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노와이 희망의 교육 5부작 5
조벽 지음 / 해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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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교육자의 특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학생에 대한 배려, 수업 준비와 열의, 명확하게 설명하는 능력, 흥미 유발, 전문 지식, 토론을 장려하는 것 등이다.

선생님이 질문하고 스스로 답하는 강의는 최하급 강의. 선생님이 질문하고 학생이 답하면 조금 발전한 강의. 학생이 한 질문에 선생님이 답하면 바람직한 강의. 최상급 강의는 학생이 한 질문에 다른 학생이 답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학생 중심 교육이란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아니다. 학생이 자신의 교육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이것이 평생 교육의 기본이다.-8-9쪽

비전이란 손에 쥔 것을 놓으면 더 좋은 것을 쥘 수 있다는 믿음을 제시하는 것이다. 믿을 수 없으면 손에 쥔 것이 아무리 썩은 것이어도 더 꽉 쥐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다. 따라서 사람을 움직이려면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16쪽

교수의 강의 스타일과 강의하는 습관은 첫 2년 안에 굳어 버린다고 합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말입니다.) 신임 교수 시절 정신없이 바쁘다는 이유로 강의를 소홀히 하면 훗날 시간적 여유가 생겨도 강의를 소홀히 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습관을 들이기는 쉬워도 버리기는 너무 힘듭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매학기 단 한 과목만이라도 강의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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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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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지만, 친정에서 하는 가게 일을 돕느라 바쁜 데다 일주일에 사흘은 친정에서 자고, 아이도 없고, 모두가 바쁜 덕분에 풍랑이 일지 않는 생활이 가능했다. 도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어처구니없는 설정이었다. 겉으로는 어른이지만 실은 모두 어린애인, 흔히 있는 얘기였다.-23쪽

중요한 것은 식욕이 아니라, 신경을 써주는 마음이다. 생활에서 그런 것이 사라지면 사람은 점점 탐욕스러워진다.-101쪽

... 공기는 베일 듯 맑았다.-1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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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보는 바보 진경문고 6
안소영 지음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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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이 그 책들을 뽑아 드는 것이 아니라, 방문을 여는 순간 내 얼굴빛과 표정으로 마음을 미루어 짐작한 책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여 다가오는 것만 같다.-14쪽

햇살이 환한 방 안에 가만히 앉아 책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했다.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책 한 권이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가로 한 뼘 남짓, 세로 두 뼘 가량. 두께는 엄지손가락의 절반쯤이나 될까. 그러나 일단 책을 펼치고 보면, 그 속에 담긴 세상은 끝도 없이 넓고 아득했다. 넘실넘실 바다를 건너고 굽이굽이 산맥을 넘는 기분이었다.
책과 책을 펼쳐 든 내가, 이 세상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얼마쯤 될까. 기껏해야 내 앉은 키를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책과 내 마음이 오가고 있는 공간은, 온 우주를 다 담고 있다 할 만큼 드넓고도 신비로웠다. 번쩍번쩍 섬광이 비치고 때로는 우르르 천둥소리가 들리는 듯하였다.-21쪽

