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오전 흐리다가 비 오후 비오다 갰다 우박오다 갰다 비오다 오락가락

              오전 4도 오후 13도

 

오전엔 방울토마토를 심기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하우스 안에 유인줄을 맸다. 폭이 6미터인 하우스에 두둑을 5개 만들고 그 두둑 위에 유인줄을 건다. 두둑을 만들고 나서는 하우스 안에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아 유인줄을 먼저 걸어두는 것이 편하다.

 

 

비 예고가 있어 비닐이 찢어진 하우스쪽 땅 위엔 비닐을 깔았다. 너무 넓게 찢어진 곳은 너덜거리는 비닐들을 고정시키는 작업도 했다. 하우스 골조 위로 올라가 클립으로 비닐을 묶는 작업은 사실 조금 위험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 신경이 곤두서다보니 땀이 줄줄 흘렀다. 땅을 젖으면 질퍽해져 작물을 심어야 할 시기를 더 놓치게 된다. 지금도 방울토마토와 고추 심기가 다소 늦었다고 한다. 한 보름정도 전쯤 심었으면 좋았을 것이란다.

 

오후엔 하우스 두 동의 정지작업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제 심었던 상추에 문제가 생겼다. 표면 보다 깊이 심겨진데다가 멀칭이 팽팽하게 되어있지 않다보니 상추들이 비닐 속에 파묻혀 버린 것이다. 두둑이 평평했다면 이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을텐데. 얼치기 농부이다보니 고생을 사서 한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법을 알고 했다면 이렇게 생고생을 피했을텐데. 아무튼 무턱대고 심는다고 농작물이 잘 자랄 순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우친다. 연수생들을 도와주러 오신 한 농사꾼 선생님은 "생명을 키우는 일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신다. 심는 시기에 따라 작물이 생장성장을 할 수도, 생식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농사꾼이 되려면 이 두 성장을 조화롭게 해 나갈 수 있도록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아무튼 상추는 비닐 속에 파묻혀 있다가는 열로 인해 죽기 십상이라 하니 두둑을 평탄하게 손질하고 멀칭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파묻힌 상추잎들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을 했다. 아~ 상추 심는라 허리가 쪼개질듯 아팠는데, 그 번거로운 일을 또다시 해야 하다니... 정말 참혹한 심정이다. 정말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는 마법이라도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성 싶다.

 

 

상추밭을 손질 한 후엔 어제 소독해 둔 볍씨를 깨끗이 씻고 나서 차가운 물에 담아두었다. 13~14도 정도 하는 물에 일주일 정도 담가두면 싹이 튼다고 한다. 하루에 한번씩 물을 갈아주어야 한다. 이곳 흙살림 농장에선 배양기가 있어 이곳에 볍씨를 담고 기포를 발생시켜놧다. 그럼 물을 갈아주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볍씨의 발아는 온도에 따라 또 종자에 따라 그 시간이 달라진다. 아참, 어제 볍씨 소독한 방법은 온탕냉수침법이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 끝에 60~62도 라는 온도와 10분이라는 시간을 찾아냈을지 상상도 안간다.

 

 

생명은 신비롭고 그 생명을 키우는 농부는 위대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 그친 뒤 시골의 풍경은 숨겨놓은 보석들로 가득하다. 빗방울 그 자체가 진주보다 곱기 때문이다. 숙소 안팎 마음을 깨끗하게 닦아준 그 진주방울들을 소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월 24일 오전에 비 그침, 화창  오전 9도 오후 18도

 

어제 심었던 상추의 품종은 선풍포찹이라고 한다. 포는 포기상추를 찹은 낱장 상추를 의미한다. 포찹은 포기로도 낱장으로도 수확이 가능한 품종이다. 주름진 적상추인데 식감보다는 예쁘장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찾는 품종이다. '보기좋은' 떡에 대한 욕구는 상추와 같은 쌈채소에까지도 적용된다. 아니, 언뜻 생각해보면 인간의 미에 대한 시각적 욕망의 대상은 세상 모든 것에 다다를 것 같다.

 

아무튼 어제 심은 상추 중간 중간 옥수수를 심었다. 원래 하우스 안에 옥수수는 잘 안 심는다고 한다. 충해 때문이다. 하지만 옥수수의 고소한 맛이 다른 작물의 진드기를 유인해 줄 수 있다는 혼작의 장점을 시험해보고자 몇개를 심어보기로 했다.

 

 

오후엔 하우스 옆 짜투리 땅을 로타리 치고 두둑을 만든 후 멀칭을 했다. 이곳엔 가지를 심을 예정이다. 농기계-이번의 경우 관리기-를 잘 사용할 줄 안다면 혼자서 몇시간이면 될 일을 남자 세 명이 쩔쩔 매며 겨우 완성했다. 그러고 보면 농사도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것이 절반인 시대가 됐다. 석유와 기계가 고령화 되고 줄어만 가는 농민의 노동력을 대신해 줄 거의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물론 자연농법이나 태평농법 등도 있으나 이것은 자급자족의 수준을 넘어서 다른 이들에게 풍족히 나누어 줄 만큼의 꾸준한 생산력을 담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그리고 사람의 손길로만 농사가 이루어진다면 농민 자체가 일하는 기계가 될 판이다. 여기서도 적절한 조화를 찾아야만 한다.

