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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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달리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다. 매일 달린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선과 같은 것으로, 바쁘다는 핑계로 인해 건너뛰거나 그만둘 수는 없다.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달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115쪽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127쪽

세상에는 때때로 매일 달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 "그렇게까지 해서 오래 살고 싶을까" 하고 비웃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이지만 오래 살고 싶어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설령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한 인생을 보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이 수적으로 훨씬 많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10년이라고 해도, 명하게 사는 10년보다는 확실한 목적을 지니고 생동감 있게 사는 10년 쪽이, 당연한 일이지만 훨씬 바람직하고, 달리는 것은 확실히 그러한 목적을 도와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127~128쪽

강연을 할 때는 30분이나 40분쯤의 영어 강연 원고를 송두리째 머릿속에 집어넣고 연단에 서지 않으면 안 된다. 원고를 일일이 읽어가면서 청중에게 생생한 감정을 전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음성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청중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어느 정도 웃음도 섞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고 하는 인간의 성품 같은 것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일시적으로나마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 때문에 몇 번이고 이야기하는 방법을 연습한다. 그것은 꽤 노력과 시간을 요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자신이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고 하는 보람이 있다.-154~155쪽

무리를 해서 계속 달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걷는 쪽이 현명했을 지도 모른다. 많은 주자들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걸으면서 다리를 쉬게 한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걷지 않았다. 스트레칭을 하기 위한 휴식은 착실하게 취했다. 그러나 걷지는 않는다. 나는 걷기 위해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 아니다. 달리기 위해 참가한 것이다. 그 때문에 - 그 목적 하나를 위해 - 비행기를 타고 일부러 일본의 북녘 끝까지 날아온 것이다.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해도 걸을 수는 없다. 그것이 규칙이다. 만약 자신이 정한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깨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레이스를 완주하는 것은 아마도 어렵게 될 것이다.-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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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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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널에는 곧 하늘로 올라갈 비행기의 여행일정을 알리는 스크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의도적으로 직공 같은 느낌을 주는 글자체를 사용한 이 스크린처럼 공항의 매력이 집중된 곳은 없다. 이 스크린은 무한하고 직접적인 가능성의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가 충동적으로 매표구에 다가가, 몇 시간 안에 창에 셔터를 내린 하얀 회반죽 집들 위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외침이 울려퍼지는 나라, 우리가 전혀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 우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나라로 떠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 보여주기 때문이다.-49쪽

나는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가 네로 황제를 위하여 쓴 『분노에 관하여(On Anger)』라는 논문, 그 중에서도 특히 분노의 뿌리는 희망이라는 명제가 떠올랐다. 우리는 지나치게 낙관하여, 존재에 풍토병처럼 따라다니는 좌절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노한다. 열쇠를 잃어버리거나 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 할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열쇠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여행계획이 늘 확실하게 이행되는 세계에 대한 믿음, 감동적이기는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순진한 믿음을 드러내는 것이다.-57쪽

우리 대부분은 치명적인 재난에 가까운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야만 일상생활에서 좌절과 분노 때문에 인정하지 못했던 중요한 것들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것 같다.-73쪽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문명의 모든 이점이 가정 내의 말다툼 한 번으로 얼마나 빠르게 쓸려나갈 수 있는 것인지. 불을 피우거나 쓰러진 나무로 초보적인 커누를 만들려고 애쓰던 인간 역사의 초기에, 우리가 인간을 달로 보내고 비행기를 오스트레일리아에 보내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우리 자신을 견뎌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불끈 성질을 낸 것을 사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이렇게 고생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76쪽

우리는 사회 생활에서는 힘과 강인함을 투사하며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지만, 결국은 지독하게 연약하고 위태로운 피조물들이다. 우리는 더불어 사는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을 습관적으로 무시하고 또 그들 역시 우리를 무시하지만, 늘 우리의 행복의 가능성을 볼모로 잡고 있는 소수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냄새만으로도 인식할 수 있으며, 그들 없이 사느니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할 것이다.-191쪽