첫째, 굶주린 때에 책을 읽으면, 소리가 훨씬 낭랑해져서 글귀가 잘 다가오고 배고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 날씨가 추울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의 기운이 스며들어 떨리는 몸이 진정되고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셋째,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괴로울 때 책을 읽으면, 눈과 마음이 책에 집중하면서 천만 가지 근심이 모두 사라진다.
넷째, 기침병을 앓을 때 책을 읽으면, 그 소리가 목구멍의 걸림돌을 시원하게 뚫어 괴로운 기침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24쪽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그보다 더 먼 훗날의 사람들과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다 하더라도 누군가 나의 마음속에 스며들어와 나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서로 시간을 나눌 수 있다. 옛사람과 우리가, 우리와 먼 훗날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누며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함께하는 벗이 되리라.-249,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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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보, 내 인생 반올림 2
미카엘 올리비에 지음, 송영미 그림, 조현실 옮김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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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섯 살이시라고요..... 그럼 선생님께는 유년기, 사춘기, 그 시절들이 모두 지금의 선생님 나이로 오는 과정에 지나지 않겠군요.... 또 전 열 여섯 살밖에 안 됐으니,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할 거고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심각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니죠, 전 열여섯 살인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요! 전 유년기, 사춘기, 그것밖에 경험해 보지 못했어요. 그건 추억이 아니고, 제 현실이에요! 선생님의 진짜 삶은 현재의 선생님 나이겠지요.... 성년기 말이에요! 제게 있어서 진짜 삶은, 지금이에요. 지금이 슬프면, 전 슬픈 거예요! ........ 걱정은 마세요! 죽고 싶다거나 뭐 그런 건 절대 아니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이 모든 게 다 추억이 될 뿐이라는 것도 확실해요....... 하지만 당장에는, 제 삶을 그냥 살도록 내버려 둬 주세요. 행복하든 불행하든 말이에요."
발랑디에 씨가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네 얘긴 모두 지극히 옳아. 또 네 생각을 그렇게 뚜렷이 나타낼 수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구나. 내가 덧붙이고 싶은 단 한 마디는 이거야. 너도 미래가 있다는 데 동의를 한 이상은, 현재의 네 문제들이 아무리 현실이라 하더라도, 미래를 망치도록 놔 두진 말아야 한다는 거지."-1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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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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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우먼 크리크 배수 유역에 있는 고물 트레일러에서 살던 해, 나는 조재너 스카일스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 한밤중에 불이 나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집. 그렇게 생각한 것은 지루하고 말 많은 시골이기 때문인 듯하고, 또 마음에 이는 작은 불 같은 것은 대개 저절로 사그라지는 법이지만 어떤 사람 안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 화재로 치솟기 때문인 듯하다.
당시 나는 나의 문제, 남편 라일리와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열기와 회오리바람이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내가 렌트한 주거용 트레일러는 낡은 것이었다. 차 뒤에 매어 끌고 다니는 캠프용 차에 더 가까웠으며, 고양이에게 욕을 하면 입에 고양이털이 박힐 정도로 좁았다. 바람이 불자 부품이 떨어져 땅에 쿵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 내가 읽었던 소설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시작 부분. 문장들이 마음 속으로 콕콕 박혀 들어 온다.-230~231쪽

사람들은 모르는 일에는 상처받지 않는 법이다.-242쪽

눈물을 흘리는 것은 종이에 베는 것만큼이나 쉽다는 사실을 깨달았다.(34쪽)

꼭 콧구멍에서 다이아몬드라도 발견한 것처럼 자기 이름을 발음하는 지역 방송의 한 남자 아나운서의 권고 방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259?)

개인적인 열망의 불결한 증거처럼 보이는 창문의 새똥

하지만 그는 구부정한 어깨에 어디에서 온 것 같지도 않고, 누구의 것도 아닌, 그런 남자였다.(266?)

오래전 일로 눈물로 지새는 나날처럼, 그냥 개인적인 일이라고요.(299쪽)

북쪽 평원 같은 거대한 슬픔이 다가와 그를 짓눌렀다.(348쪽)

-- 선뜻 이해가지 않는, 독특한 비유들 몇 개..-259쪽

낮 동안 에니스는 커다란 깊은 골짜기 너머를 바라보았다. 잭이 식탁보 위를 기어가는 벌레처럼 초지를 가로지르는 작은 점으로 보였다. 어두운 텐트에서 잭은 거대한 검은 산 덩어리에 붉게 빛나는 단 하나의 불빛으로 에니스의 존재를 알아보았다.-321쪽

취해 비틀거리는 등불을 들고 바람을 맞으며 말을 타고 양 떼에게 돌아가면서, 에니스는 이렇게 좋은 시간은 평생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발을 뻗으면 달에라도 닿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이었다.-324쪽

"그러면, 언제 또 보겠지." 길 위쪽에서 빈 사료 봉지가 바람에 굴러오다가 잭의 트럭 아래에서 멈췄다.
"그래." 둘은 악수를 하고 서로 어깨를 툭 쳤다. 이제 둘 사이의 거리는 십 미터로 멀어졌고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는 것 외에는 달리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일 킬로미터도 채 못 가 에니스는 누군가가 내장을 손으로 한 번에 일 미터씩 끄집어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그는 길 옆에 멈춰 섰다. 눈송이가 소용돌이치는 속에 토하려 들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여태 이렇게 기분이 더러웠던 적은 없었고, 다시 기운을 차리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다.-328쪽

