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삐에로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0
이사카 고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5월
절판


"소박하고 지겨운 일일수록 그 속에 신적인 것이 들어 있는 거야."-92쪽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많아. 강간사건은 무수히 많으니까. 그래서 임신한 아이를 없애는 사람도 있고, 낳는 사람도 있어. 어느 쪽이 옳다고 생각해?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난 모르겠어. 정답은 없으니까."-97쪽

"아마도 인간은 세계를 바꾸기 위해 불을 사용하는 것 같아."
하루는 불이나 불꽃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시원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신이 세계를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은 물이야. 성서에도 나오는 홍수."-103쪽

"정말로 심각한 것은 밝게 전해야 하는 거야."
하루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무거운 짐을 졌지만, 탭댄스를 추듯이."
시처럼 들렸다.
"삐에로가 공중그네를 타고 날아오를 때는 중력을 잊어버리는 거야."-109쪽

"형도 조심해야 해. 똑바로 가려고 의식하면 할수록 길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살아가는 일과 똑같아. 똑바로 살아가려는데도 어딘가에서 저도 모르게 굽고 말아. 굽어라, 굽어라, 하고 외쳐대도 굽는 거지만."
"커브밖에 못 던지는 피처 같은 거로군."
"포크밖에 못 던지는 피처보다는 나아. 낙하할 뿐인 인생보다는 말이야. 어쨌든 그 다리에는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아."-120쪽

최종적으로 인간이 의지할 곳이란 결국 '성선설'이 아닐까. 사원들 책상 앞에 각자의 부모 사진과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놓아두게 하는 것이 부정 방지책으로 가장 좋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124쪽

사람의 일생은 자전거 레이스와 똑같다고 단언하는 상사가 있는가 하면, 인생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비유하는 동료도 있다. 즉, 인생을 죽을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아야 하는 경주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사고방식과, 인생은 풀코스 요리를 즐기는 것과 같으므로 옆 테이블에 앉은 다른 사람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이다.-147쪽

"차밍하면서 우울, 그거 모순 아냐?"
"모순은 어디에나 있는 거야."
마치 모순은 길거리의 모래만큼이나 된다는 식의 말투였다.-150쪽

세상에는 인터넷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표시되지 않는 인물이나 사물은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세계에서 몸을 숨기고 싶다면 은밀하게 사는 곳을 옮길 필요도 없이 검색 조건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른다.-160쪽

건축한 지 십 년 이상은 된 건물일 것이다. 'CSS' 로고가 빌딩 맨 꼭대기에 그려져 있었다. 휴일인데도 실내 여기저기에 불이 켜져 있었다.대체 이 세상에는 언제나 휴일에는 출근하지 않는 날이 찾아올까?-161쪽

"자신이 생각하는 건 남도 생각한다는 것. 그러므로 대부분의 시도는 여지없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법이지."-179쪽

문득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는 마음의 위로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때 그 자리의 위안이 사람을 구원하기도 해." 그런 말을 자주 했었다. 아버지가 직장 일로 피곤해하거나 좌절하면, 맛있고 화려한 요리를 만들어 "사람을 구원하는 것은 말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이야" 하고 말하기도 했다. 먹으면 없어져 버리는 음식이, 어머니에게는 한순간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197쪽

성냥, 이란 말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명한 소설이 떠올랐다.
"인생은 한 통의 성냥과 비슷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209쪽

자전거를 타고 가면 꼭 알맞겠다고 시간 계산을 해 본다. 계산대로 움직이는 인생은 정말 싫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계산을 그만두지 못한다.-212쪽

"인생이란 강물 같은 거라 뭘 하든 흘러가는 거야."
"안정이니 불안정이니 하는 건 커다란 강의 흐름 안에서는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아. 나아가는 방향에는 별 차이가 없어. 마음이 가는 대로 하면 돼."-71쪽

"어떤 시대에도, 상상력이란 선인에게서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마다 예술가가 필사적으로 짜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예술은 진화하지 않는다는 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십 년 전에 비해 컴퓨터나 전화는 더 편리해졌어. 진화했다고 해도 좋아. 그렇지만 백 년 전의 예술에 비해 지금의 예술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는 거야. 과학처럼 업적을 쌓아올리는 것과 달라서 예술은 그때마다 전력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만칠천년 전의 라스코 동굴에 벽화를 그린 호모 사피엔스도, 21세기의 지하도에 낙서를 하는 나도, 같은 정도의 상상력을 작용시키고 있다는 거지. 에셔는 벽화를 보고 그 사실을 깨달은 거야."-346-347쪽

"인생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알게 되는 거야."-382쪽

"준비하지 않으면 기적도 안 일어나."-397쪽

"아냐. 휘파람새는 아마도 모든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래도 뻐꾸기를 길러. 왜냐하면, 자신만이 아니라 보다 큰 세계를 생각하기 때문이야. 덩치도 작고 울음소리도 보잘것없는데, 정말 대단해."-4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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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품절


