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퉁. 모옌, 위화와 함께 중국문학의 3대 작가라는데 그의 작품은 읽은 기억이 없어서 도서관에 갔을 때 찾아보았다. 이 책은 세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일단 그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쉬울 듯 하여 골라왔는데, 첫 작품 <처첩성군>을 읽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영화 `홍등`의 원작인거다. 소설을 읽으며 오래전 보았던 영화 속의 기억이 하나씩 떠올랐다.
처첩성군(妻妾成群)은 아내와 첩들이 무리를 이룰만큼 많다는 뜻으로 중국의 축첩제도의 현실을 표현한 말이다. 오~~ 아내의 무리라!! 부러운 분들이 많겠지만, 소설 속 천줘첸 나리는 `마누라들 때문에` 몸이 학처럼 말랐다.
소설은 네번째 부인 쑹렌이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녀는 대학을 일년 다니다 집안 사정으로 그만두게 되고 계모의 권유로 첩살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들어오게 된 천줘첸의 저택, 소설은 이 거대한 저택 안에서만 사건이 전개되고 감옥같은 저택안에서 네 명의 부인과 하인들 사이에 치열한 암투가 펼쳐진다.

예전에 영화 `홍등`을 보면서는 중국의 축첩제도가 얼마나 한심한지 정도만 느꼈던 것 같다. 저렇게 살던 시대도 있었구나. 저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게 다행이야. 일부일처제가 얼마나 고마운가!! 뭐..이정도?
아직까지도 홍등이 밝히던 붉은 빛의 인상이 강렬하고 공리가 너무 이뻤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 소설을 읽다보니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듯하다.

일단 영화 속에서는 주인 나리가 그날 잠을 자는 거처에 홍등을 밝히는 것이 굉장한 상징이 된다. 그건 소설 속에는 없는 것이고 감독 장예모가 극적인 장치를 추가한 것이다. 홍등과 발마사지! 이 강렬한 시각적 자극과 발마사지 하는 소리의 청각적 자극은 그 자체가 권력을 상징한다. 주인 나리가 많이 찾을수록 집안에서 입김이 세지고 하인들의 태도도 달라진다.

넷째부인 쑹렌은 베이징에서 대학도 다니던 여자였지만 이 집안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집안의 분위기가 마음에 안듦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경쟁구도 속으로 뛰어든다. 바깥 세상과도 완전히 차단된 거대한 벽속의 사회에서 그들은 스스로 위로하고 도우며 살지 못하고 경계하고 침묵하고 살기를 띄고 경쟁한다. 이 모든 것을 틀어쥔 권력자인 천줘첸의 실체는 사실 이 소설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그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서 모두가 같은 것(남편의 사랑)만을 욕망함으로써 그들은 스스로 경쟁관계에 놓이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남성중심의 전근대적인 권력관계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체제안에서라면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데, 권력자가 허용한 것 이외의 것을 욕망하면 죽음이 기다리는데, 담장 밖을 보지못하고 체제 내에서 싸우는것. 결국 갑은 보이지 않고, 을끼리만 피터지게 싸우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에서 엘리트를 상징하는 쑹렌은 이 체제를 변혁할 인물로 기대되었지만 그녀 역시 애정경쟁에 끼어들면서 결국은 추잡한 모습만 보이고 봉등(다시는 불을 못켜게 등을 검은 천으로 감싸버린다, 영화에서 묘하게 죽음의 이미지를 풍겼던 기억이 난다)을 당한다. 살아있지만 죽은 것이다. 더이상 살아 있지 못하는 그녀는 결국 미쳐버리고 만다. 아니 미치지 않으면 살아 갈 수 없는거겠지.

안타깝다. 그녀들은 왜 벽 바깥을 보지 못하고 담장에 갇혀서 자기들끼리 싸워야 했을까. 권력자가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체제안에서만 사고하기 때문에 그들은 다른 대안이 없다. 영화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에서 보았던, 편의점 사장이 갑인 줄 알았더니 결국은 그도 `을`이었던, 그 싸움은 결국 을끼리의 싸움이었던게 생각난다. 축첩제를 비웃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런 사회제도안에서 살아가는게 아닌가. 마르크스가 말하길 `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싸움은 노동자끼리의 싸움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들 같은 욕망을 품고 경쟁하는게 아니라 기성의 것과 다른,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회. 그게 가능한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다. 쑹렌도 첩으로 들어오면서 천줘첸의 사랑을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다. 애초에 그는 쑹렌의 욕망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다른 것을 용납못하는 분위기에서 그녀도 천줘첸의 사랑만을 욕망하며 비극은 커진다.

