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제목만 봤을때는 동네 책방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고육지책을 써서 죽어가는 서점을 살려내는 이야긴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서점을 갑자기 인수하게 되서 당황은 했지만 서점을 시작하고 장사가 안됐던 적은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책이 너무 잘 팔리고, 일이 너무 바빠서 힘들어 죽을지경이다. 심지어 하루 열다섯시간 이상을 일해야 한다고 크리스마스 대목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아마존`의 위협이 존재해서 작가는 아마존을 항상 성토하고 다니는데, 그래도 아마존과 경쟁해 볼 수 있는 것이 오스트리아에서는 일단 동네 서점이나 아마존이나 책가격이 같다는 것. 굳이 배송을 기다리며 보지도 못한 책을 인터넷으로 구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네 서점이지만 모든 책을 다 구해주고 게다가 컴퓨터주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개인 맞춤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사람들이 책을 안읽어서 문제지 아마존의 위협은 우리나라의 실상과는 좀 달랐다.
우리도 이런 정도의 여건만 되었어도 그 많은 동네 책방들이 다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와서야 도서정가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거대 서점의 총알 배송과 사은품 공세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나부터도 알라딘굿즈의 노예다 ㅠㅠ) 그러니 동네서점이 죽지않고 살아남았다 해도 그나마 팔리는 참고서밖에 취급할 수가 없다.

작가가 위트가 넘쳐서 재밌는 부분이 아주 많았지만 읽으면서 나는 자꾸 우리의 현실이 아쉬워 부러움에 배가 아팠다. 오스트리아에도 대형서점도 있고 아마존 같은 인터넷 서점도 있지만 이런 동네 책방이 직원을 열두명이나 고용하면서 영업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이 그들의 경쟁력으로 보여서다. 이 부부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부족한 일손을 그때그때 주위의 이웃들을 수소문 해서 고용하고, 최대한 그들의 복지를 보장해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작은 가게들, 중소기업들이 탄탄해야 고용이 창출되고 경제가 안정이 될텐데, 골목상권까지 거대자본이 독식해서 영세자영업자들은 망해나가고 서민들은 유니폼을 입혀놔서 겉모습만 멀쩡한 알바생이 되어, 형편없는 복지에 시급 5000원이라는 고된 생활로 전락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다. 그래도 오스트리아의 현실은 아직까지는 우리보다 나아보인다. 조금 불편해도 기꺼이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주는 사람들이 있고, 대기업이 아닌 동네 책방이지만 기꺼이 일하고 일한 만큼 삶을 누리는 직원들이 있고, 일이 너무 힘들어서 당장 가게를 때려치우고 싶어도 열두명의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사장 부부가 있다.

전에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으면서도 느낀점이지만 이런 가게들이 많아지려면 일단 우리가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도 고민해봐야 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소비자의 만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그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기꺼이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당장의 불편함도 조금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나도 왠만하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점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이용하려고 하지만 찾기가 쉽지는 않다. 요즘은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다보니 새로 오픈하는 가게들은 죄다 비슷비슷하다. 당장은 번드르르해 보이지만 프랜차이즈 비용을 떼가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몇년을 못버티고 또 다른 프랜차이즈점이 들어온다.

책이 좋으니 나중에라도 서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경제적으로 건강한 사회, 착한 소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도 그런 건강한 사회 만들수 있지 않을까? 작은 가게들이 와글와글 저마다의 특색으로 존재하는 재밌는 세상! 대기업이 다 가져가는 사회말고, 다 고만고만 잘 사는 세상! 그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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