우리는 우리가 찾아갔던 여행지들에 부탁할 수도 있다. "내가 더 관대해지고, 덜 두려워하고, 늘 호기심을 느끼도록 도와줘. 나와 내 혼란 사이에 틈이 벌어지게 해줘. 나와 내 수치감 사이에 대서양 전체를 넣어줘." 지혜로운 여행사라면 우리에게 그냥 어디로 가고 싶으냐고 물어보기보다는 우리 삶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으냐고 물어볼 수도 있을 텐데.-199~200쪽

우리는 모든 것을 잊는다. 우리가 읽은 책, 일본의 절, 룩소르의 무덤, 비행기를 타려고 섰던 줄,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 등 모두 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 행복을 이곳이 아닌 다른 곳과 동일시하는 일로 돌아간다. 항구를 굽어보는 방 두 개짜리 숙소, 시칠리아 순교자의 성, 아가타의 유해를 자랑하는 언덕 꼭대기의 교회, 무료 저녁 뷔페가 제공되는 야자나무들 속의 방갈로. 우리는 짐을 싸고, 희망을 품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욕구를 회복한다. 곧 다시 돌아가 공항의 중요한 교훈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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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교단일기 - 살구꽃이 피는 학교에서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 8
김용택 지음 / 김영사 / 2006년 5월
구판절판


제대로 선생 노릇 해야겠다. 사람을 만들어야지.... 기죽이지 말고 의젓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을 길러야 한다.-12쪽

아이들에게 진실과 정직을 보여주자. 그 중에서 내가 지금 제일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아이들에 대한 성실함이다. 잊지 말자. 명심하고 다짐하자. 성실함.-12쪽

지루한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날들이 되어야 한다. 선생은 자기 자신과 아이들에게 늘 새로운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삶도 스스로에게 빛을 발하리라.-14쪽

나무랄 때도 절대 감정을 앞세워선 안 된다. 교단은 자기 인생을 수업하는 고난도 수련 도장이다. 교사는 스스로 위대한 인격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17쪽

나는 무엇이든지 결국은 바르게 고쳐왔다.-25쪽

선생이 선생다워야 한다. 선생답게 행동해야 아이들이 내 앞에서 자유롭다. 내 앞에서 아이가 아이다운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내 잘못이다.-29쪽

선생은 가르치면서 동시에 배운다.
가르치는 게 내 공부가 되어야 한다.
선생은 늘 새로 태어나야 한다.
아이들 앞에 늘 새로워야 한다.
아이들 눈처럼 세상이 늘 새로 보여야 한다.
그게 사랑이고 감동이고 삶이다.
사랑과 감동은 한 몸이다.
사랑만이 세상 모든 것을 다 담는 큰 그릇이다.
나는 날마다 사람 앞에 서 있다.
-39쪽

진보의 개념을 다시 써야 한다. 경제적인 부를 찾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안락과 편리한 생활은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부르고 그것은 자원 고갈을 부른다. 이로 인해 죽어가는 자연과 인간성을 진보라고 말할 수 없다. 역사란 인류가 행복을 찾아가는 길의 기록이어야 한다.-42쪽

내가 사람을 존경하고 귀하게 대할 때 내 마음도 편하고 나도 귀한 사람이 된다. 품위 있고 품격 있는 인간성도 나에게서 나옴을 알라.-77쪽

부부는 그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내며 살까. 부부는 가장 위대한 관계다.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는 일은 그 둘의 몫이다.-79쪽

아이들은 어른들의 거울이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알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모든 잘못을 뒤집어씌우려 든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파렴치한 사회에서 아이들한테만 곱게 자라라고 말할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81쪽

나는 척박한 땅에 핀 작고 진한 빛을 가진 꽃이고 싶다.-84쪽

몸으로 힘을 써서 무언가를 이루는 일은 위대하다.-87쪽

정말 공부할 것들이 참 많다. 새로운 것들을 깨닫고 터득하는 요즘 자꾸 심호흡을 하게 된다. 독서의 즐거움, 세상을 깨달아가는 기쁨, 진리를 터득해가는 이 서늘함이 좋다. 사랑과 감동 희구는 끝이 없다. 근본, 원칙, 진리, 진실, 인류, 나 혼자 우뚝 서는 도도함이 갖는 깨끗함, 두려움과 부러움 없는 맑은 정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나는 아직 젊고 시간이 많다. 정진하라. 내려앉아라. 퍼져라. 존재의 진실과 진리에 닿아라.-90쪽

