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난 여자
아니 프랑수아 지음, 이상해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3월
절판


독서광은 아니더라도 책을 즐겨 읽던 사람이 책 읽기를 마다하면 그건 분명 어떤 병의 징후다. "책 읽을 마음조차 안 생겨." 이 말은 신경쇠약, 피곤, 슬픔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는 것을 뜻한다.-138쪽

아름다움이란 사람이나 물건이 자신의 못난 부분마저 좋아하도록 만들 줄 알 때, 그것을 자신의 개성과 뗄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놓을 때 빛을 빌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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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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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끊임없이 어떤 순간들을 언어로 채집해서 한 장의 사진처럼 가둬놓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문학으로선 도저히 가까이 가 볼 수 없는 삶이 언어 바깥에서 흐르고 있음을 절망스럽게 느끼곤 한다. 글을 쓸수록 문학이 옳은 것과 희망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는 고통을 느낀다. 희망이 내 속에서 우러나와 진심으로 나 또한 희망에 대해 얘기할 수 있으면 나로서도 행복하겠다. 문학은 삶의 문제에 뿌리를 두게 되어 있고, 삶의 문제는 옳은 것과 희망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옳지 않은 것과 불행에 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희망 없는 불행 속에 놓여 있어도 살아가야 하는 게 삶이질 않은가. 때로 이 인식이 나로 하여금 집도를 포기하게 한다. 결국 나는 하나의 점 대신 겹겹의 의미망을 선택한다. 할 수 있는껏 두껍게 다가가자고, 한겹한겹 풀어가며 그 속에서 무얼 보는가는 쓰는 사람의 몫이 아니라고, 그건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열 사람이 읽으면 열 사람 모두를 각각 다른 상념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게 좋겠다고, 그만큼 삶은 다양한 거 아니냐고, 문학이 끼어들 수 없는 삶조차 있는 법 아니냐고.-67쪽

그렇게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여자들은 남자들을 실망시키고 세상의 남자들은 여자들을 실망시키게.-218쪽

…… 살아 있다는 것. 우리가 그 골목에서 간이숙박소 같은 삶을 살았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야. 일상에 매여 일 년을 통화 한번 못 한다고 해도 수첩 속에 오래된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 내 손을 뻗어 다른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 설령 내가 언니가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언니가 이 세상의 어느 공기 속에서 아침마다 눈을 뜨고 숨을 쉬며 악다구니를 쓰며 살아가고 있었다면…… 나는 내 열여섯에서 스물까지의 시간과 공간들을 피해오지 않았을 거야. 내가 기억한들, 언제까지나 기억한들…… 그런들……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지? 기억으로 뭘 변화시켜놓을 수 있어?-221쪽

모두들 성장하기 위해 태생지를 떠난다. 대학에 가기 위해 창도 우리가 함께 자란 마을을 떠난 모양이다. 그 마을에 창이 없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그 마을의 불들이 일제히 꺼진다.-347쪽

가슴속에 하지 못한 말들이 하늘로 올라가서 별이 된다고 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조그만 것들은 너무나 많이 모여 있으면 슬퍼 보인다. 자갈이나 모래나 쌀이나 조갑지들. 하늘의 별도 그렇구나. 자갈이나 모래나 쌀이나 조갑지와 다른 점은 저렇게 많은데도 하나하나 반짝반짝 제 빛을 낸다는 것이다.-3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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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0-11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의 책은 하나도 안 읽은 것 같아요. ㅠㅠ
어차피 나오는 책을 다 읽을 순 없지만, 작가도 호불호에 따라 보게 되더라고요!

알맹이 2007-10-11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풍금이 있던 자리 시절의 신경숙을 사실, 정말 싫어했었어요. 그래서 전혀 안 보았거든요. 이번에 기회가 되어 이 책을 봤는데, 제가 나이가 들어 그런지, 책이 좋아 그런지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더라고요. ^^

김샘 2007-10-31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ㅎ 나는 신경숙글이 너무 좋았어요..... 사실적인게 마음에 들었고, 가슴 깊이 너무 슬퍼서 그래서 약간 싫기도......뭐라고 쓰는건지... 마지막 밑줄긋기는 너무 아름답다. 별과 자갈, 모래, 조갑지가 다른 점이 그거였구나.....