쑹렌을 말한다. ˝나는 여자가 대체 뭔지, 무엇에 속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개, 고양이, 금붕어, 쥐, 온갖것과 다 닮았는데, 사람하고는 닮지 않았어요.˝
이 집안에서 여자는 애완동물보다 못한 존재다. 주인의 욕망만을 위한 존재. 그건 인간적인 존재가 아닌것이다.
이 대목이 이젠 ˝나는 사람이 뭔지˝로 읽힌다. 우린 과연 사람같이 살고 있는가. 진짜 원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누군가의 소모품으로 살고 있는건 아닌가. 그 소모품끼리의 경쟁이 결국은 우리를 더 숨막히게 하는 것인데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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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25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글을 읽고나니 영화와 책 모두 보고 싶어집니다. ㅎ 그리구 중국문학의 3대 작가도 알게 되었어요 ^~^

살리미 2015-10-25 22:40   좋아요 0 | URL
책을 읽으며 영화 <홍등>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예전에 영화를 봤을 땐 배경음악이나 화면이 매혹적이긴 했지만 왜 주인공이 미쳐버렸는지 잘 이해 할 수가 없었거든요^^

보슬비 2015-10-2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중국 소설들을 이때쯤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같은 동양권이면서도 또 다른 이질감이 느껴져 좋았던것 같아요. 그후 쑤퉁의 책들 여러권 읽다가 최근에는 찾지 않았는데, 오로라님 글을 읽으니 쑤퉁의 읽지 않은 다른책들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살리미 2015-10-29 00:29   좋아요 0 | URL
중국 소설들이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면서도 굉장히 색다른 점이 많아서 흥미롭게 읽히는것 같아요. 저도 쑤퉁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고 싶어질만큼 이 책이 재밌었답니다^^
 
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결국 내게 올 운명이었다.

도서관에서 항상 내 눈에 띄곤 했는데 (아마 제목이 끌려서겠지) 이상하게도 꺼내서 펼쳐보지도 않았었다. 그저 서가에 꽂힌 것만 보고, 좋네~ 하고 말았던 거다.

알라딘에서 리뷰들을 읽고 나서야 '왜 이 책을 읽어 볼 생각을 못했지?' 했다. 이건 완전 내 얘긴데. 그제서야 나는 지구 반대편의 친구를 만나러 가는 설레임으로 이 책을 펼쳤다.

 

사랑하는 언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몇년동안 방황을 한 저자는 어느날, 400쪽이 넘는 <드라큘라>를 하루만에 읽고 처음으로 편안하게 잠들었다. 이것을 계기로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는 '마법같은 독서의 한 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하루에 한권이라니! 일도 있고 아이도 넷이나 키우는 그녀가. 게다가 꼬박꼬박 서평까지.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계획이 조만간 흐지부지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독서가 주는 편안함과 책 한권을 들고 내 보랏빛 의자에 앉는 즐거움을 고대하고 있었고, 그것을 일이라 규정했다. 일이라 부름으로써 그것을 신성하게 만들었다. (50쪽)

 계획을 세운 다음에는 장단점을 논의하지 않았다. 내 선택에 대해 따지느니 그럴 시간이 있으면 그 선택을 실행하는 데 쓰는 편이 낫다.(51쪽)

 

 주부가 독서에 많은 시간을 낸다는 것은 이런 결단이 없으면 사실 불가능하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굉장히 시간이 많을 것 같지만 특별히 일한 티가 나지도 않는 자잘한 일들 때문에 늘 정신이 없다. 독서도 일이라 생각하고 무조건 시간을 내지 않으면 한페이지도 못읽고 지나는 날들이 많다.

 

내가 독서를 내가 할 일로 규정하고 몰입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건 3년전이다. 그전에도 늘 책을 읽는다고는 했지만 독서를 우선순위로 두지 않으면 한달에 한 권 읽기도 힘들었다.