글을 쓰는 일은 세상을 자세히 보고, 보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고, 정리한 내용을 조직해서 논리를 세워 표현하는 일이다. 글쓰기의 기본인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자세히 봄으로써 사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를 알게 된다. 그 상관성을 알면 자연스레 그게 옳은지, 그른지, 이 세상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가치 판단을 하게 된다.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가치를 따져 철학적인 사고방식을 터득할 수 있다.-112쪽

아내가 그런다.
"저 고운 단풍 속에 녹색이 있으니 참 곱네."
그렇구나. 그렇다. 단풍이 물들지 않은 녹색잎이 있어야 단풍이 물든 산이 곱다. 그 산에서 본 푸른잎은 정말 차란하게 푸르렀다.-136쪽

함께 더불어 행복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적인 삶을 학교에서 맛보도록 해야 한다. 시험에 따른 등수로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저마다 타고난 사람다움으로 세상을 꾸며가야 한다. 그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이상을 향해 나가야 한다. 너 죽고 나 사는, 추악한 경쟁을 제일로 삼는 세상은 사람이 살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이루고자 하는 세상을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다. 이 꿈 없는 삭막한 세계를 우린 그냥 무력하게 살아간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린 지금 무엇을 가르치는가.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어떤 세상을 이루라고 가르치는가. 지금 우린 어디로 가는가. 채워지지 않고 헛배만 부른 부유함을 어찌할 것인가.-138쪽

아내에게서 늘 새로움을 발견한다. 내 아내는 이렇게 넓고 깊은 사람인가 보다. 아니, 사람은 다 그렇다. 다만 우리가 습관처럼 눈을 감고 살기에 느끼지 못할 뿐이다. 아내가 내게 처음처럼 새로워지면 그게 사랑이다. 아내에게 느낀 이 한없는 사랑이 내 아이들과 세상으로 아름답게 번져나가고 스며든다. 아내에게 깊이 다가간다. 사랑은 아름답게 번지는 꽃물결 같다. 아내에게 느꼈던 바위 같은 믿음과 사랑을 잊지 말자. 그 사랑의 길로 나는 세상을 갈란다.-155쪽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진실을 표현하는 공부다. 우리가 사는 주위 사물을 자세히 보는 일이 글쓰기의 시작이다. 자세히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 생각을 정리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면 글이 되고 그림이 된다. 공부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섬세한 눈으로 자세히 보는 일, 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보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논리적으로 조직하고 정리하여 표현하는 일을 거듭하다 보면, 나중에 생각이 확대되고 조직하는 능력이 저절로 생겨 논리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이게 철학적인 삶의 태도가 아닐까?-190쪽

살을 다 발라버린, 가시만 남은 고기처럼 마음이 앙상하게 초라해질 때가 있다.-206쪽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사는 동안 무엇을 얼마나 이루겠는가. 또 무엇을 이룬다 한들, 그 이룸이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오래오래 빛을 잃지 않는 가치로 남을 것인가. 먼 곳을 바라보며 진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진정성이야말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말이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일상에 성실하고 똑바른 행동이 허위와 거짓 없는 진정성임을 다시 다짐하라.-221쪽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이 되도록 해야 한다. 나는 늘 지금을 사랑했다. 나는 늘 지금이 좋았다. 항상 지금의 내가 제일 좋았다. 어제의 일이나 내일의 일을 나는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다만 내가 딛고 있는 지금 나의 일상을 잘살았다. 내 현실이야말로 내 스승이었다. 나를 내가 귀하게 가꾸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귀하게 생각해주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는 늘 그러셨다. 우리 집 개를 우리가 예뻐해야 동네 사람들도 예뻐한다. 내가 나를 귀하게 가꾸라는 말이었다. 교육의 기본은 자기를 알고 자기를 귀하게 가꾸는 데다 두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남도 귀하게 생각해줄 줄 안다.-233쪽