 

  

오후엔 볍씨 소독을 했다. 토종벼 약 27종(돼지찰, 녹미, 맥도 등등)을 1킬로그램씩 묶어 60도 정도 데운 물에 10분씩 담가둔다. 그리고 바로 찬 물에 식힌 후 황수화제를 탄 물에 하루 담가둔다. 이렇게 소독을 하는 것은 파종 단계에서부터 병충해를 예방하고 건강하게 모를 키우기 위해서다.

 

 

볍씨 소독을 끝내고 허리를 죽 펴니 저 멀리 보름달이 휘영차다. 이번주엔 매일 달을 보며 퇴근이다. 오늘따라 달이 유독 더 밝다. 내 마음 속에도 오늘밤처럼 이그러지지 않는 달이 살고 있기를 기원해본다. 저멀리 소쩍새 울음소리 구슬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월 23일 - 하루종일 비, 아침 6도, 오후 12도

 

오늘은 상추를 심었다. 누군가의 가르침도 없이 모종을 받아서 심기 시작했다. 흑백필름의 검정색을 위로 하고서 멀칭을 했다. 그리고 20*20으로 뚫려진 구멍에 구덩이를 내고 상추 모종을 넣은 후 흙으로 덮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 두둑이 거의 끝나갈 즈음, 그러니까 허리가 뽀개질 정도로 아파오기 시작할 즈음, 연구소장님께서 방문하셨다. 그리고는 한 말씀. 상추는 시원한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필름의 흰 면을 위로 해 빛을 반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덩이를 팔 필요없이 모내기 하듯 쿡 눌러 모종을 심으면 된다고 알려준다. 이런 제길.... 지금까지 우린 무얼 한거야?

그런데 노지에서 보면 대부분 멀칭이 검은색이던데 이건 왜 그런걸까.

심는 시기에 따라 멀칭의 색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시기라기 보다는 날씨 특히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하겠다. 노지에서 심거나 또는 하우스에서 조금 일찍 심는다면 날씨가 아직 쌀쌀하기에 보온 효과를 가져다 줄 검은색 필름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단지 보름 차이만으로도 검은색이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땐 흑백필름보다는 더 싼 검은색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이다. 아무튼 멀칭 필름의 다양한 색깔은 그 용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허리로(?) 알게 된 셈이다. 온도, 수분, 풀. 이 세가지를 얻고자 멀칭을 사용하기에 작물 특성과 잘 맞는 것을 고를 수 있도록 공부 좀 해야겠다.

아무튼 아직은 날씨가 쌀쌀한 탓에 일단 검은색 멀칭을 그대로 두고, 나머지 두둑만 흰색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검은색과 흰색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셈이다. ㅋㅋ. 이젠 긍정의 마인드로 농사일을 대하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오늘 상추 모종은 거의 5000포기.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심기를 끝낼 수 있었다. 비가 잦아들면서 안개가 차오르는 산자락을 바라보니 끊어질 것 같은 허리도 잠시 잊혀진다. 가까이서 또 저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가 귓전을 파고 든다.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가 마치 허리를 안마라도 해주는 양 시원한 느낌이다. 에구구가 입에 밴 입가에 어느새 미소가 번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4월 22일 - 날씨 쾌청

 

오전엔 잔디밭 주위로 옥수수를 심었다. 오후엔 다음날 상추를 심을 두둑을 만들었다. 하우스 안에서 관리기로 골을 만든 후 써레로 두둑을 평평하게 만드는데 꼬박 반나절이 걸렸다. 물이 한곳에 고이는 것을 방지하고자 밭을 평평하게 잘 골라야 하는데 생각처럼 쉽진않다. 써레를 움직일 때마다 움푹 파인 곳에 날이 걸리면서 땅이 더욱 파지는 경향이 있다. 마치 상처를 지우려고 마음의 평온을 가장하면 가장할 수록 더욱 상처가 드러나고 아픔이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땐 조심조심 힘을 빼고 살며시 만져주어야 한다. 억지로 힘을 들여서 될 일은 아닌 것이다.

 

 

 

오늘은 드디어 숙소에 음식을 해 주시는 아주머니를 모셔왔다. 하지만 그 덕에 그나마 전기장판이라도 꽂을 수 있는 콘센트가 있는 식당방에서 나와야 할 처지가 됐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에 개인 물품을 놔두고 숙식을 해결한다는 것이 거북했기 때문이다. 새로 옮긴 방은 너무 넓은 데다 ㅜㅜ 전기마저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아직도 새벽이면 싸늘한데. 얼어죽지는 않아야 할텐데^^; 등 따시고 배 부르면 족하다는 것. 이 작은 것마저도 실은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등 한번, 허리 한번 제대로 지져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ㅋ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