항상 책을 좋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몰입독서를 하고서야 내가 너무 책을 안읽었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입시준비하느라, 대학가서는 놀러다니느라, 직장다니면서는 힘들어서, 신혼때는 살림의 재미에 빠져서, 아이를 낳고부터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나는 점점  책 한권 온전히 읽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게 딸과 아들이 생기고 나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한 순간도 내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세상 모든 경험을 같이 하리라. 우리는 셋이 하나처럼 똘똘 뭉쳐서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책을 읽었다. 그렇게 평생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다. 딸아이는 무던하게 지나가서 사실 잘 몰랐다. 그저 가끔 혼자 우는 날이 있었는데 엄마가 아는 것을 원하지 않는 정도였다. 아들은 좀 심하게 사춘기가 왔다. 이제 생각해보니 아들의 성향은 딸이나 나랑 맞지 않아서 그동안 좀 힘들었었나보다. 걔는 활발하고 가만히 있는 것을 못 참는 아이였는데 놀때는 좋지만 책을 읽어야 할때는 나름 힘들어도 참았던 것이다. 착한 아이라 내색을 안 했을 뿐. 그러다 나라를 지킨다는 중2가 되니 학교가 끝나도 늦게까지 안들어오고, 당연히 늘어가는 내 잔소리에는 노골적으로 귀를 막았다.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너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나는 그래서 섭섭했지만 그 말은 아이에게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야단을 치기도 하고 달래보기도 하다가 나는 결국 문제를 나에게서 찾아보기로 하고 어느 순간 책을 펼쳤다. 하루 종일 모든 일을 접고 책만 읽었다.  늘 괴로웠던 마음이 이상하게 편해지고 내가 편안해지자 식구들이 모두 좋아했다. 그날부터 내 독서도 '일'이 되었다.

 

몰입독서 첫 해에는 하루에 몇시간씩을 무조건 독서에 할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면 대충 집안을 치우고 거실 한쪽에 마련해 놓은 내 독서공간(독서실 책상을 하나 들여놓았다)에 앉아 책을 읽는다. 엄마들의 커피 타임이나 운동을 가던 시간이 점점 독서 시간으로 바뀌었다. 안 읽던 책을 읽으려니 몰입이 어려워서  책에 밑줄을 긋거나 베껴쓰기를 하면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책도 아이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온전히 나만을 위한 책을 골랐다. 그때쯤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인문학 서적들이 도움이 됐고, 독서 팟캐스트들을 들으며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 해 백권 가량의 책을 읽었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끊은 것은 아니지만 무얼하든 잔소리는 하지 않았다. 독서의 힘이다. 조언을 구할 때에는 성심껏 도와주지만 내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일은 없어졌다. 딸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서 잘 했는데 아들은 그걸 역이용했다. 잔소리가 없으니 기분좋게 늦게까지 놀다 들어왔고, 책도 점점 놓아버리고 컴퓨터 게임에 빠졌다.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착한 아이니까 언젠간 돌아오겠지, 자기 할 일을 찾겠지, 만약 안그렇더라도 지금 행복했으니까 괜찮다 생각했다. 책을 읽다보니 위로가 되었고 '이게 다 너를 위한 잔소리'가 너를 위한게 아니고 나를 위한 거였다는 걸 깨달았다.

 

몰입독서 둘째해에는 첫 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해 첫날 계획을 세웠다. 내가 읽은 책에 대해 꼬박꼬박 노트에 리뷰쓰기! 뭔가 자취를 남기고 싶어서였다. 둘째해에도 백삼십권 정도의 책을 읽었고 독서노트가 다섯권이 생겼다. 가끔씩 아들과 의견이 안맞기도 했지만 이제 내공이 생겨서 나도 아들을 이해하고 아들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사춘기친구들이 자기엄마를 '미친년'이라고 부를 때 아들은 '우리 엄마는 그러지 않아'라고 나를 변호해준다는 것도 친구 엄마를 통해 들었다.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몰입독서 삼년차다. 그사이 살이 많이 쪄서 올해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대신 딸이 고3이 되었고 아들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하겠다고 누나랑 같이 독서실에 있다가 늦게 오니까 저녁시간에 많은 시간이 생겼다. 북플을 알면서부터 알라딘 서재에 리뷰를 올리기 시작한게 올해의 변화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계획이 하나 생겼는데, 내 책장에 있는 책읽기를 목표로 해야 겠다는 것이다. 읽겠다고 사놓고 못읽은 책들이랑 남편의 책들, 시간이 많이 걸려 엄두를 못내던 고전들을 작정하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알라딘 굿즈가 유혹을 해도, 신간이 유혹을 해도 일년만 참아보자, 서재 다이어트를 해보자 하는 계획이 생겼다. 계획이 섰으니 또 밀어붙일것이다.