삶이 도대체 무엇인가. 삶이 때로 부질없고 덧없을 때 삶은 새로이 아름답다. 나는 참 단순하게 산 셈이다. 부러울 것도 무서울 것도 없다. 조금은 외롭고 조금은 쓸쓸했다. 그 쓸쓸함과 외로움이 소금처럼 나라는 사람을 간간하게 해주었다. 살자! 살아보자!-245쪽

선생은 위대하다. '선생'이라는 말을 나는 사랑한다. 진정한 선생은 가르치면서 배운다. 매 순간, 하루하루 사람을 상대로 해서 지내는 선생은 가르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종합적으로 배운다. 사람이 커진다.
나는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때로 내가 훌쩍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선생이 위대한 것은 상대하는 교육의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위대한 일이다.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나는 늘 잘못을 저지른다. 그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는 일은 자기를 성숙하게 만드는 일이다. 반성함으로써 스스로 성숙해지는 일은 자기의 인격을 완성해가는 일과 같다. 내가 먼저 훌륭한 인격자여야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있지 않겠는가. 끊임없이 인간 자격을 갖추는 일을 해야 한다. 가르치는 것은 수양이고 인간적인 자기 교육이다. 그래서 '선생'이라는 말에서는 성스러운 느낌마저 묻어난다. 나는 정말이지 그런 선생이고 싶다. 선생은 가르치면서 더 많이 배운다.-252쪽

지성인은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뛰어드는 자'이다. 무엇이 지성인으로 하여금 남의 일에 뛰어들게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정의와 자유, 선과 진실, 즉 인간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유린당하거나 문제될 때, 지성인은 방관자의 자세를 버리고 남의 일을 자기 일로 간주하고서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선과 진실의 승리를 위해 투쟁에 나선다.

어느 신문기사에서 따왔다.-263쪽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걸음을 재촉한다는 말이 있다.
명심하라.-264쪽

반성한 것을 또다시 반성하는 반성의 반복은 안 된다.-284쪽

오래된 나무에서 피는 몇 송이 꽃들은 고졸하고 소담스럽고 빛이 더욱 아름다워 고색창연해 보인다. 사람도 저래야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드문드문 아름다운 꽃을 피워야 한다. 사는 자세가 저렇게 빛나야 한다. 선생의 자세도 나이 먹어갈수록 저러해야 하리라.-321쪽

자신의 잘못이 사람에게 가 닿고, 사람을 아프게 하고, 따라서 자기 자신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선생은 자기 잘못을 늘 반성하고 자기를 아이들 앞에 바로 세우려 노력할 때만 선생이다.-3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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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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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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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7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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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집 - 하 - 미야베 월드 제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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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목숨, 어느 쪽이 무거운가. (- 상권)-200쪽

"분한 것은 알겠네만 토라지지 말게." 우동을 입에 가득 넣고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비뚤어진 근성은 좋지 않아. 그러려면 차라리 화를 내게. 어차피 나는, 하면서 비뚤어진 생각으로 비비 꼬이는 것보다 솔직하게 화를 내는 게 훨씬 낫네."-13쪽

"비는 누구의 머리 위에나 똑같이 내린다. 하지만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338쪽

머릿수를 믿고 일을 벌일 때 사람의 마음은 빛을 잃는다.
어디가 밝은 곳인지를 알지 못하게 된다. 어두워도, 탁하고 소란스러워도, 사람들이 모이는 방향으로 우르르 달려가고 만다. 다 함께 달리다 보면 어깨가 부딪히고, 누군가가 누군가의 발을 밟고, 쓰러진 사람의 등을 밟고, 고함 소리가 나고 주먹을 휘두른다. 상대방의 얼굴조차 분간하지 못한다.
붙잡아 흔들고, 걷어차고, 욕설을 퍼붓고, 욕설을 듣는다. 그저 거기에만 몰두해서 본래 무슨 이유로 싸움이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어디에 불만이 있는지, 중요한 사실은 뒤에 남는다.-3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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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달려라 - 지식공작소 마라톤 7
존 빙햄 지음, 홍은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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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나쁜 것은, 내 영혼도 결코 이루지 못한 꿈들의 잔재들로 어지럽혀 있다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도를 갖고 시작하더라도 우리의 과거가 우리를 집어삼키는 것은 시간 문제다.-5쪽

