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무트 뉴튼 - 관음과 욕망의 연금술사 현대 예술의 거장
헬무트 뉴튼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절판


가능한 한 옛날 물건들은 내다버리고 가볍게 여행하는 것. 그것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실천해 온 버릇이었다. 나는 내일을 기대하고 어제를 되돌아보지 않는다. 오늘이 상당히 좋았다면 내일은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140쪽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난 당신과 결혼하고 싶지만 당신과 같이 뛰어난 배우가 정말 결혼해야 하는지는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이어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함께 살아봅시다. 결혼이 뭐 별 거겠어요? 하지만 이거 한 가지는 미리 말씀드리지요. 언제든 나의 일이 우선입니다. 당신을 아무리 사랑해도 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거예요."-178쪽

그래서 나는 위험하기는 하지만 내 입장과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녀는 한참 생각하더니 말했다. "좋아요. 그래도 결혼해요."-170쪽

이런 점에서 준은 내게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밖에 나가서 양식을 살 돈을 벌어 오라"고 말하지 않았다. 위대한 패션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나의 욕구와 야망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있듯이 사진을 선택한 것은 사진이 좋아서 그런 것이지, 큰 돈을 벌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212쪽

나는 대단히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내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 준이 파리에서 헐레벌떡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사는 그녀를 데리고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 당신의 최고 귀중품이 도착했습니다." "뭐라고요? 이게 나의 최고 귀중품이오." 나는 나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은 나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준은 섭섭했는지, 그 말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았다.-253쪽

나는 이야기를 여기서 끝내려고 한다. 크게 성공했든 간신히 성공했든, 성공한 이후의 이야기는 독자의 관심 밖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성공을 거두기까지의 과정을 다루었다.-268쪽

패션 사진은 논리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것은 시작도 끝도 없는 순간 그 자체이다.-2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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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클래식 레터북 Classic Letter Book 5
나쓰메 소세키 지음, 육후연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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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숙직이 있어서 교직원이 교대로 맡고 있다. 단, 너구리와 빨강셔츠만은 예외다. 월급은 많이 받으면서 업무 시간은 적고, 거기다 숙직까지 면제 받는 이런 불공평한 처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제멋대로 이런 규칙을 정해 놓고, 그것이 당연한 듯한 낯짝을 하고 다닌다. 어쩌면 저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있단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불공평한 처사의 극치다.-68쪽

오늘밤 내로 이기지 못하면, 내일 이긴다. 내일이 아니면 모레다. 모레도 이기지 못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이길 때까지 여기에 있을 것이다.-84쪽

생각해 보면,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옳지 못한 일을 장려하고 있는 듯하다. 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박힌 듯하다. 가끔 솔직하고 순진한 사람을 보면, "샌님"이라는 둥 "어린 녀석"이라는 둥 하면서 트집을 잡고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하지 말고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지 않은가. 이왕이면 큰 맘먹고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비법'이라든가, '사람을 믿지 않는 술법'이라든가, '사람을 이용하는 술책' 등을 학과목으로 정하여 가르치는 것이 이 세상을 위하고 당사자를 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빨강셔츠가 웃는 이유는 나의 단순함 때문일 것이다. 단순함이나 솔직함이 비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어쩔 수 없다. 기요는 결코 그것을 비웃은 적이 없다. 오히려 감동하며 들어 주었다. 기요가 빨강셔츠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다.-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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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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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로 마음먹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나는 달리 갈 곳도 없는데다가 딱히 할 일도 없었다.-14쪽

두 개의 세계가 겹쳐 있다. 지금 자전거를 타는 이 사람들 중에는 자전거를 도둑맞게 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가롭게 공원을 거닐고 있는 연인들은 집에 돌아가 아파트에 강도가 든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떠들며 웃고 있는 아이들이 강도로 돌변하여 총이나 칼을 들이댈지도 모른다. 뉴욕의 진짜 얼굴을 이해한다는 건 누구에게든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79쪽

이튿날 아침 <뉴스>를 샀다. 킴 다키넨 기사를 밀어내고 벌써 새로운 살인 사건 기사가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다.-109쪽

"사람들은 자기가 뭔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때가 있어."
"때로는 자기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말하기도 하고."
"그 말도 맞아."-148쪽

"하인리히 하이네가 죽어 가고 있을 때 말이에요. 그 사람 독일 시인이죠?"
"그런가?"
"죽어 가면서 이렇게 말했대요. '하느님은 나를 용서하실 거야. 그게 하느님의 직업이니까.'"
"재미있는데."
"독일어로 하면 더 근사할 거예요. 나는 섹스를 하고 당신은 탐정 노릇을 하고 하느님은 용서를 하죠."-163쪽

"<워터십 다운의 열한 마리 토끼>라는 책을 읽어 보신 적 있나요?"
읽은 적이 없었다.
"그 책에 토끼 마을이 나오거든요. 인간들에 의해 길들여진 토끼들의 마을이죠. 인간들이 토끼를 위해 음식을 마련해 주기 때문에 식량은 충분해요. 식량을 주는 사람들이 이따금 덫을 놓아 토끼 고기를 먹으려고 드는 것만 빼면 토끼 천국이라고 할 수 있죠. 살아남은 토끼들은 절대로 덫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덫에 걸려 죽은 친구들에 대해 말하는 법이 없어요. 그들은 덫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죽은 동료들이 아예 살았던 적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히 행동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한 셈이죠."
그녀는 이야기하는 동안 시선을 돌리고 있다가 문득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뉴요커들이 마치 그 토끼들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여기 사는 건 문화든 일자리든 간에 이 도시가 주는 뭔가가 필요해서죠. 그리고 이 도시가 우리 친구나 이웃들을 죽일 때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보죠. 그런 기사를 읽으면 하루나 이틀쯤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곧 잊어버리는 거예요. 잊어버리지 않으면 그 일에 대해 뭔가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지 않으려면 이 도시를 떠나야 하는데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우린 마치 그 토끼들 같아요. 그렇죠?"-249쪽

걷기 시작했다. 달리지 않으려면 걸을 수밖에 없었다.-368쪽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이름은 매트예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내 이름은 매트고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그리고 빌어먹을 일이 벌어졌다. 내가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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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이리스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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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로 향하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 그런 사소한 사실이 기뻤다.-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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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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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몸이 잘 사는 것과 마음이 잘 사는 것은 서로 다른 건가요?"
"암, 다르고 말고. 몸이 잘 산다는 건 편안한 것에 길들여지는 거고, 마음이 잘 산다는 건 편안한 것으로부터 놓여나 새로워지는 거고, 몸이 잘 살게 된다는 건 누구나 비슷하게 사는 거지만, 마음이 잘 살게 된다는 건 제각기 제 나름으로 살게 되는 거니까."-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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