알맹이 2007-11-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샘은 신경숙 좋아할 것 같아요. 이 외딴방은 정말 좋은 작품이어요. 그리고 문장도 무척 아름답고.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 - 개정판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최진성 옮김, 이다도시 감수 / 물푸레 / 2007년 7월
품절


요즘 다이어트를 해 보려고 노력 중이라서..
호기심에 읽었는데. 나름 읽을 만한 책이었다.(너무 건방진가.. ^^)
우리 나라와 식생활이 하도 달라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요리법을 실제로 써먹을 일이 없겠다, 싶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해 볼 만한 것들을 기록해 둔다. 여름에 시댁에서 받은 자두가 너무 시어서 못 먹고 김치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그걸 이 요리로 한 번 해결해 보려고 한다.

나름대로 다이어트를 한답시고 빵을 되도록 멀리 하고 있긴 한데.. 워낙 빵을 좋아해서 빵이 너무 그립다. - 사실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거의 1주일에 1~2 번은 먹고 있는 것 같다. ㅎㅎ 이전보다는 줄였다 뿐이지-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의하면 '불필요한' 빵 섭취를 줄이라는 것이지 빵이나 탄수화물을 영원히 끊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요일에 한 번 만들어볼까.. 무엇보다 강력분이나 박력분이 아닌 집에 있는 다목적밀가루를 쓰면 된다는 것, 그리고 요거트가 들어간다는 것이 내 맘을 끈다.
몇 년 전에 사서 열심히 쓰다가 한동안 처박아둔 요거트 제조기를 다시 꺼내서 지금 작동시키고 있는 중이다.

원래도 닭고기를 좋아하는 편이고, 다이어트 중이라 해도 닭가슴살은 큰 부담이 없을 것 같아서.. 닭고기구이를 해볼 생각이다. 비록 여기 나오는 것처럼 껍질과 뼈가 있는 가슴살이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하림' 닭가슴살을 사두었긴 하지만. 어제 마트 가서 비싼 레몬도 사 뒀겠다, 역시 주말에 도전해 볼까 한다. 로즈마리도 없고 대체할 다른 허브도 없지만, 어차피 양념이니 생략해도 되겠지 뭐~ 하하 - 다이어트 중이라면서 내내 먹는 얘기네 ^-^
만약 실제로 이 요리들을 만들게 되면 여기 리뷰에 같이 올려야겠다.

이렇게 요리법 사진을 죽~ 올리니까 이 책이 마치 요리책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에세이에 가깝다. 이런 식의 책으로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나라의 전통적인 식생활 습관을 따라 해도 살찌지 않을 것 같은데-.

위의 요리법대로 만든 롤빵. 달걀물을 너무 조금 묻혀서 색깔은 좀 밋밋하다. 그리고 반죽이 너무 묽길래 밀가루를 원래 양의 2배 정도를 넣었더니 너무 뻑뻑하여 그다지 맛이 없었다. 어쨌든, 괜찮은 건강빵, 이라는 느낌? 다음에 제대로 다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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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09-28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관심 팍~갑니다. 요즘 '오늘 저녁은 뭐 해 먹이지?'가 제 관심사항이라... 에구야~

2007-09-29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9-30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맹이 2007-09-3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 정말 오늘 뭐 먹지..? 가 뭐 해 먹이지? 로 바뀌면 점점 더 어려운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 평생 하는 고민..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한 힌트를 얻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구판절판


여행하면서 혼자일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요? 혼자 비행기를 탔다 뿐이지 주변엔 항상 사람들이 있잖아요. 내가 사람들한테 다가가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혼자라는 생각은 별로 안 했어요. 말 통하는 사람과 같이 여행하고 밥도 먹고 함께 돌아다니면 더 좋을 수 있겠지만 혼자 여행하는 것도 재밌어요. 혼자이기 때문에 친구를 만날 기회도 많고요. 혼자 여행을 시작했다고 끝까지 혼자인 건 아니거든요. - 윤지현-58쪽