그러나 변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나는 변했다. 러너가 되는 과정은 달리는 첫 발자국과 함께 시작됐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당신은 의식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스스로 인정할 수 없고, 하지도 않을 테지만 달리기라는 행위는 당신을 바꾼다.-17쪽

항상 그렇게 쉽지도, 재미있지도 않은 일이지만 스스로에 대해 보다 정직해질수록 당신은 더욱더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활동하는 삶을 향한 첫 번째 장애물이다. 언젠가 한 친구가 말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사면서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 인생을 소비한다. 우리 대부분은 현실을 인식하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24쪽

우리는 삶이 활동사진이 아니라 마치 한 장의 고정된 사진인 것처럼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이미지에 들러붙어 있다. 우리의 성공을 가로막고 있는 그 기억들을 몰아내지 않는 한 몸을 단련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를 소파에 묶어 놓는 것은 늘어난 몸무게가 아니다. 우리의 영혼을 누르는 무게다. 우리 스스로 운동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러너라고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이드라인에 서 있는 것이다.-30쪽

때때로 우리는 우리 과거의 거름을 파헤치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 더미는 우리가 파기에는 너무 높고 크다. 그러나 우리는 그 작은 소녀의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 안 어딘가에 활동적이고 건강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마음의 기대와 희망을 갖고 계속 파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계속 삽질을 하면 우리의 꿈이 실현될 거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35쪽

앉은뱅이로 살아온 몸을 운동의 목표를 이루는 도구로 전환하려면 규율보다는 인내, 재능보다는 집요함이 필요하다. 몸의 특징과 기능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71쪽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운동의 종류와 강도, 지속기간, 빈도를 당신에 맞게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달리 말해, 당신은 어떤 종류의 훈련을 얼마나 세게 오래 그리고 얼마나 자주 할지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79쪽

천천히 하라. 달리기 첫 해에 5km 대회에서 마라톤까지 모든 거리를 정복하려고 서두르는 것은 쉬운 일이다. 이렇게 하면 부상과 에너지 고갈에 이르고, 러너가 되는 과정을 놓치게 된다. 그 길로 가는 길에는, 몸매가 좋아지고, 몸이 튼튼해지며, 자신에 대한 신뢰가 강해지는 것과 같이 즐겨야 할 것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질주하거나 서두르는 대신에, 천천히 하면서 가는 길의 모든 발자국을 즐겨라. 곧 당신은 그 경험을 하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 때까지 당신에게 찾아오는 새로운 각각의 경험을 즐기고, 운동선수가 되고 있음을 만끽하라.-87쪽

나는 놀이와 음식을 결합했다. 모든 종류의 레크리에이션이 먹을 기회를 부여했다. 극장에 간다 = 먹는다. 야구장에 간다 = 먹는다. 모터사이클 경주에 간다 = 먹는다. 파티? = 먹는다. 회의? = 먹는다. 데이터하러 간다 = 먹는다. - 쓰레기를 먹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장에서.-93쪽

진정한 단련은 당신의 자아(ego)에 필요한 것을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의 몸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하는 것이다.-113쪽

내 인생 대부분 나는 오직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만 생각해왔다. 나는 뭔가를 시도했고 즐길 만큼 잘하게 됐고 더 잘하려고 하다가 내 무능력에 좌절해 포기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감의 힘에 대해 믿지 못한다. 영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은 일주일 또는 이주일 동안에는 유효하며, 동기까지 생기면 두 달쯤 간다. 그러나 변화된 삶의 방식이 평생 가려면 헌신이 필요하다.-144쪽

규율이 있는 러너보다 헌신하는 러너가 된다는 것은 좌절도 진보에 이르는 조합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헌신하는 러너에게 좌절은 구하고 맛을 봐야 할 것이지, 피해야 할 것은 아니다.-148쪽

