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내일>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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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내일 - 1차세계대전에서 이라크 전쟁까지 아이들의 전쟁 일기
즐라타 필리포빅 지음, 멜라니 첼린저 엮음, 정미영 옮김 / 한겨레아이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간다. 정치적이든 종교적이든 간에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테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은 것이 전쟁이다. 그러나 인간의 과도한 욕심이 불러일으킨 전쟁은 인류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의 꿈을 빼앗아간다.
나는, 전쟁을 직접 겪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쟁의 휴유증은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있고, 나는 그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이 책은 전쟁을 직접 겪은 아이들의 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묵직해짐을 느꼈다. 이기는 전쟁이든 지는 전쟁이든 모든 전쟁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아이들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그들의 삶을 180도 달라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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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전쟁을 일으킨 것도, 우리가 날마다 이 끔찍한 고통을 겪는 것도 전부 '정치;때문인 것 같아서, 이 지긋지긋한 정치에 대해 이해해 보려고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단다. 정치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이슬람을 갈라놓으려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아. 결국은 다 똑같은 사람인데. 다들 팔, 다리, 머리가 있고 걷고 말을 하는 사람들인데, 도대체 '무엇'으로 서로를 구분하려고 안달일까?
우리 스스로 누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는데, 왜 정치가 나서서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걸까? 다들 알아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는데 말야. 그리고 그 좋은 사람 중에는 세르비아인도, 크로아티아인도, 이슬람교도도 있어. p.164-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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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을 어른들은 모르는 것일까? 최근에는 어떤 전쟁을 하는데 있어서 명분이 있니 없니 하며 말도 많다. 그러나 어떤 전쟁이든 명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옳다고 여긴다고 해서 남의 삶을 무력으로, 강제로 통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삶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서 얻은 평화는 평화가 아니며, 전쟁을 통한 종교의 전파는 그 종교의 세력을 공고히 하기보다는 오히려 불신을 남긴다.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기라는 수단을 통해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그 순간을 글로 남기면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일기를 읽는 것은,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경험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전쟁이 남긴 물리적 상처들보다도 더 큰 상처, 바로 아이들의 삶과 희망이 어떻게 파괴되었는가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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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국가에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신이 배불리 먹고 있는 그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굶어 죽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벌컥벌컥 물을 들이킬 때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땅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퍼마시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당신이 잠자는 순간 단지 팔레스타인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허허벌판에서 헐벗고 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는 걸.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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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용문의 '팔레스타인 사람'대신 당신의 이름을 넣어보라. 우리가 원하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은 결코 전쟁을 통해서는 얻어질 수 없다. 전쟁은 우리에게 상처를 남길 뿐이다.
무기를 들고 물리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것만이 전쟁은 아니다. 요즘같은 현실에서는 하루하루가 전쟁같다는 생각을 한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남을 중상모략하고 협박하는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진다. 돈이라는 무기, 권력이라는 무기앞에 날로 피폐해지는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나와 같은 세대의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아이들이 빼앗긴 내일은 바로 우리의 내일이라는 걸 알게 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