 

내게 독서의 한 해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였다. 그것은 내 삶을 채우고 있던 건강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의 공기에서 격리되어 지낸 1년이었다. 그것은 책의 언덕에서 불어오는 치유력을 가진 미풍 속으로의 도피였다.(279쪽)

책으로 채워진 1년간의 집행유예 기간 동안 나는 회복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 회복단계를 넘어서 다시 생활로 들어가는 방법도 배웠다.(279쪽)

 

책을 읽으며 '이 사람 참 나랑 비슷하네' 하는 생각을 하는 건 참 좋다. 나랑 같은 사람이 있다니 외롭지 않고 그때의 마음을 멋진 문장으로 잘 표현해 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나는 평생동안 책을 읽어왔다. 또 읽어야 할 필요가 가장 컸을 때 책은 내가 부탁한 모든 것과 그 이상을 주었다.(280쪽)

 

내가 책에 감사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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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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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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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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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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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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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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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10-23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나 상코비치 책 만큼이나 오로라님의 이 리뷰도 마음에 와닿네요. 책에 몰입하게 되는 계기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순탄한 시기보다는 좀 힘든 시기일때가 많은가봐요.
일년에 백 삼십권 읽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도 연말에 늘 느끼는데요.

살리미 2015-10-23 12:31   좋아요 0 | URL
그땐 누군가를 만나면 더 상처가 되는 일들이 많아서 혼자 책을 읽는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냥 읽는게 아니라 니나 상코비치처럼 몰입하는것, 그게 필요하단걸 저도 느꼈거든요. 억지로라도 하루 최소 네시간은 책을 읽자 다짐했고, 실천 못한 날은 막 조급해지기도 하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점에서 위로를 받았어요^^ 이젠 몇 권 읽는다는 목표보다는 깊이있게, 잘 음미하며 천천히 읽으려고요.

물고기자리 2015-10-23 14: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 책장에 읽지 않은 책은 다섯 권 미만으로 두는 것을 늘 지켜가고 있어요ㅎ 한 번에 한 권씩만 읽는 성향이라 그 정도의 여분이면 안심할 수 있더라고요^^ 읽은 책들이 계속 쌓이면 소장하고 싶지 않은 책들을 골라 일 년에 한 번씩 정리를 했었는데 리뷰를 쓴 책들엔 애착이 생겨버려서 계속 간직하게 될 것 같아요ㅎ

제 주변의 현실 사람들은 읽는 걸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드물어서 책 이야길 하거나 듣고 싶어도 충분히 할 수 없어 늘 아쉬웠는데 어느 날 발견한 북플을 통해 읽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도서관 하나를 통째로 얻은 기분이었어요. 책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들이 책을 읽는 것만큼 풍요롭고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읽기에 대한 갈증이나 애정을 공감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살리미 2015-10-23 17:3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물고기자리님과 같은 마음이랍니다. 첨에 북플을 깔았을땐 그저 읽은 책 체크나 하려는 마음이었는데 여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말 보물을 건진 느낌이 들었어요. 혼자 책 읽기가 좀 지칠때가 있거든요. 그럴때 얘기 할 사람이 있다는게 너무 행복하죠. 제가 원래 SNS 잘 안하는데 북플은 매일 들어오게 되는 이유가 좋은 사람들 때문이에요^^
저도 앞으론 꼭 책장에 있는 책 다 읽기 지켜나가려고요! 이렇게 발표해 버렸으니 어떻게든 되겠죠?^^

cyrus 2015-10-2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은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하시는 실천력 좋은 분이시군요. 부럽습니다. 저는 계획만 세우고는 1년 넘지 못하고 포기한 적이 많았거든요. 예전에 여유로운 시간이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게 후회됩니다. 오로라님의 글을 읽으면 제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살리미 2015-10-23 17:31   좋아요 0 | URL
저도 실천력이 좋은 건 아니에요^^ 고수님들이 많은데 너무 부끄럽네요^^ 다만 그땐 제딴엔 절박해서 여기에 에너지를 쏟아보자 하는게 있었고요~ 그렇게 일년이 지나니 제 자신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책을 읽다가 문득 반가운 순간!
평소 같았으면 그냥 스쳐지나갈 문장이지만, 어제 다락방님 리뷰를 읽고 나서, 이 책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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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0-22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가운데요?! :)