나는 도메조 씨의 말을 다 들어주었을 뿐이다. 침묵까지 포함해서 모두.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리고 상대방의 진심을 듣기 위해서는 내 입을 다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뿐이다. 물론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기술이기는 하지만.-92쪽

소문은 담쟁이 넝쿨과에 속하는 악질적인 잡초다. 신경 쓰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고, 깜빡 무시하고 있다 보면 손발이 엉망으로 뒤엉켜 버린다. 효도와의 문제를 마무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소문에 대한 관심을 껐다. 마음만 먹으면 그것은 의외로 간단한 일이다.-211쪽

우정과 연애는 언제나 일방통행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내가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것은 아니지만.-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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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반올림 3
수지 모건스턴 지음, 이정임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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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돈도 하나도 안 드는 일이에요. 왜 다들 학교라는 이름부터 바꿀 생각은 안 해요? 학교란 말은 끔찍한 기억들만 불러일으켜요. 이젠 거의 감옥과 똑같은 말이 된 걸요. 학교는 마치 우리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온종일 사각의 회색 벽 속에 갇혀 지내는 감옥 같아요. 죄수들을 들여 보내거나 내보내기 위하여 정해진 시간에만 이따금 한 번씩 철창문이 여닫힐 뿐인 그런 감옥 말이에요. 학교라는 이름을 바꾸고 나면, 학교에 대해 품고 있던 생각 자체가 달라져서 원점에서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거에요."-122쪽

'심사숙고'하는 어른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마르고는 다음 학기가 되어도 학교는 지금 이 상태에서 한 치도 달라질 수 없으리란 것을 알았다. 회의장을 나오면서, 마르고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떤 개혁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울러 생각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123쪽

마르고는 몽상에 잠겼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함께 학습 계획을 짜고 함께 공부하는 그런 앎의 터전을, 모임을, 현장을.....
그럼 역사-지리나 자연 과학이 완전히 동떨어진 별개의 과목만은 아닐 것이다. 또 문학이며 그 밖의 과목들과도 밀접한 연관을 갖게 될 것이다. 언젠가 자연 과학 시간에 '종의 진화'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다. 그럴 때 국어 시간에 거기에 맞춰 찰스 다윈 시대의 책들을 공부할 수 있었다면, 역사 시간에 그 시대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탐구할 수 있었다면....-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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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가방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3월
절판


하지만 분노라는 것은 미묘하게 쌓이고, 작은 파도가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서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그렇게 쌓인 분노가 살면서 뜻밖의 장소에서 터질지도 모르는 거지요. 결혼 생활이란 그런 거죠, 그럼요.-69쪽

선생님의 경우, 상냥함이란 것은 공평하고자 하는 정신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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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들은 억울하다 - 김대유의 생활지도 딜레마
김대유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1월
절판


아무 일도 시도하지 않고 일 년을 낭비하기보다는 실패해도 좋다는 뜨거운 마음을 갖기를. 첫사랑처럼.-81쪽

교실은 꼭 못자리 같아서 교사의 손길이 조금만 미치지 않으면 금세 잡초가 자라고 파란 싹이 노랗게 시든다.-88쪽

교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아이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반드시 사과하라.

약국의 처방전처럼 예상되는 약속 불이행 항목을 정하고 지키지 못할 때 그에 따라 적용할 벌칙이나 대안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처방하라.-92-93쪽

아이에 대한 접근은 철저히 기초 조사에 의존하여 계획을 세우고, 그 실행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표나지 않게 해야 한다. - 무관심한 아이-95쪽

얄미울수록 좋은 일을 하나씩 시키면서 칭찬하고 '너를 믿는다'고 속삭여 주어라. 진짜로, 진심으로 칭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만 맡겨야 한다. - 이기적인 아이-99쪽

치유해야 할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 물처럼 유연한 지도 방법이야말로 불 같은 아이의 마음을 누그러트리고 반성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드는 아이

아이를 강경하게 다스리기 전에 10초 정도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 보는 것이 어떨까? 인격적인 지도는 '생각'을 통해 우러나오니까.-122쪽

아이들은 유능한 선생님보다는 이해심 많고 그 이해심으로 자신들을 적절히 통제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환영한다.

십대 문화 읽기에 대해 고루 능력을 갖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꼭 그렇지 못하더라도 어깨동무하고 함께 그들의 '콩밭'에 발을 들여놓을 용기를 갖는 것, 그것이 곧 능력이요 아이들 읽기의 기본 자세이다.-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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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ony 2007-05-0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천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노력해야 할 일들이로군. 잡초밭이 되고나면 곧 항복하게 되곤하니 날마다 부지런히 돌볼지어다.

알맹이 2007-05-04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잡초밭 안 되게 하려고.. 올 해 초 이 책 읽은 덕분에 계속 긴장하게 되네. 그래도 5월쯤 되니 슬슬 풀어지는 기운이 느껴져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