결국 우리 대부분은 삶이 직선적이지 않고 주기적이라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살았다. 우리는 안 좋은 때를 견디고 좋은 때를 즐기는 법을 배워왔다.-156쪽

실패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비결은 실현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목표를 이루려고 맹목적으로 노력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필요하다면 그 목표도 조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성공과, 반복되는 성공은 한 번에 조금씩 진보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이뤄진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는 여정 자체를 즐기는 것과 목적지에만 오로지 신경을 쓰는 것의 차이다.-168쪽

당신의 목표들은 당신의 목표들이어야 한다. 그것들은 당신의 기준에 근거해야 한다. 당신은 오직 그런 기준에 의해 당신을 평가해야 하고, 미래의 성공을 이루는 수단을 자신의 성공 패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당신이 그렇게 한다면 목표를 갖는 데 따른 보상과 벌은 모두 당신의 것이 될 것이다.-177쪽

일관성...... 그것이 전부다. 처음 시작했을 때 얼마나 멀리 뛰고 얼마나 오래 뛰는지 중요치 않다. 그러나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관성 있게 밖으로 나가라. 오직 15분밖에 뛸 수 없다고 해도 진보를 향한 먼 길을 떠나라. 많이 할 필요 없다. 하지만 순조롭게 가기 위해서는 출발할 때 지속적으로 하라.-178쪽

다음 번 달리기와 걷기 그리고 자전거 타기와 수영에서 움직임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라. 당신이 태우는 칼로리와 당신이 낮추고 있는 콜레스테롤에 대해서는 잊어라. 당신의 피부에 닿는 해와 바람을 느껴라. 나무와 꽃들의 냄새를 맡아라. 새들에게 귀 기울여라. 빛과 그림자를 보라. 움직이지 않을 때도 건강이 당신에게 허락하는 느낌에 집중하라. 당신 근육의 팽팽함과, 걸을 때마다 발자국에서 느껴지는 에너지, 폐의 힘을 느껴라. 건강한 것의 기쁨을 느껴라.-187쪽

오늘 당신이 얼마나 건강하든 간에 지금부터 일년 뒤 당신은 보다 건강해지거나 덜 건강해질 것이다. 그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지금의 활동 수준을 유지한다면 당신은 노화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만 빼놓고는 오늘날과 비슷한 수준의 건강을 유지할 것이다. 우리 모두의 생물학적 시계는 재깍재깍 가고 있다. 서서히 그러나 사정없는 시간과 중력은 우리 몸을 조금씩 유린한다.
초기 건강의 목표들을 이뤄내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활동하는 것의 즐거움에 순응하는 것이다. 그것은 살을 빼거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활동하는 삶의 길을 시작했다는 것을 잊어버렸음을 뜻한다. 그것은 당신의 나이에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을 느끼고 더 유쾌하게 사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당신이 이때까지 경험한 가장 힘든 시합 - 시간과의 시합을 이겼다는 것을 뜻한다.-190-191쪽

내가 달릴 때, 훈련이든, 시합에서든, 나는 강하고 재빠르며 품위 있는 자신을 상상한다. 내가 달릴 때, 용기와 자부심을 갖고 삶을 우아하게 헤쳐 가는 나를 상상한다. 내가 달릴 때, 나는 자식으로서 또는 부모로서, 또는 친구로서, 또는 연인으로서 내가 범한 실패를 잊는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내가 항상 되고 싶었던 나를 창조한다. (...)
그리고 우리는 몸과 영혼에 가한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달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기 위해 달리게 될 것이다. 그런 모든 게 합쳐져서 우리는 (자기) 긍정을 향한 파란만장한 여행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294쪽

나의 노력을 지시하는 사람은 나였다. 지치도록 일하게 한 바로 그 사람이었다. 가장 거창하게 말하면 내 인생을 제어하는 사람은 나였다. 그날도 그렇고 그리고 어느 날이나 나는 둘 중의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자신의 한계에 맞춰 일하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일하는 것.-3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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