여행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나를 숨길 필요 없이 솔직해질 수 있는 게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우리 각자가 쓰고 있는 마스크를 과감히 벗어버릴 수 있다는 것. 가끔씩 사람들이 널 평가하려 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모두가 서로에게 이방인이니까.-174쪽

혹시 외로움 때문에 힘들지 않았어?
외로움을 걱정하진 않아. 내가 널 만난 것처럼 여행 중에는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대화를 나누고 싶으면 주위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면 돼. - 요하스-174쪽

여행은 내가 세상에 어떤 모습으로 나설지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만들었어. 우리는 모두 나라, 인종, 민족, 또 자기 자신을 대표하잖아. 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세상에 전하고 싶어. 내가 나인 게 미안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 여행을 하면서 사회가 날 어떻게 볼까 고민하는 대신 좀 더 나를 인정하게 됐다고 할까...-263쪽

다른 나라 사람들이 나와 다른 건 당연한 거잖아. 나와 다르다고 해서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 사람들을 나와 구별하려고 하면, 정작 힘들어지는 건 자기 자신이거든. 나와 다르다는 걸 발견하면 그냥 안아주는 거야. - 트레이시아-268쪽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면 마음이 밖으로 나가잖아요. 그런데 우리에게는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밖에서 사람을 만나고 다니며 얻는 기쁨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 않거든요. 위안이 되지 않아요." - 중선스님-281쪽

여행을 떠나는데 정작 발목을 잡는 건 항상 우리 자신이다.-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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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5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분명 읽었는데, 나는 왜 기억이 하나두 안날까요?

알맹이 2007-09-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읽고 나선 곧 잊어버리는 타입이라;; 그 많은 걸 다 기억하고 살 순 없잖아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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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나는 엄마에게 또 학교에 못 가겠다고 말했다. 엄마는 뭔가 문제냐고 물었다. "문제야 늘 똑같죠." "아프니?" "슬퍼요." "아빠 때문에?" "모든 게 다요." 엄마는 출근이 급한데도 침대 위 내 옆에 앉았다. "모든 거라니 그게 뭐니?"-68쪽

"... 길들인 동물들하고, 나한테 길들인 동물이 있다는 것도 슬프고, 악몽이랑,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랑, 아무도 함께 시간을 보내주려 하지 않고 남들한테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하기도 부끄러워 온종일 어슬렁거리는 노인들이랑, 비밀이랑, 다이얼 전화기랑, 재미있는 것도 신나는 것도 없는데 중국인 웨이트리스들이 미소를 짓고 있는 거랑, 또 중국인들은 멕시코 식당을 갖고 있는데 멕시코 사람들한테는 중국 식당이 하나도 없다는 거랑, 거울이랑, 테이프 플레이어랑, 내가 학교에서 왕따라는 거랑, 할머니의 쿠폰이랑, 창고랑, 인터넷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랑, 악필이랑, 아름다운 노래들이랑, 오십 년 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랑......" "오십 년 후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누가 그러디?" "엄마는 낙천주의자예요 비관주의자예요?" 엄마는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낙천주의자야." "그럼, 엄마한테는 나쁜 소식이네요. 인간들은 그럴 힘만 생기면 그때부터 바로 서로를 파괴할 테니까요." "어째서 아름다운 노래가 널 슬프게 하니?" "진실이 아니니까요." "정말?" "아름다우면서 진실한 것은 이 세상에 없어요."-69쪽

그에게 하고픈 말이 있었어. 하지만 그 말이 그에게 상처가 될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마음속에 묻어두고 내가 상처 입는 쪽을 택했지.-250쪽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다른 기분이 들 줄 알았어. 하지만 그때조차도 나는 나였단다.-322쪽

너를 볼 때면, 내 삶이 이해가 되었어. 나쁜 일조차도 다 이해할 수 있었어. 너란 존재를 이 세상에 있게 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이 다 필요했던 거야.
세상에. 네 노래들.
내 부모님의 삶도 이해가 되었어.
조부모님의 삶도.
언니의 삶까지도.
하지만 난 진실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이토록 슬픈 거야.
지금 이 순간 이전의 모든 순간이 바로 이 순간에 달려 있어.
전 세계 역사의 모든 것이 한순간에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어.-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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