살리미 2015-10-22 06:52   좋아요 0 | URL
그죠 그죠?? 인연이 이래서 무서운게, 전에는 몰랐을텐데 다락방님 소개로 저 책을 알게 된 후부터는 자꾸 내 눈에 띄어요^^ 힘든 목요일이지만 주말이 코앞에 보이니^^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이 책을 제목만 봤을때는 동네 책방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고육지책을 써서 죽어가는 서점을 살려내는 이야긴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서점을 갑자기 인수하게 되서 당황은 했지만 서점을 시작하고 장사가 안됐던 적은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책이 너무 잘 팔리고, 일이 너무 바빠서 힘들어 죽을지경이다. 심지어 하루 열다섯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고 크리스마스 대목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아마존`의 위협이 존재해서 작가는 아마존을 항상 성토하고 다니는데, 그래도 아마존과 경쟁해 볼 수 있는 것이 오스트리아에서는 일단 동네 서점이나 아마존이나 책가격이 같다는 것. 굳이 배송을 기다리며 보지도 못한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네 서점이지만 모든 책을 다 구해주고 게다가 컴퓨터주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개인 맞춤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책을 안읽어서 문제지 아마존의 위협은 우리나라의 실상과는 좀 달랐다.
우리도 이런 정도의 여건만 되었어도 그 많은 동네 책방들이 다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와서야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거대 서점의 총알 배송과 사은품 공세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나부터도 알라딘굿즈의 노예다 ㅠㅠ) 그러니 동네서점이 죽지않고 살아남았다 해도 그나마 팔리는 참고서밖에 취급할 수가 없다.

작가가 위트가 넘쳐서 재밌는 부분이 아주 많았지만 읽으면서 나는 자꾸 우리의 현실이 아쉬워 부러움에 배가 아팠다. 오스트리아에도 대형서점도 있고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점도 있지만 이런 동네 책방이 직원을 열두명이나 고용하면서 영업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그들의 경쟁력으로 보여서다. 이 부부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부족한 일손을 그때그때 주위의 이웃들을 수소문 해서 고용하고, 최대한 그들의 복지를 보장해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작은 가게들, 중소기업들이 탄탄해야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안정이 될텐데, 골목상권까지 거대자본이 독식해서 영세자영업자들은 망해나가고 서민들은 유니폼을 입혀놔서 겉모습만 멀쩡한 알바생이 되어, 형편없는 복지에 시급 5000원이라는 고된 생활로 전락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다. 그래도 오스트리아의 현실은 아직까지는 우리보다 나아보인다. 조금 불편해도 기꺼이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주는 사람들이 있고, 대기업이 아닌 동네 책방이지만 기꺼이 일하고 일한 만큼 삶을 누리는 직원들이 있고,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당장 가게를 때려치우고 싶어도 열두명의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장 부부가 있다.

전에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으면서도 느낀점이지만 이런 가게들이 많아지려면 일단 우리가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도 고민해봐야 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소비자의 만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그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기꺼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당장의 불편함도 조금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나도 왠만하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점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찾기가 쉽지는 않다. 요즘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보니 새로 오픈하는 가게들은 죄다 비슷비슷하다. 당장은 번드르르해 보이지만 프랜차이즈 비용을 떼가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몇년을 못버티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온다.

책이 좋으니 나중에라도 서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경제적으로 건강한 사회, 착한 소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도 그런 건강한 사회 만들수 있지 않을까? 작은 가게들이 와글와글 저마다의 특색으로 존재하는 재밌는 세상! 대기업이 다 가져가는 사회말고, 다 고만고만 잘 사는 세상! 그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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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다 1권에 이어 과학 수다 2권에는 SF, 기생충, 빅 데이터, 중성미자, 세포, 투명망토, 핵융합에 대한 수다가 이어진다.

SF에 대한 수다는 나름 영화도 본 게 있고, 소설도 몇 권 읽은 게 있으니 이해가 수월했다. 간혹 SF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면 이게 과학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재의 잣대로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SF의 상상력은 가능한 한 극한까지 밀어붙이는게 좋다. 그 상상력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과학이다.

