어떻게 해서 저렇게 예쁜 모양으로 부드럽게 다듬어지고 아름다운 광택이 나게 되었을까?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연못 물의 모래 위에 가만히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뾰족하게 모난 부분이 깎이고 거친 면이 매끈해진건, 세차게 흐르는 물살을 헤치고 견뎌 냈기 때문이란다. 다른 돌을 밀치고 날카로운 바위와 부딪치며 험한 물살의 고난과 역경을 견딘 결과라고 할 수 있어. 우리는 그런 고통을 이겨 낸 이 조약돌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하지. 2권 p.135
 

너의 재능을 기억하렴, 레베카. 남들이 네 재능을 칭송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과 장소에서 그 재능이 네게 힘과 위로가 되고 영감을 주게 될 수도 있어. 물이 가득 차서 넘치는 그릇은 그 주변 땅을 적시게 마련이거등. 2권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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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지 않아! 그림책 보물창고 47
지니 프란츠 랜섬 글, 캐서린 쿤츠 피니 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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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처럼 포효하는 아이의 모습. 귀를 막고 있는 부모의 모습. 표지그림이다.  

이혼을 하기로 결정한 부모가 아이에게 설명하려고 하자, 아이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표지가 그렇고, 속표지가 그러하듯 사실은 아이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한다. 아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이는 부모의 이혼을 믿고 싶지 않다. '이혼'은 부모가 결정하지만, 그 영향은 바로 아이-나-에게 미치기 때문이다. 결국은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고 무서워한다. 이것은 아이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부모가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분명 수많은 대화를 하고 고민을 했다고 말하지만, 아이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부부가 수많은 고민과 생각을 한 것처럼, 이혼이 결정된 순간부터는 아이가 앞으로 겪을 미래에 대해, 현실에 대해 준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미레를 건강하게 설계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부모의 이야기가 자신에게 상처가 될까봐 거북이처럼 등 껍데기 속으로 숨거나, 야생마처럼 갈기를 휘날리며 멀리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면 그 누구도 자신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부모와의 대화가 진행될 수록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캥거루 주머니에 들어가 아빠, 엄마가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이혼'은 아이로 하여금 무서움과 두려움에 빠져들게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아이와 대화를 하고자 하는 부모의 노력이 계속됨으로써 아이는 부모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할 준비를 마친다. 그때가 되어야 아이와 미래를 위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아이는, 아무 것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일방적인 부모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은, 이혼을 결정한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혼은, 한 가정이나 가족관계의 파괴가 아니라 새로운 가정의 재형성과정이라고 생각된다.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그것을 깸으로써 서로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 아이는 이혼때문에 엄마나 아빠를 모두 잃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이혼의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부모의 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상항에 직면한 아이나 부모가 읽으면 아주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있지 않더라도 이혼이 더이상 낯선 사회현상이 아닌 이상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상황이므로 함께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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