그는 언제라도 떠날 수 있어 좋았던 그 작은 아파트에 계속 살았다.-329쪽

잭은 계단을 두 칸씩 두 번 올라섰다. 두 사람은 어깨를 움켜잡았다. 힘껏 껴안으며 개자식, 개자식, 읊조렸다. 꼭 맞는 열쇠가 자물쇠를 풀 듯 쉽게, 그것도 세게, 둘의 입이 하나로 맞닿았다. 잭의 큰 이빨 때문에 피가 났다. 잭의 모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짧게 깎은 수염이 사각거렸고 축축한 침이 흘렀다. 그 때 문이 열렸다. 알마가 비틀린 에니스의 어깨를 잠시 바라보다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꽉 부둥켜 안고 있었다. 가슴과 사타구니와 허벅지와 다리를 맞붙이고 서로의 발끝을 밟은 채 숨이 막혀서야 비로소 몸을 뗐다. 그리고 애정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 에니스가 자기 말과 딸들에게나 하던 말을 했다. 내 사랑.-330-331쪽

에니스와 알마 사이는 서서히 침식되어가고 있었다. 딱히 눈에 띄는 문제 없이, 그저 침식되는 물의 범위만 넓어져갔다.


알마의 적의는 매년 조금씩 드러났다. 흘낏 보았던 그 포옹, 처자식과는 휴가 한 번 가지 않으면서 잭 트위스트와는 일 년에 한두 번씩 가는 낚시 여행, 바깥에 놀러 나가기도 꺼리는 것, 급료도 낮고 일하는 시간도 긴 목장 일에 대한 집착, 벽을 향해 돌아눕고 침대에 눕자마자 자는 성향, 관청이나 전기회사에서 쓸 만한 영구직을 찾지 못하는 것,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알마는 서서히 깊은 나락에 빠졌다.-338쪽

"당신이 집에 송어를 왜 한 번도 가져오지 않는지 이상하게 생각하곤 했어. 말로는 늘 많이 잡았다고 했지. 그래서 한 번은 당신이 그 짧은 여행을 가기 전날 밤에 낚시 상자를 열어봤더니 오 년이 지났는데도 가격표가 그대로 붙어 있는 거야. 나는 낚싯줄 끝에 쪽지를 매달았어. 안녕 에니스, 집에 물고기 좀 가져와, 사랑해, 알마가. 그 다음에 집에 돌아와서 당신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송어를 많이 잡았는데 다 먹어버렸다고 했어. 기회가 나서 상자를 봤더니 내가 쓴 쪽지가 그냥 묶여 있더라. 그 낚싯줄은 일생 한 번 물에 닿은 적 없었어."-339쪽

옷걸이를 펴서 잠긴 차문을 연 뒤 다시 제 형태로 돌려놓듯, 두 사람은 모든 것을 다시 거의 예전 그대로 돌렸다. 그것은 그들 문제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끝난 것도, 시작된 것도, 해결된 것도 없었다.-346쪽

잭의 셔츠와 그가 몰래 가져가 여기 그 셔츠 안에 숨겨둔 에니스의 셔츠가 두 겹의 피부처럼 한 쌍으로, 한 셔츠가 다른 셔츠 속에 안긴 채 둘이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옷에 얼굴을 누르고 입과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연기와 산 깨꽃과 잭의 땀 냄새를 기대했으나, 잔존하는 냄새는 더 이상 없었다. 남은 것은 오로지 그 기억, 이제 손에 들고 있는 것 말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마음속의 브로크백 산뿐이었다.-353쪽

삼십 센트짜리 그림엽서가 도착하자, 네 귀퉁이에 놋쇠 압정을 꽂아 트레일러에 붙였다. 그 아래 못을 박고 그 못에 철사 옷걸이를 걸어 낡은 셔츠 두 장을 늘어뜨렸다. 그는 뒤로 물러서 고통스러운 눈물 사이로 그 조화로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잭, 맹세컨대......." 그는 말했다. 잭은 그에게 무엇을 맹세하라고 요구한 적도 없으며 그 또한 맹세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으나.-354쪽

그가 아는 것과 믿으려 했던 것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고칠 수 없다면 견뎌야 한다.-3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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