기생충에 관한 수다는 서민 교수님이 나와서 유쾌하게 읽었다.
— 노벨상은 유행을 쫓는다고 받을 수 있는게 아니라 이렇게 한우물만 뚝심있게 팔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지금 현장에서 기생충을 연구하는 일이 당장은 과학이나 의학의 발전 혹은 인류의 복지에 도움이 안 되는 한가한 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연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예상치 못한 가치를 낳을 수도 있어요.(72쪽)
라고 서민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진짜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기생충 감염에 대한 연구를 한 일본의 사토시 교수와 아일랜드 출신의 캠벨 교수, 말라리아를 연구한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수상했다. 오~ 언젠가 서민 교수님이 우리나라 노벨상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건 아닌지!!

빅데이터에 대한 수다는 아주 재미있었고 생각해 볼 문제도 많았다. 우리의 일상이 고스란히 디지털 정보로 남는 시대에 빅데이터는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권력이 될 수 있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지 않나. 이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한다.

한때 빛보다 빠른 물질을 발견 했다는 해프닝이 있었다. 계산 착오란다. 빛보다 빠른 중성미자에 대한 수다는 듣다보면 아~ 하긴 했지만 여기다 설명은 못하겠다. 내 한계는 거기까지!

세포에 관한 수다에는 연세대학교 송기원 교수님이 나오셨는데 여성과학자 특유의 꼼꼼하고 똑부러지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투명망토는 굉장히 관심이 가는 주제였는데 굴절률이니 메타물질이니 하는 게 이해 불가. 결국 수다는 ˝투명 망토가 왜 필요하죠?˝ ˝그러게요. 왜 필요할까요? 저도 궁금한데.....˝ ˝여자 혹은 남자 목욕탕에 가려고요?˝ 이렇게 마무리되고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는 사실 불가능하다는 걸로 ㅠㅠ 그렇지만 과학은 불가능을 꿈꾸는 것이다!

마지막 주제는 핵융합! 핵발전소 때문에 위험한 에너지라 오해하기 쉬운데 핵융합에너지는 수소 원자핵이 결합해서 헬륨 원자핵으로 변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이것을 옹호하는 이들은 `꿈의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바로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 이것인데 그래서 `인공태양`이라 불린다. 오! 그렇다면 얼른 핵융합에너지를 개발해야지 않겠는가? 그런데 또 그게 아닌것이 핵융합 반응이 가능하려면 온도를 10억도까지 올리는 기술이 있어야 하고 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둘 공간이 필요하다. 즉 천문학적인 돈과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나라도 김영삼 정부때부터 정부 차원에서 핵융합 연구를 지원했다는데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분명 핵융합 에너지는 태양에너지같은 위력을 가지므로 꿈의 에너지가 맞지만 거기에 쏟아 붓는 엄청난 돈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에 더 투자를 한다면 어떨까. 마지막에 생각할 문제를 던져주며 끝이 났다.

과학자들의 수다를 듣다보면 세상에 궁금한 것들이 참 무궁무진 하다는 걸 느낀다. 내 머리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한계까지 따지고 실험하고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있어서 과학은 발전하고 세상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또 그렇게 발전한 첨단 과학은 어느새 내 생활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사족! 이런 대화를 밥먹듯이 하는 과학자들이 너무 멋져보인다. 나는 이미 글렀고, 우리 애들도 과학엔 별로 관심 없든데.... 어떻게 사위나 며느리라도... 희망을 가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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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20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위와 며느리 ㅋㅂㅋ 저두 과학이라고 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고 먼가 복잡한 학문이란 인식이 있는거 같아요.그래두 이렇게 `수다`스럽게 읽으면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발명할순 없지만 만약 투명망토가 생긴다면 어디갈까 상상했는데 첫번째가 커피숍일거 같아요ㅋ 커피숍가면 두 세 시간있다가 나왔는데 하루종일앉아 책읽고싶어요. 그다음은 서점에 하루종일 책 읽다오고 싶은데 걸리면 진짜 민망하겠죠? ㅋㅂㅋ

살리미 2015-10-20 08:16   좋아요 0 | URL
역쉬~ 해피북님 책사랑은 대단하시군요^^ 투명망토를 걸치고도 책만 보러 다니시겠다니! 난 좀 더 크게 한탕..... ㅋㅋㅋ

붉은돼지 2015-10-20 14:02   좋아요 1 | URL
만약 저에게 투명망토가 있다면,,,, .......여탕!!!!!
..........이건 초딩 때 이야기고 ..........
역시 오로라님 말씀처럼 크게 한탕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